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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Fat Cat 여섯 번째 이야기
Big Fat Cat and the Fortune Cookie
파이 콘테스트는 빅팻캣의 활약으로 엉뚱한 결과를 맞게 됩니다.
(그 많은 파이를 본 빅팻캣이 가만히 참고 있을 리가 없죠?)
2시간 동안의 긴장과 대결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되자
콘테스트 참가자들은 폭동에 가까운 항의를 합니다.
하지만 제레미의 깜짝 제안으로 재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그렇지만 에드는 파이 콘테스트 1라운드에서 다른 경쟁자들의 파이를 보고
자신이 이 대회에서 이길 수 있다는 발상조차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에드는 윌리의 포춘 쿠키에 들어 있던 알쏭달송한 문장을 떠올리며
과연 어떻게 될지 의문을 느끼고 마음을 잡지 못합니다.
포춘 쿠키에 씌어져 있던 문장은...
'There are chances, and there are consequences'
에드는 최고의 파이베이커가 될 수 있을까요?
배가 뚱뚱해진 빅팻캣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파이 콘테스트 현장의 스릴을 영어로 직접 느껴보세요.
6권 Big Fat Cat and the Fortune Cookie (될수 있으면 스스로 해석 후 참고로 보세요)
“그래.”
“계약서에는 서명이 됐지. 다음 달 말까지는 그 거리가 철거되길 원하네. 그래, ‘고스트 애비뉴’ 라고 부르는 곳 말이야.”
“올드 에버빌에 있는 그 쇼핑몰은 잘 처리했어……그래, 아웃 뭐라고 하는 그 쇼핑몰 말이야. 잠깐만.”
제레미 라이트푸트 1세는 전화기 버튼을 눌러 회선을 바꿨습니다.
“응? 알았어……좋아. 잘했어. 아, 그리고 하나 더. 만약에 내 아들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위시본에게 일어난 문제가 그 녀석에게 책임이 있다고 심사위원들에게 고발해버려.”
“그래, 실격시키란 말이야.”
“좋아요. 지금 파이가 몇 개죠?”
사회자가 심사위원들의 부스 커튼 뒤로 목을 쑥 내밀고는 한 진행요원에게 물었습니다. 진행요원은 손에 파이를 들고 나르느라 바빴습니다. 그가 사회자에게 소리쳤습니다.
“열여섯 갭니다. 거의 다 됐어요!”
“좋아요. 시간은요?”
“30초 뒤에 카운팅입니다.”
“알았어요.” 사회자가 다시 무대 위로 걸어 나오며 말했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30초 남았습니다! 파이들이 대부분 완성된 가운데 전쟁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로버트 R. 실버맨입니다. 파이 게임에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30초?” 조지가 에드를 돌아보았습니다. “사회자가 30초라고 했어?”
“멈추지 마세요. 계속하세요.” 에드가 블루베리가 가득 담긴 소스팬을 흔들면서 조지에게 소리쳤습니다. 아직도 빵을 굽는 이들은 그들뿐이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대부분 부스를 치우고 있었습니다. 관중들은 두 사람을 가리키며 웃고 있었습니다.
“20초!”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에드의 몸은 온통 음식으로 덮였습니다. 머리에는 휘핑크림이, 셔츠에는 밀가루 반죽이, 소매에는 블루베리 얼룩이 묻어 있었습니다.
“10!”
사회자가 소리치자 관중도 이에 합세했습니다.
“9!” 모두가 함께 외쳤습니다.
에드의 손이 심하게 떨렸습니다. 그는 냉정을 되찾으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습니다.
“에드! 시간이 없어.” 조지가 공황 상태에 빠져 소리를 질렀습니다.
에드는 소스팬을 들고 테이블로 뛰어갔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서둘렀습니다. 그는 미끄러졌고 소스팬은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5!” 사람들이 계속 초읽기를 했습니다.
에드와 조지는 소스팬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둘 다 실패했습니다. 소스팬에 담겨 있던 블루베리가 바닥 여기저기에 쏟아졌습니다. 에드에게도 일부 튀었습니다.
“3!”
에드와 조지는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2!”
에드는 눈을 감았습니다.
“1!”
“비지스?”
프랭크는 비지스가 자고 있는지 보려고 그를 살짝 들여다보았습니다. 비지스는 자고 있었습니다. 프랭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수레를 몰아 비지스를 지나치며 만화에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야바 다바 다바……야바 다바 두…….”
조금 전 마침내 윌리가 경련을 그치자 비지스는 몰려오는 피로에 곯아떨어졌습니다. 프랭크는 비지스가 괜찮은지 보려고 왔던 것이었습니다.
뭔가가 프랭크의 수레 밑에서 바스러졌습니다. 프랭크는 몸을 숙여 앞바퀴에 걸린 윌리의 포춘 쿠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것을 주웠습니다.
운명이 적힌 종이가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프랭크는 그 종이를 끄집어내어 보았습니다.
“기…… 기…….”
프랭크는 그것을 읽어보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그는 종이를 윌리 곁에 가만히 놓고는 불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윌리의 친구들이 그들을 위해 땔감을 모아 쌓아두었습니다. 프랭크는 불에다 나무를 더 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사이 윌리의 손이 움찔거렸습니다. 손은 프랭크가 옆에 놓아둔 포춘 쿠키의 종이를 건드렸습니다.
종이는 모닥불의 깜박이는 빨간 불빛에 반사되었습니다. 한 번, 두 번, 종이는 빛이 났습니다. 그때 휙, 하고 바람이 불더니 종이가 불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아, 끝났습니다!”
사회자가 손을 들어올리며 크게 외쳤습니다. 참가자들은 모자와 앞치마를 공중으로 던지고 서로 껴안았습니다. 관중이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대회가 끝이 났습니다.
