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_울트라_2024
클래식이 흐르는 울트라 여행
마이웨이 울트라의 세계(64)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g단조 3악장 안단테
#차이코프스키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 중 정경
#슈만 헌정 (리스트 피아노 편곡)
#베버 무도에의 권유
#사운드트랙 영화 <타이타닉> OST 중 'My Heart Will Go On'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
얼마 만에 맞이한 '평범한' 주말인가?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시작된 기나긴 '일상의 울트라'
아직도 나는 '오늘'이라는 '일상의 울트라'를 여전히 달려야 하겠지만
큰 고비를 하나 넘은 이 홀가분함.
그냥 지극히 평범한 주말일 뿐인데
왜 이리 이 평범함이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친의 응급실과 입퇴원의 와중에 지난 4월 중순부터 나는
고3 시절 숨막히던 수험생의 생활을 다시 겪어야 했다.
그동안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요양보호사 자격증의 필요성을 느껴 학원에 등록하였기 때문이다.
학원의 수강 시스템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편히 숨 쉴 공간조차 없었다.
매 시간마다 출석 체킹하는 것은 물론 출석율 관리도 엄격했고
현장 실습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 와중에 나는 노모를 모시고 병원을 오갈 수밖에 없었으니
하루 하루 마음 졸이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제 그 모든 시간이 지나가니
힘겨웠던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다가온다.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모친의 경우에는 묘하게도 응급상황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응급상황이 해결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나는 여전히 운명을 믿지 않지만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까지 모친의 건강을 기원하며
2019년 처음 응급상황에서 위로를 받았던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다시 들어본다.
Hélène Grimaud & Jan Vogler –
Rachmaninoff: Cello Sonata in G Minor, Op. 19: III. Andante
https://youtu.be/SvoKzdw6wIo
Rachmaninoff Sonata for Cello and Piano Op.19
(Shafran & Ginzburg)
https://youtu.be/5qMupTszg0E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현장 실습 중에 나름 보람 있는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한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내게는 보람과 함께 가슴 벅찬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현장 실습 첫째 주는 주간 보호 센터
이곳은 요양 보호 대상자들이 출퇴근(?) 하는 곳이다.
어르신들의 건강이나 인지 상태 역시 비교적 양호한 편이고
마치 학원처럼 하루의 일과가 진행되고 프로그램도 다양한 편이다.
현장 실습 두번째 주는 노인요양시설
이곳은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여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 요양과 그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이곳은 예상대로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침상에서 생활하는 와상상태였다.
3개층으로 이루어진 곳에 내가 현장실습을 하게 된 3층은
대부분 여자 어르신이고 남자 어르신은 6명 계셨는데
그 중 한 어르신을 현장실습 기간 내내 내가 거의 전담하게 되었다.
이 어르신은 중증 치매 상태로 대화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였고
저작과 연하곤란으로 매 식사를 유동식으로 하셨는데
그 식사를 내가 담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식성과 소화력이 좋아 정말 맛나게 다 드셨고
그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곤 했지만
그 이상의 의사소통은 전혀 없었다.
또 하나 이 어르신은 치매 환자에게 흔하다고 알려진
폭력성이 있었고 그것이 부담스러운 시설 종사자들은
침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이제 곧 점심시간이라
침상 식탁을 내리며 준비하고 있는데
그 어르신이 '갈_종_완' 하고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 가슴에 붙여진 명찰을 보고 내 이름을 부른 것이다.
나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그렇게 며칠을 함께 생활했어도
자기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거나 말을 한 적이 없었던
바로 그 어르신이 글씨를 정확히 읽은 것이고
그 명찰에 쓰인 글씨가 바로 내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케어에 감사하다고 자기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그 순간 만큼은 그 어르신의 인지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나는 흥분하여 시설 종사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데
다들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그런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한번 그때 뿐
그 어르신은 다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고 말았다.
나는 기대감으로
내 명찰을 들이대며 내 이름을 또박또박 읽어주었지만
그 어르신은 모른 척 할 뿐이었다.
