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모든 사진은 제 갤럭시 S2의 폰카로 찍은 것입니다. 이번 여행을 하며 이호영동학의 현장 레슨을 받아서 그런지 이번 사진은 제가 봐도 괜찮습니다. 나름 사진 촉(?)은 있다고 자부하고 살아 왔지만 역시 작가는 다릅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1박 2일의 짧은 일정 관계로 이번 여행기는 시간의 흐림이 아닌 그냥 두서 없이 올리겠습니다. 우선 겨울 바다부터 감상하시죠. 바다의 물소리가 설악산에도 들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설악산 입구에 가면 나무들이 자신의 몸을 부딪혀서 파도 소리를 만듭니다. 그 우렁찬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돕니다.
저는 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현재의 제 몸은 아래에서 보듯이 뚱뚱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몸을 만들어서 하와이나 미국의 서부 바다 등에서 서핑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죽기 전에 가능할까요? 사진 우측 하단의 집에 살면 어떨까요? 아마도 파도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 것 같습니다. 공항 주변에 살면 비행기 소리를 듣지 못하듯이 말입니다.
-저 바다에 누워-
영랑호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20대부터 20여년간 속초를 수십 번 가봤는데 영랑호를 처음 돌아 봤습니다. 생각보다 길었고 조용했습니다. 주위의 풍경은 그 풍경을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변합니다. 논문을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여행은 처음 생각과는 달리 복잡하고 분주했습니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자식들과 이런저런 하는 일도 많은데 박사 진학을 한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4년간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 곳에 모였고 힘든 시간을 지금 보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결심을 해서 힘들게 학위를 받았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할텐데 준비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냥 우격다짐으로 나를 몰아 넣고 학위를 마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이 고민의 끝이 아니라 갈등의 시작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분명, 앞으로 보다 나은 인생이 펼쳐 질 것이라는 희망은 있습니다. 영랑호를 내려다 보는 늠름한 범바위 어떤가요? 저도 도도하게 제 인생에 맞서고 싶습니다.
-바위, 그 쓸쓸함에 대해서-
갯배를 아십니까? 단돈 200원에 배를 타고 아바이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뱃사공이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케이블에 고리를 걸어 힘겹게 바다를 건넙니다. 짧은 거리지만 하루에 아마도 수십번은 오갈 것 입니다. 우리가 여행에서 낭만적이고 재미로 보이는 것이 그들에게는 생활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너희는 추억과 낭만이지? 난 생활이다-
맑은 날 영랑호에 반드시 다시 와 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흐린 날을 싫어하진 않지만, 맑은 날에 오면 호수와 바다, 그리고 하늘이 하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내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 되어 버린 분들과 함께 사진 한장을 찍었습니다.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미, 소중한 사람들-
-아직은 어색한-
이번에 찍은 내 사진을 보며 나는 많이 놀란다. 정말정말 후덕하고 육덕진 몸매, 목이 없이 턱과 가슴이 맞닿은... 논문 쓰느라 이렇게 됐다고 변명하고 싶진 않다. 그냥 부끄럽다.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 날씬하단 소리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정말 못봐주겠다. 자주 가는 헬스장에 있는 거울과 미용실 거울, 옷가게의 거울은 진실되지 못했다. 카메라의 렌즈만 믿어야겠구나! 난 놀랐다. 진심! 이 몸을 매일 보고 살아가는 가족들과 회사의 직원들, 교주 보듯 존경어린 눈으로 매일 나를 바라보는 제자들에게 미안하다. 당신 정도면 보기 좋다고 수시로 거짓말 투척해주는 주위의 분들에게 묻는다. "저를 두 번 죽이지 마십시오. 난 당신들 말을 믿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게 인간입니까? 인간, 아니므니다."
