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사기동대] 10
S# 1 양정도 오피스텔 (N)
백성일 그 말 진짜야....?
양정도 (대답 없고)
백성일 왜 대답을 안 해! 새끼야! 그거 맞냐고!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바라보는 양정도. 백성일은 격앙된 얼굴로 응시하는데,
양정도 이 아저씨 진짜 안 되겠네. 이 말을 믿어요?
백성일, 짧게 벙찌는데, 어이없다는 듯 웃음 짓기 시작하는 양정도.
백성일 (양정도의 웃음에 더 벙찐다) 뭐냐...
양정도 어이가 없어서 그래. 아, 진짜 이 아저씨.
아, 미치겠네. 귀여워서. 그러니까 사기를
당하지. 왜 이렇게 순수해, 사람이?
백성일 뭔 말이야...
양정도 쫌 전에 한 말 그거 다 지어낸 거예요.
아저씨 말 듣고 그냥 생각나는 대루
씨부린 거라구. 아, 진짜 아까 표정 봐.
눈 막 (흉내 낸다) 이렇게 떠 갖구, 진짜.
백성일 지어낸 말이 아닌데, 뭘! 생각나는 대루
말하는데 우향 최철우 얘긴 왜 나오고
천 시장은 또 왜!
양정도 (끊으며) 아저씨가 지난번에 다 얘기해
줬잖아요. 그 부인 오빠를 뭐라 그래?
암튼 그분 제삿날에. 뭐가 어떻게 됐고
어떤 사이고 그런 거. 그냥 그 말 좀
섞어 가지구 지어낸 거라니까? 지금 막?
백성일 (어이없다) 나 갖구 장난 친 거냐, 그럼?
양정도 아저씨.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구요, 방미나
어떻게 할 건지나 고민해요. 우리 잡으려던
형사 면회는 왜 가. 아니, 그럼 우리 쫓던
형사가 정도 좋은 놈이니까 계속 믿고
따라라, 그러겠어요, 설마?
순간 앓던 이가 빠진 듯한 기분의 백성일. 온 몸에 힘이 풀리며,
백성일 그치? 그 사람이 장난질 친 거지? 너 그런 놈 아니지?
아, 난 또 가슴 철렁 내려 앉아갖고. 정도 때릴 뻔 했네.
맥주를 따는 백성일. 가슴을 쓸어내리듯 벌컥벌컥 – 들이키기 시작하면,
그런 백성일을 바라보는 양정도. 미소 짓던 낯빛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S# 2 양정도 오피스텔 (시간 경과)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양정도. 심각하게 굳은 얼굴인데,
핸드폰이 진동한다. 양정도, 전화를 받더니,
양정도 (전화에) 백성일이 알았어요. 타이트하게 갈게요.
전화를 끊는 양정도. 의미심장한 얼굴로 짧은 한숨을 내쉬는 그의 얼굴에서!
S# 3 면회실 (D)
화면 가득 보이는 핸드폰 사진 한 장. 술에 취한 백성일이 양정도의 부축을 받으며
양정도의 오피스텔 건물에서 나오는 사진이다. 기분 좋게 취한 듯 환하게
웃는 백성일과 양정도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져 있는데,
구형사 (사진을 내리며) 제가 준 녹음기두 양정도 그 놈한테
주드라구요. 어디 줄 설지 확실히 정한 거 같습니다.
사재성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머금으면)
구형사 이제 어떡하죠?
사재성 구형사야. 우리 같은 사람들 말을 누가 제일 잘 듣냐?
구형사 예?
사재성 죄 짓고 사는 놈들은 우리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지?
우리 말 안 들으면 지 인생 아작날 거 뻔하니까,
그러니까 우리 쁘락찌 짓 하면서 지 친구 팔아
넘기구, 조직 배신하구, 그러는 거 아냐.
(보다가) 아까 한 놈 왔다 갔어. 양정도 그 새끼
팔아 넘길만한 놈. (미소가 번지며) 내 말 잘
듣드라구. 죄 지은 게 많으니까.
비릿한 미소를 머금는 사재성. 카메라는 그의 얼굴로 조금씩 클로즈 업 하다가!
S# 4 세금 징수국 (D)
자리에 앉아있는 백성일. 파티션 너머로 눈을 빼꼼히 내밀고 주변의 동태를 살핀다.
안전하다고 느낀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백성일. 빠르게 징수국 사무실을 나가면,
자리에 앉아있는 천성희. 걱정스런 얼굴로 백성을 바라보는데, 징수국 복도 창문
너머로 백성일의 뒤를 따르는 누군가가 보인다! 안국장이다! 백성일의 뒤를 밟으며
천성희를 스쳐보는 안국장.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천성희를 향해 가만히
있으라는 듯 손짓을 하며 백성일을 뒤따라 걷고, 백성일에게 문자를 쓰는 천성희.
S# 5 시청 주차장 (D)
주차장을 걸어 차에 올라타는 백성일.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뒤따르는
안국장의 자동차. 백성일의 차를 따라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데,
S# 6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운전을 하는 백성일. 문자를 확인하면, ‘안국장 붙었어요’ 라는 천성희의 문자다.
대수롭지 않게 보는 백성일. 곧장 통화 버튼을 누르면,
S# 7 세금 징수국 (D)
천성희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빠르게 핸드폰을 낚아채는 천성희. 고개를 돌리며 조그맣게,
천성희 과장님 지금!
백성일 (F) 알어.
천성희 예?
S# 8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백성일 안다구, 안국장이 나 따라오는 거.
근데 성희 너 자꾸 이런 거 하지 마.
S# 9 달리는 안국장 차 안 (D)
운전을 하며 백성일의 뒤를 쫓는 안국장의 얼굴 위로,
백성일 (F) 내가 지금 딴 데 가면 안국장이 너 의심할거 아냐.
S# 10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백성일 내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 끊는다. (전화를 끊으면)
S# 11 세금 징수국 (D)
당황한 얼굴로 빈 전화기를 바라보는 천성희. 백성일의 말을 못 믿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답답함과 짜증 섞인 탄성을 내뱉으며,
천성희 아우, 뭘 어떻게 한다구, 진짜!
S# 12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운전을 하는 백성일. 룸미러로 뒤편을 보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쫓아오는
안국장의 차가 보인다. 차선 변경을 하는 백성일. 인도와 가까운 도로를 달리고,
S# 13 달리는 안국장 차 안 (D)
똑같이 차선 변경을 하는 안국장. 역시나 인도와 가까운 차선을 달리는 순간!
쾅 -! 갑자기 나타나는 누군가가 자동차 본네트를 타고 올라갔다가 바닥에
널브러진다! 끼익 -! 급정거를 하는 안국장. 사색이 된 얼굴로 황급히 자동차
밖으로 나가보면! 길거리에 널브러진 채로 신음하는 한 남자가 보이는데!
그는! 장학주다! 세상 가장 끔찍한 고통을 겪는 사람처럼 신음하는 장학주.
그를 본 안국장은 잔뜩 쫄은 얼굴로,
안국장 괘, 괘, 괜찮으세요?
S# 14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사이드 미러로 상황을 보는 백성일. 다시 정면을 보면,
씨익 – 만족감의 미소가 번지고, 동시에 경쾌한 비트의 음악이 들려오며!
S# 15 인사동 거리 (D)
인사동 거리를 걷는 방미나. 지난 9부와 마찬가지로 까칠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골목길 혹은 골동품 가게에 서서 암거래를 하는
정자왕, 최지연, 남자들 무리를 확인한다. 역시나 굳이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자신의 걸음을 옮기는 방미나. 정자왕이 서 있는 골목길을
쓰윽 – 봤다가 다시 앞을 보는데, 누군가와 부딪치며 쓰러진다. 짜증 섞인
탄성을 내뱉으며 누군가를 보는 방미나. 카메라가 그를 비추면, 백성일이다.
백성일 으응? 여기서 또 만나네요.
신경질적인 얼굴로 백성일을 꼬나보는 방미나. 물론 연기지만 상황이 이상한 것을
직감한 백성일은 손에 들고 있는 청자가 담긴
나무 상자를 엉덩이 뒤로 숨긴다. 바라보는 방미나. 어색한 미소를 머금는 백성일.
S# 16 봉고차 안 (D)
마주 앉아있는 백성일과 방미나. 방미나는 다리를 다친 듯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백성일의 옆에 청자가 담긴 나무 상자가 놓여져 있고, 드르륵 – 열리는
봉고차 문.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자왕이 편의점 get 커피 두 잔을 내밀며,
정자왕 커피요.