에드는 여전히 계란 거품기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는 그 자세로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조지는 에드에게 뭐라고 말을 꺼내려 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시계탑만 뚫어지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완성된 두 개의 파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주위를 뛰어다니는 동안 에드와 조지는 바닥에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쳇.” 조지가 손가락에 묻은 블루베리를 핥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것 역시 맛이 좋군.”
“위시본.”
에드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제레미 라이트푸트 2세였습니다. 그는 의상을 벗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파이를 쳐다보며 서 있었습니다. 그들 주위에서는 대회 진행요원들이 파이 소개 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제레미는 다 완성되지 못한 에드의 파이를 조금 떼어내 맛보더니 멍하니 남은 파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위시본……당신이 당한 어려움은……”
에드는 고개를 흔들더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보라색 시럽이 그의 셔츠 위로 흘러내렸습니다.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에드가 말했습니다. “대회는 끝났으니까.”
에드는 이마에 묻은 블루베리를 닦아내고는 제레미를 지나쳐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레미가 그의 팔을 붙들었습니다.
“들어보시오, 위시본. 할 말이 있어요.”
제레미는 에드를 잡아당겼습니다. 그러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에드의 눈에 담긴 절망을 보고는 입을 다물어버렸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에드의 머리 위에서 메아리쳤습니다. 뉴 몰 주인의 목소리였습니다. “우승자를 가릴 때가 되었습니다.”
에드는 자신의 팔에서 제레미의 손을 가만히 떼어냈습니다. 그리고는 억지로 웃었습니다.
“너무 늦었어요.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만 실패하고 말았어요.” 에드는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어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모든 게 끝났어요. 이제 아무것도 우릴 구해줄 수 없다고요.”
틀렸어.
“세상에 이런 맙소사!”
무대 뒤를 본 뉴 몰의 주인은 하마터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했습니다. 그는 휘청거리며 거의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그는 커튼 뒤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아수라장을 계속 쳐다보았습니다. 마치 꼬마 허리케인이 파이를 훑고 지나가기라도 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의 충격에서 벗어난 뉴 몰 주인은 자신이 아직 손에 마이크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마이크에 대고 천천히 말을 했습니다.
“음……신사 숙녀 여러분, 정말……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무대 뒤에서 사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뉴 몰 주인이 이렇게 말하자 관중이 동요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부스를 둘러보았습니다. 거의 모든 파이가 완전히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는 말을 이어가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음……죄송합니다. 대회를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메인 텐트에서는 혼란스러운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뉴 몰 주인과 일부 진행요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화난 관중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들 자신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한 진행요원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볼링 공 같은 무언가가 부스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이 그들이 아는 전부였습니다. 뉴 몰 주인과 진행요원들은 내년에 재대결을 펼칠 것을 제안했지만 그것은 모두를 더 화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에드와 조지, 그리고 제레미는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런 사태에 대해 이성을 잃고 고함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에드는 두건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는 걸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딜 가는 거요, 위시본?” 제레미가 물었습니다.
에드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냥 뒷문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조지와 제레미는 문이 닫힌 후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심사위원 부스 근처 한구석에서는 뉴 몰 주인이 더 나은 해결책을 요구하는 성난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태였습니다.
대회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어. 제레미는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바라던 대로.
마음속에서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모든 것이 언제나 아버지의 계획대로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제레미는 심사위원 부스로 걸어가 마이크를 집어 들고 스위치를 켰습니다.
“왜 지금 하면 안 되는 거죠?”
제레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크게 들려왔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말과 동작을 멈췄습니다. 그들 모두 제레미를 쳐다보았습니다. 제레미는 마이크에 대고 다시 말했습니다.
“재대결 말입니다. 왜 지금 하면 안 되는 거죠?”
긴 침묵이 이어지다가 참가자 중 한 명이 소리 질렀습니다.
“맞아, 왜 지금 하면 안 되지?”
그것이 실마리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곧장 동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은 재대결을 하자고 외쳤고 관중석의 외침도 더욱 맹렬해졌습니다. 조지는 무대 건너편에 있는 제레미를 바라보았습니다. 제레미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마이크를 내려놓았습니다.
뉴 몰 주인은 사람들의 반응에 압도되었습니다. 그는 심사위원들과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아……잠시 생각할 여유를 주십시오.”
관중들은 경기장에서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재대결! 재대결!’ 하면서 계속 더 크게 반복적으로 외쳤습니다.
“재대결이라고요?”
에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지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줄곧 메인 텐트 바깥에 있었습니다. 조지는 이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그에게로 뛰어왔던 것입니다. 에드가 다시 물었습니다. “재대결이요? 왜요?”
“파이들이 전부 망가졌대. 왜 그런지는 그 사람들도 몰라.” 조지가 설명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전부 다시 대결을 하자는 데 동의했어. 우리도 다시 만들러 가야 해, 에드.”
에드는 잠시 동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점차 눈을 아래로 깔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지는 춤이라도 추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에드가 기뻐하지 않는 걸 보고 그만두었습니다.
“왜 그래? 우리한테 또 한 번의 기회가 온 거 아냐?”
“네.” 에드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도 알아요.”
에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괜찮아? 커피라도 한 잔 갖다 줄까?”
“고마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에드가 대답했습니다.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거야, 친구? 좋은 소식 아냐?”
에드가 한숨을 쉬더니 슬픈 미소를 띠고 조지를 쳐다보았다.
“조지. 조지도 우리가 만든 파이를 봤잖아요. 우리가 정말로 이길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니 내가 어리석었어요.”
