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쓰기
내가 2002년 3월 문학을 해보겠다고 창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창과 문을 두드린 이유는 내 삶을 진솔하게 좀 써봐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였다. 2007년이면 끝나는 교직생활이 앞으로 5년 정도면 끝나는 시점에 이제라도 내 작은 소망을 이뤄보겠다고 나섰으니 좀 엉뚱해 보이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 동인들의 공통적인 사항이지만 문학적 감성이 약간은 있어서 끄적거려 본 경험들은 있었다. 좋은 문학작품을 보면 거기에 빠져서 자신의 부족한 문학적 소양이 주눅 들어 우울하기도 하고 마냥 부러워했다. 더군다나 중고등학교 다닐 때 시골 학교에서 제대로 한글공부 못한 처지라 맞춤법이니 띄어쓰기는 젬병이어서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었다.
처음 카페를 열고 서로 그걸 찾아 지적하며 자존심까지 죽여 가며 노력한 덕에 오늘에 이르렀다. 벌써 10년 세월을 훌쩍 넘겨버리고 작품집 하나 엮어내지 못하면서 퇴직도하고 무위도식 하듯 지낸 시간이 많이도 지났다. 처음 생각했던 내 열망도 소리 소문 없이 잠수하며 수면위로 떠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아 속 알이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4년 초 한소식이 떴다. 한겨레신문사를 퇴직한 전직사원들이 시니어클럽을 결성하여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봉사를 하면서 자서전 쓰기를 원하는 사람을 지도하는 강좌를 개설한다고… 처음부터 12회강좌와 실전에 들어가 쓴 글을 봐주며 편집과 출판까지 마쳐 8월말로 끝을 낸다고 했다.
나의역동성은 이럴 때 발휘된다. 일단 신청하여 시작하고 소문을 낸다. 문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수강료였다. 내 용돈정도라면 그냥 실패하더라도 시작하겠는데 이건 그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어서 옆지기에게 조용히 이야기 했다. 좀 장황히 설명하려드니 뭔 일인데 그러느냐? 요점만 간단히 말하라. 평소 일 저질러 놓고 용서를 비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때문에 걱정은 되지 않나보다. 바로 이거야! 한겨레신문에 난 광고를 찾아 보여주니 뭔 이런 거가지고 그러느냐며 돈 주께 한다.
일단 시니어클럽에 전화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등록을 했다. 이미 학교 배움터지킴이 봉사는 마치겠다고 이야기해서 양해를 구한 상태라 거리낄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매달 꼬박꼬박 내 용돈이 통장에 입금되어 옆지기에게 손 벌릴 일 없이 살았는데 3월부터는 일정 용돈을 받아야한다. 서울오가며 밥도 먹어야 하니 이래저래 관계를 잘 갖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내 성질머리 어디 갈까?
나중 확인하니 일이 어그러지는 줄 알았다. 딱히 3명이 등록했다한다. 그렇게 인원이 적어서 강의가 되겠습니까? 예합니다. 인원이 적어도 약속이니까 그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강좌가 시작 되었다. 지도와 엄무담당자는 한겨레신문 토요판 에디터Editor 고경철 기자와 책임강사(편집) 차성진, 구술자서전 작가 최현숙, 미디어오늘 기자 강은미 씨와 실무담당 정은숙 여행가 였다. 그리고 맨토로 글쓰기담당에 차성진씨는 김옥남(69)전직교사, 최현숙씨는 한성찬(70) 생협 유기농식품사장, 강은미씨는 최문자(72) 강남 주부로 얼개를 짰다.
글쓰기는 본격적으로 5~7월, 편집과 출판은 8월로 잡고 글쓰기가 거의 끝나 편집에 돌입하였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8.30(토)일에 출판기념회를 열기로 잠정 결정하였다.
강의와 글쓰기 기간인 3월부터 7월까지 우리는 참 행복했다.
다양한 사람들 7명이 모여 40살에서부터 72세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각자의 삶에서 충실하게 자기 몫을 하고 이제는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살아온 여정을 추억하며 진솔하게 자서전을 쓰는 사람들,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 같이 이어지는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까발리면서도 부끄럽거나 가릴게 없는 발가벗은 아이들, 강사도 학생도 구별 안 되는 강의와 식사시간들, 자기와 가장 가까웠던 이들에게도 감췄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어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이제 한권의 고백서를 내 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옆지기는 너무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쓴다고 핀잔이다. 나는 글쓰기의 기본을 이야기 한다. 거짓말을 쓰면 안 된다며 내 살아온 이야기를 시시콜콜 다 기록하여 지난 2014.3.5일에 태어난 큰손자 준서(埈㥠)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 140년 전의 내 할아버지인 고조할아버지 이야기까지 우리가족 역사를 알 수 있게 하고 싶다. 또 외손자 지호, 외손녀 들샘, 은샘의 130년 전 외고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말이다.
아! 장대한 역사와 장강의 흐름이여.
2014.8.10
첫댓글 이제 얼마 안남았어요~~ 화이팅요~! ^^
흐미ㅡ대단하십니다
난못혀 ㅋ쓸말도없지만서도ㅋㅋ
그동안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