백성일 (받으며) 너는 파스두 좀 사오지.
사모님 다치셨는데.
방미나 괜찮아요. 안 그러셔도 돼요.
백성일 아니, 다친 거 그냥 두면 오래 가요.
빨리 파스 붙이셔야 돼. 사와.
정자왕 (문을 닫고 사라지면)
백성일 (방미나에게 커피를 내밀며) 이게
편의점 껀데 맛이 아주 좋아요.
일반 커피숍만큼 맛이 좋아, 아주.
방미나 (받으며) 예. 잘 마실게요.
백성일 제가 실수도 좀 했고, 더 좋은 데서
대접했어야 되는데 저희 상황이
좀 여의치가 않아서!
방미나 (끊으며) 왜요? 무슨 나쁜 짓 하셨어요?
백성일 예?
방미나 아니, 어제두 그렇고 추 팀장님 밑에 분들,
많이 바쁘던데요, 하루 종일.
백성일 아, 오해하셨구나. 그게 어떻게 된 거냐믄요!
방미나 (끊으며) 설명 안 하셔도 돼요. 그렇게라두
다 사셔야죠. 월급 얼마 안 되잖아요, 거기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백성일. 방미나는 다리만 주무르고,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백성일 솔직히 그렇잖아요. 상속세 그런 건 왜 만드냐구요, 왜.
부모가 자식한테 재산 넘기는데 나라에 돈 내는 게
말이 돼요? 애 날 때 나라가 뭘 해줬다고. 미역국을
한 번 끓여줘 봤어, 배냇저고릴 한 번 사줘봤어. 저는
집에서 태어났어요. 엄마가 돈 없다구 병원 못 가서.
이름이 그냥 애기였다니까? 언제 죽을지 모른다구.
상속 얘기가 나오자 짧게 번뜩이는 방미나. 애써 태연하게 행동하며,
방미나 위장 증여 도와주시던 거였어요, 골동품 넘기면서?
백성일 위장 증여라기보다, 잘못된 법 때문에 상처 받으신
분들, 그런 분들 상처에 약 발라 드리는...
뭐 그런 일 하고 있는 거죠. 본업 말고 부업으로...
방미나 물건들은 어디서 조달하시는데요?
백성일 예?
방미나 (나무 상자 가리키며) 그런 거 어디서 구하시냐구요.
회사에 있는 물건 빼돌리시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백성일 말씀드리기 좀 그런데, 그건.
방미나 그럼 더 얘기할 거 없겠네. 수고하세요.
(보며) 집 가기 전에 경찰서나 들렸다 가야겠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백성일 (잡으며) 에이. 어딜 가요. 다리도 불편하신데.
말씀 드릴게. 예? 말씀 드린다구요, 다.
방미나 (말해 보라는 듯 다시 자세를 잡고 앉으면)
백성일 제 친구놈 중에 부산항 감정관실에 있는 놈이
하나 있거든요? 창현이라고. 근데 이 문화재라는 게
그래요. 해외에서 물 건너 들어올 때 감정관실에서
위작 판결만 내리면 아무 문제없이 들어올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에. 그걸 이용하는 건데....
방미나 문화재 감정관실 사람 통해서 위작 판결 내리고
세관을 통과한다, 진짜 문화재를?
백성일 그렇죠. 허허. 가격두 싸요. 야로로 들어오는 거라.
방미나 (나무 상자 스쳐보며) 저것두 그렇게 들어온 거예요?
백성일 (보며) 아, 이거요. (꺼내며) 이게 진짜 귀한 건데,
고려청자거든요, 이게? (보이며)
빛깔 보이죠? 와, 눈이 안 떠지잖아. 너무 예뻐서...
순간 눈빛에 생기가 도는 방미나. 도자기를 받아 들고 살펴보며,
방미나 (감탄의 미소) 와, 이거 색 너무 곱다.
백성일 그쵸? 곱죠? 허허. 사모님 가져요.
방미나 예?
백성일 가지시라고. 저희 집에 그런 거 많아.
이쑤시개만큼 있어. 허허.
방미나 제가 이 귀한 걸 어떻게 받아요?
(순간) 설마 이거 짝퉁이에요?
백성일 짝퉁은 무슨. 전 옷만 짝퉁 입어요.
다른 건 짝퉁 취급 안 하고.
방미나 근데 이걸 왜 저한테!
백성일 (끊으며) 그냥 감사 표시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거 드려야 오늘
본 거 말 안 하실 거 아니야, 아무한테두.
방미나 (순간 난처한 듯 얼굴이 굳어지면)
백성일 그거 받으시면 우리 한 배 타는 겁니다. 나도
여사님 난처할 때 돕고, 여사님도
저 난처할 때 돕고. 아시겠어요, 무슨 말인지?
방미나 (어색한 미소만 머금는데)
백성일 그래서 어떻게 하실래요? 여사님이 갖구 가실래,
내가 갖구 갈까?
갈등하는 방미나. 미소를 머금는 백성일. 두 사람의 얼굴이 교차하다가!
S# 17 인사동 거리 (D)
도자기가 담긴 나무 상자를 들고 있는 방미나. 다리를 쩔뚝이며 걸어 골동품 가게로 들어가면!
S# 18 골동품 가게 (D)
돋보기안경을 들썩이며 청자를 보는 주인. 앞에 앉은 방미나는 초조한 얼굴로 지켜보는데,
주인 이거 어디서 구했어요?
방미나 왜요? 짝퉁이에요?
주인 짝퉁은 무슨. 큰 거 두 장은 받겠는데?
하며 다시금 도자기를 보는 주인. 큰 거 두 장이라는 말을 들은 방미나의 얼굴에
이제껏 본 적 없는 기쁨의 화색이 돌며!
S# 19 인사동 거리 (D)
다리를 쩔뚝이며 골동품 가게를 나오는 방미나.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방미나 (걸으며 / 전화에) 추팀장님 저예요!
아까요! 이제부터 한 편이라 그랬죠, 우리?!
S# 20 달리는 봉고차 안 (D)
정자왕이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최지연. 백성일과 노방실은
뒷자리에 앉아있다. 백성일의 통화에 모든 신경이 집중된 사람들.
백성일 (전화에) 예. 그랬죠. 위 아 투게더.
방미나 (F) 그럼요, 추팀장님!
S# 21 인사동 거리 (D)
방미나 (전화에) 제 상처에두요,
(멈추고) 약 좀 발라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S# 22 달리는 봉고차 안 (D)
번뜩이는 백성일! 정자왕은 룸미러로, 노방실과 최지연은 백성일을 바라보는데!
S# 23 인사동 거리 (D)
방미나 사실 저두 상처 많이 받았거든요. 잘못된 법
때문에. 제 상처두 좀 치료해 주실래요, 팀장님?
S# 24 달리는 봉고차 안 (D)
백성일 (잠시 반응 없다가 / 전화에) 예!
그럼요! 제가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는 백성일! 기쁨의 탄성을 지르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는 정자왕!
최지연의 손을 만지려다가 다리를 만져 뺨 싸대기를 맞는다. 미친 듯이 기뻐하는
백성일, 노방실, 정자왕, 최지연! 그들의 기쁨에 찬 함성이 격정적으로 이어지다가!
S# 25 세금 징수국 (D)
답답한 듯 잔뜩 찡그린 얼굴의 천성희가 화면 가득 보인다.
컴퓨터 자판을 치다 말았다 하다가 시계를 보는 천성희. 6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다.
답답함의 한숨을 내쉬는 천성희. 일도 손에 안 잡히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겨 들며 사무실을 나가면,
S# 26 시청 복도 (D)
복도를 걷는 천성희. 순간 핸드폰이 진동한다. 보면, 모르는 번호다.
전화를 받는 천성희.
천성희 (전화에) 네.
양정도 (F) 오고 있지?
천성희 누구세요? (순간) 양정도?
양정도 (F) 그래. 여기가 어디냐면!
천성희 (끊으며) 안 가! 내가 거길 왜 가!
양정도 (F) 일단 들어봐. 여기가 어디냐면!
천성희 안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복도를 돌아 로비를 걸으며)
니가 알아서 하라고오!
양정도 (F) 말했잖아. 내가 먹자 그런 거
아니라고. 암튼 여기가 어디냐면!
천성희 (입구를 나가며) 몰라! 말하지 마!
절대 말하지 마! 죽어두 안 가, 나!