늘 행복하던 조지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에드는 그것을 보고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내가 파이를 제대로 만들었다 해도 그건 그냥 평범한 과일 파이에 불과해요. 특별한 게 없어요. 미안해요, 조지. 조지도 다른 파이들을 다 봤잖아요.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걸 조지도 알잖아요.”
“하지만 넌 이길 거야.” 조지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난 알아. 네가 이기리라는 걸.”
“조지……” 에드는 조지의 목소리에 담긴 진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조지의 믿음이 너무도 순수해서 에드는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미안해요. 정말……미안해요.”
머리 위로 스피커를 통해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 1시간 휴식 후 3시 정각에 파이게임이 다시 시작될 예정입니다. 쉬는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재료를 추가적으로 들여올 수 있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재대결을 보지 않으실 분들에겐 티켓 비용을 전액 환불해 드리며……”
에드는 회전관람차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조지는 그가 곧 떠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무슨 말이든 꺼내려고 했습니다. 그에게 용기를 줄 말, 자신이 그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얘기해 줄 말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조지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실 조지는 에드가 이기리란 걸 진정으로 믿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몰랐습니다.
“에드!” 조지가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습니다.
“네 파이는 최고야!” 그가 말했습니다. “세상 최고라고! 난 그걸 알아!” 조지는 에드가 군중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계속 외쳤습니다. “네 파이는 최고야! 난 그걸 알아! 그걸 안다고.”
회전관람차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동안 에드는 그 밑을 걸었습니다. 그는 축제장의 한쪽 끝까지 가서 외부 울타리에 기대어 서 있었습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공중 회전차를 바라보았습니다. 회전차를 따라 그의 생각도 돌고 돌아 마치 최면에 걸린 듯했습니다.
기회가 오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
포춘 쿠키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에드는 재대결이 기회인지 결과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지도 궁금했습니다.
넌 파이를 무엇으로 만드는지 몰라.
이것은 윌리가 한 말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끝없는 사람들의 물결이 그를 스쳐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들이고, 어떤 사람들은 연인들이며, 또 어떤 사람들은 혼자였습니다. 이들이 가진 각기 다른 인생과 느낌과 취향을 상상하는 일은 그것만으로도 참 매혹적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파이를 만든다는 건 미친 짓 같았습니다. 그건 퍼즐에서 모든 자리에 맞는 퍼즐 조각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에드는 회전관람차 위에 떠 있는 풍선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의 마음도 그 풍선과 함께 떠돌았습니다.
너만의 파이를 만들어라.
윌리는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에드는 자기만의 파이를 굽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한텐 책임이 있어. 난 이겨야 해.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까요? 그냥 핑계에 불과한 건 아닐까요?
네 파이는 최고야.
조지의 말이었습니다. 에드는 부끄러웠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만든 파이들은 전혀 자신의 파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는 자신의 파이가 블루베리 파이처럼 달거나 시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건 달랐습니다. 그건 다른 어떤 것과도 달랐고, 그것이 그를 두렵게 했습니다. 아마도 그의 인생을 통틀어서 말이지요.
그러나 그는 자신만 남과 다른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윌리도 달랐습니다. 프랭크도 달랐습니다. 고스트 애비뉴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달랐습니다.
에드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는 제레미와 그가 한 말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조지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윌리 생각을 했습니다.
어서 가, 젊은이. 자신만의 파이를 만들어.
에드가 눈을 다시 떴을 때 하늘에는 여전히 풍선이 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구름 사이 아주 높은 곳에 떠 있었습니다. 회전관람차도 여전히 조용하게 천천히 돌고 있었습니다.
넌 또 늦을 거야. 넌 실패하고 말 거야.
또 다시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에드는 생애 처음으로 그 소리를 무시했습니다.
풍선이 구름 속 멀리 사라졌습니다.
그만의 파이를 만들 시간이었습니다.
시각이 2시 55분인데도 에드가 부스로 돌아오지 않자 조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시작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조지가 에드를 찾아 나서려 할 때 에드가 뒷문으로 뛰어들며 그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미안해요.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어요. 오븐은 어때요?”
“잘 달구어졌어. 준비 끝.” 조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좋아요. 쇼핑백에 든 것을 전부 꺼내요.” 에드가 바닥에 놓인 백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도 준비를 좀 할게요.”
에드가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 두건을 쓰는 동안 조지는 쇼핑백을 뒤졌습니다. 노란 병이 나오자 그는 주춤했습니다.
“어……에드!” 조지가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이건 블루베리가 아니잖아.”
조지는 손에 든 머스터드 병을 에드에게 내보였습니다.
“알아요.” 에드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오……” 조지는 어쩔 줄 모르고 중얼거리더니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그 병을 돌아보았습니다. “안 돼, 에드! 자넨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이 친구야! 이건 머스터드 병이라구!”
“조지.” 에드가 조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알고 있어요.”
조지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더니 병을 들고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반쯤 열었습니다.
“아이고, 설마 그럴 생각은 아니겠지……”
에드는 머리에 두건을 묶고는 소매를 걷고 칼을 잡았습니다. 3시 1분 전이었습니다.
“난 윌리에게 약속했어요. 돌아가서 나만의 파이를 만들겠다고요. 내가 하려는 일이 바로 그거예요.” 에드가 조지에게 말했습니다. “나만의 파이를 만들 거예요.”
조지는 에드의 얼굴에 진짜 미소가 번지는 걸 보았습니다. 에드는 오늘 처음으로 편안해 보였습니다. 조지는 여전히 머스타드 파이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에드가 다시 웃으니 행복했습니다. 조지는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테이블 위에 머스터드 병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때 종이 울리면서 두 번째이자 마지막 파이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 이번만은!” 제레미가 휴대전화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단지……아버지? 아버지!”
