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사랑의 연가
<전사(戰士)의 성(城).>
상주 인원은 겨우 백여 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 세상에 알려져 있는 고수(高手)라고 불리울만한 사람은 겨우 두 명 뿐이었다.
허나 그 두명은 사실상 이천명(二千名)의 무림고수자라 해도 어쩌지 못하는 특출한 존재들이었다.
-철혈전후 초려군!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무적의 여전사(女戰士).
고금최강(古今最强)의 여인(女人)이자 강호무림의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살아있는 무림의 신기원을 이룩한 신화!
-강호전신 능운비!
그는 공인된 천하제이인(天下第二人)이다.
당금의 나이는 겨우 십칠세였다.
그 나이에 이제껏 그토록 강했던 인물은 없었다.
해서 그는 한 자리를 예약해 놓고 있었다.
-장래, 십년(十年) 내 반드시 천하제일(天下第一)이 될 것이고 본인의 노력(努力)여하에 따라선 고금최강전투신(古今最强戰鬪神)의 천좌(天座)에 오를 수 있는 잠룡(潛龍)!
누구나 그를 보았던 인물의 입에서 터져나온 찬사였다.
그가 이름을 무림에 등록시킨 것은 삼 년 전이었다.
-창궁무영도(蒼穹無影刀) 갈천위(葛天慰)!
도중(刀中) 무적자(無敵者)!
대륙도가(大陸刀家)의 신화(神話)를 한 몸으로 이룬 무적도호(無敵刀豪)였다.
그가 도전(挑戰)해온 것이었다.
-한갓 여자(女子)의 발 아래 대륙무림혼이 박살나다니! 중원의 한 남자(男子)의 몸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단신으로 전사의 성을 찾아온 것이었다.
자신의 애도(愛刀)인 창궁천도(蒼穹天刀)만을 들고, 도집도 팽개쳐버린 채로 말이다.
헌데 그를 맞이한 것은 철혈전후 초려군이 아니었다.
불과, 십사세의 어린 소년(少年)이 싱글거리며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단 십초(十招)만에 창궁무영도 갈천위는 패배하고 말았다.
이제 철혈전후 초려군과의 일전(一戰)을 원하는 인물은 더 험난한 철벽을 부숴야만 그녀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삼 년의 시각이 흘렀다.
그동안 전사의 성을 찾아온 무인(武人)들은 각기 한 가지 방면엔 독보적인 일가(一家)를 이룬 무적자들이었다.
허나 모조리 패배의 쓴맛을 보고는 물러날 뿐이었다.
처절한 치욕과 불타오르는 복수심을 간직한 채로 말이다.
그리고, 하나의 영웅시(英雄詩)가 만들어져 무림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태산을 날아올라 전사의 성에 다다라 한 마리 잠룡을 친히 만나니....전투의 제왕은 반드시 이기고.....그는 곧 강호전신이라.
* * *
철(鐵),
그저 사위(四圍)는 강철로 드리워져 있었다.
벽과 천정, 바닥은 당연하고, 높이 있는 서가(書架)나 탁자(卓子) 모두 철로 만든 것이었다.
하다 못해 꽃병까지도 그러했다.
단지 그 안에 꽂혀있는 한 송이 모란(牧丹)꽃만이 다른 것이었다.
한 송이의 모란 꽃,
“웬....꽃이냐? 그것도 모란 한 송이만 달랑?”
철혈전후 초려군은 손을 놀리며 아침녘부터 보이는 생화(生花) 한 송이를 바라보았다.
그녀 앞엔 능운비가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길고 탐스런 그의 머리카락이다.
초려군은 그의 긴 머리결을 조심스레 빗질하며 햐얀 끝으로 질끈 동여매 주었다.
“모란은....꽃 중의 여왕(女王)이지요, 누님처럼...”
능운비는 고개를 돌리며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 호탕함과 신비로울 정도로 매력적인 눈빛,
“아..!”
저절로 초려군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웬...아부?”
초려군은 자신의 마음을 얼른 감추며 빙긋 웃어보였다.
“아부가 아네요.”
능운비는 약간 미소띈 얼굴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눈(眼),
용(龍)의 눈과 봉황(鳳凰)의 눈이 마주쳐지고, 입술이 서로 맞닿을 듯 밀착되었다.
“누님은...여자지만, 여자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어요. 그 어떤 남자도....”
숨소리가 느껴졌다.
“......”
초려군은 말이 없다.
“향기(香氣)가 없기 때문이죠. 저 모란처럼....아름다우나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 게 아니라 혼자 고독(孤獨)해야만 하는 분...”
“.....”
“하지만 누님은....장미(薔薇)가 되실 겁니다.”
“장...미?”
“그래요! 뜨겁고 정열적이며 향기가 아찔하도록 나는...”
능운비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의 두 손이 앞으로 뻗어갔다.
“흐윽...!”
초려군의 입술이 떨리며 격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뭉클!
능운비의 두 손이 그녀의 옷 위로 드러난 거대한 유방을 힘껏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한텐....모란이어야 하지만 ...운비 앞에선 장미로 만들 겁니다! 내가 누님보다 강해지는 그날!”
능운비는 손을 떼며 힘주어 말을 끝맺었다.
“그래....그래야겠지! 나보다...더 강한 사내가 있다면...”
초려군은 역시 마주쳐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후훗..!”
“호호...!”
두 남녀는 해맑은 웃음을 교환하며 떨어졌다.
쇠로 만든 탁자와 쇠로 만든 의자에 앉아 강철로 주조한 철잔(鐵盞)에 설록차(雪綠茶)를 마시고 있었다.
문득 초려군이 찻잔에 입을 대며 말을 꺼냈다.
“왜....이 누나의 무공은 안 익히려는 것이지?”