죽었다 그러라니까! 왜 자꾸 나한테!
순간 시청 입구에 서 있는 누군가를 보고 멈칫하는 천성희. 얼굴이 사색이
되는데,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양정도다. 검은 세단 앞에 서 있는 양정도.
양정도 여기가....(쓰윽 둘러보고 / 천성희 보며)
니네 시청. (방긋) 그니까 끝까지 듣지.
천성희 너 미쳤어...? 니가 여기가 어디라고!
순간 세단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리는 누군가. 그는 방호석이다!
동시에 조수석 창문이 열리며 그 곳에 앉아있는 방호석 부인의
얼굴도 화면에 드러나고,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 말을 멈추는
천성희. 당황한 듯 사색이 되며 양정도를
꼬나보면, 그저 미소만 머금는 양정도. 천성희 눈엔 상당히 얄밉다....
방호석 (양정도에게) 아직두 화 많이 나셨나 봐요?
양정도 아입니다. 어젯밤에 다 풀었는데요, 뭐.
(천성희에게) 그치, 여보야?
천성희 (어색한 미소만 번질 뿐인데)
양정도 와 말이 읍노. (방긋) 그치, 여보야?
천성희 (반응 없다가) 그럼...풀었지...다...하하...하하...
두 사람의 시선이 딴 곳으로 향했을 때, 양정도를 죽일 듯이
꼬나보는 천성희. 양정도는 그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다가,
양정도 그럼 우리, 밥 무러 가까?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는 양정도. 웃었다, 경직됐다, 웃었다, 경직됐다를
반복하는 천성희. 두 사람의 얼굴이 교차되다가!
S# 27 고급 레스토랑 (N)
탕 -! 폭죽이 터지고! 생일 축하 송이 울려 퍼진다. 케이크를 두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방호석과 부인. 양정도도 살짝 거들고, 천성희는 그저 난감한 얼굴일 뿐인데,
천성희 (양정도에게 조그맣게) 나 생일이야...?
양정도 그렇게 됐어. 그냥 즐겨.
더욱 힘차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양정도. 어색하게 분위기를 즐기는 천성희는
노래가 끝나자 어색하게 촛불을 끈다. 안 꺼지는 촛불을 계속해서 불어 끄는 천성희.
컷 튀면, 양정도와 천성희, 방호석과 부인이 앉아 와인에 스테이크를 먹고 있다.
턱 수건을 두른 채 립을 먹는 방호석. 입에 소스를 묻히고 쩝쩝대며 드럽게 쳐 먹는데,
방호석부인 우리 희진 아빠 먹는 거 너무 귀엽죠?
어떻게 이렇게 귀엽게 먹어?
방호석 이 사람이 저 먹는 게 귀여워서 결혼했대요.
(천성희에게) 조대표님 뭐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천성희 예?
방호석 조대표님 좋아서 쫓아 다니셨다면서요. 대학교 때.
천성희 (양정도 살짝 흘겨보고) 예. 제가 쫓아
다녔어요. 대학교 때부터. 하하...
방호석 (쩝쩝) 그러니까 왜 쫓아 다니셨냐구요.
천성희 그게....(어색한 미소) 잘 기억 안 나는데...
방호석부인 말하기 쑥스러워서 그러시는구나. 말해
보세요. 뭐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조대표님?
천성희 (어색한 미소만 머금으며 스테이크를 썰면)
양정도 그지 말고 말해봐. 내 뭐가 그렇게 좋았는데?
천성희 (반응 없다가 / 진지하게 바라보며)
진짜 기억 안 나. 진짜야. 아무 것두 기억 안 나.
천성희의 진지한 얼굴에 장난기가 사라지는 양정도. 얼굴이 굳어지면,
바라보는 방호석과 부인의 얼굴도 낮게 가라앉는데, 애써 담담한
얼굴의 천성희. 관성적으로 스테이크를 썰며,
천성희 그게 그렇더라구요. 사람이 누구한테 크게
상처를 받으면요, 좋았던 게 기억이 안 나요.
내가 그 사람을 왜 좋아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드라구요.
(고개 들어 보며 / 억지 미소) 저는 그랬어요.
다시금 스테이크를 써는 천성희. 그녀를 바라보는 양정도의 얼굴에 미안함이
번지고, 순간 어색해지는 방호석과 방호석 부인. 부인은 방호석에게 귓속말로,
방호석부인 조대표님 바람 폈었나봐.
S# 28 고급 레스토랑 인근 (N)
레스토랑 인근에 서서 대화를 나누는 양정도와 방호석.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가
조금씩 빠지면,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천성희와 방호석 부인이 화면에 드러난다.
방호석부인 무슨 할 얘기가 저렇게 많대요?
천성희 그러게요.
방호석부인 저 얼굴 보면 한 대 패 주고 싶지
않아요?
천성희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바라보면)
방호석부인 진짜 뭉개 버리고 싶어. 저 돼지 저거.
천성희 되게 좋아 보이시던데 왜 그런 말을....
방호석부인 뭐 밥 먹는 거 귀엽다는 말 그거요?
천성희 아니, 뭐....
방호석부인 부자라 그래서 선봤고, 부자라 그래서
결혼했고. 어떻게든 좋아해 볼라구
밥 복스럽게 먹는다구 했더니
맨날 그렇게 쳐먹어요. 턱을
뽑아버리던지 해야지, 죽만 쳐먹게.
천성희, 어색한 미소만 머금는데, 얘기를 마친 듯 다가오는 양정도와 방호석.
그걸 본 방호석 부인은 환하게 웃으며 방호석에게 다가가 온갖 아양을 떤다.
양정도를 보며 ‘저 여자 이상해’ 라고 입모양으로 말하는 천성희. 양정도는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짓는다. 컷 튀면, 방호석과 방호석 부인이 탄 차가
빠르게 출발하고, 서 있는 양정도와 천성희. 잠시 서로 아무 말도 없다가,
양정도 차 시청에 있지? 택시 타야겠네?
천성희 응. 그래야지.
양정도 여기 택시 없어. 좀 걷자, 큰 길까지.
화면 밖으로 몸을 움직이는 양정도. 천성희는 그저 멀뚱히 바라보는데,
다시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양정도. 천성희의 손을 잡아끌고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S# 29 거리 (N)
거리를 걷는 양정도와 천성희. 어색한 침묵만 흐르다가,
천성희 아까 무슨 말 한 거야, 방호석이랑?
양정도 응. 그냥...투자하라고.
S# 30 고급 레스토랑 인근 (N / 과거)
방호석 그래서 제가 얼마 정도 담그면 될까요?
양정도 0 몇 개 딸려 보내시든 그건 방대표님 맘인데,
푼돈 박아봐야 푼돈밖에 몬 건집니다. 싸나이
답게, 남자답게, 통 크게 한번 놀아 보실랍니까?
S# 31 거리 (N)
천성희 통 큰 게 뭔데.
S# 32 고급 레스토랑 인근 (N / 과거)
방호석 밀반입이요?!
양정도 말이 밀반입이지 법적으론 하나 문제 될 거 없십니다.
지금 중국이 그래요. 하루가 멀다 하고 문화재가
발굴되고, 모조품들도 넘쳐난다 아입니까.
S# 33 거리 (N)
천성희 모조품 들여올 때 진짜 문화재 몇 개 섞어서
갖고 온다? 거기에 투자해라?
양정도 그거지. 넌 잘 알아듣는데 왜 못 알아 듣냐,
방호석 그놈은.
S# 34 고급 레스토랑 인근 (N / 과거)
양정도 모조품을 진짜루 속여 파는 게 아이고요, 모조품 사이에
진짜를 섞으가 갖고 온다꼬요. 이레 말을 몬 알아듣나.
제가 지금 무슨 중국말 합니까?
방호석 아, 이제 알아들었어요. 예. 모조품 사이에 진짜. 예.
S# 35 거리 (N)
천성희 그래서 뭐래? 한대?
양정도 처음엔 발 빼지.
S# 36 고급 레스토랑 인근 (N / 과거)
방호석 아우, 전 힘들 거 같은데.
S# 37 거리 (N)
양정도 좀 털어줬어, 그래서.
S# 38 고급 레스토랑 인근 (N / 과거)
양정도 방대표님. 중국에서 싸게 들여온 물건 한국에서 되팔모
적어도 10배 수익은 건집니다. 언제까지, 예?! 언제까지
다단계 푼 돈 만지모 살깁니까?! 거 애 분유 값은 나와요?