제레미의 아버지는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제레미는 트레일러 벽에다 휴대전화를 집어던졌습니다.
“제기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를 밀어버렸습니다. 테이블 위에 있던 모든 재료들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관중 가운데 몇 사람이 이 장면을 보고 놀라 펄쩍 뛰었습니다.
“사장님? 왜 그러세요? 사장님!” 제레미의 조수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제레미는 그를 무시하고 트레일러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는 메인 텐트에서 곧장 걸어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백만장자의 아들 제레미 라이트푸트 2세라는 사실에 진저리가 났습니다. 그가 막 뒷문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목소리 하나가 그를 붙잡았습니다.
“제레미 아저씨!”
제레미는 문에 손을 댄 채 주춤했습니다. 그 목소리는 바로 위의 관중석에서 나는 것이었습니다.
“제레미 아저씨! 가지 마세요! 제레미 아저씨!”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주 어린 목소리. 아니 목소리들이었습니다. 이제 그의 이름은 위의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들려왔습니다. 제레미는 말없이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제레미 아저씨! 아저씨가 최고예요.”
“제레미 아저씨! 괜찮은 거죠? 제레미 아저씨!”
이삼십 명쯤 되는 아이들이 머리 위 관중석에 모여 응원을 보내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뭔가가 잘못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좀비 파이 트레일러 위로 모여들었던 것입니다. 한 아이가 좀비 파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모두가 따라 불렀습니다.
“한밤중은 공포의 시간이야! 부엌엔 좀비 파이가 있고 너의 뱃속은 가려워 미칠 지경이니까. 그러니 문 밖으로 나와 인생을 즐겨 봐……좀비 파이에 가! 좀비 파이에 가!”
제레미는 눈을 내리깔았지만 노래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는 그대로 서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아, 이런 참견 잘하는 개구쟁이 녀석들!” 제레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악마 같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입에는 가짜 드라큘라 이빨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감히 좀비 대왕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좀비 대왕은 언제나 승리한다!”
아이들은 기뻐서 환호했습니다. 제레미는 괴물 같은 웃음을 던지고는 다시 계단을 올라 트레일러로 들어갔습니다. 일단 안전하게 안에 들어가자 그는 가짜 이빨을 내던지고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그는 조수에게 소리쳤습니다.
“전부 잊어버려. 우린 플랜 B를 실행한다. 지옥불을 연출할 거야."
“네?” 이제 조수는 아주 불안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파이는 너무 위험해요! 실험실에서 그 파이를 만들어보려다 화상을 입고 죽으실 뻔했잖아요!”
“상관없어. 마시멜로나 준비해.” 제레미는 카운터 위에다 밀가루 반죽을 펴며 소리쳤습니다. “난 트럭에서 가스화염기를 가져올 테니까.”
그런데 그는 시작하기 전에 에드를 힐끗 보았고, 트레일러 뒤에 서 있는 빌리 밥도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는 아버지의 게임에서 이길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 자신만의 게임 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 파이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로버트 R. 실버맨입니다! 파이게임이 다시 열리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텔레비전 방송은 이미 끝이 났기 때문에 여기 계신 여러분이 오늘의 결과를 지켜볼 유일한 목격자가 되실 것입니다.
“현재 시각은 3시 5분이고 우리는 파이게임의 재대결의 현장에 돌아와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좀비 파이와 브라운 버터는 이미 빠른 출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좀비 파이는 특히 바빠 보이는군요. 거대한 믹서를 사용하여 뭔가를 섞고 있습니다.
“한편 좀비 파이 반대편에서는 에드 위시본과 그의 충실한 파트너 ‘턱스’가 보이실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오늘 아침에 파이를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아, 이건 뭘까요? 위시본 씨는 이번에 그의 요리법을 바꾼 것 같군요……그리고……맙소사, 에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죠?”
에드는 사회자가 보는 바로 앞에서 뜨거운 소스팬에다 머스터드 한 병을 쏟아 부었습니다. 머스터드는 곧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코를 찌르는 향이 공기 속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렇게 말해 미안합니다만 에드, 전 당신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 같군요.” 사회자는 씁쓸한 얼굴로 에드에게 말했습니다. “이봐요, 그건 블루베리가 아닙니다. 파랗지도 않고요!”
관중 가운데 절반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머스터드가 타는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에드는 자기를 놀리는 말을 무시하고 소스팬에만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그는 레몬주스 병을 집어 들더니 몇 숟가락을 섞었습니다. 사회자는 에드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약간 초조해진 것 같았습니다.
“이봐요, 에드! 머스터드 파이입니까? 심사위원들이 안 됐군요.”
에드는 작업에만 열중했습니다. 그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꿀 반 컵과 몇 가지 양념들, 그리고 커티지 치즈 한 봉지를 팬에다 넣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조지가 갈아놓은 그레이엄 크래커 한 사발을 넣고 커다란 나무 숟가락으로 모든 재료를 휘저었습니다.
“으음……거의 음식에 가까워 보이는데……” 그 순간 소스팬에서 나는 진한, 매콤한 향이 사회자의 코에 가 닿았습니다. 에드의 요리에서 나는 달콤하고 새콤한 냄새를 맡은 사회자의 빠른 말소리는 오늘 처음으로 느려졌습니다.
관중의 웃음소리도 일부 잦아들었습니다. 그들은 에드의 얼굴에 서린 단호하고 진지한 표정을 마침내 알아보았습니다. 에드는 팬에다 적포도주 한 잔을 뿌렸습니다. 와인은 불길을 일으키며 순간적으로 높이 타올랐습니다. 군침이 돌게 하는 냄새가 공기 중에서 점점 더 진해졌습니다. 갑자기 드럼통 오븐과 머스터드, 그리고 턱시도가 이전만큼 우습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조지! 크러스트요!”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드가 조지에게 소리쳤습니다.
