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엄마하고 말 안 할 거야.’
이를 악 물고 다짐했다. 이렇게 몇 년만 지나면 틀니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금니를 너무 자주 악물어서 다 빠져버릴 테니까. 어쩌면 합죽이 입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내 나이 이제 겨우 열한 살인데.
“알아듣겠니, 못 알아듣겠니?”
엄마가 또 물었다. 다신 엄마하고 말하지 않겠다니까. 나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너 아무래도 매를 맞아야 말을 듣겠구나.”
엄마가 빗자루를 집어들고 협박했다. 저 저주스러운 공포의 빗자루. 이제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나는 자존심을 모두 구겨 쓰레기통 속에 처박듯 대답했다.
“알았어요.”
“뭘?”
“앞으로 엄마 말 잘 듣겠다고요.”
엄마가 골라주는 옷도 입고, 엄마가 먹으라는 반찬도 잘 먹고, 엄마가 다니라는 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엄마가 읽으라는 책도 열심히 읽고, 또 엄마가 자라면 자고, 엄마가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나겠어요. 무조건 엄마 말만 잘 듣겠다고요.
이렇게 말하면 엄마 속이 후련해질까?
엄마는 내가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시킨다. 오늘 일만 해도 그렇다. 엄마는 딸기가 잔뜩 그려진 원피스를 입으라고 했다. 나는 흰색 웃옷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싶었는데. 딸기 원피스는 어린 아이들이나 입는 옷이다. 거기다 분홍색 리본으로 양쪽 머리를 묶어주려고 한다. 나를 유치원 재롱잔치에 내보낼 생각인가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내 마음은 없고 엄마 마음만 있다.
딸기 원피스를 입으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가 만족한 얼굴로 역시 딸기가 그려진 양말을 내밀었다. 딸기 원피스에 딸기 양말이라니. 아이들이 보면 얼마나 놀릴까?
빗자루 앞에서 이렇게 나약해지는 내 자신이 불쌍하다. 아니, 가슴이 아프다.
학교에 가는데 정말로 가슴이 아팠다. 콕콕 쑤신다. 그러다가 다시 괜찮아지고, 또 내 신세를 생각하면 가슴이 쏴해지면서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학교에서는 혜린이 때문에 더 속이 상했다.
“딸기 공주님 납시셨네.”
나를 보자마자 혜린이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요즘 들어 혜린이는 나만 보면 입이 삐죽거리면서 놀린다. 아무래도 나한테 심통이 난 것 같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내가 혜린이한테 나쁜 짓을 하거나, 욕을 하고 다닌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내가 너무 유치해서 나한테 멀어진 것 같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혜린이는 정말 어른스럽다. 요즘은 얼굴에 화장도 하고, 얼마 전에는 귀도 뚫었다. 모두들 혜린이를 부러워한다. 나도 혜린이처럼 화장도 하고 귀도 뚫고 싶은데, 엄마가 알면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서 마음껏 화장도 하고 멋도 부리고 싶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어른이 돼보지도 못하고 죽을 것 같다.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 며칠 전부터 왼쪽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처음에는 엄마한테 혼나서, 혜린이 때문에 속상해서 가슴이 아픈 줄 알았다. 그런데 가슴속이 아니라 겉 쪽이 아팠다. 손을 대면 비명이 나올 정도로.
왼쪽 가슴을 만져보았다. 딱딱한 멍울이 만져졌다. 또 가슴 부분이 빨갛게 변했다. 혹시? 유방암? 당장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해보았다. 맞다. 내 증상이 유방암 증상과 똑같다.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잘 수 없었다. 내가 암에 걸리다니. 지금까지 텔레비전 드라마 여주인공들이나 걸리는 병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나는 몇 날 며칠 동안 고통 속에서 보냈다. 엄마한테 이 사실을 말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죽고 난 다음에 슬퍼할 엄마를 생각하니 조금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러게 있을 때 잘해주지 그랬어요?’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 엄마한테는 죽기 전날까지 비밀로 하기로 하자. 그게 엄마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복수다.
하지만 친구 윤신이에게만은 고백하기로 했다.
“너에게만 말할게.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나 암에 걸렸어.”
윤신이의 큰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그리고 2초도 안 돼 그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나도 코 끝이 찡해졌다.
“이제 난 얼마 못 살 거야. 이건 너한테 줄게.”
나는 윤신이 앞으로 상자를 내밀었다. 그동안 내가 아끼던 물건들. 캐릭터 수첩, 지난 여름 해외 여행 갔다가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 껍질, 지금까지 빠졌던 내 이를 모아놓은 작은 병, 작년 크리스마스 때 받은 선물들.
상자에는 내 전부가 들어 있었다. 윤신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안 돼. 이건 받을 수 없어. 너한테 얼마나 소중한 물건들인데.”
“아냐. 받아줘.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이야. 이 물건들을 보면서 나를 영원히 기억해줘.”
“현정아.”
“윤신아.”
우리는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정말이지 이대로 죽기는 싫다.
몸이 점점 이상해졌다. 기운이 없고, 밥맛도 없다. 죽음이 점점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죽음이 가까이 올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혜린이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게 필요 없어진 저금통을 깨서 혜린이가 갖고 싶어하던 시계를 선물했다. 혜린이가 놀라서 어디 가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혜린이가 나에게 그동안 못되게 굴어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피아노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갔다. 힘 없이 현관문을 여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폭죽이 터졌다. 깜짝 놀라서 집 안을 보니, 세상에!
