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앞바다에 석유는 모르겠고 이것은 확실히 사로잡은 홍게 대박”...
포항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해변캠핑장’ 일출과 캠핑, 자다가 텐트 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해바다 해안도로 시야를 가로막는 그 어떠한 것도 없어 탁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구룡포시장의 홍게 , 해산물 , 활어회등 또한 해안가에서 물고기와 작은 게 등을 잡을 수 있고 바위 사이로 물질하는 스노클링도 가능해 심심할 틈이 없다.
구룡포는 조선 시대까지 대체로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그러나 1883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일통상장정 이후 일본인의 조선 출어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인이 대거 정착하기 시작했다. 1906년에는 가가와현의 어업단 80여 척이 고등어 떼를 따라와 구룡포에 눌러앉았고 일제강점기가 되자 구룡포는 일본의 어업기지로 떠올랐다.
자연스레 일본인 가옥거리도 생기면서 지금도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2019년 방영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도 유명해 관광객들이 꽤 몰리는 곳이 되었다. 특히 동백이 집인 까멜리아와 공원 등이 인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 50년 넘게 바닷바람에 국수 가락을 말리며 재래식으로 만드는 국수공장 해풍국수, 구룡포의 향토음식인 모리국수, 70년 전통의 찐빵과 단팥죽 맛집인 철규분식도 입을 즐겁게 한다.
역사 수업은 여기까지 하고 시장에 들어서면 항구에 인접한 시장답게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듯한 해산물이 먼저 반긴다. 활어와 대게, 과메기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눈길은 이미 홍게에 가 있다.
참고로 홍게도 종류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연안과 가까운 수심이 얕은 곳에서 잡히는 연안홍게는 일명 ‘연지홍게’라고도 불리는데 장맛이 대게와 흡사하고 단맛이 난다.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많이 잡혀 가성비가 좋아 칼국수나 라면에 육수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깊은 수심에서 잡히는 홍게는 목질이 단단한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차 있다고 해서 이름이 박달홍게이다. 크기가 크고 살이 튼실해 연안홍게보다는 가격이 비싸다.
막걸리 안주로 제격인 홍게칼국수와 해물파전
포항물회에는 육수를 안 넣는다고?
서울서 포항까지 온 아쉬움과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 덕분에 40년 인생 처음으로 포항식 물회를 맛보게 됐다.
응당 물회라면 얼음 동동 뜬 시원한 육수에 광어·도다리·한치 등 각종 회와 채소를 넣고 초장 듬뿍 뿌려서 새콤달콤하게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포항식 물회는 뻑뻑하다. 육수 대신 얼음과 물을 조금 넣고 초장 대신 고추장으로 양념을 맞추니 그럴 수 밖에… 취향에 따라 설탕, 초고추장, 식초를 둘러준다고 하는데 물 없는 물회인 포항스타일은 조금 익숙지 않았다. 나 같은 관광객을 위해 포항식 물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물회도 팔고 있었는데 여럿이 갔다면 하나씩 시켜 맛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물회를 시켰는데 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낸 나머지인 ‘서더리’로 매운탕을 끓여줬다. 더운 여름에 시원함을 느끼고자 물회를 시켰는데 뜨거운 매운탕이라니… 이것도 약간 문화충격이었는데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사장님이 “물회 먹을꺼지요?”라고 물으면서 매운탕 냄비에 불을 댕긴 게 바로 이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