“누님의 무공은...누님이 최고야!”
“너는 최고가 되고 싶다고 했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나는 빨리 최강자가 되고 싶어!”
“강해지는 것은....왕도(王道)라고 생각해야 한다! 조급히 생각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란다.”
“아니! 난....운비는....빨리 남자가 되고 싶어. 누님을 하루 빨리 꺾어 버리고 싶어! 가급적이면 올해가 가기 전에...”
“올해....안에? 이유라도 있느냐?”
“누님 나이가 몇이유?”
“스물...아홉...”
“내년이면 서른 아니우? 설마....아직 십대(十代)인 운비를 삼십대 노처녀한테 장가보내야 직성이 풀리겠수?”
능운비는 신경질적으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너...”
초려군은 할 말을 잃었다.
“걱정 마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누님을 노처녀 신세에서 구해줄 테니까!”
능운비는 자신있게 장담했다.
“누님에게 도전하는 놈들....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지만 누님 당부 때문에 참고 있는 줄 모르쇼? 만일...나보다 강한 놈팽이가 있다면!”
“.....?”
“죽여버릴 거야! 무슨 수를 쓰더라도....알아? 누님은 내꺼야! 이 능운비의....제일정실부인(第一正室婦人)감이라구!”
“....!”
기가 막히는지, 아니면 너무나 감격해선지 초려군은 물끄러미 능운비를 바라보았다.
“추영(秋英)과 아나(芽那)는 어쩌고? 그 아이들이 너를 좋아하고 너도 싫지는 않아하던 것 같은데?”
추영과 아나라.....다른 여자의 이름인 듯하다.
“흥! 걔들은 아직 어려! 가슴이 누나처럼 크다면....그때 첩(妾)으로 삼을 거야. 제일첩실(第一妾實)감이지! 걔들은...”
능운비는 코방귀를 뀌었다.
“나는 정실부인이고 그 아이들은 첩? 더구나 제일첩(第一妾)이면 제이(第二), 제삼(第三)도....?”
점입가경이다.
초려군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자고로...영웅은 따르는 여자를 울리진 말아야지! 안 그래?”
능운비는 천연덕스럽다.
“난 며칠전 공작대가람(孔雀大伽藍)의 최후밀법(最後密法)인 공작천불력(孔雀天佛力)을 얻었어요!”
“공작...천불력!”
초려군은 흠칫했다.
“천축(天竺:인도)의 최후신화....당금 공작대가람(孔雀大伽藍)의 지존인 공작미요니(孔雀美妖尼)도 얻지 못한 그 파멸(破滅)의 최강불법(最强佛法)을 네가 얻었다고?”
철혈전후 초려군!
대륙최강무후(大陸最强武后)인 그녀가 이토록 경색하는 무공이 있음을 알아야만 했다.
대륙의 밖, 변황(邊荒)이라 부르는 그 대지에도 신화(神話)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공작대가람(孔雀大伽藍).>
천축무림에서 가장 오래 되었으며 그 역사만큼이나 신비에 싸여있는 최강의 법문(法門)이다.
바라문(波羅門)과 원세밀불법종(元世密佛法宗)이 섞이며 탄생된 신비문파였다.
그들이 숭앙하는 대상은 파괴(破壞)의 신(神))인 시바와 패천(覇天)의 원불종(元佛宗)인 제석천(帝釋天)이었다.
대악(大惡)에 대해선 철저한 파멸을 안겨주는 파멸의 문파!
그 최후신화는 공작천왕(孔雀天王)이었다.
빛과 어둠의 지배자....
선량하고 바른 사람이면 광명(光明)의 빛을 뿌리고, 악인(惡人)에겐 파멸의 암흑을 던져두는 파멸초인(破滅超人)을 일컫는다.
-공작천불력(孔雀天佛力)!
그 힘은 미지수였다.
공작천왕만이 지닐 수 있다는 공작대가람의 최후, 최강의 밀법력(密法力)인데 그것을 능운비가 얻었다는 것이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었어....’
잠시 상념에 잠기는 능운비의 눈엔 진저리(?)마저 치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좋아 죽을 일이지 금찍한 만행이라니 말이다.
그 전모(全貌)를 밝혀볼작치면......
* * *
청년이라기엔 조금 앳되어 보이고 소년이라기엔 너무도 장성한 미청년은 쇠(鐵)로 지어진 연무장에서 목검(木劒) 한 자루를 들고 연신 기합을 내지르며 검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하앗! 신검합일(神劒合一)!”
웅혼한 기합성과 함께 미소년은 목검을 미간(眉間)의 정중앙에 세웠다.
거기까지는 일반적인 검수의 기수식에 다름 아니다.
스스스.....
그 다음부터가 변화를 일으킨다.
검(劒)이 점차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사람은 차츰 축소되어 간다.
보는 사람의 눈에 착각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생물(無生物)인 검과 살아 있는 생물인 사람이 하나(一)로 합쳐지고 있는 것이다.
몸이 아니라 검기(劒氣)와 사람의 정기(精氣)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경지는 검도(劍道)를 수련하는 검수들에겐 꿈에도 그리는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스물도 채 안된 미소년의 몸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탄(彈)!”
쐐애액!
검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광속(光速)의 빠르기로 폭사되어 날았다.
신검합일(身劒合一)!
검(劒) 한 자루에 목숨과 인생을 걸었던 밤 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처럼, 수 없이 많은 검수가 강호무림에 명멸(明滅)해 갔다.
그동안 신검합일의 경지에 도달했던 검수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리라.
콰쾅!
삼십장 밖에 있던 아름드리 거대한 소나무(巨松)가 박살난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달마삼검(達磨三劒)중 제일초식은 완벽하군.”