-다이어트 before-
속초 중앙시장에서 난생 처음 수수부꾸미를 봤습니다. 제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문영란선생님께서 함께 먹자고 수수부꾸미 5장을 사셨습니다. 이 집 주인장 손이 큰 건지, 원래 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 크기는 펼치면 지름 25센티정도로 컸습니다.(사진 왼쪽에 있는 부꾸미와 오른쪽에 있는 작은 것은 크기가 완전 다릅니다. 우리는 커다란 왼쪽 4개와 옆집에서 빌린 거 한 개를 구매) 크기보다 팥앙금(팥소)을 꽉 채워서인지 두께가 두꺼워 맘에 들었습니다. 시장에 서서 시식을 해보고 싶었지만 주지 않길래 다음을 기약하며 냉면집으로 향했습니다. 점심시간을 넘겨, 한 시간을 기다려 '착한식당'에 소개된 함흥냉면을 먹었는데 양이 적었습니다. 냉면곱빼기를 먹고 (한시간도 안되서) 아바이마을에 가서 오징어 순대를 먹었는데 저는 사실 수수부꾸미를 같이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징어순대 집에서 (식지말라고 가슴 속에 품고 다니던) 따뜻한 수수부꾸미 비닐을 풀어 헤치며 사람들께 권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기에 내가 먼저 젖가락으로 부꾸미 한 조각을 집었는데 교수님께서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시며 내게 하는 말, "그것도 먹게?" 사실, 먹는거 가지고 뭐라하는 것은 아니됩니다. 저는 교수님께 강아지도 밥먹을 땐 안건드린다고 항변하며 맛을 봤습니다. 정말 뚱뚱한 애들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수수부꾸미-
저는 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키웁니다. 하얀색 포메라이언(그녀의 이름은 뭉치, 15개월)인데 전생에 여자 아이돌 가수나 배우를 했음직한 몸매와 워킹, 새침한 성격입니다. 주인이라고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일도 없습니다. 너무 이기적이어서 밉다가도 그런 쿨한 성격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으려 하면 한 번도 멈춰서서 모델이 되어 주지 않습니다. 움직임 때문에 초점이 맞질 않아 변변한 사진을 찍어 보지 못했습니다.
속초의 바닷가를 걷고 있는데 우리집 뭉치가 분홍색으로 염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 녀석이라도 찍어야겠다고 기다려 봤지만 계속 날뛰었습니다. 5분 이상을 기다려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깝치는 성격이 어찌나 닮았는지 혼자서 웃었습니다. 집에 있는 놈은 이런 바다를 한 번도 못봤을 텐데 이 녀석은 지겹도록 보겠지요? 누구 팔자가 더 좋을까요?
-됐냐? 빨리 찍어라-
우선 안영탁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행은 속초 주민이셨던 안영탁대장님 덕분에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도치알탕입니다. 우리는 영랑동 소영이네포장마차(033-632-6047, 010-3064-7009)에서 첫날 밤에 술을 마셨습니다. 도치는 회로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도치알탕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 봤습니다. 겨울에만 있답니다. 맛이 정말 끝내주더군요. 살아 있는 문어를 데쳐서 먹는 맛도 서울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요일 저녁이라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습니다. 딸이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취업을 했다고 자랑하시는 사장님은 일을 힘겨워 하지 않고 즐기는 분이었습니다. 이 곳의 주인장(소영이 엄마)은 소영이가 시집을 갈 때까지는 이곳 해안가 포장마차에서 장사를 계속 하겠다고 했지만 교수님께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자식 시집 가는거랑 당신 일 그만두는 것랑 무슨 상관이 있소?", "그러네요."
대화의 주제가 자식(자녀) 이야기로 넘어 가게 되었고, 교수님의 '생선뼈론'을 들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무릎을 치는 내용이지만, 여기서 소개하진 않겠습니다. 사실 아주 중요한 이론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수 십년간 수 많은 인간을 대하며 체득하신 교수님 고유의 이론이라는 생각입니다. 교수님께서 인간을 판단하시는 하나의 '철학적' 장치라는 힌트만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왜 소개하지 않냐구요? 궁금해요? 궁금해요? 정말 궁금해요? 궁금하면 연신산악회 여름산행에 오세요. (이번에 가신분들! 비밀입니다.)
