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 왜 이렇게 늙었어
그 며칠 후 입력 되지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폰에서 흘러 나오는 낭낭한 귀에 익은 목소리
" 시현씨 나야 조은조..시현씨 맞지 "
"어...!! 은조...아휴..이게 얼마만이야..정말
오랜만이네...반갑다 은조야..."
"목소리 여전하네...시현씨 "
시현은 가슴이 두근거려 하고픈 말이 뭔지
그져 반갑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얼핏 떠오르지도
않았다 다행이 그 소녀가 사는곳이 그리 멀지않은
자동차로 40여분 거리에 있었다
그 소녀도 무심코 열어 본 메일에서
"이시현" 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가슴이 두근 거려 밤잠을 설첬단다
폰번호를 알았으니 언제 만나서 커피한잔 하면서
지난 얘기 하자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시현은 웬지 모르게 두근거리는 가슴이 쉽게진정 되지 않았다 얼마후 안정을 찾아갈 쯤 그녀에게서
재차 전화왔다
"시현씨 우리 낼 만나요 만나서 커피 마시면서
옛날얘기 해요...00전철역 앞으로 갈께요"
시현은 뛸듯이 기뻣다 가슴이 마구 뛰고
설렌다 철이 없었던 것 인지, 날 좋아 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날 무척이나 따르던 그 앳된
갈래머리 소녀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을까...
몹시 궁금 하고 빨리 보고 싶었다
시현은 낼 만나기로 시간과 장소를 약속했다
궁금하다 내 팔 한쪽은 그의 것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팔장을 끼고 다니던 갈래머리
소녀가 보고 싶었다 어떻게 얼마나 변해 있을까...
생전 늙을 것 같지 않던 그 소녀도 나만큼
늙었을까...
하루 종일 그녀 생각으로 일손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하루가 지루 하게 만
느껴진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올리가
있겠는가 업치락 뒤치락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잠시 빛바랜 추억속으로 들어가 본다
시현이는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곧바로
마음 속에 품은 청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에 있는 사립 방송기술 연수원 성우6개월
과정에 등록을 했다
시현이가 방송 성우를 마음속에 품은 것은
TV는 상상도 못하고 라듸오도 집에 없던
1960년대 중반 쯤 인가 옆집 땅콩 농사 짓는
나이 많은 형이 손바닥 보다 조금 큰 트랜지스터
라듸오를 갖고 있었다.
저녁시간에 방송 되는 일일 연속 방송극
"섬마을 선생님" 을 듣기 위해 시현의 집은 물론
앞집 뒷집 애, 어른 모두가 그 형네 라듸오 앞에
방안 가득 모여 앉아 숨도 크게 못 쉬고 연속극에
집중했다.
이십여분 남짓 방송되는 그 드라마 청취가
밥은 못 먹어도 라듸오는 꼭 들어야했다.
시현이는 고등학생이었지만 그 드라마 만큼은
어른들과 함께 열심히 들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집에 들어와 책상 머리 앉아 책만 펼처 놓고
드라마 내용을 되새긴다. 마치 시현이 주인공인
것 처럼...속으로 여자 주인공과 대화를 한다.
그해 학교에서 연극 " 원술랑 " 공연을 위해
수업이 끝나면 배역들이 교실에 모여 연기 지도를
받는다 시현은 그 연극 배역에 끼지도 못했지만
창틀 넘어로 연기 강의를 도강 하는 일에
열중했다 드디어 읍내 극장에서 연극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 설치등 잡일을 도와 주던 시현은
공연중 효과 음향으로 바람소리를 내야하는데
연출 하시는 선생님이 바람소리 낼 방법이
없다며 전전긍긍 하는 모습을 본 시현이 내가
해 보겠노라 자청을 했다 테스트 결과 단번에
오케이를 선언하고 매우 흡족해 하셨다
그리고 바람 소리 외에 귀신 목소리까지
담당 하라는 연출 선생님의 제의를 받고
비록 얼굴 없는 귀신 목소리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며칠간의 연극 공연이 끝난 후
상상치도 못한 일이 시현에게 일어 났다
여고생 두서너 명이 시현이 집으로 시현을
찾아 왔다 그중 한 여학생이 시현에게
"시현이 너 목소리 참 좋더라...바람 소리도
네가 한거라며...여기 싸인좀 해 줄래?