조지는 오븐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그는 안에서 아름다운 황금빛 갈색 크러스트를 꺼냈습니다. 그것 역시 머스터드 향이 살짝 풍겼습니다. 매콤하지만, 달콤한. 사회자는 목청을 가다듬고 나서 다소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네, 좋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죠. 다음 부스는 저 유명한 버피 브라더스입니다……”
사회자는 다음 부스를 향해 걷기 시작했지만 다시 에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향이 점점 더 강해져서 이제는 온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조지! 파이는 어때요?”
“괜찮아 보여! 5분만 더 기다리자고.”
“알았음.” 에드가 그렇게 말하자, 조지가 웃었습니다.
“더 필요한 거 있어?” 조지가 물었습니다.
“아뇨.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빠르면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길었던 1시간 30분이었습니다. 에드는 마침내 휴식을 취하면서 심호흡을 할 수 있었습니다. 뒷문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뭔가를 본 것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그는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야옹이?” 에드는 눈을 비볐습니다. “아냐……그럴 리가……”
에드는 뒷문으로 천천히 걸어가 통로를 살폈습니다. 아무 흔적도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상상이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종이 상자와 나무 상자들이 벽을 따라 줄지어 있었으니 고양이가 숨을 만한 공간은 많았습니다.
“에드, 어디 가?” 에드가 뒷문 밖으로 나가려 하자 조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아무데도 안 가요……그냥 신선한 공기 좀 마시려고요.” 그가 대답했습니다.
“금방 돌아와야 해! 파이가 거의 다 됐으니까.”
“네.”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에드는 뒤 통로에서 어떤 움직임이 없는지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야옹아……너 거기 있니? 야옹아?”
에드는 박스가 쌓여 있는 곳을 지나치면서 속삭였습니다. 하지만 쓰레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는 통로 끝까지 가서 비상구 문을 열고 바깥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너머에는 빈 공터뿐이었습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빌리 밥이 뒤에서 나와 에드의 목을 붙잡았습니다. 놀란 에드는 빌리 밥의 손을 풀려고 했지만 빌리 밥은 점점 더 힘을 주었습니다.
“포기해. 게임을 끝내라고. 지금 당장.” 빌리 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에드는 빌리 밥의 손을 손톱으로 쥐어뜯었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빌리 밥이 힘을 줄수록 그는 질식하여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에드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만둬! 빌어먹을! 그만두라고! 그를 죽일 작정이야!”
누군가 휘발유 통으로 빌리 밥의 등을 내리쳤습니다. 빌리 밥은 훼방꾼을 붙잡아 그를 에드 옆의 박스에다 내동댕이쳤습니다. 그 사람이 그의 윗사람의 아들이라는 것을 안 빌리 밥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희미하게 떠올랐습니다.
제레미는 무릎을 일으키면서 빌리 밥에게 소리쳤습니다.
“지금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
빌리 밥은 제레미의 말을 무시하고 에드 쪽으로 다시 돌아섰습니다.
“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에드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공포로 인해 다리가 심하게 떨렸고 거의 울먹이기까지 했지만 말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사람들이 고스트 애비뉴에서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난 포기할 수 없어요.”
에드는 똑바로 서 있으려고 정말로 애썼지만 가늘고 약한 그의 다리는 지탱을 거부했습니다. 빌리 밥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에드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빌리 밥의 손이 에드에게 닿으려는 순간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밑에서 들려왔습니다.
세 사람 다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미스터 존스가 마침내 돌아와 제레미의 다리에 옆구리를 비벼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빌리 밥에게로 가더니 계속 그르렁거리며 그의 신발 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빌리 밥은 검은 선글라스를 통해 이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고양이가 계속 맴을 도는 동안 두 명의 베이커들은 바닥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었습니다. 길고도 어색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빌리 밥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당신.” 그가 에드에게 말했습니다. “당신한텐 매운 맛이 더 필요해.”
에드는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는 아직도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빌리 밥의 말이 자신을 두고 하는 건지 자신의 파이를 두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빌리 밥은 제레미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당신. 이건 암컷이야! 미스터가 아니라구! 다음에 확인해봐, 이 멍텅구리야!”
빌리 밥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두 사람의 겁먹은 얼굴을 보더니 다시금 고개를 젓고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떴습니다. 에드와 제레미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뭐……그게 다 무슨 소리지?” 제레미가 중얼거렸습니다.
“나도 잘……”
에드는 갑자기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레미의 팔을 잡았습니다. 그는 제레미의 시계를 재빨리 보더니 깜짝 놀라 서둘러 걸었습니다. 여전히 비틀거리면서도 약한 다리를 이끌고 자신의 부스로 뛰어갔습니다.
미스터 존스와 함께 남은 제레미는 잠시 그 자리에 앉아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빌리 밥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습니다.
제레미는 미스터 존스를 붙잡고 높이 들어올렸습니다. 미스터 존스는 느긋하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곧 이어, 제레미의 눈은 놀라움으로 휘둥그레졌습니다.
남은 시간 15분.
조지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파이 가장자리가 이미 지나치게 갈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너무 늦을지도 몰랐습니다. 에드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파이를 구해내는 일은 그에게 달려 있었습니다.
조지는 뭔가를 하기가 두려웠지만 만약 지금 파이를 꺼내지 않으면 파이가 다 타버릴 거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자신의 행동이 옳기를 기도드린 후에 두 개의 파이를 꺼냈습니다.
조지가 파이 두 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데, 에드가 숨을 헐떡거리며 부스로 달려 들어왔습니다.