방호석 그래도 전 좀 어렵!
양정도 (끊으며) 돈이 돈을 벌고, 부자가 부자 되는 세상입니다.
방대표님이 개털이모 이런 제안도 안 해.
S# 39 거리 (N)
천성희를 바라보는 양정도. 짧은 미소를 머금고,
S# 40 고급 레스토랑 인근 (N / 과거)
양정도 언제까지 억대 부자로 살깁니까. 중국에서 억은
돈두 아이야. 아 생일 선물로 저금통에 1억 2억
너주고 카는데 뭐. 이제요, 방대표님. 억 보지 말고,
조 봅시다. 발음두 더 좋다 아입니까. 억보다 조가.
S# 41 거리 (N)
양정도 그러니까 뭐.
S# 42 고급 레스토랑 인근 (N / 과거)
방호석 (고민하다가) 물건은 볼 수
있는 거죠? 일 시작하기 전에.
양정도 (씨익 미소가 번지는 얼굴에서)
S# 43 거리 (N)
택시가 멈춰서고, 올라타는 천성희. 서 있는 양정도에게,
천성희 이젠 나 끌어들이지 마. 진짜.
양정도 그런 일 없게 할게. 들어가.
천성희 (양정도를 바라보다가 / 기사에게)
서원 시청 가주세요.
택시, 빠르게 출발하면, 거리에 서서 바라보는 양정도.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면,
S# 44 달리는 택시 안 (N)
천성희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천성희, 전화를 받으며,
천성희 왜.
양정도 (F) 이 말을 못 해서.
S# 45 거리 (N)
양정도 미안해. 좋은 기억 나만 갖고 있어서....
S# 46 달리는 택시 안 (N)
천성희, 일상적인 얼굴이 살짝 굳어지고,
S# 47 거리 (N)
전화를 끊는 양정도. 뒤돌아 거리를 걷는데,
S# 48 달리는 택시 안 (N)
핸드폰을 내리는 천성희. 자기도 모를 짧은 미소가 스치고,
S# 49 거리 (N)
씁쓸한 얼굴로 거리를 걷는 양정도. 카메라는 한동안 그의 모습을
비추고, 어느 순간 화면에 울리는 과거 양정도의 음성.
사재성 (E) 너 설마 쟤 진짜 좋아했냐?
S# 50 호프집 (9부 69씬 연장선)
9부 69씬을 이어받아 멍한 얼굴로 앉아있는 천성희를 바라보는 양정도.
그의 옆에 서 있는 사재성은,
사재성 아니지? 그럴 리가 없지. 너 같은 놈이.
야, 임마. 딱 봐두 돈 한 푼두 없게 생겼구만
뭔 할 짓이 없어서 저런 여자 애를 만나구!
양정도 (끊으며) 아저씨. 제가요. 스물 넘구요.
처음으루 진짜로 했던 게, 진심으로 했던 게!
지금 가짜가 됐어요. 그러니까아, 그러니까요!
뒷말을 잇지 못하는 양정도. 사재성에 대한 짜증이 치미는 듯 뒷말을
하지 않고 그저 양 손을 내밀면, 요것 보라는 듯 짧은 미소를 머금는
사재성. 양정도의 두 손에 수갑을 채운다. 양정도를 연행하는 형사들.
형사들에게 이끌려 가는 양정도는 끝까지 천성희를 바라보는데,
S# 51 거리 (N)
현재 양정도의 얼굴로 넘어오면, 자조적인 미소를 머금는 양정도.
조금씩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하면!
양정도 (E) 이제 공사 두 개 합칩시다.
S# 52 냉동 창고 (D)
각자의 자세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38 사기동대. 냉동 창고를 배회하며
말하는 양정도.
양정도 일단 자왕이 너는 중국 물건 몽타주 하나 따고,
S# 53 보일러 실 (D)
인터넷으로 중국 문화재를 검색하는 정자왕. 딱 맞는 문화재 ‘당나라 당삼채’
발견하고 출력 버튼을 누르면, 드르륵 – 페이지가 출력된다. 뒤뚱이며
달리는 정자왕. 페이지를 낚아채듯 뽑아 들면,
S# 54 냉동 창고 (D)
페이지를 손에 든 양정도. 그것을 조미주에게 건네주며,
양정도 비슷한 거 찾아.
S# 55 동묘 (D)
페이지를 손에 들고 동묘 거리를 걷는 조미주. 한 골동품 가게 진열장에서
비슷한 물건을 발견한다. 조미주, 모빌 소리를 울리며 골동품 가게로 들어가면!
S# 56 냉동 창고 (D)
양정도 (장학주에게) 그리고
형은 안국장 계속 묶어주고,
S# 57 시청 로비 (D)
로비를 나가는 백성일. 먼발치의 안국장이 뒤따르는데,
누군가 안국장 앞을 막아선다. 보면, 깁스를 한 장학주다.
장학주 이 팔 어뜩할겨.
나 수능 봐야 되는디. 공부를 모댜.
S# 58 냉동 창고 (D)
양정도 (백성일에게 걸어가며) 그리고 아저씨는,
(테이블에 종이 뭉치를
낚아채고 백성일에게 내밀며) 외워요, 이거.
S# 59 세금 징수국 (D)
의자가 돌며 화면에 드러나는 백성일. 종이 뭉치를 넘겨보며 외우는 중이다.
백성일 (읊조린다) 당삼채로 여기는 그릇들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것은
20세기 이후 중국 내 철도 건설 현장에서 무더기로 연유 그릇들이
출토된 이후의 일이다. 1928년 룽하이(龍海) 철도가 건설되었을 때...
S# 60 냉동 창고 (D)
양정도 그럼 나는 방호석한테 연락하고,
S# 61 양정도 오피스텔 (D)
양정도 (전화에) 방대표님. 샘플이 하나 드왔는데 보실랍니까?
S# 62 냉동 창고 (D)
양정도 방호석은 누나한테 연락하겠지?
골동품 전문가니까.
S# 63 방호석 고급 아파트 (D)
방호석 (전화에) 어, 누나. 내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S# 64 냉동 창고 (D)
양정도 그럼 방미나는 또 누구한테 연락하냐.
S# 65 방미나의 단독주택 (D)
방미나 (전화에) 제가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제 동생 때문에 그런데,
S# 66 UN 커뮤니케이션 (D)
코너를 돌아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방호석. 양정도가 뒤따른다. 사무실에 앉아
광경을 바라보는 조미주. 양정도와 짧은 눈빛을 주고받는데, 사무실로
들어오는 방미나. 뒤따라 들어오는 누군가를 극진히 모시듯 손짓하는 모습 위로,
양정도 (E) 방미나가 유일하게 믿는 골동품 전문가.
공신력 있는 직장에, 적당히 지저분하고.
S# 67 냉동 창고 (D)
양정도 (피식 웃고 보며) 준비됐죠?
S# 68 UN 커뮤니케이션 (D)
방미나의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오는 누군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는! 백성일이다!
방호석의 사무실로 걸어가는 백성일과 양정도. 방호석과 방미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 사이,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를 보며 짧은 미소를
머금는 백성일과 양정도. 두 사람의 얼굴이 짧게 교차하다가!
S# 69 방호석 사무실 (D)
테이블에 짝퉁 당삼채가 올려지며,
양정도 이깁니다. 중국에서 큰 거 한 장 주고 갖고 온 긴데!
방호석 이게 그렇게 비싼 거예요? 그냥 국그릇인데?
방미나 (물건을 보다가 백성일에게) 부탁드릴게요.
백성일 예.
면장갑과 안경을 끼는 백성일. 짝퉁 당삼채를 자기 앞으로 가져 오더니,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하는데,
양정도 (방호석에게) 저 분은 뭐하는 분입니까?
방호석 누나 아는 분이래요. 문화재청에 있고.
양정도 문화재청에 아는 분도 있고. 하고마.
방대표님네는 사기를 칠래야 칠 수도 없긋네.
아시는 전문가들이 많아가.
방호석 조대표님 기분 나쁘신 거 아니죠?
양정도 아입니다. 사람이 뭐 사람 믿는 게 쉽나, 어디.
계속 짝퉁 당삼채를 관찰하는 백성일. 순간순간 “씁” 소리를 내고 혀를
차며 긴장감을 만들어 주다가,
백성일 이러면 안 되는데.
일동 (백성일을 보면)
백성일 이게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아, 곤란해지네.
방미나 왜요? 가짜에요?
