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살면서 소망 하는 것 중 하나는
여행을 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아무 걱정이나 생각없이
그리고 따로 크게 정해 놓은 목적지 없이
떠돌아 다니는 여행이다.
그러나 그런 여행도 가능하면 젊을 때 해야 한다.
최소한 60 이전에.
그 이후의 여행은 비행거리가 5시간이 넘지 않는 게 좋다.
늘 비지니스 석을 탈 수는 없으니.
그래서
60 이후는 가능하면 국내 여행이 가장 좋다.
사실 여기 저기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만큼 좋은 곳도 더물거나 없다.
산, 강, 바다, 호수가 손을 뻗으면 닿고
풍경도 비록 작고 아담하지만 없는 게 거의 없다.
기후도 참 좋다.
오늘 아침 해가 뜨기 얼마 전.
아침 노을도 곱고 하늘도 푸르게 빛나고 있다.
바다라고는 하지만
호수처럼 잔잔 하다.
눈 앞에는 바로 영도다리가 보인다.
오늘 오후 두 시에는 저 다리가 열릴 것이다.
하늘 높이.
그 옆으로 살짝 얼굴을 내 밀고 있는 부산 타워.
지금이라도 당장 어디론가 뛰쳐 나가고 싶다.
이틀 전에 산 꽃치자 나무.
봉오리가 제법 맺혀 잇다.
그러나 꽃을 피우려면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늦으면 일주일 정도
빠르면 사나흘이 지나면 한 두 송이는 꽃을 피울 것 같다.
그러나 꽃이 피는 걸 보지는 못 할 듯.
그 사이 며칠 집을 비워야 하니.
창 밖으로는 벚꽃이 거의 다 진 모습이다.
대신
산이 푸릇해 지기 시작했다.
우유와 미숫가루
그리고 달걀 한 알로 아침을 대신 한 후 집을 나선다.
포근하고 맑은 날씨가 느긋하게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집을 나와 맨처음 찾아 온 용두산 공원.
용의 머리.
용의 꼬리는 영도다리가 있는 롯데 백화점 쪽이다.
공원 한 가운 데 있는 능수 복숭아꽃.
참 오래 간다,
거의 보름 전에도 피어 있었는 데
아직도 꽃들이 풍성 하다.
내 남은 일상이나마 이 나무의 꽃처럼 천천히 그리고
아름답게 흘러 갔으면 참 좋겠다만
참 실없는 소망이기도 하다.
그렇게 공원을 두어 바퀴 돌고 나니
슬슬 배가 고프다.
역시 아침을 너무 부실하게 먹은 탓인가 보다.
근처 식당을 찾아 가 주문한 육전 한 접시.
곱게 차려 져 나왔다.
모양이 예쁘 더 먹음직 하다.
저녁에 술 아주 감으로 딱이다.
식사를 마치고 거의 두 시에 맞춰 영도다리 쪽으로 갔다.
오랫만에 영도다리가 고개를 치켜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영도다리가 올라 가는 모습을 가까이 보기 위하여
이미 다리 주변 여기저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난 다리를 건너 영도로 갔다.
다리가 올라 가는 반대 방향을 보기 위하여.
사람마다 다 취향이 제 각각 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이 방향에서 보는 게 더 실감이 나기 때문이다.
드디어 오후 두 시.
차들은 멈추어 섰고
다리 저편 사람들은 더욱 옹기종기 모여 있다.
드디어 올라 가기 시작 하는 영도 다리.
처음 개통 한 후 삼십년 정도는 매일 정오만 되면 올라 가다가
그 후 오랫동안 멈춰 섰던 다리.
그러나 영도다리는 피난 시절의 부산의 상징이기도 하고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해
다시 몇 십 년만에 매주 토요일 오후 두 시부터 15분간
행사를 하고 있다.
열렸던 다리가 다시 닫힌 후
바로 옆에 있는 별다방으로 찾아 갔다.
확실히 나이 탓인가.
요즈음은 종종 쉬고 싶어 진다.
예전에는 24시간을 걸어도 끄떡 없을 줄 알았던 다리였는 데.
그래도 카페에서 커피와 토스트 한 조각을 먹은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왕 영도다를 건너 온 이상 내친 김에 흰여울 문화마을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오래되고 낡은 영도의 골목골목 길을 걸어서.
한 때는 내 또래 우리 모두의 성장 터 이기도 했던
골목 골목들.
물론 흰여울 문화마을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당시에는 여느 어느 골목 마을보다 더 외롭고 후진 마을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커페가 줄줄이 늘어 선 바닷가 주택들을 빼고서.
물론 관광객 대부분도 마을 구경보다 카페와 소품 샵 구경을 하러
더 많이 온다.
얼마 전 태풍으로 소실 되었던 이송도 해안 길.
한동안 공사를 하기 시작 하더니
이제는 일부 통행과 관광이 가능해 졌다.
어디서나 마친 가지 이지만
관광객의 대부분은 청춘들이다.
그래서 관광지는 더욱 활기차다.
바닷가에 살지만 그래도 늘 바다가 그립다.
아마도 갯가에서 태어 나고
내 탯줄이 바닷가 그 어딘가에 묻혀 있어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