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대구 달서구에서 수성구 황금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집 부근에 있는 문화센터에 다니고 있다. 문화센터에는 요가, 기타교실, 탁구 등 여러 강좌가 개설 되어 있는데 나는 가곡부르기와 댄스스포츠 두과목을 즐겁게 배우고 있다.모든 모임이 그러하듯이 동호인끼리 오래 수강을 하면서 친밀한 관계가 된다.
5년 전 3월 하순 이맘때 즈음이었다. 센터 앞마당의 하얀 목련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댄스스포츠 수업 준비한다고 댄스화를 신고 있는데 담당교수이신 배선생님이 갑자기 “상우쌤도 우리하고 비숫한 50대 후반이시죠?” 훅 던지시는 것이었다. 순간 뭐라고 할 겨를도 없이 “아! 예 하하하”하고 얼버무렸다. 사실 내나이보다 다섯 살이나 적은 나이인데 말이다. 한편 내가 좀 젊게 보이나 싶기도 하고 구태어 정정하여 바꿀 이유 도 없었다.
회갑이 넘으면서 왠지 어디서든지 나이를 밝히는 게 영 탐탐치 않았다.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는 건 자연의 섭리이긴 하나 그 숫자가 주는 느낌은 영 달갑지 않은걸 어찌 하겠나. 심지어 감기걸려 동네 내과에 가도 스무살 갓넘은 창구직원이 “환자분,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라며 작지 않은 소리로 묻는다. 나는 스스로 말하기 싫어서 신분증을 내밀곤 했다. 그런데,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약을 지은 약 봉투에는 실제 나이 보다 두 살 적은 숫자가 인쇄 되어 있어 약간의 위로를 받는다. 내과 창구직원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상쇄되는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의 괴팍함일까?
문화센터에서 나이 해프닝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평소 나에게 김쌤 혹은 상우씨 라고 부르던 또래의 여성회원 한 분이 내가 자신의 동생과 비숫한 나이라며 누나뻘 이라고 폼을 잡는 게 아닌가? 마치 커피 심부름이라도 시킬 포스였다. 동호인들 많은 곳에서 담당선생님과 내나이 에 관한 대화가 마치 진실처럼 되어버려서 새삼 시정하고 사람들 앞에서 뭐라고 변명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워 감수 하기로 했다. 다만 더욱 열심히 운동하고 외양적으로 밝게 생활하고 실제 젊게 살면 그만큼 나에게 플러스 인생이 될거라고 위안을 삼는다.
나이 보다 열 백배 중요한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다. 십여년전 50대에 접어들면서 동년배들이 가끔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기곤 했다. 나에게도 예외가 없다는 생각에 통증이 있거나 어디 아픈 곳이 없어도 정밀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처음 시도한 병원은 비뇨기과 였다. 이미 오십년 살았으니 남성건강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초음파, 및 혈액 검사등 여러 정밀검사를 하고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다만 노화되면서 관련장기들이 전과 같이 않으니 미리미리 예방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그렇다! 한 살씩 나이 먹으며 인간의 몸이 노화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이를 거스를 비방은 없다. 다만 미리 조심하고 대비한다면 불행한 일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즈음에 고등동기들의 자제들이 혼례를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월 어느 날 인터불고 호텔서 결혼식이 있어 미리 참석하니 일곱명 정도 동기들이 서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한 친구가 자신이 밤새 소변이 마려워 서너번 씩 자다가 깬다는 것이다.
“친구야, 그건 거의 질병 수준이야, 내가 동행해 줄게, 내일이라도 내가 잘아는 원장에게 상담해 보자!” 했더니 “자네 말은 고마운데, 요즘 내가 회사일이 바빠서 나중에 연락을 할께”하면서 예식장을 떠났다.
정확하게 반년이 지난 뒤 그 친구가 전립선암 2기로 수술 받기위해 대학병원에 입원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건강과 나이에 관해 이야기가 나오면 차에 비유하곤 한다. 자동차 회사에서 출고된 신차가 어린이라면 60대로 접어든 시니어는 년식이 15년 정도된 노후된 차량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차량이 정기 점검, 오일 및 부품을 교환하면서 주인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없다. 하지만 노후가 되지 않는 중고차는 없다. 많은 세월 달리다 보면 어찌 사고가 없을 수 있으랴!
유비무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문화센터에서 몇 년 만에 누나라고 우기던 그 자매님이 삼년만에 새로 등록했다. 코로나와 시어머니 병환 땜에 몇 년 쉬었다고 반갑다 했다. 그래도 자기가 손위인데 깍듯이 대우해달라고 농을 건다. 우연하게 그녀가 나보다 세살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티내지 않고 손위 대접할 작정이다.
나는 숨겨진 다섯 살을 계속 숨길 수 있을 때까지 꽁꽁 감추어 놓을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위장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체형관리하여 비만을 막을거다. 또 바른 자세 유지하여 꼿꼿한 반듯한 모습을 유지해야지. 상대에게도 젊게 보이기 위해 맑은 표정으로 호감을 주고, 공감을 주는 말을 하여 편안함을 주고, 스마트한 의상을 챙겨 깔끔한 인상을 주어야겠다.
피할수 없는 노화라면 ktx나 급행열차가 아닌 중간에 간이 역이 많은 느릿느릿한 완행열차를 나는 타고 싶다.
첫댓글
많은 사람이 한 번은 생각해 봤을 문제 ‘나이’에 대한 글이군요.
읽기가 편하고 내용이 쉽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주제)이 무엇인지 분명합니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어 하고 싶은 이야기(주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퇴고를 좀 하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습니다.
수필이란 이렇게 체험을 바탕에 깔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수고했습니다.
교수님, 졸작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강생 누구나 한편씩 제출해야 하는가 싶어 의무감에 후다닥 했습니다. 막상 제출하고
나니 쑥스럽습니다. 향후 수업지도 받으면서 낫아질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