방호석 (순간 양정도를 보고)
백성일 이럼 안 돼. 맞어. 이건 아니야.
(보며) 이런 게 여깄으면 안돼요.
방미나 그게 무슨....말씀....
백성일 이런 거를요, 개인이 갖구 있으면 안 되는 거라구요.
이런 거는 박물관에 있어야 돼. 그래야 여러 사람들이
와서 보지. 역사적으로 중요한 물건인데.
동안, 놀라는 방호석과 방미나. 눈이 휘둥그레지며 서로를 바라보고!
백성일 이게 당나라 당삼채라고 하는 건데, 당삼채로 여기는
그릇들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거는요!
방호석 그래서 얼만데요?!
백성일 일단 들어봐요. 20세기 이후 중국 내 철도 건설 현장에서
무더기로 연유 그릇들이 출토된 이후 일인데!
방미나 그래서 얼마냐구요?!
백성일 일단 들으시라고. 1928년 룽하이 철도가 건설되었을 때!
방호석 (못 참겠다) 아이씨. 그래서 얼마 받을 수 있냐고, 한국에서!
백성일 (말을 멈추고 바라보다가) 적어두 5억은 받죠. 이 정도면은.
방호석 (너무 놀라 당황한 얼굴로 양정도를 바라보면)
양정도 하고마. 1억이 5억이 되삣네. (씨익) 마술이 따로 없다. 그죠?
방호석 (너무 놀라 웃음도 제대로 안 나온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대뜸 양정도를 껴안는 방호석. 미친 듯이 소리치며 기뻐하고, 놀라움에 미소가 번지는
방미나. 백성일을 바라보면, 너털웃음을 짓는 백성일. 모두가 행복한 그들의 모습에서,
S# 70 UN 커뮤니케이션 (D)
사무실을 나오는 백성일과 방미나. 양정도와 방호석이 마중을 나온다.
방호석 들어가, 누나. (백성일에게) 수고하셨어요.
짧은 인사를 주고받는 두 무리. 방미나를 따라 뒤도는 백성일은 양정도와
짧은 눈빛을 주고받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양정도와 방호석.
백성일과 방미나는 UN 커뮤니케이션 내부를 걸으며,
방미나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 감사 드려요.
백성일 감사는요. 돕구 살아야죠, 한 편끼리.
방미나 (미소) 추팀장님 오늘 시간 어떠세요?
백성일 특별한 일은 없어요. 왜 그러시는데?
방미나 그럼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실래요?
(멈추고) 제가 보여드릴 게 좀 있는데.
바라보는 백성일. 미소를 머금는 방미나. 의구심 가득한 백성일의 얼굴에서,
S# 71 방호석 사무실 (D)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양정도와 방호석.
방호석 와, 진짜 아무리 생각해 봐두요.
조대표님 진짜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어.
이런 아이템은 어떻게 알아 내셨어요?
양정도 글로발리제이션 시대 아입니다. 세계화.
바다 하나만 건너모 대륙이 코앞인데
쪼매난 땅덩어리에서 지지고 볶고 살
필요 있습니까?
방호석 (믿음 눈빛) 그렇죠. 세계화. 글로발. 예.
양정도 그건 그렇고요, 다음 주부터 격주로
중국에서 물건 또 들어올 긴데,
방호석 그렇죠. (보이며) 이건 샘플이라면서요.
몇 개나 들어오는데요?
양정도 어림잡아 다 합치가, 300개 정도....?
방호석 삼백 개면! 150억?!
양정도 1500억이죠. 방대표님은 계산 참.
방호석 아, 1500억!
양정도 300 곱하기 1억. 300억. 300억 박으모
인건비 떼고, 커미션 떼고, 감정비 떼고,
유통비 떼고, 딱 1500억 반절.
방호석 칠, 750억!
양정도 이번엔 계산 잘 하네. 예. 맞습니다.
750억. 750억 건질 깁니다.
300억 박으모. 어떻게, 생각 있습니까?
방호석 (고민) 하, 정말 좋은 기회긴 한데.....
양정도 물건 의심돼서 그렇습니까? 그럼 아까
문화재청 그 분한테 싹 다 감정 맡기시던지요.
방호석 (계속 고민) 하, 그럼 급전을 땡겨야 되는데....
양정도 급전 거 까짓것 땡기소 마.
2배 반 장사하는데. 제가 좀 빌려 드려요?
방호석 아뇨. 아뇨. 어떻게 조대표님한테 빌려요.
이런 아이템 껴주시는 것만두 감사한데.
고민하는 방호석. 양정도는 그런 방호석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볼 뿐인데,
방호석 (고민 끝에) 예. 합시다.
돈 만들어 볼게요. 최대한 빨리.
양정도 (미소) 얼만지 안 까먹었지요?
300억. 300억입니다. 아셨지요, 방대표님?
미소를 머금는 양정도. 결의를 다지듯 이를 악 무는 방호석. 두 사람의 얼굴이 교차하다가!
S# 72 방미나의 단독 주택 (D)
방미나의 단독 주택 거실에 앉아있는 백성일과 방미나. 차를 마시고 있다.
방미나 그 부산항 통해서 들어온다는 물건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백성일 한 보름 정도만 기다리시면 될 거예요.
방미나 제가 얼마 정도 배팅하면 되는데요?
백성일 지금 친구 놈한테 도자기 위주로 물건
봐 노라고 말은 해놨는데 일본 쪽에서
돈을 좀 쎄게 부른다네요. 조율 중입니다.
방미나 그래서 얼만데요.
백성일 줄 돈 주고, 뺄 돈 빼고, 200억 정도
보시면 될 거 같은데.
방미나 수익은요?
백성일 최소 3배죠. 팔다가 걸리지만 않으시면.
방미나 (차 한 모금 마시고) 잠깐 저 따라오시겠어요?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백성일과 방미나. 마당을 걸으며,
방미나 저는요, 추팀장님. 사람을 잘 못 믿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자기를
숨기잖아. 마음도 숨기고, 주름도 숨기고.
지하실 입구 앞을 지키는 경비원 3명이 보이고, 그들을
지나치는 방미나와 백성일.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며,
방미나 근데 얘들은 안 그래요. 이빨이 깨지면 깨지는 대로,
때가 타면 탄대로 그대로를
보여줘. 그래서 우리가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거고.
지하실 문 앞에 서는 방미나. 키홀더를 꺼내면 열쇠 몇 개가 달려있고,
그 중 한 열쇠를 지하실 문에 꽂는 방미나. 지하실 문을 열면!
지하실 내부를 본 백성일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백성일의 시선을 따라
무빙하는 카메라가 내부를 비추면! 빼곡히 놓인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골동품들이 화면에 드러나는데! 이제껏 본 적 없는 엄청난 수의
골동품에 말문이 막히는 백성일. 그저 놀란 얼굴로 그것들을 바라보는데!
방미나 이것들 모은 지 20년 정도 됐는데 말은 다
진품이래지. (백성일 보며)
추 팀장님이 다시 감정 좀 해주시겠어요?
백성일 (놀란 얼굴로 바라만 볼 뿐인데)
방미나 수고비 제대로 쳐 드릴게요. 추팀장님은
묘하게 믿음이 가네요. 한 편이라 그런가.
미소를 머금는 방미나. 바라보는 백성일의 얼굴에도 짧은 미소가 번지며!
S# 73 방미나 단독 주택 인근 (D)
방미나의 배웅을 받으며 단독주택을 나오는 백성일의 모습이
누군가의 시점으로 보인다. 백성일, 자동차에 몸을 싣고 사라지면,
이제야 화면에 드러나는 누군가. 그는 9부에서 보았던 1과장이다.
안국장 (E) 확실히 본 거 맞아?
S# 74 국장실 (D)
앉아있는 안국장. 앞에 서 있는 1과장.
1과장 예. 확실합니다.
안국장 백성일이가 지금 방필규 사장을
노리고 있다고? 500억을?
1과장 (대답 없고)
안국장 (잠시 생각하다가) 알았어. 일 봐.
짧게 목례하는 1과장. 국장실을 나가면, 잠시 생각에 잠기는 안국장.
황급히 인터폰을 집어 들더니,
안국장 (인터폰에) 시장실 연결해.
S# 75 시장실 (D)
인터폰을 받는 천갑수. 들려오는 안국장의 말에 미간이 구겨지며!
천갑수 그게 무슨 소리야?
S# 76 시청 복도 (D)
복도를 걷는 천갑수. 뒤편으론 안국장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뒤따르는 상황에서,
천갑수 (안국장에게) 아직 확실한 거 아니니까
신중하자고. 알았어요?
