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여파에도 수입차의 판매는 굳건하다. 올들어 10월까지 21만대를 넘겼다. 남은 2개월 동안 판매량을 유지한다면 사상 최대 실적도 가능하다. 26만대의 벽이 허물어지는 해가 될 수 있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1등 공신은 코로나 19가 될지도 모른다. 대중교통 이용이 줄어들고 해외여행이 불가능한데 따른 반사 수요다. 이러나 저러나 차는 잘 팔린다.
# 디젤도 고성능…1억 넘는 수입차 아우디 S7 TDI
“디젤은 덜덜거리고 시끄럽고 무거워서 잘 안나간다”는 확실하게 옛날 말이다. 이 차를 본다면 말이다. 아우디의 스포트백 4도어 세단 S7 TDI의 이야기다. 디젤 엔진은 6기통이 되는 순간 해머를 부드럽게 연타로 치는 느낌이 난다. 강하지만 부드럽다. 350마력과 71.38kg.m의 토크는 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하며 감동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가솔린 엔진의 토크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차는 도로를 달린다. 이 차의 가격은 1억 1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높은 가격표를 붙인 만큼 노면 상태에 따라 댐퍼의 강약을 조절하는 전자식 댐핑 컨트롤이나 4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이 개입하면서 차는 터프하게 달려간다.
S7 TDI를 운전하면 무엇인가 독특한 느낌을 받는다. 1000rpm에서 시작한 최대토크가 3000rpm까지 이어지고 이 구간 사이에서는 출력 곡선이 45도로 이륙한다. 꾸준하게 차를 밀어주는 힘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4000rpm까지 이어지는 토크는 4500rpm에 이르러서야 하향세를 그린다. 사실상 디젤 엔진으로 1000~4500rpm까지 계속 강력한 힘이 나온다. 아우디의 새로운 3.0 TDI 엔진의 특징인데 S7과 어우러지면서 제로백 5.1초의 성능이 나온다.
지난 4달 동안 이 차의 판매 실적은 총 69대. 적은 숫자지만 한 번 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적인 성능을 가진 차다. 아우디의 S7 TDI.
# 7인승 디젤 SUV가 왜 이렇게 잘 달려?
길이는 5.15미터다. 폭은 2미터.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무려 3.1미터다. 엄청난 덩치를 가졌으니 당연하게도 무게는 공차중량 기준으로 2.5톤에 이른다. 시트는 7개나 들어갔고 프리미엄 브랜드다. BMW의 SUV X7이야기다. 그런데 이 차. 앞서 이야기했던 아우디의 스포트백 S7 TDI와 견주어 뒤지지 않는 가속성능을 가졌다. 제로백 5.4초다.
BMW는 2018년 겨울 LA오토쇼에서 7인승 SUV X7을 공개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7인승 SUV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3열에 럭셔리하지만 구부정하게 앉는 사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 차에는 고성능 모델도 있다. 심지어 디젤 엔진이다. X7 M50d의 가격은 1억6270만원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만 114대나 팔렸다. 누가 샀을까 궁금하긴 한데 사실 성능이 더 궁금하다.
이 차의 크기를 쉽게 설명하자면 카니발 보다 더 크다. 폭이 2미터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주차장 규격이 대부분 2.2미터~2.4미터 인 것을 감안하면 쉽게 문을 열고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주차장에서 어렵게 운전석에 오르더라도 도로로 나가는 순간 별천지가 열리는 차다. 2993cc의 6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은 4400rpm에서 4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토크는 무려 77.5kg.m인데 2000~3000rpm 사이에 나온다. BMW의 디젤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520d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차는 증명한다.
스포츠카 뺨치는 달리기 성능을 가졌지만 7인승이고 SUV다. 마치 씨름선수가 100미터 대회에서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느낌이다. 이런 세그먼트의 자동차가 잘 팔릴까에 대한 의문은 벌써 사라졌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들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다. BMW에 X7이 있다면 메르세데스-벤츠는 GLS를 내놨고 전통적인 이 시장의 강자 랜드로버 역시 레인지로버를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에 이어 람보르기니까지 대부분의 고급차 브랜드가 대형 SUV를 내놨다. 거기에 일부 브랜드들은 디젤 엔진을 얹는다. 고급, 잘 달리는 디젤차가 여기서 나온다.
# 전통의 럭셔리 세단에도 디젤 엔진은 들어간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는 고급 세단의 대명사다.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팔린다. E클래스는 올해 세계 1위 판매량을 기록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S클래스는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어서 주춤하지만 그래도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 눈에 띄는 차종은 S350d 4MATIC이다. 사륜구동인 S클래스 디젤 세단이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1792대. S클래스 가운데는 가장 많은 숫자다. 동급 경쟁자인 BMW 7시리즈 디젤이 모델별로 200~400대 사이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 세그먼트 1위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1억3420만원의 S350d 4MATIC은 6기통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9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고 에어매틱이라고 부르는 서스펜션 기술이 들어간다. 이 차의 주행성능, 승차감은 이 기술들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이 차의 강점은 가격표와 어울리지 않는 경제성이다. 동급 모델에서는 유지비가 저렴하고 연비가 좋다는 이유다.
외형은 S클래스의 웅장함이 그대로 살아있고 실내에서도 사실 디젤 엔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정숙하고 부드럽다. 세상 모든 디젤차가 이렇다면 가솔린 엔진이나 전기차도 위기를 느끼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플래그십 세단과 디젤 엔진은 어울리기 힘든 주제다.
# 10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1위도 디젤
독일산 수입차를 중심으로 아마도 당분간은 디젤 파워트레인은 계속될 전망이다. 식지 않는 판매량이 인기를 증명한다. 10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폭스바겐의 티구안이다. 중형 SUV로 디젤 모델만 내놨는데 4륜구동이 아닌 기본 모델이 1089대가 팔렸다. 폭스바겐은 지난 달 판매한 7개 차종이 모두 디젤이다. 향후 제타를 포함해 가솔린 엔진이나 하이브리드 등을 추가한다고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디젤이 대세다.
이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도있다. 수입차 가운데에서 볼보자동차는 탈 디젤을 선언했다. 디젤 엔진을 더이상 도입하지 않고 가솔린 엔진도 배제한다는 전략이다. 모든 차를 전동화 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국가별로 차이를 두고 있어서 일부 국가에서는 계속 디젤 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소형 SUV XC40의 파워트레인을 B4로 바꿨다. 마일드하이브리드를 적용한 가솔린 엔진이다. 이 차는 10월 1017대를 판매해 티구안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수입차 업계는 파워트레인 다양화라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디젤도 고성능, 효율성 등 각각 자동차의 성향에 맞는 형태로 구성하고 여기에 전동화를 연결하고 있다. 가솔린 엔진도 마찬가지고 순수 전기차 보다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파워트레인을 만들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제가 생겼다. 어떤 파워트레인을 고를까. 게다가 가솔린만 조용하고 부드러운 고성능인 것이 아니라 디젤도 못지 않다는 것을 수입 고급차 브랜드가 증명하고 있다. 다만, 유로6 규정을 맞춰야 하는 만큼 요소수 주입이 필수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