엄마, 윤신이, 혜린이, 친구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친구들은 나를 보자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영문을 몰라 서있는데 엄마가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현정이 열한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아이들이 일제히 말했다.
“생일 축하해!”
내가 벌써 죽은 건 아니겠지? 여기가 천국은 아닐 텐데.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니, 생각도 못했다.
엄마가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선물을 내밀었다. 내가 부러워하던 1단계 스포츠형 브래지어다. 혜린이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다. 꿈만 같다.
“너 윤신이한테 암에 걸렸다고 말했다며? 걱정 마. 넌 절대 안 죽어. 이제 이게 필요한 나이가 됐을 뿐이야.”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엄마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계속 웃고만 있다. 아무래도 내가 이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암이 아니라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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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뒤 3학년 5반 교실에 어머니들이 모여들었다. 어머니들은 굳은 얼굴로 차례로 교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수진이 어머니 얼굴은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험악했다.
3학년 5반 담임인 이하연 선생님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어머니들이 다 모이자 수진이 어머니가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우리들이 오늘 왜 모였는지 아시겠죠?”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혜 어머니가 협박하듯 말했다.
“당장 백민철을 특수반으로 보내세요.”
어머니들이 한마디씩 했다.
“더 이상 그런 애를 우리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게 할 수 없어요.”
“그래요, 보내요.”
선생님은 죄인이 된 것 같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3학년 5반 백민철은 장애아다. 나이는 열 살이지만 지능은 다섯 살 정도밖에 안 된다. 공부 시간이면 교실을 마구 돌아다녔고, 점심 시간이 되면 밥과 반찬을 더 달라고 떼를 쓴다. 준비물을 한 번도 챙겨온 적이 없고, 집에 가고 싶으면 공부 시간이라도 책가방을 들고 나가 버린다.
얼마 전 백민철 짝이 김수진으로 바뀌었다. 김수진은 3학년 5반 회장인데 수진이 어머니는 학교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들 정도로 열심이다.
사실 어머니들은 오래 전부터 백민철을 특수반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가 나서서 선생님한테 말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었다. 이번에 짝이 바뀌면서 수진이가 민철이 짝이 되자 수진이 어머니가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선생님은 거센 어머니들의 항의에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만 있었다.
수진이 어머니가 최후통첩을 하듯 말했다.
“좋아요. 선생님께서 그렇게 고집을 피우신다면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하겠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교육청에라도 건의를 하겠어요.”
교육청이라는 말에 선생님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은 울 것 같은 얼굴로 어머니들을 보며 말했다.
“조금만 더 지켜봐주시면 안 될까요? 민철이가 요즘 아이들하고 아주 잘 지내고 있답니다.”
“흥! 잘 지낸다고요? 어제도 우리 수진이 치마에 물을 엎질러서 수진이가 울면서 집에 왔는데도요?”
“우리 영미한테는 지우개를 던졌다고 하더라고요.”
“공부 시간에 민철이가 너무 돌아다닌다고 하던데요?”
어머니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불만을 터트렸다.
수진이 어머니가 말했다.
“그런 애가 있으면 다른 애들까지 피해를 볼 거예요. 그러니까 당장 백민철을 특수반으로 보내세요.”
“백민철 한 아이 때문에 우리 아이들 전체가 불이익을 당할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어머니들께 부탁이 있습니다. 다음주에 우리 반 공개 수업이 있습니다. 그때 어머니들께서 오셔서 우리 반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직접 보세요. 어머니들이 보시기에 정말로 백민철이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그때 민철이를 특수반으로 보내겠습니다.”
그제서야 어머니들은 조금 수그러들었다.
수진이 어머니가 다짐을 받아두듯 말했다.
“그러죠. 하지만 그때도 우리들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거예요.”
회의는 끝났다. 어머니들은 삼삼오오 무지를 지어 교실 문을 나갔다. 선생님은 착찹한 얼굴로 맨 끝 유리창 옆에 있는 백민철 책상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공개 수업날이 다가왔다.
3학년 5반 어머니들은 일주일 전처럼 또다시 교실로 모여들었다. 선생님은 긴장한 얼굴로 교탁 앞에 서있었다. 아이들도 긴장을 했는지 전처럼 떠들거나 장난을 치지 않았다.
어머니들은 교실 뒤에 서서 아이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선생님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번 시간은 수학 시간이에요. 모두 준비 됐나요?”
“예!”
아이들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이들은 책상 위에 책과 공책을 펼쳐놓았다.
어머니들은 모두들 맨 뒤에 앉아 있는 백민철을 보고 있었다. 백민철이 어떻게 아이들 수업을 방해하는지 똑똑히 확인할 생각이었다.
역시나, 백민철은 선생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실 안을 돌아다녔다. 책상과 책상 사이를 돌아다녔고, 다른 모둠 아이들 옆을 지나다녔다. 어머니들이 ‘그래, 저럴 줄 알았어.’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어머니들은 서로 귀에 대고 뭔가를 수군거렸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어머니들의 확신은 점점 굳어졌다.
‘그래. 백민철을 특수반으로 보내야 돼.’