안국장 예.
S# 77 세금 징수국 (D)
동시에 세금 징수국으로 들어가는 천갑수와 안국장, 그리고 수행원들. 천갑수를
본 징수국 모든 직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그들에게
짧은 손 인사를 하는 천갑수. 내부를 걸어 징수 3과 앞으로 가면, 일어나 있는
천성희와 조사관들. 하지만 백성일은 보이지 않는다. 백성일의 빈자리를 보는
천갑수. 천성희와 조사관들에게,
천갑수 백성일 과장은 어디 갔어요?
김조사관 외근 나가셨습니다.
천갑수 아, 외근. 왜 과장만? 조사관들은 여기
다 이렇게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천성희 구청에서 관리 안 되는 체납자가 있어서요.
그 자료 넘겨받으러 서남 구청 가셨습니다.
순간 천성희를 바라보는 천갑수. 아무런 말없이 빤히 천성희의 얼굴을
바라본다. 불안해지는 천성희.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는데,
천갑수 확실해요? 천성희 조사관?
천성희 (고개 들며) 예?
천갑수 백성일 과장. 확실히 서남 구청 갔냐구요.
천성희 (잠시 바라보다가) 예. 맞습니다.
천갑수 (잠시 바라보다가 / 미소 지으며)
그래요. 백성일 과장 들어오면
시장이 좀 보쟨다고, 예. 그렇게 전해줘요.
미소를 머금고 뒤도는 천갑수. 자신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 조사관들을
지나 세금 징수국을 나가면, 천성희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터져 나오는데,
S# 78 시장실 (D)
차갑게 식은 얼굴로 앉아있는 천갑수. 앞에 서 있는 안국장.
천갑수 성희도 알고 있는 거지?
안국장 (눈치 보다가) 제가 미리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천갑수 (끊으며) 알고 있는 거냐고!
안국장 (멈추고 / 고개 떨구며)
예. 그런 거 같습니다.
천갑수 (미간 구겨지며) 같이 하는 거야?
안국장 거기까진 아직 저도 잘....죄송합니다.
그래도 백성일이가 방필규 사장한테
사기 치는 정황은 확실히 잡았습니다.
방필규 사장한테 전화 한통 늘까요?
고민 때문에 미간이 구겨지는 천갑수. 이제껏 본 적 없는 구겨진 그의 얼굴에서!
S# 79 면회실 (D)
누군가와 마주 앉아있는 사재성. 누군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재성 그래서 방필규 아들 딸 걔들이 거의
넘어 왔다고? (실소) 500억 쉽네, 씨.
(보며)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라.
방필규 찾아가서 딜 해. 500억
날리고 싶지 않으면 나 꺼내주라고.
크게 도는 카메라. 누군가의 얼굴을 비추면! 조미주다! 탐탁지 않다는 얼굴의
조미주.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데,
사재성 왜? 하기 싫으냐? 정도 배신할래니까 겁나?
조미주 그게 아니라요.
사재성 (바라보다가) 구형사 불러봐.
조미주 아저씨.
사재성 구형사 부르라구, 썅! 니 머리끄댕이 잡고
감방에 쳐 느라 그러게, 씨!
조미주 (바라보다가 / 고개 떨구며) 죄송합니다...
사재성 내 말 잘 들어. 양정도 그 새끼 치면 넌 그냥 계속
살든 대로 살 수 있어. 계속 발정난 남자 새끼들
후리면서 그렇게 살라고. 내가 뒤 봐줄 테니까.
그런데 만약에, 시청 그 새끼처럼 정도 그 놈한테
들러붙으면, 넌 그냥 뒤질 때까지 빵에서 썩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분칠로 먹구 사는 년, 다시는
얼굴에 분 못 바르게 그렇게 만들 거라고. 알아들었냐?
갈등하는 조미주.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굴 뿐인데,
사재성 그래서 넌 어디 줄 슬거야?
조미주 (보면)
사재성 (버럭) 어떻게 할 거냐구, 썅!
무섭게 꼬나보는 사재성. 눈에 핏대가 서고, 조미주의 얼굴에 두려움이 엄습하며!
조미주 (E) 제가 드릴 말씀은 이게 다구요,
S# 80 UN 커뮤니케이션 (N)
조미주 (고개 들며) 판단은 두 분이 알아서...
(다시 고개 떨구며) 예...
조미주의 반대편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비추는 카메라. 그들은 방호석과 방미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의 두 사람. 일순간 얼굴이 구겨지더니!
방미나 (방호석에게) 아빠한테 전화해, 빨리!
S# 81 방필규 저택 (N)
벌떡 일어나며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방필규. 몹시 격앙된 얼굴로!
방필규 (전화에) 그래서 니들 지금 어디야?!
S# 82 UN 커뮤니케이션 (N)
성큼성큼 – 걸음을 내딛는 방필규. 방호석의 사무실 쪽으로 향하는데,
사무실에서 나오는 방호석. 방필규를 보더니,
방호석 아빠. 그게 아니라!
방필규 (방호석의 뺨을 때리며) 이런 못난!
바짝 움츠리는 방호석. 방필규는 원망 가득한 손짓으로 방필규를 때리며!
방필규 이런 한심한 놈아! 멍청한 놈아!
내가 너를 어떻게! 어떻게 키웠는데!
방호석 (울먹) 아빠.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엉엉 –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는 방호석. 동시에 방필규의 손짓도 점차
사그라들다가, 무너지듯 방호석을 껴안는 방필규. 어느새 다시 아버지의
마음으로 돌아온 듯 울먹이는 아들의 등을 토닥여 준다. 뒤늦게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조미주와 방미나. 방미나는 광경을 목격하고 숙연해지는데,
S# 83 방호석 사무실 (N)
대표 자리에 앉아있는 방필규. 그의 뒤편엔 방미나와 방호석이 서 있고,
반대편에 앉아있는 조미주.
방필규 사재성 그놈을 빼 달라구?
조미주 (대답 없이 바라보면)
방필규 (생각하다가 / 방미나에게) 시청 안국장이
서부지검 애들이랑 친하다고 했지?
안태욱이 그놈한테 부탁해봐.
방미나 제가 연락해 볼게요, 아빠.
방필규 그래. 전화 한통 너 놔. 밥 한 끼 하자고.
그건 그렇고, (조미주를 보며)
이 사기꾼 새끼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사늘하게 바라보는 방필규. 위압감을 느끼는 조미주. 두 사람의 얼굴이 교차하다가!
S# 84 도심 전경 (N to D)
달이 빌딩 사이로 모습을 감출수록, 자동차 라이트, 건물 조명 불빛도 점차 사라진다.
이어 조금씩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조금씩 세상을 밝히고, 출근 차량과 인파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S# 85 시청 복도 (D)
복도를 걸어 출근을 하는 백성일. 순간 핸드폰이 진동한다.
백성일 (받으며) 예. 여사님. (듣고) 지금요?
예. 알았어요. 댁으로 갈게요. 예.
(전화를 끊고 방향을 바꿔 걸으면)
S# 86 양정도 오피스텔 로비 (D)
전화를 받으며 로비를 걷는 양정도.
양정도 (전화에) 예. 지금 갑니다.
와 근데 누님 집으로 오라 캅니까?
S# 87 방미나의 단독 주택 (D)
방호석 (전화에) 저희 누나가요, 음식을 잘 해요.
식사 같이 하쟤. 저 도와줘서 고맙다고.
암튼 빨리 오세요. (듣고) 예, 예.
(전화를 끊고 방미나에게) 지금 온대.
눈빛이 번뜩이는 방미나. 황급히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
조미주와 짧게 부딪치고, 짧게 목례하는 조미주. 신경 쓰지
않는 방미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 지하실을 향해,
방미나 다 올라 와!
S# 88 달리는 양정도 차 안 (D)
운전을 하는 양정도. 그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하고,
S# 89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역시나 긴장감이 가득한 백성일. 자신도 모를 짧은 한숨이 터져 나온다.
S# 90 방미나 단독 주택 (D)
집으로 들어오는 방필규. 방미나와 방호석이 다가가며,
방미나 뭐 아빠까지 오셨어. 우리가 알아서 한다니까.
방필규 어떤 놈들인지 쌍판을 봐야지.
