지리산 매화를 보러가자고 마음먹은 것은 3월1일 직지사 행자교육원에 법구경 강의를 하게된 것이 계기였다. 강의 때문에 김천까지 내려간 것이지만 그곳까지 내려가서 그냥 돌아 올수 없지는 않은가라는 마음속의 외침이 있었고 그 외침에 몇몇 스님들이 반응을 보내주었다. 꽃이 아무리 이뻐도 혼자 감탄하는 것보다 같이 보는 것이 더 즐거운 법, 해미읍성에서 떠나기 직전까지 몇 명이 여행을 같이 갈는지 몰랐지만 최종적으로 3명이 길을 나섰다. 봉선사에서 출발한 박애란 보살님은 표충사에서 일을 보고 직지사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동안거 해제를 맞이하여 나도 휴식이 필요했던 차였지만 같이 여행을 하게된 선광스님은 겨울에 손목이 뿌러지는 사고를 당해 두달 째 치료중이었고 무구스님도 대상포진에 걸려 죽다 살아났고 박애란보살도 살던 곳에서 나오게 되어 나름대로 위안과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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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에 도착해서 점심공양을 마치고 다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박애란보살을 기다렸다. 마침 강의하러 직지사에 들린 법인스님과 차를 마시며 최근에 불교포커스 팟캐스트에 출연하여 해종언론에 대한 주제로 좌담회를 한 이야기를 하였다. 나도 해종언론이라는 이름 붙이기라는 글을 쓴바가 있었기에 서로 의기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이번에 수계를 받는 행자님들은 총 82명인데 듣는 태도가 좋고 기특한 질문을 많이 해서 3시간 강의하는 동안 내내 즐거웠다. 강의 후 박애란 보살이 합류하여 명적암 범매스님과 차를 마시며 올해 백인 대중공사 주제인 직선제, 염화미소법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일로 직지사에서 지체하다보니 첫날은 멀리 못가고 직지사 사하촌에서 저녁을 먹고 김천시내에 있는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찜질복을 갈아입고 출가자와 재가자가 정담을 나누는 풍경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다만 3층 찜질방 실내가 건조해서 새벽에 잠을 설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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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박애란보살님의 의견을 존중하여 대중이 의성 고운사로 가기로 했는데 고운사로 가는 도중에 우리의 차는 칠곡을 통과하게 되었다. 칠곡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곧 바로 칠곡 금곡사가 5km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금곡사에 들리게 되었다. 금곡사 주지 학해스님은 나와 화엄학림에서 함께 수학한 도반이다. 알고보니 학해스님도 일주일 동안 감기를 심하게 앓아 고생하고 있다하여 함께 여행을 권유했다. 학해스님은 그렇치 않아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며 흔퀘히 우리일행이 되었다. 학해스님이 여행에 합류하니 우리차는 5명이 타서 꽉차게 되었고 오늘의 행선지도 고운사가 아닌 지리산으로 변경되었다. 무작정 지리산을 향해 출발했다. 지리산 매화를 본다는 목적이 들떠서 정확하게 지리산 어느곳을 찾아가야 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무작정 내비게이션을 따라서 남쪽으로 달려서 순천을 거쳐 하동을 거쳐 진월ic로 빠져나와 홍쌍리여사의 매화마을에 도착하였다. 광양에서 매화마을로 차를 타고 오는 중에 길 옆에 피어있는 홍매와 청매를 보며 우리는 감탄을 연발하였다. 매화마을에서도 걷는 길 옆에 피어있는 매화에 코끝을 대어 보고 사진도 찍고하며 원없이 매화를 감상했다. 천장사에서 설경을 감상한 것이 이틀전인데 여기서는 매화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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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을 실컷 구경하고나서 우리는 화개장터를 구경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쌍계사 들어가는 길 옆에 자리한 우리집민박집을 숙소로 잡았다. 문제는 밥을 먹기전에 숙소를 먼저 잡아야 미리 불을 넣었을 텐데, 느긋하게 밥을 먹고 깜깜해진 시간에 숙소를 알아보는 바람에 숙소 방다닥이 차가웠다. 우리는 방안이 따듯해지기를 기다리느라 화개로 나가서 마트에서 시장을 보고 찻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어제와 마친가지로 12시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학해스님이 합류한 첫날밤이라 더욱 재밌었다. 학해스님이나 박애란 보살이 공부모임에 참석한 적은 없지만 공부모임에 초청되어 있는 분들이었으므로 우리여행 모임은 자연스럽게 공부모임과 같았다. 마지막 자신의 죽음이 어떨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황에 따라 자기목숨의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대체로 동의 했으나 자살이 수행자의 마지막 모습이 된다는 것에는 부정적이었다. 박애란 보살은 호흡조절로 자연스럽게 그러나 원하는 때에 죽을 수 있는 것이 최상이라고 말했다.
우리집 민박집을 8시에 출발하여 고흥 금탑사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선광스님이 10여년전에 살던 토굴을 구경하자고 하여 섬진강변에 위치한 고사마을에 들렸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토굴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토굴을 보고나서 다시 예고도 없이 하동 용화사에 들렸다. 관오스님이 살고 있는 용화사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은 일품이엇다. 차를 마시며 총무원장 선거법 이야기를 나누느라 또 시간이 길어졌다. 결국 고흥으로 가려는 계획은 취소하고 장흥 부용사를 향해 출발했다. 장흥시내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부용사 혜원스님을 만나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다. 부용사에서 나와 가까운 천관산 천관사에 들려 천관사 주지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천관사에서 나오는 것을 끝으로 우리여행 일정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대구쪽으로 가기위해 88고속도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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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에는 안전하게 숙소를 먼저 잡기위해 달리는 차속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서 남원시에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예약 했다. 그러나 주소만 보고 예약한 숙소는 지리산 정녕치 계곡 산속에 위치해 있었다. 깜깜한 밤에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속길을 달리며 오늘도 숙소잡기가 잘못 되었음을 알게되었다. 밤 8시가 되어서야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대성식당에서 저녁을 먹고나니 9시, 마지막 저녁밤도 12시까지 여행을 정리하는 이야기로 마무리 했다. 다음날 7시에 출발해서 칠곡 금곡사에 9시에 도착했다. 학해스님을 금곡사에 모셔다 드리고 박애란 보살도 구미에서 하차하였다. 이번 여행에서는 대구에 새로 포교당을 낸 우궁스님이나 시원스런 고흥 금탑사 휴정스님, 수계도반 김천에 진원스님, 목포 효천스님등을 만나지 못하고 온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만간 다시 떠남을 시도해 볼까? 우리는 점심도 못먹은 채로 차를 달리고 달려 2시에 수덕사교구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몸과 마음이 분주한 3박4일의 여행을 마치고 천장사에 돌아오니 꿈을 꾼 듯한 시간이었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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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는 비가 오는 바람에 섬진강을 따라 바이크 타는 일정이 변경되어 곡성 태안사에 들러 대웅전과 혜철스님 부도탑을 참배하고 왔는데요. 그 때 순천 어디선가 또는 우연히 어느 절에서 스님을 만났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