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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명문대학 진학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이유
지난 주에는 한국의 모 텔레비젼 방송국 작가와 미국교육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이 준비중인 한국 사교육 개선 프로젝트에 미국의 예를 참고하겠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미국에는 왜 사교육이 한국에서 처럼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느냐?’ 하는데 관한 브레인 스토밍이 되었다. 막상 사교육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그 내용이 초등학생의 예능교육에서 대학생 혹은 성인의 스펙쌓기까지 너무나 다양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것은 한국의 가장 큰 사교육 시장인 대학입시 대비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미국에도 대학 입시 직전에도 프린스톤 리뷰나 카플란 같은 전국 규모의 학원이 있고, 일부 학부모들의 열기는 한국보다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그러나 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상위 5% 내의 학생들과 일부 이민자들 (혹은 조기유학생)들과 그 학부모들 정도이다.
두 나라의 차이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한국에 비하면 명문대학에 대학 욕심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면 중산층 출신 고등학생들이나 부모들이 구태여 명문대학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는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 내용을 정리해 본다.
1)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어도 취업과 승진에 불편함이 없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혹은 유럽의 여러나라와 같은 전통사회에서 명문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취업과 승진에서 유리하다는 점이다. 명문대학 출신은 대기업 취직에 유리하고, 취직을 해서도 사내에 형성된 동창관계를 이용해 승진을 하기 쉽고 조직의 보호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는 너무 많은 대학이 있고 너무 많은 직업이 있기 때문에 한 학교 출신이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구조다.
2) 미국에서 사회적으로 명문 프리미엄이 그리 크지 않다. 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과 태도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도 명문대학 출신이라면 취업과 진학에 일정부분 프리미엄이 있다. 그러나 일단 일을 시작하면 자신의 능력으료 평가를 받기 때문에, 그 효과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단 일반적으로 명문대학 출신들이 똑똑하고 목적을 추구하고 달성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받아야할 당연한 대접을 받는 정도이다. 때로는 명문대학 출신이라는 스펙이 고용주에게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의 부족이나 융화력 부족, 오랜기간 종사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려 역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3) 명문의 집단적인 힘이 약하다. 명문이 사회에서 힘을 발하려면 일단 숫적 우위를 점해야 하지만, 미국 명문대학의 공통점은 소수정예라는 점이다. 결국 사회에서 힘을 발휘하는 쪽은 명문대학이 아닌 대량생산되어서 많은 숫자가 살아 남고 또 죽어가는 일반대학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뉴욕의 회계사 사회를 꽉 잡고 있는 동창회는 아이비리그인 컬럼비아 대학 출신이 아니라, 뉴욕시립대학인 버룩 칼라지 출신들이다. 그 이유는 매년 컬럼비아에서 배출되는 회계사의 숫자가 불과 수십명에 볼과하지만, 버룩칼리지에서는 수백명씩 졸업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컬럼비아 출신들은 공부를 계속해 교수로 빠지는 확률이 높지만, 버룩 출신들은 현장에서 뛰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두 학교의 교육의 질의 차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4) 사회에서 인정받는 명문대학이 너무 많다. 일본에서는 동경대학, 중국에서는 북경대화과 칭화대학, 한국에서는 서울대학이 최고의 대학이다. 그것에 관하여 이론을 제기할 여지는 별로 많지 않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하버드 대학은 자타 공히 세계 최고의 대학일까? 하버드는 영국의 더 다임스나 중국의 인민일보, 한국의 세계 대학 평가에서도 항상 1등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 이외의 평가일 뿐 미국 내에서의 평가에서는 하버드 대학도 평가기관의 시각에 따라 1~4위를 오르내린다. 또한 하버드 대학은 기초 학문에 치중하기 때문에 분야에 따라 하버드를 능가하는 학교들이 넘쳐난다. 전공별로 특화된 학교를 육성하는 미국에서는 많은 학교가 명문으로 인정을 받는다. 또한 각 주별로 집중 육성하는 주립대학들도 그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주변에 많은 명문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서울대학이나 일본의 동경대학이 갖는 절대 명문의 타이틀은 불가능하다. 절대강자가 없다보니, 집착해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5)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학부보다는 대학원 전공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는 것은 감정적인 잇점이 있지만, 좋은 대학원을 나온다는 것은 실질적인 혜택이 있다. 3대 인기 대학원인 의대, 법대, MBA를 살펴본다면 의대는 입학만 하면 만세이고, 법대는 주내에서 첫번째 혹은 두번째 유명한 학교에 가야하고, MBA는 탑 20 혹은 30안에 입학을 해야만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대학원에 입학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일부러 좀 쉬운 대학에서 학점관리를 하고, 대학원을 명문으로 진학하는 것이 많은 현명한 미국인들의 선택이다.
6) 전공의 유연성이 크고 대학이 개방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명문대학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다. 하버드 대학의 학부정원은 1650명 이지만, 각종 특수 대학원이 있는 대학원 입학정원은 그 몇배에 이른다. 즉 학부에서 명문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본인만 우수하다면, 대학원 과정에서 명문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부에서는 기초과목에 충실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많은 미국인들의 생각이다. 또한 군제대자에 대한 특혜나 성인학교등의 형태로 이들 명문대학에서 언제든지 수강할 수 있고, 그 기록을 가지고 본과정에 진학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성적이 나쁘다고 명문대학에서 공부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반드시 명문대학에 가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7) 재정적 부담이 크다. 대부분 명문 대학의 학비가 미국 중산층 혹은 차상위층의 가정에서 부담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싸다. 년봉 20만 달러쯤 되는 가정이라면 세후 13만 달러정도를 받게 되는데, 그 돈으로는 년 학비가 7만 달러에 달하는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가정이라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대학에서 장학금을 줄 확률은 전혀없다. 미국 명문대학에서는 장학금이란 학업성적에 상관없이 부모의 소득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 부모가 부자라고 해도 한국의 부모들처럼 자식들에게 올인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사고방식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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