“조지, 파이는 괜찮아요?”
“에드! 세상에! 정말 걱정했잖아, 이 친구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있어야지!”
에드는 테이블 위에 놓인 파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조지. 고마워요. 아주 잘했어요. 그럼 이제 끝내요. 10분밖에 안 남았으니까.”
“알았어!” 조지는 대답과 함께 그들이 설탕과 마지판으로 만들어 두었던 장식물들을 에드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에드는 파이에 첫번째 장식을 얹으려다가 갑자기 멈추었습니다.
“뭐가 잘못되었어?” 조지가 물었습니다.
“아뇨.” 에드가 대답했습니다. “그냥……”
파이는 있는 그대로도 아름다웠습니다. 단순히 황금빛이 나는 노란색 표면이었지만 색깔이 고왔습니다. 에드는 망설여졌습니다. 그는 시합장의 다른 부스들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대부분의 파이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전부 화려한 색으로 치장이 되어 있어 음식이라기보다는 마치 예술품 같았습니다. 경기장 전체가 역시 파이처럼 보였습니다. 아주 알록달록하고, 매혹적이며, 멋진.
그런데 에드가 이렇게 둘러보고 있을 때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몇 초 동안 그 모든 소리와 소음이 멀리서 들리는 듯한 착각이 일었고, 에드는 처음으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 앞에 펼쳐진 대회의 전체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낯설게 보였습니다. 그는 마치 자신도 모르는 세상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파이가 떠올랐습니다. 아주 단순하고 아주 아름다웠던.
고스트 애비뉴에서 맞은 첫날 아침에 만들었던 가짜 사과 파이도 생각났습니다. 그것도 역시 단순했습니다. 어쩌면 아름답진 않을지라도 단순하고 따뜻했습니다.
에드는 말없이 장식을 치웠습니다. 그는 조지에게 말했습니다.
“그냥 이대로 두어요.”
조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 그래? 에드! 정신 나간 거 아냐? 다른 파이들을 한번 보라고, 이 친구야!”
에드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건 우리들의 파이예요. 그러니까 단순해야 해요.”
조지는 잠시 동안 어안이 벙벙했지만 장식물과 에드를 보고, 그 다음에는 드럼통을, 마침내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자네……자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조지가 말했습니다. “알다시피 고스트 애비뉴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으니까.”
그 말로 인해 두 사람은 같이 웃었습니다. 에드는 파이의 가장자리를 따라 노란 휘핑크림만 원을 그리며 올리고서 파이 두 개를 조지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조지는 심사위원들이 있는 부스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제레미도 거의 동시에 좀비 파이 트레일러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그의 조수는 거대한 운반차를 밀고 있었습니다. 에드와 제레미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잠시 후 두 번째로 종이 울리면서 파이게임은 공식적으로 끝이 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녁 뉴스를 전해드리고 있는 글렌 햄퍼튼입니다. 우리는 지금 파이 축제 현장에 다시 돌아와 있습니다! 수백 명의 시청자께서 재대결을 방송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그래서 이렇게 특별 생방송으로 마지막 순간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파이 굽기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참가자들은 이제 관중에게 파이를 소개할 것입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슈가앤드스파이스’가 신비스런 동양의 용춤을 막 끝마쳤습니다……지금은 구구 플래닛이 무대 위에 올라 있습니다. 비행접시 같은 뭔가가 무대 중앙에 안착하고 있군요.
“음……안 됐군요. 관중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들을 탓하고 싶진 않군요. 다행히……이제 끝이 난 듯합니다.
“남은 참가자들이 많지 않은데요……아, 이상한 북소리가 무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만……저건……
“예! 그렇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운이 좋은 것 같군요. 마침 큰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들이 등장했습니다! 준비하세요!
“좀비 파이입니다!”
텐트 안에서 낮은 북소리가 울려 퍼질 때 벌건 연기구름이 무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연기가 갑자기 가운데에서 나눠지더니 제레미가 그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덤 파헤치는 자’가 파란 벨벳 천이 덮인 커다란 쟁반을 들고서 그를 뒤따라 나왔습니다. 좀비 파이 트레일러 꼭대기에서 빨간 조명이 나와 제레미를 비추는 동안 음악 소리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보라! 지옥의 불타는 문들!”
제레미는 이렇게 외치더니 쟁반을 덮은 벨벳 천을 벗겼습니다. 눈 덮인 땅의 붉은 숲을 닮은 거대한 파이가 천 밑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제레미가 손을 치켜들자 갑자기 음악이 멈추었습니다. ‘무덤 파헤치는 자’는 스탠드에다 쟁반을 놓고 서둘러 사라졌습니다.
관중은 제레미와 그의 파이를 지켜보면서 숨을 죽였습니다. 제레미는 잠시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파이에 대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망토 밑에서 엄청난 불길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불길은 몇 초 동안 파이의 표면을 뒤덮었고 갑작스러운 등장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사라졌습니다. 불길이 잦아들자 부드럽고, 마시멜로같이 하얗던 파이 표면이 먹음직스러운 황금빛 갈색으로 구워졌습니다. 숲은 녹아서 눈길을 확 잡아끄는 빨간 태피 언덕으로 변했습니다.
제레미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관객들은 힘찬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한편, 무대 뒤에서는.
“에드. 괜찮아, 친구?”
“잘 모르겠어요.”
“자네가 그 다음이야.”
에드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지는 그들을 빙 둘러싸고 있는 관중석을 둘러보고는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가 자네라면 두려울 것 같아.”
“조지, 난 지금 두려워요.” 에드가 그에게 확인해 주었습니다.
“에드 위시본, 무대로 올라오시겠습니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자네야.” 조지가 말했습니다.