청어구이와 문어도 좋았습니다. 문어는 사진에 보이는 것 보다 컸습니다. 속초에 가시면 꼭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이 집은 바닷가 바로 앞에 있지만 여름에 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홍상수 영화가 생각이 나더군요. 저는 미식가라기 보다 대식가인데 그래도 맛이 훌륭한 집은 알아봅니다.
-좋은 사람은 시간을 잊게 한다-
속초를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대포항, 장사동 횟집, 동명항 건어물 가게만 차로 휘리릭 갔었지 걸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서울을 떠난다는 즐거움, 속초를 간다는 즐거움만 있었지 난 속초를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가는 곳마다 구멍가게든 일반 가정집이든 음식점이든 생선을 말리고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실제로는 이렇게 허당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제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이해한다는 일은 관심에서 시작될텐데 난 과거 수 십번 속초에 다녀오며 속초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가! 여행가서 탐욕스럽게 배만 채우고 오지 않았던가!
-식탁을 기다리며-
영랑동 근처의 방앗간입니다. 그 안에선 금새 뜨거운 가래떡이 쏟아져 나올 것 같지요?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 같지 않습니까? 이 방앗간 길 건너엔 '보건목욕탕' 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사우나'라는 이름보다는 '목간통'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그 곳을 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교수님은 걷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우리는 주구장창 걸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런 장소를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논문을 쓰는 과정은 어쩌면 주부심교수님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논문과 관련해서는 2월 중에 따로 정리해서 글을 올리겠습니다. 후배들이 논문을 쓰며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억이 생생할 때 남겨 놓으려고 합니다.
교수님과 문영란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아래 사진은 실물보다 잘 나왔습니다. 지금도 한 미모 하시지만, 30년 전 두 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가 궁금해집니다. 아부가 아니고, 공부하신게 아까우실 정도로 정말 잘생기고, 예쁘셨을 겁니다. 과거형이라 슬프셔도 어쩔수 없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관상을 좀 보는데 두 분 모두 훌륭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이렇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신 두 분 때문에 착하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선남선녀-
우리는 많이 걸었습니다. 장사동 횟집(상호: 일월 033-635-6465)에서 저녁을 먹고, LP카페에서 맥주 한잔 하고, 소영이네에서 소주 한 잔 하고 우리는 밤바다를 보기 위해 영금정에 올랐습니다. 밑에는 파도 소리가 구슬프게 들렸고 하늘에서는 싸리눈이 내렸습니다. 거문고 소리가 들릴 것 같지요?
-눈 오는 밤-
사진작가 이호영. 저와 함께 이번에 졸업을 같이 하는 졸업 동기입니다. 저는 이호영선생님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자세한 이유는 묻지 마세요. 아마도 예심 준비하던 때 함께한 추억이 있어서 일 것입니다. 저와는 동갑이고 생일도 4일 차입니다. 왜 예전에 일찍 이 분을 알지 못했을까 원망이 되곤 합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박자와 우리에 많을텐데 왜 그렇게 무심하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제 주위는 주로 장사치밖에 없어서 서로 못죽여서 안달인데 이선생님을 비롯한 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순수해서 제가 항상 자극을 받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십시오. 진짜 귀엽지 않습니까? 특히 가운데 한 눈파는 사진을 보십시오. 무례하게 한 말씀 더 드리면, 요런 아들 한 명 더 있었으면 싶습니다. 역시 좋은 작가는 좋은 모델이 되어줄줄 아는 것 같습니다. 졸업은 하지만 자주 연락하며 지냈으면 합니다.
-긔요미1-
-긔요미2-
-긔요미3-
사진을 보며 우리 대장님이 요즘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논문을 쓰시느라 지나가는 세월을 고스란히 받으신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단순히 나이로 큰 형님이 아니라 제 친 형님보다 의지가 되는 형님입니다.