소파 상석에 앉는 방필규. 두고 보자는 듯 눈을 부라리는데,
화장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면, 조미주가
나온다. 방필규를 보자 조미주는 본능적으로 멈칫하고,
짧게 목례한 뒤 방미나를 스쳐 지나며 소파에 앉는다.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는 방필규. 다시 정면을 바라보면,
S# 91 방미나 단독 주택 인근 (D)
자동차가 멈춰서고, 내리는 백성일. 터벅터벅 – 걸어가 대문 벨을 누르면,
S# 92 방미나 단독 주택 (D)
대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백성일. 마당을 걸어 현관 앞에 서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빠르게 무빙하는 카메라가 대문 밖을 비추고!
S# 93 방미나 단독 주택 인근 (D)
동시에 도착하는 양정도의 차. 내리는 양정도. 열려있는 대문을 지나고,
S# 94 방미나 단독 주택 (D)
마당을 걷는 양정도. 스치는 시선으로 지하실을 보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멀뚱히 서 있는 백성일의 뒷모습이 보이는데,
백성일 정도야.
양정도 (멈칫하면)
백성일 (고개 돌려 보며) 우리 걸린 거 같다...
짧게 미소 지었던 얼굴이 급격히 굳어지는 양정도. 내부 광경을 보면! 상석에
앉아있는 방필규, 그의 양 옆으로 방호석과 방미나가 앉아있고, 방미나의
옆에 앉아있는 조미주. 방필규 뒤엔 지하실을 지키던 경비들이 서 있다.
사색이 된 얼굴로 조미주를 보는 양정도. 조미주는 애써 시선을 피하는데,
방필규 저것들 다 경찰에 넘겨.
백성일과 양정도를 향해 다가가는 경비들. 두 사람의 팔을 제압하면,
저항하는 백성일. 그에 반해 저항하지 않는 양정도. 자신을 스치며
단독 주택을 나가는 방필규를
노려보는데, 시선조차 주지 않는 방필규. 단독 주택을 나가면,달려오는 방호석. 양정도의 멱살을 틀어쥐고 때릴 듯 손을 치켜들더니,
방호석 너 이 새끼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어!
야 이 사기꾼 새끼야! 내가 사 준 밥값
내놔! 밥값 내노라구, 새끼야!
방호석, 계속 거친 말을 쏟아내지만, 저항하지 않는 양정도. 그저 조미주만
바라본다. 양정도를 바라보는 조미주. 아무런 말도 못하다가,
조미주 미안해. 오빠.
저항하는 백성일과 조미주를 바라보는 양정도! 집 밖으로 끌려 나가며!
S# 95 방미나 단독 주택 인근 (D)
경비들에게 끌려 나오는 백성일과 양정도. 쉴 새 없이 쌍욕을 내뱉는
방호석과 비교적 차분한 얼굴의 방미나가 그들을 뒤따르고,
양정도의 무심한 시선이 세 명의 경비들을 스쳐보자마자!
강제적으로 차에 태워지는 백성일과 양정도. 쾅 -! 문을 닫는 순간!
S# 96 경찰서 (D)
쾅 -! 유치장 문이 닫힌다. 유치장 안에 서 있는 백성일과 양정도.
핸드폰을 꺼내는 백성일. 천성희에게 전화를 하더니,
백성일 (전화에) 어. 성희야 난데. 내가
한 이틀 정도 월차를 써야 될 거
같거든. 니가 좀 대신 써줘.
S# 97 세금 징수국 (D)
천성희 (걱정 / 전화에) 무슨 일이신데요?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죠, 과장님 지금?
S# 98 경찰서 (D)
백성일 별일 없어. 별 일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틀이면 돼. 딱 이틀이면 되니까 부탁 좀 할게.
백성일, 전화를 끊으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백성일과 양정도.
의미심장한 얼굴이다. 그 위로,
방필규 (E) 어떻게 안 되겠어?
S# 99 서장실 (N)
마주 앉아있는 경찰서장과 방필규.
방필규 아직 사기를 친 건 아니어두 혐의란 게 있잖아.
S# 100 경찰서 (N)
형사들에게 뭐라뭐라 열변을 토하는 방호석과 방미나. 유치장에 앉아있는
백성일과 양정도는 무심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는데,
방필규 (E) 우리 애 둘이 밤 낮 안 가리구 와서 진술을 하는데,
S# 101 서장실 (N)
방필규 진술도 잘 맞아 떨어지고 몇 년 정돈 감옥에
보낼 수 있잖아. 나한테 사기 치려고 한 놈들인데.
경찰서장 그게요, 형님.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제 권한으로
S# 102 경찰서 (N)
유치장에 앉아있는 양정도. 시계를 보면,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경찰서장 (E) 48시간 긴급체포는 가능한데,
S# 103 서장실 (N)
경찰서장 그 이상은 힘들어요.
S# 104 경찰서 (N)
양정도, 유치장 밖을 보면, 대질을 하는 백성일과 방미나가 보이고,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이는 백성일과 방미나 모습 위로,
경찰서장 (E) 따님 말이 더 신빙성 있는 건 알겠는데, 돈이 오간 흔적도 없고,
S# 105 서장실 (N)
경찰서장 따님은 등치 큰놈한테 몇 억 되는 도자기도
선물 받았고, 양정돈가 하는 그놈은 아드님
회사 VIP 고객이라면서요.
방필규 그거는, 사기 치기 전에 환심을 살 목적으로!
경찰서장 알지요. 모르겠습니까, 제가 그걸? 근데요, 형님.
S# 106 경찰서 (D)
밝은 햇살이 경찰서 내부를 내리쬐고, 햇살에 얼굴을 찡그리는 백성일.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면, 방호석과 대질을 하는 양정도의 모습이 보이고,
경찰서장 (E) 증거가 없다니까요. 100원 한 장이라두 오간
흔적이 있어야 사기로 잡아넣든가 하죠.
S# 107 서장실 (D)
경찰서장 지금 현재 상황으론 방법 없습니다. 걔들이 자제분들을 사기로
걸면 몰라두. 아귀 맞추긴 그게 더 쉬워요. 실질적으로
오간 게 있으니까.
방필규 (생각) 이 서장 말은 나한테 줄 수 있는 도움이 없다, 이거지?
경찰서장 그렇지요. 죄송하지만....
방필규 (보다가 / 미소 지으며) 알았어.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 허허.
서글서글한 미소를 머금는 방필규. 그런데 어딘가 사늘하고 무서운 그의 얼굴에서,
S# 108 경찰서 (D)
철컹 -! 유치장 문이 열리면, 유치장에서 나오는 부스스한 얼굴의 백성일과 양정도.
떡진 머리와 목을 벅벅 긁으며,
양정도 (걸으며) 밥 먹고 시작할까요?
백성일 (걸으며) 그르까?
S# 109 다미 식당 (D)
국밥을 흡입하는 백성일과 양정도. 마지막 국물까지 시원하게 들이키고는,
백성일 바로 갈 거냐, 방호석한테?
양정도 그래야죠. 아저씨는?
백성일 나는 방미나한테 가야지.
(트림하고 일어나며) 이따 보자.
카운터 옆에 서 있는 다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식당을 나가는 백성일.
핸드폰을 꺼내 방미나에게 전화를 하더니,
백성일 (전화에) 예. 여사님. 저예요. 추 팀!
아니, 백성일. 뵙고 좀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런데,
통화를 하는 백성일,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시원하게 물을 원샷하는 양정도.
자리에서 일어나 다미 식당을 나가며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양정도 (전화에) 저예요. 정도. 00방 좀 연결해 주세요.
S# 110 00번 독방 (D)
양정도의 전화를 받는 오른팔. 그의 뒤편으로 왕회장의 뒷모습이 보이는데,
오른팔 (전화에) 알았다. 욕봐라, 정도야.
(전화를 끊고 왕회장을 보며) 정도 임마,
이제 진짜 시작 할라나 봅니다, 회장님.
천천히 뒤도는 왕회장.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화면에 드러나는 순간!
S# 111 방미나 단독 주택 (D)
마주 앉아있는 백성일과 방미나. 잠시 동안 불편한 침묵이 흐르고,
짹깍짹깍 – 벽장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공허하게 들려오다가,
방미나 왜 보자고 했어요?
백성일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방미나 뭐? 도자기 돌려 달라고?
백성일 아니, 그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은
아니고요, 제가....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요. (텀) 세금, 정말 낼 생각 없어요?
방미나 (어이없다) 뭐....?
백성일 그 쪽 아버지가 체납한 세금. 국세 452억 5천.
지방세 45억 2천. 총 497억 7천만 원. 그 돈 낼 생각 없!