단 한번
내가 꽃이 되었던 그 순간
아마도 쉬이 잊기 어려운 감동의 순간이지만
다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그 어르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듣다 보면
바로 그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Swan Lake - Tchaikovsky
https://youtu.be/Wyr5GqML89c
Tchaikovsky: Swan Lake choreographed by Nureyev, Final Scene
https://youtu.be/HI7XdqJJfBw
<슈만_헌정>
백조의 세계에서 나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 이름을 불러주었던 그 어르신 또한 하루 속히 인지가 회복되어
내가 누리는 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설레던 그 순간을 다시 되새기며
작곡가들이 새겨 넣은 '사랑의 고백'을 들어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슈만의 연가곡집 <미르테의 꽃> 중 제1곡 '헌정'이다.
단순하면서도 절절한 사랑의 고백과 같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 곡은
원곡인 성악곡보다 피아노곡에서 더 애틋함과
기대에 넘치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슈만이 클라라에게 바치는 '헌정'도 가슴 뭉클하고
또 그것을 피아노로 멋지게 노래 부르게 한
리스트의 피아니즘도 아름답다.
원곡인 성악곡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버전의 <헌정>을 듣는
이 '평범한' 일상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Miki Yumihari - Piano Robert Schumann/Franz Liszt: Widmung
https://youtu.be/t0gM2kXmySg
Schumann: Widmung, Op. 25, No. 1 ·
Dietrich Fischer-Dieskau · Jörg Demus
https://youtu.be/IrUisnc062o
Merz Trio: Robert Schumann “Widmung”
https://youtu.be/ryESLFaVUug
Myrthen, Op. 25: No. 1, Widmung (Arr. Y. Ito for Cello & Piano)
https://youtu.be/b7K-Up7pHTs
<베버_무도에의 권유>
이 곡은 베버가 어렵사리 카롤리네와 결혼한 2년 후
아내에게 헌정한 피아노 소품이다.
우리에겐 베를리오즈가 관현악으로 편곡한 곡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나는 이 곡을 들으면 짧은 연애시절 도봉산 계곡에서
아내와 함께 들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이 곡을 들으면 나는 아직도 숫총각인 양 가슴이 뛰고 함께 춤추고 싶다.
춤이 시작되면 현악에 의해 위로 솟아오르는 멜로디는
얼마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지 모른다.
저 무한한 동경의 세계로 날아오르게 한다.
두번째 왈츠에서는 사뿐사뿐 스텝을 밟아가며 점점 춤에 빠져든다.
Shall we dance?
Carl Maria von Weber: Aufforderung zum Tanz op.65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https://youtu.be/9ajT7YDDNYc
Piano version by Franz Liszt
Alexander Paley, piano
https://youtu.be/NKV-BZIVF4U
<My Heart Will Go On>
My Heart Will Go On은 1997년 11월 발매된 캐나다 출신의 여가수인
Celine Dion의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그 해 12월에 개봉한 영화 <Titanic>의 주제가로 쓰이면서
영화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곡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많이 있지만 문득
'살아있는 현재를 누리라'는 시어와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에서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장면이 나오고
짧은 시간동안 타이타닉과 함께 명멸해간 안타까운 사랑의 장면들은
우리 인생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Titanic • My Heart Will Go On • Celine Dion
https://youtu.be/F2RnxZnubCM
Titanic - My Heart Will Go On //
Danish National Symphony Orchestra, Andrea & Diluckshan (LIVE)
https://youtu.be/mhUCNryY6Rk
My Heart Will Go On (Love Theme from "Titanic") ·
CelloDeck Yoonkyung Cho
https://youtu.be/CJjjdjtFi6s
이탈리아 인상파 화가 주세페 파라오네의 작품세계
Giuseppe Faraone, 1954 Impressionist pa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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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산책_2024
#미술사조_인상주의
#주세페_파라오네
첫댓글 지극한 효심에 항상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다정한 성품을 가진 큰아들이 있는 우리 엄마는 큰복을 받은분이십니다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 앞에서 잠시나마 인지기능이 돌아왔다는 자체가 기적입니다
혼자였다면 수강도 실습도 마칠 수 없었을 거야.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거의 전적으로 엄마의 케어를 맡아준 덕분이지.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