미소년은 땀 한방울 흘리지 않은채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소림사(少林寺)를 창건했다고 알려진 달마대사(達磨大師)가 달마동(達磨洞)에서 구년면벽(九年面壁)한 후, 역근경(易筋經)과 세수경(洗手經)을 창안하여 남겨놓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소림사의 이대방장(二代房丈)이었던 혜가선사(慧伽禪師)가 남겼다는 일지선경(一指禪經)엔 달마선사가 임종 직전에 하나의 검식(劒式)을 남겼음을 고증(考證)하고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일컬어 달마삼검(達磨三劒)이라고 불렀다.
-신검합일(神劒合一)!
-어검강(御劒罡)!
-생사초극검(生死超克劒)!
단지 그런 이름만 알려진 검결(劍訣)이 달마대사의 마지막 유작(遺作)이었다는 사실을 달마대사의 직전제자인 혜가선사가 남겨놓았던 것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달마삼검을 발굴해냈단 소린 지난 천년간 없었다.
소림사에서조차 찾아내지 못했던 달마삼검을 알고 있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완벽하게 연마해내고 있는 이 미소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얼른얼른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劒)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려군(麗君) 누님의 고 탱탱하고 거대한 젖탱이를 기냥...기냥....콱!”
미소년은 조금 전까지의 심각한 상황을 잃어버리고 헤벌레한채 두 손으로 뭔가를 주물럭거리는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한쌍의 그윽한 눈이 있다.
‘역시 저 아이뿐이야. 공작왕(孔雀王)의 운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천년무골(千年武骨)....’
여인의 눈빛엔 확신의 기색이 담겨 있었다.
‘지금 저 아이는 다급한 마음이지. 계속 강자들이 성주(城主)에게 도전해오고 있는 상태.....자신의 방어막이 뚫리면 성주가 상대를 해야만 해. 만일 성주가 진다면....성주는 다른 사내의 품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지. 그래서....천하제이인자(天下第二人者)의 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한시도 무공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점을 이용만 한다면 공작왕의 운명으로 이끄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
미소년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엔 강렬한 열망의 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의 때를 놓친다면....저 아이는 다른 여자는 거들떠도 보지 않을거야. 오직 한 여자를 위해 모든 인생의 목표를 걸고 있는 저 아이에겐 제아무리 미인(美人)이고, 쭉쭉빵빵한 몸매를 지닌 여자가 몇백명이나 달려든다해도 눈썹 하나 까닥이지 않을테니까.....’
여인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일단은 늘씬하기 그지 없는 신장을 지니고 있다.
짙푸른 벽안(碧眼)에 담긴 시원한 하늘빛은 거역할 수 없는 고고(孤高)함마저 보인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그녀의 앞에 선다면 결코 함부로 할 수 없어서 몸가짐을 바로 할 수 없을만큼 위압적인 분위기였다.
가늘면서 길게 휘어져 초생달처럼 치켜 올라가 있는 푸른 색 눈썹(靑眉)도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약간은 차가운 인상인데 아름답기가 그지 없는 그녀의 피부는 유리(琉璃)처럼 투명하고 맑았다.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서역의 벽안미인(碧眼美人)은 얼핏 보아 이십대 중반의 나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여자의 생김새도 드물게 보는 이역의 풍모이지만, 그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몸차림새였다.
그녀는 하얀색의 비단으로 지은 가사(袈裟)를 입고 있는데, 그 백라비단가사(白羅緋緞袈裟)엔 한 마리 동물 그림이 선명하게 수 놓여져 있었다.
꼬리 깃을 활짝 편 공작(孔雀)의 문양인데,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실로 걸작이었다.
당연히 공작가사(孔雀袈裟)를 입고 있으니 머리엔 터럭(毛)이 한 올도 없는 민대머리다.
그래도 아름답다는데엔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공작가사를 걸친 아름다운 벽안의 비구니(比丘尼).....
그녀가 천천히 앞으로 나선다.
“어? 천불후(天佛后) 누님이 여긴 웬일이야? 여긴 위험하다구. 까닥하다간 그 고운 피부에 흠집이라도 나면 어쩌려구 그래?”
미소년은 안면이 있었던 듯 벽안비구니를 반색하며 맞이했다.
“능운비(凌雲飛).....강해지고 싶나요?”
벽안비구니는 살풋이 웃으면서 물음을 던졌다.
“두말 하면 잔소리지. 강해지고 싶으니까 무술 연습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고 있는거잖아.”
미소년 - 능운비 -은 목검을 빙빙 돌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만약에 말이야. 지금보다 내공(內攻)이 두배 정도 더 늘어날 수 있고, 진력이 고갈되어도 무궁무진하게 내력이 솟아나오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어쩌겠어?”
“에이....말도 안되는 소리.”
능운비는 손사래를 쳤다.
“지금 운비의 공력이 오갑자(五甲子)를 넘는데 오갑자의 공력을 더 늘릴 방법은 엄청난 기연(奇緣)을 만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구요.”
“그게 가능하다면 어쩌겠냐는 거지요.”
“그렇게만 된다면......목숨을 한 번 걸어보고 도전(挑戰)할만 하지.”
“가능해요. 한가지 대법(大法)을 시술받는다면.....”
“가능하다구? 단번에 내공이 십갑자를 상회할 수 있단 말이야?”
그제서야 능운비는 벽안비구니가 빈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단숨에 벽안비구니의 앞으로 뛰어와 두 손을 덥석 잡았다.
“그게 정말이야? 빨리 가르쳐줘. 내공이 두배가 될 수 있다면 달마삼검의 최후초식인 생사초극검도 어렵잖게 펼쳐낼 수 있다구. 그만한 내공력을 가지고 무공수련을 한다면 올해 안에 려군 누님을 능가할 수도 있단 말이야. 그렇게만 된다면....”