책상 사이를 헤집고 다니던 백민철이 의자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때 가까이에 있던 영미와 웅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백민철을 일으켜주었다. 영미는 세심하게 백민철 몸을 살펴보았다. 백민철 무릎이 긁혀 피가 나자 재빨리 양호실에 가서 밴드를 가져다 백민철 무릎에 붙여주었다.
영미 어머니는 이 작은 소동을 보고 놀랐다. 영미는 넘어져서 조금만 다쳐도 기겁을 하고 울던 겁쟁이였다.
선생님이 칠판에 수학 문제를 적었다.
“박상진. 나와서 풀어보세요.”
상진이가 의기양양하게 일어나 칠판 앞에 가서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백민철도 어느새 그 옆에 가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러나 백민철이 칠판에 적은 것은 답이 아니라 멋진 총이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백민철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자 백민철은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백민철이 자리에 앉자마자 수진이가 분필이 잔뜩 묻어 있는 백민철 손가락을 닦아주었다. 수진이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수진이는 외동딸이라서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였다. 그러던 아이가 마치 동생을 대하듯 자연스럽게 백민철의 손을 닦아준 것이다.
아이들이 백민철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전혀 아니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몸에 밴 습관 같았다. 아이들은 백민철을 도와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백민철 때문에 수업이 중단되거나 방해가 되지도 않았다.
수업이 끝났다. 백민철은 어머니들이 생각한 그대로였다. 하지만 어머니들 생각은 이미 변해 있었다.
‘우리 영미한테 저런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야.’
‘수진이가 자기만 아는 철부지인줄 알았는데 친구를 도와주는 모습이 의젓하잖아.’
‘집에서는 동생이 조금만 떠들어도 시끄럽다고 하던 아이였는데….’’
이윽고 선생님이 말했다.
“오늘 어머니들께서 보신 게 평소 우리 반 모습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머니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의젓하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백민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백민철로 인해서 우리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어머니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후, 어느 누구도 백민철을 특수반으로 보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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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추석이라서 엄마와 함께 추석 장을 보았습니다.
“이따가 둘째, 셋째 새 작은 엄마랑 모두 와요?”
소희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송편도 빚고 차례 음식을 장만하려면 모두 와야지.”
“그럼, 보영이랑 서영이, 재영이도 다 와요?”
보영이, 서영이, 재영이는 작은 집 아이들이니까 소희와는 사촌간입니다. 소희와 보영이는 동갑입니다. 생일만 소희가 몇 달 빠릅니다.
‘오지 않는 게 나은데…. 친척들이 몰려 오면 시끄럽고 또 나와 보영이를 비교할 것 아냐.’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집에 오는 것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동생인 태섭이가 서영이, 재영이와 함께 집안을 뛰어다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영이와 비교당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하긴 지난 할아버지 생신 때도 보영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소희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것처럼.
“둘 중에 누가 언니냐, 보영이가 언니지?”
오랜만에 오시는 고모할머니나 친척들은 소희와 보영이를 번갈아보며 묻기 일쑤였습니다. 보영이 키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소희가 보기에도 보영이는 같은 5학년인데도 중학생처럼 보였습니다.
“아니예요, 소희가 언니예요.”
친척들 물음에 보영이는 소희에게 미안한 웃음을 보이며 재빨리 대답하곤 했습니다. 소희 다음에 ‘언니’를 붙이는 것이 옳은지 그 반대인지 주저하는 듯한 말투였습니다.
“그래? 그런데 하는 짓이나 모습이 보영이가 훨씬 언니같아 보이는구나.”
친척 어른들 말에 보영이는 싱긋 웃으며 엄마와 작은 엄마들이 시키는 일들을 척척 해냈습니다.
“교내 연극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며? 그런데 호박전도 태우지 않고 잘 부치는구나.”
지난해 추석 때입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셋째 새 작은 엄마는 웃는 얼굴로 보영이를 칭찬했습니다. 연극대회 대상과 호박전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칫, 그까짓 연극대회!’
“연극뿐이 아냐. 영어 듣기 평가에 나가서도 우수상을 받았다는 걸.”
엄마가 소희 얼굴을 살피며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아빠ㆍ엄마가 돈 잘 버는 의사라서 뒷받침을 잘해주니까 그렇지!’
소희는 동태 살에 밀가루를 씌우면서 속으로 투덜댔습니다. 그러면서 곁눈으로 보영이 얼굴을 훔쳐보았습니다. 못 들은 척하며 호박전을 뒤적이는 것이 얄미웠습니다.
“나는 이제 일은 그만하고 놀아야지!”
소희는 ‘약 오르지?’하는 몸짓으로 밀가루가 묻은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우리, 뭐하고 놀래?”
태섭이와 서영이, 재영이가 소희 앞으로 뛰어왔습니다.
“스티커 사놓은 게 있거든. 우리 스티커 놀이하자.”
소희는 동물 그림 스티커와 자동차, 트럭 등 탈 것 스티커와 풍선 스티커를 내놓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나도 같이 해!”
눈치도 없이 보영이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 보영이는 손을 씻고 소희네로 왔습니다.
“나도 해.”
보영이는 제 동생인 서영이와 재영이 사이에 끼어 앉으며 말했습니다.
“언니, 일 다 했어?”
일학년짜리 서영이가 못마땅한 얼굴로 보영이에게 물었습니다.
“응, 조금 남았는데 엄마가 그만하고 놀라고 했어.”
