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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 제1회 대한민국 국회 시낭송대회 / 시낭송 시범 공연
취지 : 대한민국 문화국민으로서 시와 시낭송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각 지자체에서
시낭송 및 백일장 대회 행사가 열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시낭송대회 및 공연을 개최하여 여․야를 초월하여 화합의
장이 되어 국민의 본보기가 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맑은 시와 반듯한
낭송으로 국회분위기의 청량제가 되고 지혜로운 선량의 자태를 국민에게 알리는
홍보로서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다 음-
본 전국 시낭송가협회에서는 2011년 4월 행사로 대한민국 국회 행사장에서 시낭송시범, 낭송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허가 신청합니다.
■일시 : 2011년 4월 26일 (화) 오후 2시 ■장소 : 국회 사무처 ■대상 : 현직 국회의원 ■공연행사 기획 제안서, 행사요원 프로필, 대회 추천 시 별지 첨부 ■주관 : 전국시낭송가협회 ■주최 : 국회사무국, 사)한국문인협회 양천지구 ■후원 : 환타임스,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시가흐르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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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일
전국시낭송가협회 회장 박 운 초
- 대회 원고 접수 이메일 -
"전국시낭송가협회" <par2642@hanmail.net>
"환타임스" <news@whantimes.com>
신청접수: -2011년 4월 10일(선착순 15명 마감)
문 의: 전국시낭송가협회 02)2616 - 2642, 010 - 5308 - 4839
환타임스 02) 733-8024
참 고: 시 원문 / 오타, 띄어쓰기, 맞춤법 확인 후 접수 바람.
⊙ 시상: 대상, 금상, 은상, 동상
⊙ 심사위원
심사위원장: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정종명
심사위원: 사)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김용오
심사위원: 전국시낭송가협회 회장 박운초
심사위원: 사)한국문인협회 영천지구 회장 김응만
1) 접수대상: 시를 사랑하는 국회위원 15명 선착순 마감
2) 시 선택: 자유 詩(국내 유명시인의 詩), 자작시 중 1편
3) 심사기준 : 시의 선택, 정확한 발음, 시 표현력, 무대 예의
⊙ 시 가곡(국내 정상성악가 초청)
*향수 / 정지용 작시, 김희갑 작곡(테너 변광석)
*고풍의상(古風衣裳) / 조지훈 작시, 윤이상 작곡( 소프라노 김수기)
*그리운 금강산 / 한상억 작시, 최영섭 작곡(테너 변광석, 소프라노 김수기)
*피아노 반주: 김수진
⊙ 명시 낭송(국내 시낭송가)
남도창 / 김승희(낭송: 선우승국)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낭송: 이서윤)
비취단장 / 신석초(낭송: 김효이)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이근배(낭송: 정은율)
⊙ 심사위원 소개
심사위원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정종명
경북 봉화 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월간문학’ 소설 등단(1978)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
현, 한국문인협회 편집국장
경기대 문예창작학과 출강
한국사이버대 문예창작학부 출강
심사위원: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김용오
경북 포항 출생
건국대학교 대학원 졸업
시문학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현대시인상 수상
시문학상 수상
심사위원: 전국시낭송가협회 회장 박운초
전남 영암 출생
시인, 시낭송가
황금찬 시인 천료로 문단에 나옴
한국문인협회 양천지구 부회장
전국시낭송가협회장
박운초열린시낭송회장
시소리문학회장
시소리문예창작대학 시낭송 지도교수
2008년 한국을 빛낸 문인들 선정 작가
심사위원: 사)한국문인협회 양천지구 회장 김응만
경기 안성 출생
문학세계 시 (등단)
중편소설 "물은 수직으로 흐르려 하지만" 순수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양천지회 부회장 역임. 현 (고문)
'시마을', 동인회장 (역임)
현,'문학지대' 동인 (회장)
⊙ 시범 시낭송가 및 출연 음악가 소개
사회 - 이양례
전, 학교 교감
1. 테너 변광석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B.M.,M.M.)
미국 보스턴 New England Conservatory of Music(M.M.,G.D.
