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8회 지리책읽기대회 수상작 - 덕분에좋은세상(중학교)
수상자: 경남 동진여자중학교 2학년 이혜*
참가도서: <바닷마을 인문학>
결과물 종류: 서평
1. 도입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마라탕, 파스타, 초밥, 낙지볶음─사람마다 각양각색의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를 것이다. 수많은 나라와 수많은 음식. 그중 나의 선택은 뜬금없게도 대구탕이다. 곤이나 꽃게 같은 각종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대구탕. 이곳에서 굳이 더 파고들자면, 뽀오얀 국물이 일품인 대구 맑은탕을 가장 좋아한다. 멸치 다시마 육수에 큼지막한 대파와 무, 그리고 손질된 대구와, 그 위에 비린내를 잡아줄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것이 바로 대구 맑은 탕이다. 간단한 레시피이지만 그 맛만큼은 그 어느 요리에도 지지 않는다. 심지어 건강에도 좋다. 대구탕의 메인 재료인 대구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소화도 잘 될뿐더러, 각종 비타민을 포함한 단백질 역시도 풍부하다. 대구탕에 들어가지 않는 대구의 다른 부위들은 창난젓이나 고급 요리로 재탄생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대구. 도대체 왜 겨울이 돼서야 찾아오는 것일까? 그리고 분명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어종임에도 왜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도 잡히는 것일까?
이는 바로 ‘해류’와 관련 있다. 크게 표층 해류와 심층 해류, 혹은 한류와 난류로 나눠지는 해류는, 편서풍같이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특정 지역을 순회하는 해수의 흐름을 뜻한다. 오늘 우리는 그중 작용 기장을 기준으로 나뉘며 마냥 낯설게 느껴지는 표층 해류와 심층 해류가 아닌, 온도를 기준으로 나뉘며 우리에게 더 친근한 한류와 난류에 대해 대구와 함께 연관 지어 살펴볼까 한다.
해류와 대구의 상관관계, 더 넓혀서는 해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2. 본론a-해류와 대구의 상관관계
한류와 난류는 어떤 바다를 거치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다. 같은 해류라도 다른 이름을 가지기도 하고, 다른 바다를 거침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해류가 있기도 한다. 특히 해류는 구분하기 어려워, 이름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으므로, 각 바다의 대표적인 해류 몇 가지만을 아래에 나열해보았다.
- 대서양 : 북대서양 해류
- 태평양 : 동한 난류, 북한 한류, 황해 난류, 쿠로시오 해류
- 인도양 : 남적도 해류, 소말리아 해류
- 북극해 : 노르웨이 해류
- 남극해 : 남극 환류
이름만 보았을 때에 생소한 해류도, 익숙한 해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중 우리는 태평양 지역에서 흐르는 해류들에 집중해야 한다. 이들 모두 우리나라 근해에 위치한 해류들로, 대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바다 생물들이 먼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또 우리나라에서 먼 나라로 향하는 힘의 원동력 중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시 시각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면, 우리가 사시사철에 따라 각양각색의 해산물들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해류가 모두 온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이 모든 해류가 온전히 존재하지 않았다면, 반도인 우리나라의 특징 중 하나인 조경수역이 생성될 확률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랍스터처럼 다른 나라에서 값비싸게 수입해야만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 더욱 늘었을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그 값비싼 해산물에 대구가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주로 즐겨 먹는 태평양 대구는 한류성 어종으로, 한류를 따라 우리나라로 오게 된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온 대구는 주로 조경수역이 이루어지는 동해와 남해에 서식하다, 제철인 12월 초부터 2월 말 사이 어획이 되어, 마침내 우리의 밥상으로 올라오게 된다. 즉, 바로 완벽하게 평형을 이루는 해류의 황금비율에, 우리의 제철 생선 대구의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다.
3. 본론b-해류의 현재
요즘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주제는 무엇일까? 개개인이 생각하는 다양한 주제가 있겠지만, 나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처리수 방류’가 아닐까 싶다. 2021년 4월 초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적으로 결정하면서부터, 그로부터 약 2년 4개월 만인 2023년 8월 24일 방사능 처리수 제1차 해양 방류가 시작되기까지. 일본 정부는 전 세계인의 손가락질, 특히 어민의 거센 반발을 받았으며, 방류하고 있는 지금 역시도 꾸준하고 거센 지탄과 반발을 받고 있다. 분명 일본은 일본 소유의 영해에 방사능 처리수를 방류하는 것인데, 왜 자국민을 넘어 범세계적으로 욕을 호되게 먹고 있는 것일까?