선생님을 보면 음으로 양으로 박자와 우리들을 돕는 커다란 나무 같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감정은 선생님 인격에 대한 존경심입니다. 제가 능력은 모자라지만 올해 선생님 논문에 대한 크리틱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활기찬 젊음을 되찾길 기대합니다.
-인생무상1-
-인생무상2-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입니다. 어느때부터인가 도서관이나 서재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복되는 지루함을 견디며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무엇이든 공부'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즉, 몸공부가 마음공부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공부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어내야 하고, 얻어내야 행복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준비-
여러분들은 제 인생의 일부분을 함께한 분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삶에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10대나 20대에 경험해 보지 못한 거리의 양아치도 되어 보았고, 동네가 떠들썩하게 웃어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문닫은 상가만 덩그러니 있는, 속초의 겨울 밤은 단 한대의 차도 없었고 단 한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치기어린 호기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자유롭게 놀았습니다. 언제 또 다시 이런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이 기억을 잘 간직해 두었다가 훗날 소설이나 시나리오 등으로 기록해 보고 싶습니다.
-무법자1-
-무법자2-
-무법자3-
-무법자4-
아래 사진은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사돈집(033-633-0915)의 물곰탕(1인분 1만 5천원)입니다. 대장님의 소개로 간 사돈집은 정말 끝내주는 맛집입니다. 저는 물곰이 무슨 동물원에서 박수치는 물개나 바다에 사는 바다사자같은 동물인줄 알았습니다. 뼈가 있는듯 없는듯 하고 살이 있는듯 없는듯한 물곰탕은 국물맛이 텁텁하지 않고 시원하고 비리지 않습니다.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 물곰탕을 안드셔 본 분들에게 알립니다. 세상 사람들은 (사돈집) 물곰탕을 먹어 본 사람과 안먹어본 사람으로 나뉜다고 말입니다. 더 나이들어 후회하시지 마시고 이 집에 가서 꼭 맛을 보시길 권합니다. 비리다고 생선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걱정하지 말고 드셔 보시길! 진짜 맛있습니다. 니가 먹은 거 죄다 맛있다고 말해서 못믿겠다구요? 다른 건 못믿으셔도 이건 믿으시기 바랍니다. 별 다섯개 드립니다. 사돈집 물곰탕을 먹고 나오며 저는 혼잣말을 뱉었습니다. '난 여태까지 식객 인생 헛살았구나! 이제야 비로소 다시 태어났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진 뒤편 화려한 조명을 따따블로 받고 계신 분은 LP까페의 DJ입니다. 저는 교수님 세대가 아니라 음악다방은 잘 모르고 중학교 때 롤라장이나 신당동떡볶이집에 있는 DJ 얘기만 들어 봤는데 실제 가 보니 여러가지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듣길 원하는 신청곡을 종이에 써 주면 앨범을 찾아 음악을 틀어 주었습니다. 아날로그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좋은 음질의 음악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수천, 수만 곡을 다운 받아서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게이츠형님이나 잡스형님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 날 그 곳에서 들었던 턴테이블 위의 LP판의 잡음 소리를 듣는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형언할 수 없는 소리의 맛은 귀로도 그리고 가슴으로도 느끼기에 부족해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한 모두 잠시 침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까페는 바다가 바로 앞에 내려다 보이는 7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베란다에 나가서 겨울의 밤바다, 부서지는 파도, 어둠 속의 하얀색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 멤버 그대로 다시 한 번 이 곳에 오자고 말입니다.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브라보-
설악산 초입 신흥사를 옆에 둔 곳에 커피집이 있습니다. 야외 불상 앞에서 불공을 드리는 저를 기다리기 위해 다른 대원들이 잠시 머물 요량이었는데 제가 이 곳에 합류하며 주저 앉았습니다. 인테리어가 홍대 앞이나 신사동 어느 까페 못지 않았습니다. 커피에 대해 장인정신을 가지고 일하시는 사장님은 물론, 월요일 아침이라 손님이 없어 붐비지 않은 것도 이 집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빈둥빈둥 놀았습니다. 전날 늦게까지 마신 술기운이 여기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설악산의 맑고 찬 공기도 좋았지만, 이 집의 커피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우리는 곧 설악산 흔들바위를 향해 일어 났습니다.