보영이는 하얀 이를 내보이며 소희를 향해 빙긋 웃었습니다.
‘잘난 체! 누가 너하고 논댔어?’
소희는 보영이에게 잘 어울리는 까만 티셔츠와 같은 빛 쫄쫄이 바지조차 기분이 나빴습니다.
“싫어. 보영 언니하고 안 놀아! 우리끼리 놀 거야!”
여섯 살 재영이가 돌아앉으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끼리 놀 건데. 그렇지?”
소희는 ‘잘됐구나’하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너희 그림자 연극 놀이 좋아하잖아. 재영이도, 태섭이도 그렇지?”
보영이는 조금도 무안해하지 않으며 제 가방에서 종이로 오린 여우와 토끼, 너구리, 곰, 신선 할아버지 등을 꺼내놓았습니다.
‘뭐, 너희?’
심장에서 손톱이 확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보영이가 그림자 연극을 시작하면 새 작은 엄마가 보영이 칭찬을 하게 될 테고, 동생들은 동생들대로 보영이를 좋아하고 따르게 될 일이 싫었습니다.
“얘들아, 비누방울 놀이하지 않을래?”
소희는 재빨리 목욕실로 달려가 그릇에 비눗물을 담아온 다음, 동생들 손에 대롱 한 개씩을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보영이 것은 쏙 뺐습니다.
서영이, 재영이, 태섭이는 키득거리며 비눗방울 놀이에 빠졌습니다.
‘애고, 고소하다, 고소해!’
‘이번에도 오지 않는 걸까?’
처음에는 제발 오지 말았으면 했는데 차츰 마음이 쓰였습니다. 소희는 현관 벨소리만 들려도 뛰어나갔습니다. 셋째 새 작은 엄마가 일할 옷차림을 하고 온 지 조금 됐는데도 둘째 작은 엄마는 오지 않았습니다.
‘띵동’
“작은 엄마예요?”
소희는 현관문을 열며 인사했습니다.
“소희가 문을 다 열어주네!”
활짝 웃는 작은 엄마 뒤를 이어 서영이와 재영이의 얼굴이 눈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보영이는 이번에도 오지 않는 걸까?’
지난 추석 때 보고는 보영이는 한 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작은 엄마, 보영이는…. 오늘도 안 와요?”
“글쎄,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겠다는구나. 예전에는 큰엄마네 집 가는 날이라면 손꼽아 기다렸던 애가.”
“내일도 안 오겠대요?”
“추석에야 오겠지. 보영이도 아마 지금쯤 오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할게다.”
작은 엄마가 말했습니다.
“작은 엄마, 그럼 제가 가서 데려올까요?”
“그럴래? 데리러 왔다고 하면 좋아서 펄쩍펄쩍 뛸게다.”
운동화를 신고 현관을 나서려 할 때입니다.
“소희 언니, 어디 가는 거야?”
현관문 밖에 보영이가 서 있었습니다.
“어, 너 언제 왔어? 지금 널 데리러 가던 길이었는데.”
“그럴 줄 알았어! 미안해. 그동안 소희 언니를 속으로 조금 미워했었어. 정말 미안해!”
보영이가 소희 어깨를 먼저 끌어안았습니다.
“아니, 미안한 건 나야! 몇 달이라도 언니면서 속 좁게 심통 부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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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전봇대! 축구 안 할래?”
대원이가 인혜를 불렀다. 그러나 인혜는 배를 움켜잡고는 교문 쪽으로 뛰어가버렸다.
“땅콩! 집에 가냐?”
골키퍼를 맡은 동석이가 나를 보고 소리쳤다. 또 시작이다. 만만한 것이 내 작은 키인가보다. 이럴 때는 그저 상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반면에 인혜는 여자 애이지만 우리 반에서 키가 가장 크다. 남자애들보다 운동도 잘한다. 다른 반과의 축구 시합 때면 주장까지 맡았다. 그런 인혜를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인혜는 나에게 통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2학기 개학 때부터 인혜가 달라졌다. 전과는 달리 말수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오늘은 오후 내내 배가 아프다며 양호실에 가 있었다.
“얘얘, 인혜가 왜 요즘 저러는 줄 아니?”
“글쎄, 어디 아픈 거겠지.”
나의 짝꿍인 보배가 뒤에 앉은 은미와 하는 얘기다.
“걔 그것 벌써 한다더라. 지금 그거 때문에 배 아프다며 양호실에 가서 쉬고 있는 거잖아.”
보배가 은미에게 속닥거렸다.
‘그거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인혜는 오후 수업 내내 양호실에 가 있었다.
저녁에 아빠가 골목 끝 피자 가게로 나오라고 하셨다. 미장원 아줌마도 나와 계시겠지. 새엄마가 될 분이다. 아줌마 생각만 하면 이유 없이 짜증이 난다. 나한테 잘해줄수록 심술이 더 난다. 나는 마지못해 피자 가게로 나갔다.
“왔니? 네가 좋아하는 불고기 피자로 주문했단다.”
“민우, 안녕. 배고프지?”
아줌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줌마는 종종 우리 집에 들러 빨래며 반찬을 해주고 간다. 아줌마가 싫은 건 아니지만 엄마가 되는 건 반대다.
“민우야, 아빠랑 아줌마가 곧 결혼할 예정인데 괜찮지?”