능운비는 눈빛을 묘하게 반짝이면서 히죽였다.
“려군 누님을 내 맘대로 그냥....기냥.....우히!”
생각만해도 온몸이 짜릿해지고 있는 능운비다.
“어서 말해봐! 무슨 부탁이라도 들어줄테니까!”
눙운비는 벽안비구니의 손을 잡은채 흔들면서 채근했다.
“아....”
벽안비구니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남자에게 손을 잡힌 것이 처음이었다.
‘지난 삼년간.....이 아이는 내 가슴에.....아니, 우리들 백팔공작천불화(百八孔雀天佛花)의 마음에 남자로 자리잡았어. 도저히 지워질 수 없는 사랑의 낙인(烙印)을 찍어버렸어......공작의 운명을 느끼면서 그것은 필연적인 운명이 되어버렸지.’
벽안비구니는 가사 속에서 비단천에 칭칭 동여 메어진 젖가슴이 터질 듯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능운비....당신밖엔 없어요! 멸망한 공작대가람(孔雀大伽藍)과 억압받고 있는 공작왕국(孔雀王國)의 한(恨)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당신뿐이예요. 공작왕국의 왕녀인 나 공작천불후(孔雀天佛后)의 몸과 마음을 몽땅 바쳐야할 사람.....’
벽안비구니 - 공작천불후 - 는 능운비의 손을 마주잡았다.
“운비.....공작천불력(孔雀天佛力)을 얻는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내공력이 두배로 증강될 수 있어요.”
“공작천불력?”
“그래요. 백팔공작천불화의 몸으로 펼치는 비술을 받아들인다면....완벽한 공작천왕의 힘을 얻을 수 있지요.”
“몸을....받으라구요? 천불후 누님과 그 백팔명이나 되는 여자를?”
“그래요. 나와 그 아이들은 공작왕(孔雀王)을 탄생시키기 위한 제물에 불과한 몸.....받아주어요.”
다른 사내라면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능운비는 그런 점에서 범상한 범부(凡夫)들과는 달랐다.
“난....한가지 약속을 했어. 나 자신에게 말이야.”
“약속이라시면.....?”
“첫 여자는 무조건 려군 누님이 될 것이라고 말이야. 려군 누님을 정실부인으로 삼고나면.....그 다음부터야 상관없지만 말이야. 첩(妾)이야 열이건 백이건 관계없는 일이니까.....사실, 천불후 누님은 세 번째 첩으로 찍어놓긴 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일단은 거절하고 보는 능운비다.
“내가 강해지려고 하는 이유를 천불후 누님도 알고 있겠지? 려군 누님을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야. 강해질 수 있다해도.....려군 누님을 내 여자로 만들기전에 다른 여자를 안는다면 내 자신이 용납할 수 없어. 그렇다는건......려군 누님한테 최음약(催淫藥)을 먹여서 강제로 겁탈을 하는 것과 다를바가 뭐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인가요?”
“내 생각은 그래.”
“조금 생각을 바꾸시면 어때요?”
“응?”
“얻기만 하고 주지는 않으면 되어요. 주는건 성주님한테만 주신다면 되지 않나요?”
“받기만 하고 주지는 말라?”
능운비는 의아한 기색으로 고개를 옆으로 꼬았다.
공작천불후는 배시시 의미 있는 미소를 흘렸다.
“우리의 몸을 가지시면서 육체의 즐거움과 함께 공작천불력을 가지세요. 그대신 사정(射精)만 하지 않으신다면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지 않나요?”
“오옷! 그런 기막힌 방법이 있단 말이야?”
능운비는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을 쳤다.
-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다!
<육체의 쾌락을 즐기고 막대한 공력을 받고난 후....사정을 하지 않으면 된다!>라는....이 기막힌 발상!
이마저 거절한다면 그는 정상적인 남자라고 할 수는 없다.
거시기가 잘려버린 내시라해도 일단 덤벼들만한 엄청난 호조건의 계약인 것이다.
능운비는 만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면서도 머뭇거린다.
“부처님이 화내시진 않을까? 그래도 누님들은 명색이 부처님을 모시는 비구니인데 말야.”
그게 이유였다.
그렇지만 그런 꺼리낌마저 공작천불후는 날려버린다.
“공작대가람은.....부처님이전에 공작왕(孔雀王)을 모시고 있어요, 평시라면 공작왕은 그저 공경의 대상일뿐이지요. 하지만.....”
문득, 공작천불후의 파아란 벽안에서 시퍼런 한기가 줄기줄기 폭사되었다.
“천축의 마승집단인 뇌정마찰(雷霆魔刹)에 의해 공작대가람이 멸망당하고....공작왕녀인 본녀의 고국인 공작왕국의 아바마마를 살해하고 백성들을 핍박하는 토화라국(吐火羅國)의 마인왕국(魔人王國)이 창궐하는 사태를 맞이해서 간신히 공작미요니(孔雀美妖尼) 대람후(大覽后)의 인솔하에 중원으로 피신해온 이 난세에서......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예요. 공작왕의 탄생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답니다! 반드시 말이예요!”
거부할 수 없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는 선언이었다.
“쩝....그렇게까지 원한다면야...뭐.....그냥 접수해주는 것으로 하지 뭐.....내가 공작왕이 되어 천하제일인이 된다면 그놈들 뇌정마찰과 토화라국은 그냥 박살내주겠어!”
기꺼운 마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그렇게 능운비는 자신의 결심을 밝힌다.
천축의 운명은 그로서 결정되었다.