-나른함-
양양에 있는 실로암막국수를 먹고 공군비행장 활주로를 끼고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걸었습니다. 한 시간 반이상을 걸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역시 목표 지점이 얼마나 남았는지, 몇 시간이나 더 걸어야 하는지만 생각하며 걸었습니니다. 그리 높이 올라 가지는 않았지만 눈 길에 설악산 등반을 마치고 막국수를 먹기 위해 속초의 설악에서 양양으로 버스와 택시로 이동을 한 후에 막국수를 먹고 다시 우리는 걸었습니다. 버스가 하루 두 세번 온다고 하니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덕수가 서울로 올라간 상황에서 저는 여전히 막내였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이렇게 걸었다면 생떼(땡깡)이라도 부렸음직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콜택시에 따블이라도 불러서 후딱 가고 싶었지만 걸어야 했습니다. 교수님께서 스치며 한 마디 하십니다. "오늘 산행에서 덜 걸었으니 좀 더 걷지 뭐." 참으로 긍정적이신 교수님! 닥치고 빨리 따라 가야 했습니다. 사실 오늘 고백하건데 저는 이 추운 날씨에도 땀 삘삘 흘렸답니다. 그 와중에 교수님께서 길가에 있는 나무에서 꽃망울을 발견하셨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 봄을 맞이 하기 위해 새싹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저는 아래의 나무를 바라보며 목적이 있으면 과정은 생각하지 않았던 제 모습에 놀랐습니다. 등산과 같은 야외 운동을 가도 목적지만을 향해, 그리고 함께 간 사람과 일 얘기를 어느 시점에 하고, 어디에 몇 시까지 가서 저녁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만 한 듯합니다. 친구들과 운동을 가도 항상 그들과 비교하는 일이 잦아 스트레스가 생기곤 했습니다. 그러니 주변이 보이지 않습니다. 꽃과 나무, 낙엽 등 올해는 내 주위의 하나하나를 보고 느끼며 살겠다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과정이 곧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저는 아직 철들려면 멀었습니다. 더 자주 여행을 가야겠습니다.
-봄이 오면-
나: '여기서 사진 찍고 적당히 올라가다 하산하지고 해야겠다.'
안: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았네. 진짜 울산바위까지 가면 어쩌지? 힘들겠는걸!'
강: '난 등산화가 아닌, 그냥 구두인데 설마 올라 가겠어? 내 서류가방은 어쩔건데?'
이: '길가는 저 예쁜 언니는 누구지?'
박자: '너희는 오늘 죽었다. 정신 자세를 바꿔주겠어!'
-비장함-
어렸을 때 봤던 흔들바위는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설악산 흔들바위에 다녀 오시고 보여 준 사진에는 아주 커다란, 아주 엄청난 바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 기억이 틀렸거나 바위가 비바람에 깍인 것이리라. 막상 흔들바위를 보니 "에구머니나" 였습니다. 울산바위로 곧장 올라 갔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습니다.
흔들바위에 도착하고 나니 그날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몸도 풀려서 울산바위에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흔들바위에서 한 시간만 더 오르면 울산바위에 갈 수 있다던데 처음에 설악에 대해 너무 겁을 먹어서 이호영동학과 짜고 일찍 하산할 구실을 찾았던 어리석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올해 꼭 다시 오르리라 다짐하고 내려왔습니다. 내 발로 직접 설악산을 오른건 처음이었습니다. 항상 설악산에 올 때마다 입구부터 붐볐고, 붐빈다는 핑계로 발길을 돌려 오색약수터나 대포항으로 향했었습니다. 지난 날에 대해 반성을 위해 여행은 필요한가 봅니다.