나는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엄마 없으니까 준비물도 종종 잊어먹지,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지.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잖니. 엄마가 있어야 맛있는 것도 많이 해줄 것이고 네 소원대로 키도 빨리 클 것 아니겠니?”
아빠가 달래듯 내게 말했다. 나는 숙제 핑계를 대고는 가게를 나왔다. 모든 게 짜증났다.
‘칫, 우유 먹으면 키 큰다고 했어. 우유 더 많이 먹음 되지. 새엄마는 필요 없어.’
하지만 나의 소원과는 상관 없이 얼마 후 아빠는 아줌마와 결혼했다.
“오후에 비 올지 모른단다. 우산 가져가렴.”
가방을 매고 현관을 나서려는데 새엄마가 우산을 내밀었다.
“됐어요.”
나는 뚱하게 대답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새엄마는 말없이 내 가방에 우산을 넣어주었다.
쉬는 시간. 동석이와 대원이는 요즘 유행하는 컴퓨터 게임 이야기 중이다. 그 게임이라면 나도 좋아하는 게임이다. 내가 그들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 그 게임 말이야.”
“뭐야, 땅콩! 조그만 게 형님들 말씀에 끼어드는 거 아니다. 응?”
동석이가 내 머리에 알밤을 먹였다. 그때였다.
“너희들, 자꾸 민우 괴롭힐래?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키 작다고 무시하단 큰코 다치는 수가 있어.”
인혜가 애들을 보며 소리쳤다.
“야, 전봇대! 너 요즘 배 아프다더니 머리까지 이상해졌냐? 땅콩 편을 다 드네.”
대원이가 뭔가를 안다는 듯이 인혜를 보며 비웃었다.
“킥킥, 둘이 사귀냐?”
동석이도 대원이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 사귄다. 어쩔래?”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났는지 나는 동석이를 째려보며 대들었다.
“으헤헤! 땅콩이 전봇대를 좋아한댄다, 히야, 전봇대, 너 기분 좋겠다.”
“동석이 너, 매운 맛 보고 싶냐?”
인혜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매운 맛? 웃겨, 피나 흘리고 다니는 주제에, 아얏-!”
동석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혜가 동석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까불지 마, 그리고 누구든 사람 신체를 갖고 놀리는 녀석들은 가만두지 않겠어.”
인혜가 교실이 울리도록 소리쳤다. 순간 교실에서는 쌀쌀한 냉기가 흘렀다. 인혜의 주먹에 맞아 코피를 흘리던 동석이는 울면서 양호실로 향했다. 인혜와 나는 이번 일로 인해서 방과후 교실 청소를 해야 했다. 선생님은 인혜의 등을 토닥이며 말씀하셨다.
“인혜야, 선생님도 네 마음 다 알아. 하지만 같은 반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서될 수 없단다. 앞으로는 사소한 고민이라도 선생님과 함께 풀어가도록 하면 어떻겠니?”
인혜는 조그맣게 ‘네’라고 대답했다.
청소를 마치고 교실을 나올 때였다.
쏴아아-.
‘어? 진짜 비가 오네.’
나는 새엄마가 넣어주었던 우산을 꺼내 썼다. 그때 현관 저쪽에 인혜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용기를 내어 인혜에게 다가가 머리 위로 우산을 들었다.
“같이 쓰고 가자.”
인혜가 씨익, 웃더니 우산을 대신 잡아주었다.
“인혜 너, 아까 정말 캡이었어!”
“자식들, 한동안 내가 조용히 있었더니 나를 무시하네. 예전의 인혜로 돌아가야 정신들을 차린다니까.”
“맞아, 예전의 넌 굉장했는데. 요즘은 통 힘이 없어 보여. 어제는 양호실에까지 갔었잖아.”
“아니야. 내 몸의 변화에 적응이 안 돼서 그래. 엄마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며 축하해주던데. 글쎄, 난 내 몸이 금방 어른이 되는 게 싫은걸.”
“아니 왜, 좋지 않아? 난 땅콩 취급당하는 게 정말 싫거든.”
“그렇지도 않아. 엄마는 나더러 몸만 어른이고 생각은 아직 애라면서 면박만 준다니까. 심부름 시킬 때만 어른 취급하고, 정작 내 의견은 애라며 무시하고.”
빗물이 우산을 타고 내렸다.
‘인혜랑 함께 우산을 쓰고 길을 걷다니.’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꽃 가게 앞 빨간 장미에도 빗물이 맺혔다. 문득 아침에 우산을 챙겨주던 새엄마가 떠올랐다.
“인혜야, 나 잠시 꽃가게에 들릴 일이 있는데 같이 가자.”
나는 모아둔 용돈으로 장미 세 송이를 샀다.
“누구 줄려고?”
“응, 새엄마.”
“우와! 너 정말 멋진 아들이구나.”
인혜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괜히 기분이 으쓱해졌다.
“히, 이제부터 멋진 아들이 돼보려고 해.”
“넌 키는 작지만 마음은 나보다 더 자란 것 같아.”
인혜가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말을 해주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우리 집 앞에 다다랐다. 나는 인혜에게 내 우산을 쓰고 가라고 했다. 나는 인혜의 가방에 장미 한 송이를 살짝 꽂아주었다. 인혜는 모른 척 내가 준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어갔다. 오늘따라 인혜의 어깨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많이 커버린 이유일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머지 한 송이는 아빠한테, 그리고 한 송이는 새엄마한테 꽂아드려야겠다.