성악연주박사과정)졸업
수원시립 합창단 수석역임('87~'88)
수원 여성합창단 지휘자 역임('87)
미국 보스턴 한인 연합성가대 지휘자('90~'93),
의정부 여성합창단 지휘자('96~'99)
경문대학(현 국제대학) 겸임교수, 중앙대학교 및 대학원 강사
연주 곡: 향수, 그리운 금강산
2. 소프라노 김수기
경희 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독일 하노버 국립 음악 대학교 졸업
독일 함부르크 시립 음악원 수료
목원대, 한세 대학교 및 동 대학원 강사 역임.
현) 경희 대학교, 협성 대학원 출강
연주 곡: 고풍의상, 그리운 금강산
3. 반주자 김수진
⊙ 시범낭송 출연 시낭송가 소개
1. 선우승국 시낭송가
전국시낭송가협회 이사
한국기독협회장
시 제목: 남도창
시 인: 김승희
2. 이서윤 시낭송가
현, 서울시 거주
전국시낭송가협회 부회장
전국시낭송가협회 편집국장
시 제목: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 인: 이생진
3. 정은율 시낭송가
현, 강릉시 거주
전국시낭송가협회 회원
강릉평생 정보관 시낭송지도
시 제목: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시 인: 이근배
4. 박종래 시낭송가
현, 서울시 거주
전국시낭송가협회 부회장
시 제목: 정동진
시 인: 정호승
5. 김효이 시낭송가
현, 울산광역시 거주
전국시낭송가협회 경남지회장
전국시낭송가협회 시낭송지도위원
방송통신대학 울산지역 시낭송회장
울산고래문학회 시낭송지도
시 제목: 비취단장
시 인: 신석초
* 첨부
-시범 시낭송 원문 (5편)
1. 나의 조국 - 한석산 / 시범낭송: 박종래
2. 남도창 - 김승희 / 시범낭송: 선우승국
3.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 시범낭송: 이서윤
4.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이근배 / 시범낭송: 정은율
5. 비취단장 - 신석초 / 시범낭송: 김효이
-시범 시낭송 원문 (5편)
1. 나의 조국
한석산 / 시범낭송 박종래
이 땅에 뿌리 내린
오천 년 역사의 칠천만
단군의 위대한 후예들
참된 애국 혼을 불러일으킬
장엄한 웅비(雄飛)
누군가 자꾸만 흔들어 깨우는
큰 뜻 서린 천지기운
조용한 아침의 나라
내 조국 내 겨레
두 갈래로 갈린 우리민족
한 핏줄 남과 북의 혈맥을 이어
온 겨레가 하나
배달민족의 투혼으로
영원히, 영원히 꺼지지 않는
동방의 빛 나의 조국
찬란한 내일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의 소망 인류의 희망
젊은이여 가슴을 펴라
조국이여 날개를 펴라
푸른 창공을 맘껏 비상하라
더 높이 더 멀리
온 누리로 뻗어 나가라.
너희는 모두가 세상의 빛이어라.