* * *
쇠(鐵)로 지어진 내부는 파르스름한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바닥은 물론이고, 벽과 천정마저도 갓 제련해낸 강철(鋼鐵)을 통째로 주물로 떠서 만든 듯한 철방(鐵房)은 사방 오십여 장이 넘을 정도로 드넓었다.
그 중앙엔 만근의 쇳덩어리로 주조된 듯한 거대한 직사각형의 철(鐵) 침대가 놓여져 있다.
그 위로 한명의 청년이 누워 있었다.
발가벗겨진 몸은 엎어져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고슴도치랄까?
등과 허벅지와 팔과, 정확히 스물 네개의 쇠침(鐵針)이 깊숙이 꽂혀 있는 것이 아닌가?
“이십사개의 사혈(死穴)에 세치 깊이의 공작철침(孔雀鐵針)을 놓았어요.....”
문득, 잔잔한 여인의 음성이 울려퍼졌다.
넓은 철방(鐵房)의 중앙을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인들은 어림잡아도 백여명은 되어보였다. 그리고, 한결같이 아름다왔다.
천명에 하나 있을까할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고고하고 귀품마저 들어보이는 여인들이었다.
파르라니 깍인 민대머리가 반짝이는 가운데 여인들의 옷자락이 드러났다.
한데, 승포(僧袍)라니?
스님들이 입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인들은 겉모양을 보건바 영락없이 비구니(比丘尼)임에 틀림없었다.
비구니들의 가사엔 승포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그림 하나가 수 놓여져 있었다.
날개를 활짝 편 공작(孔雀)의 모습이었다.
머리카락도 없는 민대머리의 비구니들이 하얀 가사에 수 놓은 숫놈 공작의 당당한 모습은 미묘한 색감을 던져주고 있었다.
공작(孔雀) 비구니들은 철침상 위의 미청년을 주시하고 있었다.
“.....!”
“.....!”
흥분과 기대감과 어떤 의지가 담겨 있는 눈길이었다.
철침상을 둘러싸고 있는 여인들은 여덟이었다.
그녀들 중 가장 연장인 듯한 사십대 중반쯤의 미부가 입을 열었다.
“공작타불(孔雀他佛)....이 아이는 우리가 기다리던 하늘이 내려준 보물이예요!”
나이를 속이지 못하듯 얼굴의 눈밑엔 약간 주름이 지긴 했으나 그 미모는 가히 농익은 백국화(白菊花)의 그것이었다.
“우리의 염원....천축의 천년비원(千年悲願)인 공작왕(孔雀王)의 탄생을 이뤄줄 유일한 보물이야. 하지만 이 아이가 악인이라도 된다면.....자질이 아무리 우수해도 아수라(阿修羅)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 된다면……”
옆의 비구니가 우려를 표명했다.
그렇지만 선두에 서있던 비구니가 누워 있는 알몸의 청년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아이는 지난 삼년간 관찰해온 바에 따라 최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음이 판명되었어요.”
말을 하고 있는 비구니는 공작천불후(孔雀天佛后)였다.
그녀의 말에는 확신의 빛이 담겨 있었다.
“전사의 성에 들어와 후계자가 되었지만 중원최강의 고수인 초성주에게 사사를 받지 않고서도 이 아이는 강호제이인자(江湖第二人者)가 될 정도로 뛰어난 무골(武骨)을 지녔고, 어떤 고난도 이겨내는 불굴의 투지(鬪志)와 함께 자연을 사랑하고 여인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최상의 남자(男子)예요. 여자를 알고.....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이 아이는 우리 모두의 염원인 공작왕의 신화를 부활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더이상의 대안은 없어요.”
공작천불후는 주위에 도열해 있는 백여명의 비구니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세요. 한분의 자매라도 이 아이.....운비에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바치길 거부한다면.....공작천불력을 얻을 수 없을테니까요.”
조용한 침묵이 좌중에 흘렀다.
반대하는 비구니는 없었다.
오히려 어떤 비구니는 기대감이 서린 뜨거운 눈길에 열류를 뿜어내고 있을 정도였다.
문득, 옆에 있던 갈색의 피부를 지닌 흑녀비구니(黑女比丘尼)가 우려의 마음이 담겨 있는 의문을 제기한다.
“막내가 빠져 있는데.....대법이 완성될 수 있을까요?”
하나(一)가 빠져 있단다.
공작천불후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어보였다.
“막내의 역할은 따로 있어요. 그 자리는 우선 제가 메꾸도록 하지요.”
다른 비구니들의 안색이 일변한다.
“안...되옵니다!”
“공작천불후....왕녀(王女)은 존귀한 신분이시거늘.....어찌 희생물로 바칠수가 있겠사옵니까?”
반대가 극심하지만 공작천불후는 손을 내저어 비구니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고향을 잃고 머나먼 중원으로 망명(亡命)한 운명은 여러분이나 나나 다를바가 없어요. 저도 또한 공작대가람에 속한 비구의 한 사람일뿐이니....공작왕의 탄생에 일조할 책임과 권리가 있어요. 대람후(大覽后)께서도 이미 허락한 일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요,”
이어, 공작천불후는 누워 있는 청년 - 능운비를 내려다보았다.
“이 아이를 공작왕으로 탄생시키기 위해선 공작음양합환술(孔雀陰陽合歡術)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효능은 초인(超人)의 탄생을 말하는 것일 터....그 대가는 당연히 초인적인 정력과 인내력을 지니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요. 우리 백팔명과 운우의 정사를 나누면서도 절대로 사정(射精)을 하지 않아야하니.....이 아이에게도 그건 끔찍한 고통일거예요.”
잔잔하며 조용한 음성이었으나 그녀의 말투엔 설득력이 있었다.
“……”
“……”
주위의 비구니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동조를 표명했다.
“그럼....이제부터 시작하기전에 운비를 깨워서 마지막 다짐을 받아야 하겠군요.”