한번 만나자 "
여학생이 내민 색종이에 싸인을 해 주고
그들은 돌아 갔다
시현은 속으로
"귀신 목소리가 좋다고...뭐야..."
그날 이후 시현은 그 여학생을 떠 올리며 수 없는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그리고 결심 했다 그거 성우 한번 해보자고...
그해 겨울방학을 맞아 산동네에 사시는
할아버지 댁에 머무르며 혼자 나름대로 목소리 훈련에 돌입했다. 새벽에 뒷산 계곡 폭포수 아래서
말이 달련이지 완전 고성방가를 한달 내내
해 대자 이를 본 동네 어른들은 저 미친 놈이라
수근 대기도 했다. 아무튼 지금 시현이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는 그때 만들어진 목소리다.
연기 지도 교수들의 평가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6개월 연수 과정은 끝났지만 방송국 문지방은
아무나 넘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2, 3년에 한번
치뤄지는 성우 공채시험은 모집 인원 7, 8명에
응시자는 일천명이 넘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경쟁율을 통과 하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
하기만큼 어려웠다. 다음 공모가 있기 까지
넘ᆢ 긴 공백이라 마냥 부모의 쌈지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관인 직업 소개소에서 2천원씩이나 되는
거금을 내고 소개를 받아 가 보면
야간 유흥업소 잡일꾼 일색이고
다른 어느 관인 직업 소개소에서 관리부장이라는
사람이 정말 로 남주기 아까워 숨겨두고 있었는데
때마침 운좋게 잘 찾어 왔다며 소장도 모르니
자기에게 5천원을 주면 자기가 직접 데리고 가서
취직을 시켜 줄테니 선택을 하라는 말에
망서림도 없이 오천원을 건네주고
다음날 만나서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 그 부장이라는 사람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고 소개소 사무실로 가니 그사람은
사무실에도 없었다.
소장에게 사실을 얘기하니 소장은 나에게
왜 바보같은 짓을 했냐고 호통치며
그사람 어제 그만 두었고 연락도 안된다고 했다
물론 소개비 오천원도 소장도 모르게
한 일이니 책임도 질 수 없다며 다른 곳이라도
취직을 하려면 이천원을 내고 싢으면
돌아가라며 눈을 부라리고 나를 내 쫒았다
어이가 없었다 분명 내 잘못이긴 하지만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서울에서
이건 대낮에 눈 멀건히 뜨고 코 베인 것이다
몇번의 소개비로 취직도 못하고 몇달
생활비를 도둑 맞고 사기 까지 당하고 나니
직업 소개소 간판만 봐도 도둑놈 사기꾼으로 보인다
서울하늘 아래 어디 맏당히 발 붙일 곳이 없었다
궁여 지책으로 운 좋게 구한 직장이 어느 조그만
관공서 기자재 납품업체에 월 오천원의 월급을
받기로 하고 취직을 한것이다
사무실이래 봐야 서울 시내 을지로에 5층 건물
옥상에 가건물로 꾸며진 열평남짓 사무실에
개인 사업 사장이 세명 남자직원 시현을 포함
4명 여자 경리 직원 2명 모두 9명이 전부였다.
(3부에 계속)
첫댓글 흥미진진 다음글이 기대됩니다 ☆
기다립니다 ☆♡☆
ㅎㅎ고교시절이 그대로 연상 되어요
읽을수록 다음이 궁금해지는 그 시절 마음 ㅋㅋ
원술랑,
옛날이 떠오르네유.
여주중앙통 뻐스차부옆
극장건물 아직도존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