2.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 시범낭송 이서윤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혼자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그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때늦은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365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3. 남도창
김승희 / 시범낭송 선우승국
동녘은 많지만
나의 태양은 다만 무등 위에서 떠올라라
나는 남도의 딸
문둥이처럼 어차피 난
가난과 태양의 혼혈인 걸
만장 펄럭이는 꽃상여길 따라따라
넋을 잃고
망연자실 따라 가다가
무등에 서서
무등에 서서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위에
요화처럼
이글거리며 피어나던
붉은 햇덩어리를 보았더니라
모두들 사당패가 되자 함인가
백팔번뇌 이 땅을 용서하자 함인가
신명지펴 신명피어
벌레 같은 한 평생
가난도 아니고 죄도 아닌 사람들
나는 남도의 딸
징채잽이처럼 어차피 난
가락과 신명의 혼혈인걸
무등의 가락으로 해가 질때만
노을은 원한이 되는 것이니
천치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내 고향 사람들의 울음을 모아
지는해
굽이 굽이
서러운 목청
돌아가 돌아가서
내 썩은 오장 육부를 징채삼아
한바탕 노을을 두들겨 보노니
붉은 햇덩이는 업과처럼 둥글다가
문득 스러지면서
가장 진한 남도창을
철천지에 뿌리더라
4.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이근배 / 시범낭송 정은율
새들은 저희들끼리 하늘에 길을 만들고
물고기는 너른 바다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데
사람들은 길을 두고 길 아닌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
산도 길이고 물도 길인데
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돌아누워
내 나라의 금강산을 가는데
반세기 넘게 기다리던 사람들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
앞 다투어 길을 나서는 구나
참 이름도 개골산, 봉래산, 풍악산
철따라 다른 우리 금강산
보라, 저 비로봉이 거느린 일만 이천 묏부리
우주만물의 형상이 여기서 빚고
여기서 태어났구나
깎아지른 바위는 살아서 뛰며 놀고
흐르는 물은 은구슬 옥구슬이구나
소나무, 잣나무는 왜 이리 늦었느냐 반기고
구룡폭포 천둥소리 닫힌 세월을 깨운다
그렇구나
금강산이 일러주는 길은 하나
한 핏줄 칭칭 동여매는 이 길 두고
우리는 너무도 먼 길을 돌아왔구나
분단도 가고 철조망도 가고
형과 아우 겨누던 총부리도 가고
이제 손에 손에 삽과 괭이 들고
평화의 씨앗, 자유의 씨앗 뿌리고 가꾸며
오순도순 잘 사는 길을 찾아왔구나
한 식구 한 솥밥 끓이며 살자는데
우리가 사는 길 여기 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 어디로 가느냐고
이제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5. 비취단장
신석초 / 시범낭송 김효이
슬프다, 바람숲에 구르는 옛날의 옥석이여
비취, 보석인 너 노리개인 너여
아마도 내 영원히 잊지 않을 너만의 자랑스러운
영화를 꿈꾸었으련만
뜬 세상에 어지러운 오뇌를 안고
거칠은 쑥대 구렁을 내가 헤매느니
적막한 깊은 뜰을 비추이는 푸른
달빛조차 어이 흐려 있는다.
푸른 기왓장 흐트러진 내 옛뜰에
무정한 꽃만 피어 지고
쓸쓸한 파멸속에 너는 굴러서
창백한 때의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볕살을 헤인다.
아아, 이슷한 오경 밤에
그므레 타는 촛불 옆에
홀로 누워 잠 못이루는 여인의
희고 나릿한 백설 같은 목덜미.
숱한 머리쪽은 풀어져 물결치는
베개 위에 찬 달 그리메
애달픈 꽃잎을 그려라.
비취. 오오, 비취. 빛나는 옥석이여
내 전신의 절안에 산란한 시간의 발자취
다비의 낡은 흔적이 어릴 제
너는 매혹하는 꽃같은 손길에 이끌리어
그지없는 애무 속에도 오히려 불멸하는 빛을 던진다.
나는 꿈꾸는 몸뚱이를 안고
소슬한 대숲 바람결에
솟아오르는 허무한 욕구를 사르면서
혼자서 헐린 뜰을 내리려 한다
저곳엔 시들어지는 고운 난꽂 한떨기
또, 저곳엔 깨끗한 댓돌 위에
꿈결같이 떠오르는 영원한 처녀의 자태
어쩔까나
나의 난심을
내 어지러운 갈레는 마음을
비취. 내가 옛 동산을 가고 또 오는
내 몸 고달픈 시름의 넌출을
인간의 얽으러진 갈림길로 알고서
고독한 푸른 옥에 몸을 떨며
슬픈 리라의 가락을 탈까나
비취. 오오, 비취. 티없는 네 본래의
빛깔이야 부러워라.
저 심산 푸른 시냇가에 흩어지는 부엿한 안개 떠돌아서
창천은 흐득이는 여명의 거울을 거누나.
아아, 오뇌를 알은 나
영겁을 찾는 나
비밀한 유리 속에 떠서 흔들리는 나여, 너를 불러라.
빛과 흠절의 수풀 위에 찬 보석이여.