그녀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공작음양합환술!
한 마리의 숫공작은 수많은 암컷을 거느린다.
공작대가람을 최초로 세웠던 일대공작왕(一代孔雀王)은 그 화려하고 힘 있는 숫공작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원래 바라문의 수많은 지파(枝派)중 하나인 공작사원(孔雀寺院)의 주재자로서 백팔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 그가 불도(佛道)에 심취하여 불문(佛門)에 귀의(歸依)하게 되자 부인들도 모두 비구니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공작대가람이 탄생된 것인데.....일대공작왕의 사후(死後)부터는 공작대가람에 남자는 사라졌다.
한 마디의 유언만이 남은채......
-공작대가람은 평화와 안식의 요새이니 널리 불도를 퍼뜨리리라.
훗일(後日)...천축과 공작대가람에 환란이 일어나면 공작왕을 부활시키리로다. 그는 아수라의 마수로부터 다시금 평화와 안식을 안겨줄 구원자가 되리니....공작천불력을 전하라.
공작왕의 탄생을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만들어진 대법이 바로 공작음양합환술이었다.
그 완성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필요했다.
한 명의 사내에게 공작천불력을 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인 숫자는 일백팔(一百八)이었다.
그것도 순결을 간직한 처녀지신이어야 했고, 내공이 최소한 이갑자(二甲子) 이상은 되어야만 했다.
거기에 더하여, 백명의 여인이 딴 마음이 없이 한마음으로 자신을 희생시켜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 일을 치르고 나면, 여인들은 두 가지를 잃어버려야만 한다.
첫 번째는 정절(貞節)이었다.
두 번째는 지닌 모든 내공력의 상실이었다.
한 두명이라면 목숨을 바쳐 사랑하는 사람의 경우에 그 만한 희생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여인이 백팔명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니.....
그렇지만 그 효과는 엄청났다.
공작음양합환술이 완벽하게만 펼쳐진다면 즉시 십갑자(十甲子)에 이르는 엄청난 공력을 얻을 수 있었다.
거기까지가 아니라.....본신의 내공이 거기에 더해질 수 있는 신비한 효능이 있기까지 하다.
거의 무적의 공력을 지닐 수 있다는 말이다.
“……”
능운비는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정신은 말짱하지만 몸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단지, 누운 채 눈을 뜨고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우히.....이쁘당~)
입이 헤벌레 벌어지면서 눈동자가 바빠졌다.
한결같이 아름다운 미녀들이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운비……”
다정한 모정(母情)을 일으킬 정도로 잔잔한 음성이 그의 귓전을 파고 들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공작천불력을 그대에게 전하기 위한 대법을 펼치려해요.”
공작천불후였다.
“……”
능운비는 무언가 말을 하려했다. 그러나 목의 근육은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을 뿐이었다.
“한가지 더 부연하자면 공작왕은 공작대가람의 시조이시자.....공작 대가람에 속한 모든 비구니의 구원자이지요. 지금은 비록 백팔화만 남았지만......언제, 어디서고 저희들의 몸과 마음은 공작왕의 것이예요. 하지만 그전에 당신은 두가지 이름을 기억해야만 해요. 뇌정마찰과 토화라국이라는 집단을!”
느껴야만 했다.
비구니들의 전신에서 뿜어져나오는 가공할 원한의 분노와 살기를 말이다.
츠으으으.....
무공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본능의 마음에서 뿜어지는 살기(殺氣)였다.
공작천불후의 옆에 있던 삼십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피빛처럼 붉은 혈미(血眉)를 지닌 비구니가 격앙되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입을 열었다.
“공작대가람을 아세요?”
“……”
능운비는 눈꺼풀을 껌벅였다.
알고 있다는 수긍의 표시였다.
<공작대가람>
천축무림에서 유명하기 이를데 없는 비구니들의 암자였다.
아마도 천축뿐만 아니라 환우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암자일 것이다.
도합, 일천 명의 비구니들이 오직 불도(佛道)에 정진하며 살아가는 새외극락계(塞外極樂界)로서 아무나 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천축에 산재한 불사(佛寺)에서 십년간의 수행을 거친 비구니들만이 자격이 있었고, 그나마도, 공작대가람에서 한명의 비구니가 열반에 들고난 이후에야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 역사는 이천 년(二千年).
한데 십년전(十年前)에 공작대가람은 초토화되고 말았다.
폐허!
하룻밤 사이 화마(火魔)에 암자가 소실되었고, 비구니들은 거의 대부분 죽음을 당한 채로 발견되었다.
흉수는 곧 밝혀졌다.
<뇌정마찰(雷霆魔刹)>
원래 천축무림엔 두 개의 거대한 세력이 천년간 반목하면서 내려오고 있었다.
-대뢰음사(大雷音寺)!
-소뢰음사(少雷音寺)!
각기 성불도(聖佛道)와 패불도(覇佛道)를 추구하면서 천축무림을 좌지우지해온 천년불사(千年佛寺)다.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으르렁거리긴 했지만 서로의 세력이 엇비슷한지라 전면전을 벌이지는 못했는데, 소뢰음사에 한명의 걸출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세력균형은 깨지고 말았다.
무수히 많은 천축의 군소왕국(群小王國)중에서 토화라국(吐火羅國)이 있다.
많은 왕국이 불교나 바라문을 숭배하는데 반해서 토화라국은 불(火)을 숭배했다.
토화라국이 그렇게 된 것은 하나의 종교집단 때문이었는데, 이름하여 배화밀교(拜火密敎)다.
토화라국의 왕자(王子)중에서 발타(拔打)라는 위인이 있었던 바, 어려서부터 배화밀교에 헌납되어 철저하게 악인으로 키워진 인물이다.