-예전의 흔들이가 아녀-
-각인각색-
-소망-
-시간의 그림자-
아래의 사진은 이호영작가의 작품입니다. 역시 다르죠? 우리는 장비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폰카로 이 정도니...
-나는 작가다-
숙소에서 나와 설악산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입니다. 가만히 보면 모두 생기가 없습니다. 그 이유를 여성대원이 없어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딱 한가지 먹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문영란선생님께서 속초행 시외버스에서 주신 귤 한개 외로 우리는 과일을 구경도 못했습니다. 여성 대원이 없으니 문선생님도 당일 저녁 일찍 올라 가신 것이 아닌가 하고 안타까웠답니다. 다음 번에는 박자와 우리들 여성대원들께 여비 파격 할인이나 젊은 남정네 수입이라도해서 참여 동기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여자가 없으면-
설악산에 오르는 길에 있는 한글로 씌여진 법당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이번 논문을 쓰면서 불교 경전이야 말로 (현대) 한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여기서 이런 사찰을 보니 낯설긴 했지만 반가웠습니다.
-나랏말싸미-
-작품-
-흔들에서 바라 본 울산-
-정류장-
미쿡 샌프랜시스코에 가 본적은 없지만 가 보면 이럴 것 같습니다. 이국적이지요? 비행장 주변이라 나무 미용을 한 것 같습니다.
-샌프랜시스코-
아시다시피 교수님께서는 냉면을 좋아 합니다. 우리 교수님 권유로 몇 차례 슴슴한 평양냉면(을지면옥, 필동면옥, 잠원동 본가 평양냉면-의정부 평양냉면은 아직~)을 먹어 보았지만, 저는 아직 그 맛을 느낄 경지에 오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평양냉면의 4대 천왕에게 뭔가 속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곤 했습니다. 교수님을 비롯한 냉면 고수들께서는 맑은 육수의 아래에서 우러 나오는 깊은 맛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우래옥냉면을 좋아합니다. 새콤 달콤한 동네 김밥천국류의 물냉면 육수에서 벗어나 우래옥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나마 교수님 덕분입니다.
실로암 메밀막국수는 양양에 위치한 유명한 맛집입니다. 맛집으로 알려진 곳에 갔다가 실망한 적이 많아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막국수 하나를 먹자고 설악산에서 급히 내려와 버스타고 택시타고 이 곳을 찾았습니다. 산에 다녀와서인지, 식사 시간을 넘겨서 인지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우선 돼지고기 보쌈과 (엿냄새가 나는) 막걸리로 입가심 해주시고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시원한 동치미국물에 만 메밀막국수를 먹었습니다. 사리 추가는 기본이구요.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날 다행히(평소엔 앉을 데가 없다는) 손님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불친절했습니다. 하지만 메밀로 만든 면이 서울의 맛집과 많이 달랐습니다. 별다른 양념이 없어 담백하지만 식욕을 끌어 들였습니다. 저는 이날 일기를 썼습니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모시고 와야 겠다구요. 저만 먹기 아깝고 죄송했습니다. 이제 먹는 얘기 식상하시죠? 그만하겠습니다.
-나는 오늘 일기를 쓴다-
-바쁘다 바뻐-
막국수를 먹고 속초행 버스를 타기 위해 우리는 수 만보(?)를 걸었습니다. 이제 속초에 가서 서울행 버스를 타면 됩니다. 서울의 집으로 향하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기쁨이, 어떤 분에게는 슬픔이, 어떤 분에게는 안타까움이 교차한 것 같은 표정 아닌가요? 너무 짧아서 아쉬웠지만,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걸었습니다. 1박 2일이지만 3박 4일 같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교수님의 포용력과 너그러움에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에게는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셔야 합니다. 긴 여행기를 읽어 주신 박자와 우리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다음번에는 더 많은 분들이 참여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복 많이 지으시길, 그리고 여러분들께서 가장 간절히 원하시는 소원 두 가지씩만은 올해 꼭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집에 간다-
아래 사진에 담긴 스토리를 재밌게 만들어(픽션) (댓글로) 올려 주시는 분들께는 워크샵때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노란색 가방은 교수님 소유의 것입니다.) 그런데 무플이면 어쩌죠?
