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 그림책 학교(소년한국일보/2022.9.1)

[푸른별꽃]

 코로나 극복 위한 희망의 동화 ] '자매 그림책 학교'

• 기자명 정준양 
•  입력 2022.09.01 19:49

자매 그림책 학교 

“엄마, 일찍 와야 해.”
유라가 출근하는 엄마를 붙잡고 징징거렸다. 
“그럼, 엄마가 끝나자마자 막 뛰어 올게.”
엄마가 유라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유미야, 유라랑 싸우지 말고 잘 놀아.”
엄마가 유미에게 당부를 하고 출근했다. 유미는 심통 난 얼굴로 손을 저었다. 유미는 혼자 학교수업을 줌으로 듣고 친구들과 톡을 하며 지냈다. 유라가 졸졸 따라다니며 보챘다.
“유라야, 제발 너 혼자 놀아. 왜 나만 따라다녀?”
유미가 눈을 크게 뜨고 짜증을 부렸다. 
“엄마가 잘 놀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안 놀아줘?”
유라가 얼굴을 붉히며 따졌다.
“그건 엄마 생각이지. 내가 그런다고 했니?”
“흥, 엄마 오면 다 일러줄 거야.”
유라가 혼자 식탁 위에 있는 시리얼을 꾸역꾸역 먹었다. 저녁 때가 되어 엄마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엄마, 언니가 안 놀아줬어. 밥도 안 주고.”
“그랬어? 유미야, 동생이랑 놀아주라고 했잖아. 식탁 위에 있는 밥은 왜 안 먹었어?”
엄마가 현관에서부터 유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엄마는 내가 유라 보는 도우미에요? 나도 할 일 많아요.”
“그럼 어떡하니? 코로나라 유치원도 못가고 학원도 못 가는데. 내일부터 유라랑 잘 놀면 방학 때 부산 할머니한테 보내줄게.”
“정말요? 약속 꼭 지키세요.”
유미는 세상에서 유미를 제일 예뻐하는 외할머니를 만나는 게 좋기 때문에 금방 웃음이 번졌다.   
“유라야, 오늘은 그림책 학교 놀이 하자. 난 선생님이고 넌 학생이야.”
유미가 그림책을 몇 권 꺼내서 식탁 앞에 앉았다. 유라도 그림책을 보자 싱긋 웃었다.
“이 그림책은 내가 아끼는 건데 특별히 읽어줄 거예요. 다 읽으면 그림도 그릴 거예요.”
유미가 진짜 선생님처럼 존댓말까지 쓰며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유라도 졸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그림도 그리고 식탁 위에 차려놓은 밥도 먹고 우유도 마셨다.  
“엄마, 오늘은 언니랑 그림책 학교 놀이했어. 유미 언니 진짜 선생님 같아.”
유라가 퇴근해서 들어오는 엄마를 보자마자 신바람이 나서 말했다.
“언니가 그랬구나. 부산 할머니가 정말 보고 싶은가 보구나.”

엄마가 말하자 유미가 모른 척하고 자기방에 들어갔다. 엄마가 인터넷 서점에서 그림책 열권을 주문해 주었다. 엄마는 자매가 유치원도, 학교도, 학원도 못 가는 바람에 직장에 나가서도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듯 불편했는데, 그림책에 마음을 붙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늘도 자매 그림책 학교를 시작하겠습니다. 홍유라 학생, 잘 들어보세요.”
“언니, 아니 선생님. 오늘은 내가 그림책 읽어볼게요. 선생님만 읽으란 법은 없잖아요.”
“그래요? 그럼 유라 학생이 재미있게 읽어보세요.”하며 유미가 그림책을 넘겨주었다. 유미는 호랑이 흉내까지 내며 목청이 떠나가게 읽었다.
“유라 학생은 학교 가면 공부도 잘 하겠어요. 한 글자도 안 틀렸고, 흉내도 잘 내네요.”
“정말요? 선생님, 이제부터 한 권씩 돌아가며 읽는 게 어떨까요?”
“그래요. 그동안 나만 읽었더니 목이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요.”
하며 유미가 스케치북에 자매 그림책 학교라고 써서 거실에 붙였다. 엄마가 퇴근하고 보고는 자매를 꼭 안아주었다.
“코로나라 걱정했더니 자매가 그림책을 한 달 사이에 이렇게 많이 읽었네. 또 주문해야 겠어.”
유라는 그림책이 점점 더 좋아졌고, 유미는 방학 때 외할머니를 만날 생각을 하니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거 같았다. 
/삽화=박태현 선생

[용뿍이]

작가님 동화는 생명이 살아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참 좋아요*^^*

[푸른별꽃]

명절 잘 보내고 계시지요? 지난번에 발표된 건데 이제야 올렸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