그런 발타가 신분을 숨기고 대뢰음사에 들어가면서부터 재앙(災殃)이 잉태되었다.
- 암흑제석천(暗黑帝釋天) 발타(拔打)!
사부인 천뢰마법존(天雷魔法尊)을 시해하고 스스로 소뢰음사의 방장이 된 패륜아는 대악의 화신이었다.
스스로는 암흑제석천이라는 명호를 사용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를 다르게 부른다.
아수라마불(阿修羅魔佛)!
그는 아수라의 화신이 되어 천축무림에서 금기시 했던 악마공을 연성하여 명실공히 최강자가 된다.
대뢰음사가 소뢰음사를 일거에 쓸어버리고 양대사찰을 통합한 그는 뇌정마찰을 세운다.
뇌정마찰이 창건된후에 처음 한 일이 바로 공작대가람을 박살낸 것이다.
이유가 참으로 해괴하다.
-크카카캇! 축제에 여자가 없을 수 없노니....여자중에서 으뜸이 숫처녀다! 천명의 숫처녀가 본좌를 기다리고 있는데 참는다면 남자의 도리가 아닐터! 나를 따르라! 극락의 환희를 맛보러 가자!
십만에 달하는 뇌정마찰의 마승군단(魔僧軍團)이 일거에 눈이 벌게져서 따랐다.
천명에 불과한 공작대가람의 비구니들이 십만의 마승군단에 짖밟히는 천인공노할 만행이 일어났다.
숫처녀가 백명의 발정난 늑대에게 당했으니 온전하길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공작대가람이 있던 공작왕국까지 토화라국에 합병되면서 처절한 식민지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공작대가람에서 살아남은 비구니들이예요.”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가히 엄청난 비사였다.
공작성모(孔雀聖母)!
공작대가람의 이십팔대 대람후였다.
그녀는 황급히 어린 비구니들을 지저(地底)에 있는 공작동(孔雀洞)으로 피신시켰다.
계율을 어긴 비구니들에게 햇빛조차 들지 않는 지저동굴 속에서 면벽수련케하는 곳이었다.
공작성모는 공작대가람의 차기 람후(覽后) 후계자인 공작미요니(孔雀美妖尼)의 인솔 하에 공작백팔천불화를 피신시켰다.
거기엔 공작왕국의 왕녀인 공작천불후도 끼여 있었다.
한 달간을 지내다가 피난한 백팔비구니들 중 한 명이 우연히 벽에 장치된 기관을 건드렸는데 그 안엔 또다른 고동(古洞)이 펼쳐져 있었다.
고동의 이름은 천보동(天寶洞)이었다.
저 옛날 천축에 한명의 전설적인 대상인(大商人)이 등장했다.
-옥황노야(玉皇老爺) 미파람(靡巴嵐)!
그는 천하의 모든 보물을 자기 주머니 속에 넣은 재신(財神)이었다. 아울러, 옥황대상단(玉皇大商團)이란 집단의 시조(始祖)이기도 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쌓아놓은 보물을 감춘 위치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한데, 그 천보동이 뜻밖에 발견된 것이었다.
인형설삼(人形雪蔘).
만년하수오(萬年河水烏).
자령천과실(紫靈天果實).
만년금구(萬年金龜)의 내단(內丹).
천왕천력신단(天王天力神丹).
가히, 하나만 복용해도 삼갑자 이상의 내공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천운의 영약들이 즐비했다.
뿐인가?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무수한 무공비급들과 사라져버린 전설속의 신병이기들이 무수하게 널려 있었지만 비구니들은 그것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들은 지저동굴 천보동에서 나왔다. 그리고 보았다.
지옥(地獄)을.........
공작성모는 죽음 직전에 혈서(血書)를 남겼다.
<천축의 불심이 무너졌도다. 공작의 후예여.....공작왕을 탄생시킬때까진 공작의 후예임을 숨겨라.>
이 분노!
비구니들은 불심(佛心)을 버렸다.
그녀들은 천보동으로 뛰어들어 영약을 복용하고 무공을 익히고 살검(殺劍)을 가다듬었다.
피의 복수만으로도 모자라는 일이었다.
비구니들의 미친듯한 복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찌 그런 일이!)
능운비는 비구니의 말에 할말을 잃었다. 그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 않고 있었다.
그때, 혈미를 지닌 비구니의 말이 계속 이어져 그의 귓전을 울렸다.
“한달만에 우리는 뇌정마찰로 향했지요!”
비구니들은 복수의 야차(夜叉)가 되어 뇌정마찰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들이 뇌정마찰이 있는 뇌정산(雷霆山)으로 진입할 즈음, 하나의 계곡을 통과할 때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호흡을 멈추긴 했으나 이미 때가 늦어버린 후였다.
산공분(散功粉)이었다.
내공을 서서히 흩으리는 악독한 독분(毒粉)을 흡입한 것이었다.
그때, 뇌정마찰의 마승들이 나타났고, 즉각적인 후퇴를 결정하여 빠져나왔다.
추적자들은 집요했다.
그자들은 직접적인 충돌을 하면 희생당할까 두려워 전면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단지, 끊임없이 위협을 가해왔다.
결국, 쫓기고 쫓겨 휴식도 취하지 못한채 비구니들은 죽음의 모래바다라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천산산맥까지 밀려오고 말았다.
사망탄(死亡灘)!
가공할 폭류가 휘몰아치는 죽음의 사곡(死谷)!
비구니들은 기진맥진했다.
서 있을 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에야 추적자들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자들은 다짜고짜 음욕을 채우려 포위해 들었고, 공작미요니이하 공작백팔천불화를 이루었던 비구니들은 치욕을 당하고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닫자 모조리 사망탄에 몸을 던져버린 것이었다.