에드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대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두 다리는 막대기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조지가 마지막으로 에드에게 뭔가를 쥐어주었습니다. 에드는 그것을 받아 손을 펼쳐 보았습니다. 그의 손바닥에는 윌리의 포춘 쿠키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에드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고마워요, 조지. 최선을 다할게요.”
제레미가 무대에서 막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에드와 제레미는 서로 지나치면서 눈이 마주쳤습니다.
“당신 차례요.” 제레미가 말했습니다. 마치 속삭이듯이. 그는 망토 안에 오른손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에드는 그의 손이 아주 심하게 데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제레미가 자리에 앉자마자 조수가 얼음물이 든 통을 가지고 달려왔습니다. 제레미는 통 속에 손을 넣고는 고통으로 끙끙거렸습니다.
“에드 위시본 씨? 올라오셨습니까?”
사회자가 다시 한 번 불렀습니다. 에드가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조명이 그를 찾아 움직였습니다.
조명이 무대 한가운데로 그를 안내하고 있을 때 에드는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박수 소리를 듣고 놀랐습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마이크가 보였습니다. 그의 파이도 테이블 위에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걸어 나갔지만 여전히 굳어 있었습니다.
에드는 마이크를 잡고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무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의 눈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는 뭔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말할 거리를 생각해내려 애썼지만 그의 뇌가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그가 마침내 말을 꺼냈지만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습니다. 관중 가운데 몇몇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는 에드 위시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파이 가게를 운영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고스트 애비뉴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저를 잘 대해주었습니다. 그들은……그들은 가난합니다. 아주 가난하죠. 분명 그곳은 살기에 아주 좋은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곳은……그곳은 여전히 저의 집입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집이죠.”
에드는 그 순간 극장에서 느꼈던 모닥불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고스트 애비뉴의 평화로운 밤하늘이 그의 위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손을 펴보고는 손바닥의 땀이 마른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는 이전보다 더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몇 주는 저에게 아주 힘든 시기였습니다……하지만 왠지 내 인생의 나머지 시간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처럼 여겨집니다. 제가 결코 잊지 못할 시간들이었습니다.”
에드가 이 말을 하는 동안 고요한 기억의 바람이 그의 마음에 불어왔습니다. 가게를 잃고, 은행으로 뛰어가고, 고스트 타운에서 잠을 깨고……그 모든 것이 아주 오래 전 일 같았습니다. 에드는 길고도 깊은 숨을 쉬고 나서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가끔씩……저는 생각합니다. 최고의 파이란 언제나 달콤한 것만은 아니라고. 때때로 그것은 시지도 않고 쓰지도 않습니다. 때때로……저는 생각합니다……그건 아마도 머스터드 파이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에드는 파이를 향해 시선을 낮추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빌리 밥이 했던 말이 그에게 메아리처럼 울렸습니다.
매운 맛. 너한텐 매운 맛이 더 필요해.
“이건 처음엔 약간 매운 맛을 냅니다. 하지만 밑에 숨겨진 달콤함을 느끼려면 약간의 매운 맛도 필요한 법이죠. 저는 지난 몇 주간 좋은 파이란 진짜 인생과 닮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인생과 닮았죠. 저는 전에 운영했던 파이 가게 카운터에 기대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왜 아무도 내 파이를 사러 오지 않는지 궁금해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관중은 거의 완전히 조용해졌습니다. 에드는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어서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저는 좋은 파이……훌륭한 파이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베이커가 된다는 것, 파이 베이커가 된다는 것은 파이를 만든다는 사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에드는 다시 한 번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데 있습니다.”
관중석은 여전히 고요했습니다. 에드는 웃음이 터져 나오리라 예상했던 터라 안도감을 느끼면서 마이크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아……그게 전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잠시 후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엄청나게 큰 박수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고양이가 부른 배를 땅에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우아하게 대회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에드가 두건을 손에 쥐고 지친 표정으로 메인 텐트에서 나오는 걸 보자 갑자기 멈추어 섰습니다. 에드는 곧바로 고양이를 알아보았지만 놀란 것 같진 않았습니다.
“내가 본 게 너일 거라 생각했어.” 에드가 고양이에게 말했습니다.
고양이는 조심스럽게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습니다.
“걱정 마, 대회는 끝났으니까. 널 잡으려고 하나밖에 없는 좋은 셔츠를 찢을 생각은 없어.”
에드는 고양이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습니다. 고양이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에드에게 관심을 두지 않기로 결심한 듯 보였습니다.
에드는 고양이를 발치에 둔 채로 아무 말 없이 희미하게 깜박이는 축제의 불빛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무대 안에서 박수 소리가 여전히 메아리치고 있었지만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습니다. 그곳에 앉아 있는 동안 대회의 매력이나 중요성, 그리고 의미가 에드에게는 아주 어렴풋해지는 듯했습니다.
에드는 고양이를 쳐다보았습니다. 둘의 눈길이 잠시 마주쳤습니다.
“너도 알겠지만 난 비교적 평화롭게 살았어.” 에드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네가 가게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때 이후로 내 인생은 커다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어. 너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고양이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습니다. 녀석은 하품을 하고는 계속 자기 발을 핥았습니다.
“그런데 너 그거 아니?” 에드가 말했습니다. “난 롤러코스터가 좋아지기 시작했어.”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울렸습니다. 에드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한 손에 고양이 우리를 든 제레미가 텐트 밖으로 살금살금 빠져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신의 무거운 코트를 입은 제레미는 그 자리를 뜨려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제레미가 말했습니다. “왜 여기 바깥에 있는 거요?”
에드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습니다. “당신은요?”
