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클래식은 물론 재즈의 필수 악기다. 독주는 물론 반주 악기로 쓰이는 팔방미인, ‘악기의 왕’이다. 피아노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700년이다. 현과 반향판을 수직으로 세워 만든 업라이트 피아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00년이다. 요즘에야 피아노가 중산층 가정의 필수 악기로 자리 잡았지만 업라이트 피아노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일반 가정에서는 엄두도 못 낼 만큼 비싼 사치품이었다. 영국에선 교사의 1년치 월급을 몽땅 털어야 살 수 있었다. 다음은 피아노에 관한 여덟 가지 비밀이다.
1.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피아노는 1720년산이다.
최초의 피아노는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 궁정에 건반악기 쳄발로를 만들어 납품하던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1655~1731)가 1700년에 만든 것이다. 그가 만든 피아노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세 대뿐이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1720년산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건반 54개(4옥타브 반)짜리다. 또 1722년산 피아노가 로마 악기 박물관, 1726년산이 라이프치히 악기 박물관에 있다. 피아노의 원래 이름은 ‘아르키침발로 케 파 일 피아노 에 일 포르테’였다. 셈여림(강약)을 구사할 수 있는 건반악기라는 뜻이다. 이를 줄여 ‘피아노포르테’라고 불렀고, 결국 ‘피아노’로 굳어졌다. 하지만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피아노는 당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2. 피아노는 800여 개의 부품을 사용하는 정밀 기계다.
피아노의 무게는 업라이트의 경우 200㎏. 그랜드는 250㎏, 연주회용 그랜드 피아노는 500㎏까지 나간다. 피아노는 800여 개의 정밀 부품을 사용하며 제조 과정이 상당 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피아노 제조업은 유럽에서 시작되었지만 미국과 일본, 한국을 거쳐 중국이 세계 최대의 피아노 제조국·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3. 피아노는 국내 TV 드라마 제목에도 등장했다.
탤런트 조재현·조민수·김하늘이 출연한 SBS TV 드라마 ‘피아노’(2001)는 가장의 갑작스러운 정리 해고로 집과 피아노까지 팔아야 하는 가정의 슬픈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피아노는 단란한 중산층 가정의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 피아노는 연주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냥 거실 한복판에 놔두더라도 가정의 교양과 수준을 말해 주는 ‘가구’다. 물질적 풍요에 대한 만족감, 안정된 삶의 상징이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피아노를 가리켜 중산층 가정의 필수 가구라고 말했다. 베버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중산층의 발달과 북유럽의 궂은 날씨로 인한 가정 중심의 실내문화 발달을 그 이유로 꼽는다.
4. 피아노 수요가 폭발한 것은 월부제 덕분이다.
한국에서 피아노를 처음 만든 것은 1958년으로 외국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초보 단계였다. 삼익피아노가 1969년부터 조흥은행과 판매 대금 적금식 불입제(월부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시만 해도 피아노는 특별 소비세를 물어야 하는 사치품에 속했다.
5. 피아노를 재봉틀 가게에서 팔기도 했다.
18세기 말 피아노는 재봉틀, 탁자, 책상, 캐비닛 겸용으로 나왔다. 책상 서랍처럼 건반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피아노, 사각형 피아노의 바닥 부분에 매트리스와 수납장을 보탠 침대 겸용 피아노도 나왔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에서는 수십 년간 재봉틀과 건반악기를 같은 부류의 품목으로 취급했다. 둘 다 같은 상점에서 판매했으며, 판매상들은 마차에 피아노와 재봉틀을 함께 싣고 다니면서 가정을 방문했다.
스타인웨이 창사 150주년 기념으로 칼 레거펠트가 디자인한 피아노.
6. 스타인웨이는 절대 할인 행사를 하지 않는다.
명품 피아노의 대명사 스타인웨이의 창업자는 슈타인베크다. 독일 태생의 캐비닛 제조업자다.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꾼 뒤 1853년 3월 뉴욕에 피아노 공장을 차렸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피아노 관련 특허 128종을 따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다. 유명 공연장, 음악학교의 필수 악기다.
7. 가장 비싼 피아노는 2억 원짜리다.
이탈리아 페사로 로시니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파올로 파치올리는 1980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무용 가구공장을 그만두고 피아노 제조 회사를 차렸다. 파치올리가 만든 길이 308㎝, 무게 690㎏짜리 그랜드 피아노 ‘파치올리 F308’의 값은 17만 1,000달러(약 2억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피아노는 1935년 영국 국왕 조지 5세의 은혼식을 맞아 영국의 피아노 제조업자 찰스 체일린이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만든 길이 355㎝, 무게 1.25t짜리 그랜드 피아노다. 연주회장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의 길이는 27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