사망탄의 폭류는 지하로 향해 있었고, 그곳에서 형성된 소용돌이는 지하수맥을 이뤄 중원의 이름모를 동굴 속으로 비구니들을 밀어 올린 것이었다.
비구니들은 은밀히 전사의 성으로 모여들었다.
유일한 피난처이기도 했지만 성주가 여자라는 점이 망명지로서 적합하다고 판명한 것이다.
지난 십년간의 세월은 산공독을 몰아내고 사망탄의 폭류에서 휩쓸리며 당한 내상을 치유하는데 사용되었다.
이제, 비구니들은 과거의 무공을 원래대로 회복시킨 상태였다.
그러나, 복수의 길은 난망한 일이었다.
뇌정마찰!
천축무림의 거대한 아수라집단을 치기엔 비구니들은 너무도 미약했던 것이었다.
숫자적으로도 그랬고, 암흑제석천 발타란 이름은 불가항력적인 존재였기에.....
그때, 능운비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엿보이는 엄청난 잠재력.....
그가 하늘의 천신지신(天神之身)임을 알아본 것이었다.
“운비.....당신밖엔 없어.....”
공작천불후는 능운비를 내려보며 말끝을 흐렸다.
(원한의 계승인가?)
능운비는 내심으로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천축의 평화와 공작대가람의 복원.....그 일을 맡을 수 있겠어요?”
원한과 저주의 불꽃이 타오르는 여인의 동공이다.
“.....!”
“......!”
눈과 눈이 마주쳐졌다.
“그런 말이 없더라도 아수라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그런 인간말종자들과 함께 공기를 마신다는 것은 죄악이야!”
공작천불후는 교구를 일으켜 세웠다. 순간, 모든 비구니들이 따라 도열해 섰다.
“자매님들.....공작음양합환술을 펼칠테니 준비하도록 해요.”
공작천불후는 짧게 말했다.
사르륵......
이 무슨 해괴한 짓들인가?
허물을 벗듯 비구니들이 가사자락을 열어젖혀 벗는 것이 아닌가?
희멀건 미끈한 여인들의 나체가 숲을 이루었다.
참으로 현란하기 이를데 없었다.
사실, 가사를 입고 있을 때엔 알 수 없었다.
머리카락을 홀랑 밀어버린데다가 가사마저 똑같으니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사를 벗은후부턴 얘기가 달라진다.
형형색색(形形色色)이라는 말로밖엔 표현할 수 없다.
피부가 그지없이 맑고 깨끗한 우유빛의 백색미인(白色美人)에서부터, 까무잡잡한 갈색의 피부에, 불길에 닿아 달아올라 있는 듯한 홍조띤 붉은 피부까지 다양하기 이를데 없는 살결을 지닌 여인들이다.
가장 중요한 색상의 변화는 은밀한 부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미끈하게 뻗어내려가 있는 허벅지 살이 모아져 있는 중심부.....
털빛(毛色)이 화려하기 이를데 없었다.
황금빛 터럭(毛)이 휘황한 광채를 흩뿌리고 있었다.
금빛만이 아니라 갈색도 있었으며,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은색(銀色)도 보인다.
간간히 섞여 있는 석양의 노을처럼 붉은 단풍림(丹楓林)이 우거져 있는 것도 눈에 띄고, 하늘빛처럼 푸른 파란색의 털숲도 있으며, 봄날의 파릇한 풀빛처럼 부드러운 연녹색의 털빛도 엿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무색(無色).....
어떤 색도 보이지 않고 있는 희고 따뜻한 신비의 둔덕에 갈라진 은밀한 계곡을 그대로 보이고 있는 여인.....
(머리하고 마찬가지로 그곳(?)도 민둥산인걸.....?)
능운비의 동공은 경악으로 더욱 흡떠졌다.
터럭이 보이지 않는 민둥 샅을 지닌 여인이 다가오는데 그녀는 다름아닌 공작천불후였다.
출렁!
나이만큼이나 농익은 젖무덤이 일렁이고, 그녀는 능운비의 하체로 앉았다.
능운비는 알몸이었다.
그런 그의 하체 중심, 우거진 검은 수림 사이로 하나의 축늘어진 물체가 보였다.
그것을 공작천불후는 소중히 보듬어 쥐었다.
“참아야만 해요. 우리 모두는 당신의 여자가 될 것이지만.....당신은 절대로 정기(精氣)를 내뿜어서는 안됩니다. 공작천불력을 얻기 위해선.....당신은 나 공작천불후와 백일곱명의 공작천불화(孔雀天佛花)의 정절과 환희를 접수하지만.....당신은 참아야만 합니다. 운비.....명심하세요.”
입을 한껏 벌려 가득히 입안으로 삼켜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두 손은 능운비의 허벅지와 아랫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공작천불후의 입안에서 그의 하체중심이 팽창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 대(一對) 백팔(百八).
그런 전율적인 화합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첫댓글 즐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즐독하고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 ^
공작왕이 되고 싶다~~~~ㅋㅎㅎ
잘보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
ㅎㅎㅎㅎ 일대 백팔이라....뼈골이 상접하겠네 ㅋㅋㅋㅋ
잘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
ㅎㅎㅎ 부러버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즐독하구가요~
잘읽었습니다!/ㅎ
살수있을까???ㅡ,.ㅡ;;
잘 보았읍니다
우 후 ``감사합니다,,
즐독......................
즐독이요
잘 보고 갑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등골이 휘겠다
항상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수고하셧습니다 ^^
잘 읽고 갑니다.
고문도 고문도 최악의 고문이것네요~~~
감사합니다
즐겨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줄겁게 열독하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즐독 &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읍니다
대단합니다
108명을? 세상에 이런일이~~
잘보앗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