제레미의 고양이가 우리 안에서 또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빅팻캣이 눈을 뜨고 한번 보더니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난 집으로 가는 거요.” 제레미가 말했습니다.
“왜요? 결과는 어떡하고요?”
제레미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난 내가 졌다는 걸 알 만큼은 똑똑해요. 결과를 알게 될 아이들도 보고 싶지 않고. 그리고 당신의 파이는……”
제레미는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기침을 하더니 말을 더 천천히 했습니다.
“……아, 아무것도 아니요. 어쨌든 괜찮으니까. 난 상금 따윈 필요 없어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난 이미 부자니까.”
“에드!”
바로 그때, 조지가 놀란 얼굴로 메인 텐트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는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입 안에서 말이 달라붙은 것 같았습니다.
“조지.” 에드가 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걱정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다 괜찮은 건가요? 심사위원들은 결정을 내렸어요?”
조지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웃으면서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 그래. 그래, 결정이 내려졌어.”
제레미는 에드와 조지가 메인 텐트 안으로, 점점 더 커지는 박수 소리 속으로 달려가는 걸 보고는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그는 이전에 미스터 존스라고 알려졌던 고양이에게 말했습니다.
“걱정 마. 난 괜찮으니까.” 제레미가 고양이 우리를 가볍게 두드렸습니다. “자, 이제 집으로 가자.”
제레미는 좀비 파이의 주제 음악을 휘파람으로 불며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윌리! 비지스! 프랭크! 우리가 왔어요! 돈을 가지고 왔다고요!”
에드가 극장 안으로 들어서며 소리쳤습니다. 조지도 바로 뒤에 있었습니다. 극장 로비는 완전히 깜깜했습니다. 에드와 조지는 쓰레기더미 사이로 서둘러 들어갔습니다.
“이봐요! 밖에 택시가 기다리고 있어요! 병원에 전화도 해두었고요!”
에드가 출입문 가까이로 가며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늦어서 미안해요! 사고가 있어서……”
에드는 문을 밀어제치면서 말을 그쳤습니다. 극장 안은 조용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텅 빈 공간에서 메아리쳤습니다.
“윌리?”
극장 안은 너무도 고요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에드는 천천히 윌리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윌리는 아주 가만히 있었습니다. 윌리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공기도 가만히 있는 듯했습니다. 거기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에드는 윌리가 죽었음을 깨달았습니다.
“1시간 전이었어.” 비지스가 말했습니다. 그는 누더기가 된 침대에 쭈그리고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쌌습니다.
“갑자기 눈을 뜨더니 웃는 거야. 난 윌리가 일어나려는 줄 알고 달려갔지. 하지만 그는 이미 죽어 있었어.”
“왜……왜……”
그러나 에드는 말을 더 잇지 못했습니다. 말은 그의 입 안을 맴돌 뿐이었습니다. 그는 침을 삼키려 했지만 입 안이 말라 있었습니다. 윌리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습니다. 마치 무슨 일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도 알고 있었을 거야.” 비지스가 에드의 손에 들린 트로피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도 알고 있었을 거야.”
에드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그는 약간 떨고 있었습니다.
달빛이 세상의 어두움을 부드러운 노란 빛으로 비추고 있었습니다. 마치 윌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안내하려는 듯 그를 비추었습니다. 배고픔이나 고통, 추위가 없는 세상. 그가 마침내 쉴 수 있는 세상. 그들이 살아야 했던 세상처럼 잔인하지 않은 세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하지만 난……” 비지스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습니다. “정말이지……그도 알고 있었을 거야……그리고 행복했을 거야.”
골든 크러스트 트로피가 에드의 손에서 떨어지며 달빛에 반짝였고, 바닥을 구르다가 어둠 속에서 멈추었습니다.
고요한 밤이 길고 힘겨웠던 낮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주었습니다. 기온은 거의 영하에 가까웠습니다. 손에 골든 크러스트 트로피를 들고 거리를 걷는 에드의 숨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그는 길가의 한 장소를 골라 앉고는 별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별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마치 열심히 찾다보면 그 별들 중에서 윌리를 찾을 수 있다는 듯이.
에드 뒤에선 고양이가 골든 크러스트 트로피를 갖고 놀았습니다. 그것이 진짜 파이가 아니라는 걸 좀 전에 알았지만 어쨌거나 계속해서 갖고 놀았습니다.
추위 속에서 거기에 앉아 있으려니 낮 동안의 모든 흥분이 마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꿈만 같았습니다. 에드는 그 거리 바로 저 쪽에서 윌리를 만났던 날을 기억했습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기억했습니다. 그의 조심스러운 말들도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다정한 웃음을 기억했습니다.
“난 이제 뭘 하지요, 윌리?” 에드가 허공에 대고 물었습니다. 말은 하얗게 변해서 곧 사라졌습니다. “뭘 하죠, 윌리? 뭘?”
긴 침묵이 흐른 후 에드는 주머니에서 포춘 쿠키를 꺼냈습니다. 그는 잠시 동안 그걸 들여다보다 쪼갰습니다. 안에는 얇은 종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에드는 그걸 읽었습니다.
보물은 대개 그것을 처음 발견하는 자리에 있다.
에드는 의미를 알아내려고 애쓰면서 몇 번이고 그 말을 다시 읽었습니다. 몇 가지 답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저 눈물만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무릎을 껴안고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계속 트로피를 끼고 놀았습니다.
마을 위로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길고 추운 계절이 왔음을 알렸습니다. 저 멀리 산 속에서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눈은 빠른 속도로 점점 더 심하게 내리기 시작했고 에버빌 마을은 겨울의 색으로 뒤덮였습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출처] Big Fat Cat and the Fortune Cookie|작성자 빅팻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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