글.그림 : 손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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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다음주에 약혼자를 집에 데리고 온다고?”
중국에 사는 딸의 전화를 받은 반짝이 아줌마는 흥분했습니다. 딸은 이미 오래전에 집을 떠나 중국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바빠서 일 년에 한 번 휴가를 받아 집에 와서 2∼3일 머무르다 가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진만 보았던 딸의 약혼자가 이번에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러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큰일이군, 큰일이야. 뭐부터 해야 되나.”
사윗감이 온다니 좋은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3일이 남았으니 손님맞이 준비를 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그래 우선 청소부터 해야지.”
반짝이 아줌마는 거실의 양탄자를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고, 유리창을 다 닦고, 화장실을 반짝거리게 청소했고, 손님방의 침대보를 새 걸로 바꾸었습니다.
마당의 꽃 화분도 잘 정돈했습니다. 혼자 오래 사느라고 돌보지 않았던 것이 아주 많았다는 걸 비로소 알았습니다.
“아, 이제 됐다. 멋진걸.”
반짝이 아줌마는 반짝거리는 구두를 꺼내 신고 반짝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반짝거리는 머리핀을 꽂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제 맛난 김치를 담가야 할 차례였습니다. 3일이면 알맞게 익을 것이니 새 김치를 담그기엔 아주 딱 좋은 날짜였습니다.
배추와 쪽파를 사들고 집에 들어오다가 반짝이 아줌마는 자기 집 담과 대문이 너무 더럽다는 걸 알았습니다. 새 똥과 아이들의 낙서와 이런저런 스티커 자국이 어지러웠습니다.
“아이고, 안 돼 안 돼. 이러면 안 돼. 사람이고 집이고 첫 인상이 얼마나 중요한데.”
반짝이 아줌마는 반짝거리는 스테인리스 함지박에 배추를 절여두고는 도로 나가서 페인트를 사왔습니다. 담을 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흰색으로 칠하고 대문은 다시 짙은 녹색으로 칠할 생각이었습니다. 이 집을 처음 지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반짝이 아줌마와 남편은 대문색을 뭘로 할까 오래 고민하다가 짙은 녹색을 골랐습니다. 이제 또 다시 그 색을 칠해야 했습니다.
녹색 페인트통을 열고 붓을 드는데 옆집 사는 노총각이 차를 타고 지나가다 차 유리창을 내리고 말했습니다.
“반짝이 아줌마, 그거 녹을 털어내고 칠해야 되요. 그것도 모르세요?”
“녹?”
그러고 보니 대문의 곳곳에 녹이 슬어 있습니다. 녹을 어떻게 털어내야 할지 반짝이 아줌마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붓으로 녹을 털어보았습니다.
“아이구, 그렇게 해서 녹이 떨어지나요.”
노총각은 차에서 내리더니 차 트렁크에서 사포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벅벅 문질러서 녹을 벗겨주었습니다.
반짝이 아줌마는 지난 봄에 노총각이 생일 잔치한다고 친구들을 불러 밤 12시까지 떠들고 놀 때 경찰에 신고한 것이 조금 미안해졌습니다.
“안 바쁘우?”
“엄청나게 바쁘지요.”
노총각은 녹을 다 벗겨내고 그 자리에 녹을 다시 안 슬게 하는 벽돌색 페인트를 먼저 칠해야 된다고 알려주고 일하러 갔습니다. 반짝이 아줌마는 노총각이 알려준 대로 녹방지 페인트를 사다 녹을 벗겨낸 자리마다 칠하고 녹색 페인트에 붓을 담갔습니다.
“갑자기 대문은 왜 칠하세요?”
앞집 2층에 사는 새댁이 쪼르르 나왔습니다.
“아니 뭐, 그게 그러니까, 딸이 약혼자를 데려온다잖아.”
“그러셨구나. 그런데 이 스티커 자국은 안 지우세요?”
“칠하면 눈에 안 띄겠지 뭐.”
“천만에요. 페인트를 칠하면 더 눈에 잘 띄지요.”
새댁은 더운 물수건을 들고 나와서는 스티커 찌꺼기를 떼고, 끈끈한 접착제 자국을 지우는 약을 가져와 말끔하게 지워주었습니다.
“고맙네.”
반짝이 아줌마는 지난달에 새댁이 기르는 강아지가 끈이 풀려 동네에 돌아다닐 때 누구네 개인지 알면서도 유기견으로 신고해버린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새댁은 그때 울면서 강아지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요새 뽀미는 통 밖에 안 나오네. 산책도 시키고 그래야지.”
“무서워서요. 집 옥상에서 산책시켜요. 요새는 우리 뽀미 안 짖지요?”
새댁은 피식 웃었습니다.
“으응…. 개도 짖고 그래야 사람 사는 동네 같지.”
반짝이 아줌마는 피식 웃었습니다. 다시 보니 새댁 얼굴이 복스럽고 귀엽다는 걸 알았습니다. 새댁은 약속이 있다면서 서둘러 갔습니다.