나여. 정신이여.
멸하지 않는 네 밝음의 깊은 근원을 찾아라
시낭송대회 추천 시(30편) 원문 첨부
1. 역사여 한국 역사여
시: 서정주
역사여 한국 역사여
흙속에 파묻힌 이조백자 빛깔의
새벽 두시 흙 속의 이조백자 빛깔의
역사여 역사여 한국 역사여.
새벽 비가 개이여 아침 해가 뜨거든
가야금 소리로 걸어나와서
춘향이 걸음으로 걸어나와서
전라도 석류꽃이라도 한번 돼 봐라.
시잡을 가던지, 안상객(上客)을 가던지.
해 뜨건 꽃가마나 한번 타 봐라.
내 이제는 차라리 네 혼행(婚行)뒤를 따르는
한 마리 나무 기러기나 되려 하느니.
역사여 역사여 한국 역사여.
외씨버선 신고
다홍치마 입고 나와서
울타리가 석류꽃이라도 한번 돼 봐라.
2. 편지
시: 오세영
나무가
꽃눈을 틔운다는 것은
누군가를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뒤안 길에서
홀로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므르
지고 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꽃잎, 우표 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 저무는 꽃그늘 아래서
오늘도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3. 섬에서 울다
시: 원재훈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안다
섬이 왜 바다에 홀로 떠 있는 것인지
떠나간 사람을 기다려 본 사람은
백사장에 모래알이 왜 그리 부드러운지
스스럼없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인지를 안다
섬은 그리움의 모래알
거기에서 울어 본 사람은 바다가 우주의
작은 물방울이라는 것을 안다
진실로 우는 사람의
눈물 한 방울은 바다보다도 크다
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사람의
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서해의 작은 섬에서 울었다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는 섬의 마음을 보고 울었다
그 외로움이 바로
그대가 오고 있는 길이라는 걸
그대가 저기 파도로 밀려오고 있는 작은 길이라는 걸
알고 눈이 시리도록 울었다
밀려와 그대 이제 이 섬의 작은 바위가 되어라
떠나지 않는 섬이 되어라
4. 간이역
시: 정공채
피어나는 꽃은 아무래도 간이역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에 꽃이 피어 있던가
잠깐 멈추어서
그때 평 것을, 설계
찬란한 그햇빛을
오랜 동안 걸어온 뒤에
돌아다보면
비뚤어진 포도에
아득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제 그 꽃은 지고
지금 그 꽃에 미련은 오래 머물지만
져 버린 꽃은 다시 피지 않는 걸
여숙에서
서로 즐긴 사랑의 수표처럼
기억의 언덕 위에 잠깐 섰다가
흘러가버린 바람 이었다 는 걸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에 작은
간이역 하나가 있었던가
간이역 하나가
꽃과 같이 있었던가
5. 우리가 어느 별에서
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6. 오래된 엽서
시: 안상학
오래된 어제 나는 섬으로 걸어 들어간 적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엽서를 썼다. 걸어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뭍으로 걸어나간 우체부를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종려나무 그늘에 앉아
술에 취해 걸어오는 청춘의 파도를 수없이 만나고
헤어졌다, 그러나 단 한 번 헤어진 그 사람처럼 아프지 않았다
섬 둘레로 저녁노을이 불을 놓으면
담배를 피우며 돌아오는 통통배의 만선깃발, 문득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이 걸어간 곳의 날씨를 걱정했다
아주 오래된 그 때 나는 섬 한 바퀴 걸었다. 바다로
걸어가는 것과 걸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다 잠든 아침
또 한 척의 배가 떠나는 길을 따라 그곳을 걸어나왔다
아주 오래된 오늘
오래된 책 속에서
그 때 뭍으로 걸어갔던 그 엽서를 다시 만났다.
울고 있다. 오래된 어제 그 섬에서 눈물도 함께 보냈던가
기억 저 편 묻혀 있던 섬이 떠오른다. 아직 혼자다.
나를 불러, 혼자 있어도 외로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던 그 섬
다시 나를 부르고 있다. 아직도 어깨를 겯고 싶어하는 사랑도 함께.