-QUESTION-
첫댓글 오붓한 시간이 느껴지내요 ^ 정대영선생님의 소녀같은 감성도 느껴지구요 ㅎㅎ 사진 퀄리티도 조쿤요~~
저두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도 날좀 풀림 함께 하겠슴당~~
속초여행기 너무 재미있읍니다. 연재소설처럼 기대됩니다. 빨리 올려주세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것과도 같읍니다. ~ 味는 음식에 대한 감각이지만 옛사람들은 예술미로 많이 표현했음을(노자, 사공도, 유협 등) 공부하는 도중 알았는데 ~ 이거구나 이거야 꽃작품도 ~華味~
사진이 아주 좋군요. 산행후기가 재미있습니다. 모두 즐거운 기회었고 특히 안대장이 수고많이 하였습니다.
속초에서 최고의 음심점을 경험하였습니다.
글 너무재밌어요. 그리고 정샘 솔직히 우리 저번에 지리산 갔을때보다 쪘스므니다. ^^ 그런데 나도 쪘스므니다.함께 헬스클럽 끈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못봤네요 사진으로라도 보니 참 좋네요
그리고 문영란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이집트찍고 레바논에서 3일에 들어왔는데 그날 너무 눈이 많이와서 속초로 못 날라갔어요 . 깜짝이벤트로 바로 속초로 가려했었는데 .... 언제나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저도 졸업해도 함께 즐겁게 다니는 사람 할게요 . 건강하세요
곽샘~ 깜짝 이벤트하러오시기를 우리가 많이 많이 고대했답니다.
속초 시내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고 다니던 '만석 닭강정'은 아니지만 만석 유사 닭강정은 상자개봉후? 자취는? 닭강정 조각이 뭉쳐 지붕위로 날아서 ?
속초 중앙동에 가면 10초 빽(가방)이 있습니다. 길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만석닭강정 쇼핑백을 들고 다닙니다. 만석닭강정을 사기 위해 100미터 넘게 줄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밤에 야식으로 먹자며 문영란선생님께서 사주셨는데... 저도 서울 올라와서 며칠째 닭강정이 꿈에 어른거렸답니다. 설악산 올라갈 때 짐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호영동학의 가방에 들어 갔나 봅니다.(확실하진 않습니다.) 문선생님이랑 밤에 야식으로 먹으려고 했던 건데... ㅠㅠㅠ 아마 이호영선생께서 사랑하는 싸모님과 맛있게 드시지 않았을까요? '아~ 궁금하다! 속초의 닭강정 맛은 어떨까?'
네~ 확실히 제가 가져왔더군요ㅋㅋ
그 유명한 속초의 닭강정이 제 가방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많은 선생님들께서 닭강정의 무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루어진 결과임을 밝힙니다. 속초 명물인 닭강정의 맛은 아주 좋습니다. 양도 한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인것 같습니다. 지금도 제가 매일 조심씩 먹고 있으며 아직 1/3정도 남은 상태입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안영탁 선생님에 의해서 맛과 멋이 공존하여 이루어낸 완벽한 여행이었기때문에 문영란선생님의 닭강정이 낄 틈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속초 중앙시장의 닭강정은 또 다른 매력이었습니다. 제가 그 색 다른 맛을 전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아는데~ 나도 상품주나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대장님! 진실이 아니라 재미있게 이야기를 꾸며서 '만들어'야 합니다. 즉, 픽션이어야 합니다.
정대영동학! 천진난만함의 경지를 아시지요? 고마울 따름입니다. 언제 또 가실까요?^^ 윤시내가 열창하던 '열애' 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