방미나 (끊으며) 이 새끼가 미쳤나?! 야! 너 돌았어?!
상황 파악 안 되니, 너 지금?!
백성일 (침착) 되죠. 왜 안 되겠어. 그러니까 이렇게 말로
착하게 부탁하는 거 아냐. 세금 내시라고.
방미나 (끊으며) 야 이 새끼야. 너 증거 없다구 풀려나니까
뵈는 게 없어?! 우리 아빠가 니네 가만 둘 거 같애?!
백성일 이 여자 말하는 거 정말. 그 아버지에 그 자식 맞네.
어이, 아줌마. 아직도 상황 파악 안 돼? 경찰서에서
몇날 며칠 밤새니까 아직 시차 적응 안 되시냐고.
방미나 (가당치 않아 말도 안 나오는 얼굴인데)
백성일 아이, 이해를 못 하네, 이 아줌마. 아줌마. 미주 우리
배신한 거 아니야. 아줌마한테 뭘 좀 빌릴게 있어서,
S# 112 방미나 단독 주택 (72씬)
키홀더를 꺼내면 열쇠 몇 개가 달려있고,
그 중 한 열쇠를 지하실 문에 꽂는 방미나. 컷.컷.
S# 113 방미나 단독 주택 (D)
백성일 그래서 간 거라고, 아줌마한테.
S# 114 방미나 단독 주택 (87씬 연장선)
방호석 (전화를 끊고) 지금 온대.
눈빛이 번뜩이는 방미나. 황급히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
조미주와 짧게 부딪치는데, 찰나의 타이밍에 방미나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 조미주. 지하실 열쇠가 있는 키홀더를 낚아채고!
S# 115 방미나 단독 주택 (D)
황급히 키홀더를 꺼내보는 방미나! 지하실 열쇠는 그대로 달려 있는데!
S# 116 방미나 단독 주택 (90씬 연장선)
화장실에 있는 조미주. 콤팩트 파우더에 열쇠를 찍고 화장실을 나오면,
방필규가 앉아있다. 방필규에게 짧게 목례한 뒤 방미나를 스쳐 지나는
조미주. 찰나의 순간 방미나의 주머니에 키홀더를 다시 집어넣으며
소파에 앉으면, 못마땅하다는 듯 보는 방필규. 다시 정면을 바라보고,
S# 117 방미나 단독 주택 (D)
백성일 시청에 안국장이라고 내 윗사람이
하나 있는데, 우리가 그쪽 아버지,
방필규 사기칠라는 거를 걔가 알아서.
S# 118 방미나 단독 주택 인근 (73씬 연장선)
방미나의 집에서 나오는 백성일을 보는 1과장. 카메라, 빠르게 무빙하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1과장을 보는 장학주. 오토바이 헬멧 바이저를
내리며 빠르게 출발하고!
S# 119 방미나 단독 주택 (D)
백성일 그래서 우리가 먼저 선수 친 거야.
기다릴 시간이 없더라고. 허허.
방미나 (사색이 되며 식은땀이 흐르는데)
백성일 (보다가 / 웃으며) 지하실 안 가 봐요?
잠시 폭풍전야의 기운이 감돌았다가! 구겨지는 방미나! 빠르게 몸을 움직이면!
S# 120 철물점 (D / 과거)
복사 된 열쇠를 받는 조미주. 컷!
S# 121 방미나 단독 주택 (D)
현관문을 박차고 나오는 방미나! 맨발로 마당을 달린다!
S# 122 방미나 단독 주택 인근 (95씬 연장선)
양정도의 무심한 시선이 세 명의 경비들을 스쳐보자마자!
S# 123 방미나 단독 주택 (D)
잔디에 걸려 넘어지는 방미나. 다시 악착같이 일어나 달리면!
S# 124 방미나 단독 주택 (D / 과거)
대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노방실. 조미주와 장학주, 정자왕, 최지연을 비롯한 인부들 10여명이
뒤따른다. 막힘없이 지하실로 걸어가는 노방실. 조미주가 복사한 열쇠로 문을 열어주면,
지하실을 가득 메운 골동품들이 화면에 드러나고!
노방실 실어.
S# 125 방미나 단독 주택 (D)
허겁지겁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는 방미나! 입구를 지키는 경비들에게!
방미나 비켜!
경비들을 밀치며 열쇠를 꽂는 방미나. 당황했는지 제대로 꽂지도 못한다.
마침내 열쇠를 꽂는 방미나! 문을 열면!
S# 126 방미나 단독 주택 (D / 과거)
골동품들을 옮기는 38 사기동대와 인부들. 노방실은 마당에 서서 상황을 바라보는데,
장학주 (골동품을 들고 나오며) 이제 더 없는 거 같은디.
노방실 출발해, 그럼. (몸을 움직여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S# 127 방미나 단독 주택 (D)
지하실 내부를 보는 방미나. 오만상이 구겨지며 무너지고! 카메라가 내부를 비추면!
골동품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숨이 가빠오는 방미나. 앓는 듯한 신음을 내뱉는데!
백성일 (다가오며) 이틀 동안 다 현금화 시켰고,
S# 128 공터 (D / 과거)
덜컹 -! 탑 차의 뒷문을 여는 장학주. 동시에 탑차를 가득 메운 골동품들이
화면에 드러나고, 노방실과 마주 서 있는 매매상들. 만족의 미소를 머금으면,
S# 129 방미나 단독 주택 (D)
백성일 우리 잡혀 있는 동안 생긴 일이라 우리랑
엮지도 못해. 증거도 당연히 없고.
어때요. 이제 세금 낼 생각 좀 들구 그래?
방미나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사...살려 주세요!
백성일 알았어요. 내가 여사님 살려 드릴게. 밀린
세금 다 내고, 당당한 시민으로 거듭납시다.
(바라보다가) 방미나씨. 방미나씨 아버지가
체납한 세금, 국세 452억 5천.
방미나 (동안 핸드폰을 꺼내 부여잡고) 아빠아아!
백성일 지방세 45억 2천. 총 497억 7천만 원.
방미나 (오열) 추팀장님 제발요오!
백성일 (잠시 바라보다가) 497억 7천만 원의 세금을!
뒷말을 하려는 순간 진동하는 백성일의 핸드폰. 호흡을 멈추는 백성일이
핸드폰을 보면, 양정도의 전화다.
백성일 잠깐만. 중요한 전화라. 잠깐. (전화를 받으며) 어, 정도야.
지금 다 끝!
양정도 (F) (끊으며) 아저씨. 미안한데요. 이 돈 세금 못 낼 거 같은데?
백성일 뭔 소리야. 장난치지 마. 다 끝났으니까 좀 이따가!
양정도 (F) 아니, 진짜. 진짜에요. 나 이 돈 따루 좀 쓸데가 있어서 그래.
S# 130 방필규 저택 (D)
양정도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상황에서,
양정도 (전화에) 내가 이 돈 쓸게요? 그래두 되죠?
S# 131 방미나 단독 주택 (D)
백성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하고)
무슨 소리야. 니가 그 돈을 왜 써어!
장난치지 말구 빨리 갖구, 아니 세금 내.
빨리 세금 내라! 너 지금 어디야, 새끼야!
양정도 (F) 내가 어딘지는 아저씨가 알 필요 없고,
S# 132 방필규 저택 (D)
양정도 (전화에) 나 이 돈 써야 되니까,
그렇게 알아요. 어차피 일은 내가 다 했!
S# 133 방미나 단독 주택 (D)
백성일 입 다물어, 이 개새끼야 이씨! (흥분을 가라앉히려)
아....미안...미안해...정도야...욕한 건 미안하고...
응? 내가 잘못했어. 너 나한테 거짓말 한 거 없다며!
그 형사가 장난질 친 거라고 했잖아, 니가! 이 새끼야!
아무런 말도 없는 양정도. 숨소리만 극대화 되어 들려오다가!
양정도 (F) 세상에요, 아저씨.
S# 134 방필규 저택 (D)
양정도 믿을 게 없어서 사기꾼 말을 믿나?
(피식) 돈 잘 쓸게요. (전화를 끊으면)
S# 135 방미나 단독 주택 (D)
백성일 (빈 전화에) 여보세요? 정도야?!
양정도! 여보세요?! 정도! 으아 씨!
순간 분을 참지 못하고 포효를 하는 백성일!
동시에 단독 주택의 백성일과 어딘가에 있는 양정도의 얼굴이 2분할 되며!
11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