반짝이 아줌마는 심호흡을 한 다음에 대문을 초록색으로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대문 위쪽은 팔이 잘 닫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의자를 하나 가져나오고, 도로 들어가서 의자를 덮을 커다란 비닐 봉지도 찾아서 나왔습니다. 나와 보니 옆 대영빌라에 사는 키 큰 고등학생이 위쪽을 쓱쓱 다 칠해버렸습니다.
“아이고, 고맙다.”
그 고등학생은 반짝이 아줌마가 의자에 비닐을 씌우는 걸 보고는 물었습니다.
“그 의자로 뭐 하시려고요?”
“응. 내가 키가 작아서 담도 칠해야 되는데 여기 올라가서 칠하려고.”
“바퀴 달린 의자에 올라가신다고요?”
그러고 보니 급한 마음에 바퀴가 달린 의자를 들고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 올라갔다가는 나동그라지기 십상이었습니다.
“잠깐 기다려보세요. 우리 빌라 뒷마당에 안 쓰는 긴 나무 의자가 있어요.”
반짝이 아줌마는 자기 의자를 도로 집안에 들여놓았습니다. 그리고 학생이 가져다 준 나무 벤치에 올라가 담을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학원에 가야 할 시간이라서 더 못 도와드리거든요. 그렇게 페인트를 듬뿍 칠하지 마시고요, 얇게 여러 번 바르세요.”
“으응. 그래. 고마워.”
“지난번에 제 동생이 축구하다가 공이 아줌마네 마당에 들어갔는데 사흘이나 지나서 공을 비에 젖게 한 다음에 돌려주셨지요?”
“으, 그게…. 그러니까 공에 맞아서 우리 집 라일락 나뭇가지가 하나 부러졌거든.”
학생은 고개를 꾸벅하고 피식 웃고는 가버렸습니다.
반짝이 아줌마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정신을 집중해서 담을 칠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다 그걸 보고는 더러 칠해주기도 하고 마실 것을 갖다주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너무 팔이 아파서 붓을 휘두를 수가 없어서 잠시 앉아서 쉬기로 했습니다. 반짝이 아줌마는 반짝이는 주황색 앞치마에 손을 올려놓고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았습니다.
“새로 칠하니까 동네가 다 훤하네요. 멋져요.”
“솜씨가 좋으시네요.”
“그동안 이 집 담이랑 문이 더러워서 보기에 안 좋았어요. 이제 아주 멋져요.”
동네 사람들은 한마디씩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그간 여러 가지로 심통 부렸던 일들이 다 떠올랐습니다. 반짝이 아줌마는 중얼거렸습니다.
‘페인트가 좀 남을 테지. 그러면 이 나무 의자에 칠해서 여기 두자고 해야겠구나.’
글 : 임정진 그림: 박영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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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름달과 꽈배기를 읽었습니다.^^;
저는 땅콩과 전붓대를 읽었습니다.
보름달과 꽈배기를 읽었습니다.(내용- 내일이 추석이라서 엄마와 함께 추석 장을 보았습니다. “이따가 둘째, 셋째 새 작은 엄마랑 모두 와요?” 소희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송편도 빚고 차례 음식을 장만하려면 모두 와야지.” “그럼, 보영이랑 서영이, 재영이도 다 와요?” 보영이, 서영이, 재영이는 작은 집 아이들이니까 소희와는 사촌간입니다. 소희와 보영이는 동갑입니다. 생일만 소희가 몇 달 빠릅니다. ‘오지 않는 게 나은데…. 친척들이 몰려 오면 시끄럽고 또 나와 보영이를 비교할 것 아냐.’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집에 오는 것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
엄마와사슴아파요 ㅎㅎ 코리아 파이팅 출첵 정팅 정모 원츄 벙개 등업 꺄오 乃 ? ↓ ↑ ♡ ☆ ! OTL -ㅁ- -ㅠ- ^0^ >.< ㄱ- 흐흐흐 하하 앗 합성 엽기 짱 베파 강추 됐거든 스타일 엄서요 완전 헐 3등 2등 1등 ^.^ ㅠㅠ ~ ㅜㅜ ㅎ ㅋ -0- ^-^ ♥ ★ -_- 허걱 쪼아 삼 압박 쵝오 만세 헉 즐 푸하하 아싸 추천 므흣 샤방 대박 방가 하이 안녕 와우 파이
저는 반짝이 아줌마 패인트 칠하던 날을 읽었습니다.
