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고 산뜻한 이야기 하나쯤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오늘 이야기도 그래서 흥미 있는 사설은 아니다
그렇다고 오씨처럼 순천만 갈대숲 같이 가자던 여인에게서 버림 받았다는 구슬픈 사연은 아니고
거의 매일 실수 한 가지씩 한다
당연히 큰 일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덤비니 아직 그렇게 표나게 실수는 않지만
자잘한 실수는 거의 일상이다
- 10월4일을 9월4일로 표기하기
- 자동차 기름 넣으려 주유소에 들렀다 담배만 사 가지고 나와서 다시 기름 넣으러 되돌아가기
- 주유캡 잠그지 않아 운전 중 딩딩 경고음 듣기
- 현관문 잠그지 않은 것 같아 운전 중에 되돌아가서는
가라지 문만 확인하고 현관문 확인하는 것은 잊어버리기
-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까지 하지만 혈압약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헷갈리기
- 비가 온다는 뉴스에 정신 바짝 차리고 자동차를 챙기지만
창문을 열어놓아 다음날에 좌석이 빗물 투성이었던 일은 열 손가락으로도 헤아리지 못한다
가라지는 아내와 딸아이 전용인 까닭에 나는 바깥에 주차해야 한다
낙엽이 한창 철이다
집 앞 가로수는 앵끼 손가락보다 작은 잎사귀를 가진 수종으로
특히 이 자잘한 낙엽 치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비에 젖으면 빗자루질이나 송풍기로도 깔끔하게 처리가 안된다
부득 수돗물로 씻어내어야 하는데
아내가 봄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용하는 수도 호스가 망가졌다며 사 오라는 전화를 했다
가게에 들러서
수도 호스를 집어 들고 계산기에 카드를 탭 했더니 에러가 난다
이럴 경우에는 리더기에 카드를 읽히고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비밀번호를 눌렀더니 에러다
두 번째도 에러다
세 번째 실수하면 카드 락이 되기 때문에 자세히 살폈더니
크레딧 카드가 아니고 엉뚱한 데빗카드(현금대용 카드)였다
두 카드의 비밀번호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요즈음 시력에 문제가 있으니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주차장 빠져나오는 입구에서 무엇을 사정없이 들어 받았다
차도와 인도의 갓돌을 타고 넘었더니
자동차 하부에서는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나 소리가 큰지 옆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분명 앞을보고 확인을 했는데 대충 확인을 한 모양이다
낡은 자동차라 대강 살피고 집에 왔더니 브레이크 경고 메시지가 떴다
수리하려면 목돈이 들어가겠지만
운전하다 보면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호스를 수도꼭지에 갈아 끼우고 아내에게 사용하라고 했더니
대뜸 잔소리부터 했다
영문을 몰라 멀꿈했더니
긴 것이 필요한데 어째서 반대로 짧은 것이냐며 당장 바꾸라라고 한다
잊어버릴까 손바닥에 '짧은 호스' 이렇게 적어서 확인까지 했었는데 ~~
호씨와 오씨는
조니워커 블루, 로열 살루트에 눈 똥그랗게 뜨고 선착순으로 달려드는 걸 보면
아직 정정해서 앞가림은 하는 모양인데
시간은 어느새 후루룩후루룩 달려서 벌써 겨울이 가까워
하드웨어 가게에는 벌써 눈 치우는 기계가 진열되었다
자동차는 낡으면 고쳐 쓰면 될 테지만
나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실수를 하고
다가오는 긴 겨울을 어떻게 날것인가
낡은 자동차처럼 고치고 갈아 끼울수도 없으니
아무래도 이젠 까마득해져 버린 산수공부를 해서 머릿속을 좀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단풍구경 간다고 애들처럼 헬레레해서는 큰일 나겠다
오늘 빠가야로가 된 것 같아 심란하구만
뒤뜰의 저 달은 왜 저리 밝기만 하누~
하테스님은 이해됩니다
일흔 이시니 ㅎ
ㅎㅎ 우리 나이에는 흔히 있는 깜박 하는 건망증이랍니다
저도 열거하자면 수도없답나다
그 깜박 한거까지
잃어 버란답니다
집애서 나올때
챙겨야 될 것을 몇번씩 다시 들어갔다 나오는 일이 수도 없구요
차를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데 늘 하던 것이 생각이 나서 내려 추운데서 15분 이나 기다려서 타고 보니 아까 탔던 차 그낭 있어도 되는데 갈아 타서 시간 낭비에 추운데서 고생 하는 것 생각 하면 짜증나고 화가 난답니다
어쩔 수 없나봐요
나이 먹으니 회로가 제 작동을
안 해주니요
크게 안아프면 다행이지요 ㅎ
저는 조금 전에 본 사람도 얼굴을 기억 못하고 누군지도 몰라서 오해도 받고 욕도 먹는답니다
슈퍼애 뭐 사러 갔다 기억이 안나서 못사오는 것이 수도 없구요
금새 물어보고 몰라서 또 묻고 에고 증말 왜 이러는지요
기억력 하면 저였거든요
무엇이든지 기억해서 컴퓨터라고 했는대 아침애 엤었던 일 가게부
일기 쓰려고 하면 하나도 생각이 안나고 무슨 글을 쓰다가도 그 이름이나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앞이 콱 막히면 못쓰고 맙니다
아이고
이런 장문의 댓글을 주시니
산나리님 께서는 실감 나시나 봅니다 윗연배 되시니 이해됩니다 ㅎ
@단풍들것네 오죽하면 치매 검사 하러 갔더니 23점 까지가 정상인데 저는 26점이 나왔다고 괜찮다고 순간적 건망증 이라고 하네요
@산 나리 ㅎㅎ 축하합니다 ~~~~~~~~~~
머리를 많이 쓰야 할것 같아요
앵끼손가락?ㅎㅎ
빠가야로? ㅎㅎ
어짜까이
차도 사람도 고물이 다 되어가니
힘 내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안즉
일흔은 안 되었으니 말이요
그러게요
내년이면 더할텐데 우얄지 걱정 ~~
다 기억 하시니 단순 건망증 입니다. 다들 겪는 일이니 걱정안하셔도.
치매 울 엄니는 오전에 일을 다시 물어보면 ~몰라~ 하십니다.
아무레도 빠릿빠릿은 이제 잘 안됩니다 에효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