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별일이 다 생깁니다만, 운전을 하는 사람으로써 겪는 날벼락 중 하나가 교통사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어제 겪은 교통사고를 이야기해볼까요?
월요일 아침, 용인서울 고속도로를 타고 출근중입니다. 헌릉IC를 통해 강남으로 나가는 길, IC 부근은 Rush Hour 때 당연히 막힙니다. 차량들이 서행하겠죠. 어제는 특히 심했습니다. 임시로 보호하던 피레니즈 2살배기 두식이를 태우고 밀린 차들 뒤에서 정지해 있던 중, 쿵~ 쿵~ 쿵~ 하는 소리가 제 뒤를 엄습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차에도 쿵~ 하고 충격이 왔습니다. 5중 추돌!
베라크루즈를 몰던 아주머니 (40대 후반 정도)가 브레이크를 전혀 밟지 않은 상태로 i30를 추돌, i30는 폭스바겐 시로코를, 시로코는 에쿠스를, 에쿠스는 제 CTS를 박은 겁니다. Skid Mark가 전혀 없었습니다. i30에서 젊은 아주머니가 갓난 아이를 안고 울면서 나오더군요. 차가 많이 상했습니다, 심하게. 앞의 시로코에는 아주머니와 젊은 아들이 하차, 역시 뒷부분이 많이 상했습니다. 에쿠스에는 40대 후반의 배나오신 남자분이 목을 잡고 나오고, 제 차에서는 비교적 멀쩡한 저와 약간 놀란 두식이가 있었습니다. 뒷 범퍼가 약간 긁힌 정도로 보였습니다.
가해자 아주머니, 몹시 놀라며 허둥지둥합니다. Rush Hour인지라 차가 몹시 밀리기 시작하고, 사고 뒤 2분 정도 후 도로교통정비차량이 나와서 혼잡업무를 시행하더군요. 빨라서 좋았습니다. 차량을 갓길로 세우고, 아주머니에게 보험 신고접수번호를 받고 회사로 향했습니다.
이럴 경우, 사고처리 과정이 궁금해지게 됩니다. 차량이 서행을 하는 상태에서 다중충돌이 발생하면 바로 뒤의 차량이 손해를 배상한다고 합니다.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다중충돌이 발생하면 맨 뒤의 차량이 가해차량이 된답니다. 제 경우는 정지 상태였으므로, 가장 뒤의 베라크루즈 과실입니다.
말 한마디면 천냥 빚을 갚습니다. 가해자에게 전화를 해서 바로 뒤의 에쿠스 차량 운전자 전화번호를 묻기 위해 전화를 했습니다. 사고 시간이 아침 09:10, 아주머니가 경황이 없을까 일부러 오후 15:40분에 전화를 했습니다.
나: 에쿠스 기사분 전화번호 알 수 있을까요?
가해자: 경황이 없어 제대로 저장을 하지 않았어요.
나: 아, 사고접수번호를 네 분에게 전송하셨고, 제 전화번호는 지금 확인하실 수 있고, 나머지 세 분에게 전화를 하시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가해자: 지금 경황이 없어 그럴 수가 없어요. 사고낸 것도 고의는 아니고.
나: 그래도 잠깐만 수고하시면 되는데, 나머지 세 분에게 전화하셔서 알아봐 주세요.
가해자: 아, 진짜... 아침부터 왜 이따위 전화를 해서 아침부터 사람 정신없게 만드는거야! XXY&(S*S
나: 아주머니, 가해자로써 피해자들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런 막말을 하시면 안되죠. 그따위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오후 3시 이후예요. 당황하셨을까봐 일부러 시간을 두고 전화드린거예요.
가해자: 이런 @&#^$(ㅉ, 이따위 전화를 하는 의도가 뭐야????
통화는 여기서 끝냈습니다. 아주머니 막말을 듣기 싫어 그냥 전화끊고, 보험사로 전화했습니다. 나중에 가해자가 한차례 전화를 더 해왔지만, "보험사와 이야기하겠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 하고 전화 끊었습니다. 보험사로 통보한 내용은, "가해자가 사과는 커녕 막말을 하더라. 이런 비상식적인 분에게는 가장 상식적인 방법으로 대처를 하는게 나아보인다. 3주 진단이 나왔고 치료 모두 받겠으며 차량 수리도 지정대리점에서 정식으로 하겠다"
차량 수리비 (범퍼 도색)는 개략 100만원 정도 소요된다 합니다. 유사차량 (Mercedes E250) 렌트 3일, 제 3주일간 치료비 개략 200만원. 결국 좋은 말 한마디로 끝낼 사고를 가해자는 제 보상으로만도 400만원 이상을 보험으로 물겠죠. 기타 피해자에게 소요되는 보상비용을 생각하면, 이 아주머니 내년 보험료가 엄청나게 인상되리라 봅니다.
이 아주머니 가해자가 사고 후 피해자들에게 한 차례씩만 전화를 해서 혹시 아픈데가 있는지, 업무 지장이 있었는지, 놀랐는지.. 등등을 물어보고 사과를 했다면 보험사 합의도 이뤄지고 보상액도 현저히 줄었을꺼고, 피해자들의 분노도 최소화되었을텐데, 상황은 최악으로 돌아선 셈입니다.
배울만한 교훈이 있어 보입니다.
첫댓글 많이 다치시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세상사는 태도의 문제가 중요하리라 봅니다. 안전운전하세요^^
희한하게도 몸엔 큰 이상이 없습니다. 돌쇠인거죠!
천만 다행입니다~~
근데 본인이 잘못해놓고 욕은 왜 ?
몸잘~~챙기시고 안운하세요
비상식적인 사람이니 저런 사고를 냈겠죠!
크게 안다치셔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같이 욕해주시고 보험처리하시지~~
전 욕 안하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대신... 주먹을 날립니다! (농담 ^^)
사고시에는 상대방 보험접수 번호받으시고 나서부터 가해자랑 대화안나누시는게 좋아요~ 차라리 상대방 보험사 대물, 대인 담당자랑 얘기하시는게 편하고 기분나쁠일도 없구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사고의 경우에는 흥*화재가 보험사였는데, 담당자가 비아냥거리는 투로 연락을 해서 맘 상했었습니다.
이래서 차가 중요합니다. 튼튼한 차에 있어서 괜찮으신거죠. 그나저나 저런 막돼먹은 사람에게 아주 상식적으로 하신 것은 최고시네요. 말 한만디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경험시켜주는 것이 좋겠죠. 그래도 병원은 꼭 가보시길...
동감합니다. 병원은 꾸준히 다니고 있습니다만 차도가 없습니다. 원래부터 건강했던지라!
사고시에 서로 곤란하기 때문에 보험사를 통해서 얘기한다고 합니다. 괜히 마음 상하시지 말구, 그냥 편히 보험사를 통하시길~ 돈주고 보험 들었으니 활용하세요.
당연히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사고 처리과정에서 본의아니게 가해자 및 이해당사자들과 접촉을 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나름입니다. 여기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은 "인격"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합니다.
그러게요.. 말 한마디가 천냥빛을 갚는다는데..
고의가 아니더라도 본인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사과를 하는게 당연지사인데..
"인격"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