땅콩과 전봇대를 읽었습니다.[내용-“어이, 전봇대! 축구 안 할래?” 대원이가 인혜를 불렀다. 그러나 인혜는 배를 움켜잡고는 교문 쪽으로 뛰어가버렸다. “땅콩! 집에 가냐?” 골키퍼를 맡은 동석이가 나를 보고 소리쳤다. 또 시작이다. 만만한 것이 내 작은 키인가보다. 이럴 때는 그저 상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반면에 인혜는 여자 애이지만 우리 반에서 키가 가장 크다. 남자애들보다 운동도 잘한다. 다른 반과의 축구 시합 때면 주장까지 맡았다. 그런 인혜를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인혜는 나에게 통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2학기 개학 때부터 인혜가 달라졌다.] ㅋㅋ><
땅콩과 전봇대를 읽었다.“어이, 전봇대! 축구 안 할래?” 대원이가 인혜를 불렀다. 그러나 인혜는 배를 움켜잡고는 교문 쪽으로 뛰어가버렸다. “땅콩! 집에 가냐?” 골키퍼를 맡은 동석이가 나를 보고 소리쳤다. 또 시작이다. 만만한 것이 내 작은 키인가보다. 이럴 때는 그저 상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반면에 인혜는 여자 애이지만 우리 반에서 키가 가장 크다. 남자애들보다 운동도 잘한다. 다른 반과의 축구 시합 때면 주장까지 맡았다. 그런 인혜를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인혜는 나에게 통 관심을 주지 않는다.느낌:내용이 재미있다
문제아 백민철을 읽었습니다.(내용- 수업이 끝난 뒤 3학년 5반 교실에 어머니들이 모여들었다. 어머니들은 굳은 얼굴로 차례로 교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수진이 어머니 얼굴은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험악했다. 3학년 5반 담임인 이하연 선생님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어머니들이 다 모이자 수진이 어머니가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우리들이 오늘 왜 모였는지 아시겠죠?”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혜 어머니가 협박하듯 말했다. “당장 백민철을 특수반으로 보내세요.” 어머니들이 한마디씩 했다. “더 이상 그런 애를 우리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게 할 수 없어요.” “그래요, 보내요.”)
엄마, 가슴이 아파요를 읽었습니다.(내용-'다신 엄마하고 말 안 할 거야.’ 이를 악 물고 다짐했다. 이렇게 몇 년만 지나면 틀니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금니를 너무 자주 악물어서 다 빠져버릴 테니까. 어쩌면 합죽이 입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내 나이 이제 겨우 열한 살인데. “알아듣겠니, 못 알아듣겠니?” 엄마가 또 물었다. 다신 엄마하고 말하지 않겠다니까. 나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너 아무래도 매를 맞아야 말을 듣겠구나.” 엄마가 빗자루를 집어들고 협박했다. 저 저주스러운 공포의 빗자루. 이제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뭘?”)
저는 매화나무의 사랑을 읽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보름달과 꽈배기를 읽었습니다.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무지개 놀이터로 돌아온 송이를 읽었습니다.(굵은 빗줄기가 쏟아집니다. 장마입니다. 강물이 점점 불어납니다. 무지개 놀이터의 자갈밭도 강으로 변했습니다. 흙탕물이 급류를 타고 하류로 내달립니다. 작은 폭포들은 거대한 폭포가 되어 흐릅니다. 크고 작은 물고기들은 급류를 타고 상류로 오릅니다. “자, 우리는 반대로 이동해야 해.”무지개 놀이터에 갇혀 있던 새끼 연어들은 센 물살을 타고 모두 하류로 내려갑니다.어느덧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내리쬡니다. 물이 빠지며 물살의 속도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강이 잔잔해지고 있습니다. 왜가리 가족이 폭포 옆에 모여 앉습니다. “비가 오고 난 다음에는 폭포 옆에서 먹이를 잡아야 해")
문제아 백민철을 읽었어요. 민철이가 너무 장난꾸러기라고 생각해요. 그러지만 민철이의 친구들이 너무 민철이 한데 친절 했어요.
저는 보름달과 꽈배기를 읽었어요. 재미있었어요.
저는 땅콩과 전봇대를 읽었습니다
보름달과 꽈배기를 읽었어요
저는 반짝이는아줌마, 페인트칠하던날
저는 당콩과 전못대를 읽었어요. 재미있었어요.
저는 땅콩과 전봇대을 읽었어요. 땅콩이 전봇대랑 같이 축구 하는게 신기했어요.
박솔아 저는 매화나무의 사랑을 읽었습니다.급한일이 생 길때 꼭 기도를 할 거에요!!!!!!!!!!!!!!!!!!!!!!!!!!!!!
땅콩과전봇대를 읽었어요
저는 반짝이 아줌마, 페인트 칠하던 날을 읽었어요.
느낌은
선생님호랑이를 이긴 효심을 읽고 또 매화나무의 사랑도 읽었어요.재미있었어요.^^
저는 매화나무의사랑을 읽었어요“오늘도 매화나무랑 이야기하세요” 아내가 매화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남편에게 입술을 뾰로통하게 모으며 투정을 부렸어요. “우, 당신 질투하는 거야” 남편은 그런 아내를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어요. 부부는 십 년 넘게 사귀다 결혼을 했어요. 결혼 후 아내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가난했지만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을 생각하면 아내는 감사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하느님, 저렇게 착한 남편을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남편이지만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었어요.
저는 엄마, 가슴이 아파요를 읽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호랑이를 이긴 효심을 읽었어요
눈속에 핀사랑 을 읽었습니당 오
저는 문제아 백민철를 보고 감동을 받아했어요
눈속에 핀 사랑을 읽었어요
저는 문아제 백민철을 읽고, 감동먹어 평생있을 수 없어요.
무지개 놀이터로 돌아 온 송어를 읽었어요
저는 반짜기 아줌마 페인프 치라던 날을 읽었어요
著는 武地開 놀李攄魯 突亞 溫 宋漁를 읽었習尼多
저는 무지개 놀이터로 돌아 온 송어를 읽었습니다
저는 눈 속에 핀사랑을 읽었습니다
저는 호랑이를 이긴 효심을 읽었습니다
저는 매화나무의 사랑을읽었습니다
저는 눈 속에 핀 사랑을 읽었습니다.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무지개 놀이터로 돌아온 송어를 읽었습니다.너무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