7. 대숲 아래서
시: 나태주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싶다 편지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 만이 내 차지다.
8. 꽃
시: 안도현
바깥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 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
이것은 터뜨리지 않으면 곪아 썩는 못난 상처를
바로 너에게 보내는 일이다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올리듯이
그렇다 꽃대는
꽃을 피우는 일이 힘들어서
자기 몸을 세차게 흔든다
사랑이여,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 속의 아픔이 다 말라버리고 나면
내 그리움도 향기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살아남으려고 밤새 발버둥을 치다가
입 안에 가득 고인 피,
뱉을 수도 없고 뱉지 않을 수도 없을 때
꽃은, 핀다
9. 꽃 지는 날
시: 홍해리
마음에 마음 하나
겹치는 것도 버거워라
누가 갔길래
그 자리 꽃이 지는지
그림자에 꽃잎 하나
내려앉아도
곡비 같은 여자 하나
흔들리고 있네.
10. 우리가 눈발이라면
시: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11. 낙 화
시: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아롱아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12. 청포도
시: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13. 산유화
시: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14. 갈대
시: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5. 서 시
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6. 설일
시: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17. 슬픈 구도
시: 신석정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18. 고향
시: 백 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氏)를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19. 광야
시: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서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20. 울음이 타는 가을 강
시: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21.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시: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 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 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22. 해
시: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23. 사슴
시: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族屬)이었다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
어찌할 수 없는 향수(鄕愁)에
슬픈 모가질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24. 사평역(沙平驛)에서
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 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25. 적막한 바닷가
시: 송수권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 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26. 가을 편지
시: 김용오
친구여 .
마침내 그대 집 대문 곁에 서 있는
단풍나무들도
눈물 나게 고운 옷을 입었겠구나.
나는 혼자 깊은 산속에 들어가
하심하듯 하염없이 자신을 낮추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맑고 투명한 계곡 물소리 듣는 공부에
흠뻑 빠져 지내고 있다네.
또 어떤 날은 아무 말 없이
넓은 가슴으로 품고 있던
하얀 솜털구름
그 수천 마리의 새 떼들을
무심하게 놓아 버리고
미련없이 돌아눕는
저 높은 하늘 연못
쳐다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있다네 .
한동안 보지 못한다고 하여
너무 탓하지는 말게나.
친구여,
사람보다는 자연과의 거래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어
자네가 사는 세상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27. 나비야 꽃산 가자
시: 김용택
꽃 피고 새 우는 봄날
우리 민세 할매 따라
저 강 처음 건넜네
민세 뒤 따라 아장아장 걷다가 주저앉아
풀꽃 뜯어 할매 부르면
할매 돌아서서
꽃 받아 들었다가 민세 도로 주네
꽃 주고 받으며
밭에 들면
민세 어깨까지
보리밭 속에 묻히네
할매는 앞서 보리밭에
키 큰 풀 뽑아 들고
민세 장다리꽃 꺽어 들고
할매 뒤 따를 때
노랑나비 흰나비 꽃 따라가네
민세 넘어졌네
보리 넘어졌네
저기 저 남산 꽃산 넘어졌네
나비 날아 저 산 꽃 찾아가고
민세 할매
28. 웅덩이에 봄비가
시: 박만진
갈무리 못한 사랑
가이없는 바다에 안개로 풀며
다시 눈을 뜨고는
감지 못하는 그대의 영혼
하얀 날개의 몇 날로
파란 하늘을
너울거리며 오를 수 있겠는가
어느 날 끙끙거리며
한나절을 오르던 가뭇한 산이
한, 두 뼘의 높이로
창 밖에 다가와 주춤거리나니
꽃샘추위 길어보았자
닷새,
눈치도 없이 더 머물겠는가
지금 웅덩이에 봄비가 내리고
지우고 그리고 또 지우는
동그라미, 동그라미
29. 자수
시: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들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極樂淨土 가는 길도
보일 성싶다.
30. 오월이 오면
시: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 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 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린 난초가
꽃 피는 달
미류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첫댓글 국회 사정으로 연기 되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