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인 북촌에 이어 서촌 일대를 한옥마을로 조성하는 사업이 본격화된다. 서울시는 19일 “아직 정비되지 않은 서촌이 옛 모습을 되찾도록 정비사업을 본격화하겠다”며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해 건물뿐 아니라 문화가 흐르는 지역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촌은 종로구 체부동, 옥인동, 통인동 일대로 한옥 668채가 남아 있다.》
○ 열악한 환경에도 멋은 그대로
16일 오후 서촌 일부인 체부동 한옥 밀집지역에 들어섰지만 설명을 듣고 내부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한옥마을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철제 대문이 달려 있고 담장에는 방범용 쇠창살이 달려 있는 집이 적지 않기 때문. 대문 안쪽 내부를 보아야 비로소 작은 마당과 처마가 보이면서 한옥임을 알게 된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생활환경이 노후됐고 외부의 훼손 정도가 심한 편”이라며 “한옥마을 정비는 이 같은 불편까지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봇대와 가로등 사이로 전선이 뒤엉켜 미관을 해치고 있었고 좁은 골목길 바닥은 울퉁불퉁해 걷기에도 불편한 상태였다. 환경은 열악해 보이지만 예전에는 적지 않은 예술인이 살던 멋스러운 동네였다. 조선시대만 해도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가 살았던 곳이다. 세종대왕 탄신지도 있다. 근대에는 이중섭, 윤동주, 이상 등이 살아 전국 최고 ‘예술인 마을’로 꼽힐 만하다. 경복궁과 인접해 있고 동네 어디에서든 인왕산 자락이 시원하게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는 점도 매력이다. 최근 한옥 붐을 타고 부동산 가치도 식을 줄 모른다. 3.3m²당 2000만∼300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연초에 비해서도 계속 상승세라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수는 없지만 한옥마을로 잘 정비되면 전통과 멋이 어우러진 최고의 주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탓이다.
○ 지원 늘리고 한옥 보호대책 강화
서울시는 주민 스스로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유주가 신청하면 채당 전면 수선할 때 보조금 6000만 원을 주고 융자금 4000만 원을 지원한다. 지붕 등 부분을 수선하면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준다. 7월 이후 지금까지 7건의 지원신청이 접수됐다. 아직 미미하지만 서울시는 점차 주민 스스로 이 같은 지원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한옥 밀집 지역으로 지정돼 유흥, 위락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주거용이나 의료시설, 어린이집, 도서관, 생활편의시설 등은 들어설 수 있다.
당초에는 주택재개발사업이 추진되던 체부동 일대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까지 승인됐으나 한옥마을로 거듭나야 한다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올해 4월 한옥보전 수복형 재개발정비사업지구로 사업이 크게 변경됐다. 일부 주민은 이런 방안에 아직 반대하고 있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시 지원을 받아 한옥을 정비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복개되어 있는 옥류동천도 옛 모습을 되찾게 된다. 경복궁 서쪽 옥인길과 누각길 일대의 옥류동천은 현재 복개된 모습이지만 한옥마을 정비와 함께 콘크리트 도로를 걷어내고 자연형 하천이 되도록 옛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하천이 복원되면 옛 물길처럼 청계천으로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