이 역시도 바로 ‘해류’ 때문이다. 일본이 태평양을 순회하는 해류 중 하나인 쿠로시오 해류 주변에 방사능 처리수를 방류해 버린 것이다. 태평양은 거의 전 세계로 통하므로, 사실상 지구의 모든 바다가 방사능 오염에 누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수는 증발되어 비구름이 되고, 이 비구름은 또 육지로 올라가 세차게 내린다. 한마디로 우리의 의식주 중 거의 대부분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이다.
바다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 자체로는 염분 있는 물에 불과한 액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바다는 살아 있다. 움직인다. 그렇기에 쉼 없이 움직인다. 바다의 이런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인 해류가 시발점이 되어, 끝내 우리 인류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사능 처리수 방류에 항의하는 것이리라.
4. 본론c-해류의 미래
세상에 만약이란 없지만, 만약에 바다에 해류가 없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방사능 처리수를 방류해도 먼 대양으로 이동하지 않고 머물러 있어, 우리의 소중한 건강은 지켜지게 되지 않을까? 물론 건강이야 지켜지긴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환경은 지켜지게 되지 않을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일 해류가 없다면, 여름철 바다에서 즐기는 파도 타기와 같은 다양한 해양 스포츠가 사라질 것이고,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더 많은 동력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근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준 유럽의 신항로 개척도 분명 어려웠을 것이며, 공기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나라의 특징 중 하나인 사계절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바다는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 해서 우리의 바다는 ‘아직’ 한 줄기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이 이미 던져진 지금. 인류의 패망만이 아득히 보이는듯한 이 암울한 상황에서,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는 이 ‘한 줄기 희망’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일개 소시민에 불과한 우리가 실천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은 아닐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이 ‘한 줄기 희망’은 우리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직까지’란 말이 ‘과거에는’이란 말로 바뀌지 않도록, 그래서 그 숨이 멈추지 않도록,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삶도 멈추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과거 수없이 짓밟았던 우리의 바다를 일상에서부터 생각하고, 돌보며,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방사능 처리수 문제뿐 아니라 각종 해상활동과 위험한 해저 활동에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하고, 바다에 대해 더 깊이 관심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더 넓게는, 우리가 우리의 바다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현재 우리의 것이라 생각하며 사용하고 있는 자원은 모두 우리의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 세대에서도 우리의 자원을, 바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다음 대의 조상으로서 잘 지켜서 넘겨주어야 한다. 역사가 말해주듯, 인류는 바다의 주인이 아닌, 잠시간 도움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5. 결론
사람들은 무언가의 앞에 ‘우연’이라는 단어를 붙이길 좋아한다. 우연한 눈 맞춤, 우연한 만남, 우연한 인연, 우연한 사랑, 우연한 운명. 별것처럼 안 느껴지는 단어임에도, 유독 ‘우연’이라는 말이 함께 붙을 때면 묘한 고양감이 샘솟는 기분이 든다. ‘또다른 나’였다면 생길 수 없었을, ‘지금의 나’였기에 생긴 ‘지금의 우연’은 지친 우리의 일상에 찾아오는 일종의 포상이기 때문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바다 이야기를 담은 책이자, 이 공모전의 선정 도서 중 하나인 『바닷마을 인문학』을 읽은 것은, 지금껏 살아오며 차곡차곡 쌓인 나의 수많은 우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연히 공모전에 대해 알게 됐고, 우연히 좋은 조언자를 얻게 되었으며, 그리고 우연히 수많은 책들 중 『바닷마을 인문학』을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연히 내가 몰랐던 어민들의 삶과 푸르른 우리의 바다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그 우연의 종막에는 우리가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처리수 방류’를 비롯해 바다와 직결 되어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생각 역시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사는 지구 표면의 약 70%는 바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육지는 불과 약 30% 수준에서 그친다. 그런 조그마한 30%의 육지 위에서 우리는 ‘세상은 넓다’를 외치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의 ‘세상’에 ‘바다’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반도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분명 바다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다.
사람과 달리 바다는 ‘우연’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바다의 오염부터 해수면 상승, 그리고 예정된 방사능 처리수로 인한 오염까지, 모두 인간의 오만한 간과로 인해 생긴 필연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우리는 분명 바다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다. ‘남’이 아닌 ‘우리’가, ‘우리 직접 스스로’.
그러나 앞서 말했듯, 우리는 아직 멈추지 않은, 한 줄기 희망이 남은 바다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작은 생각만으로도 반전 엔딩을 다시 쓸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바다를 말이다. 늦었다는 핑계로 포기하였을 때가 가장 늦은 법이며, 노력 끝에 결실이 찾아오는 법이다. 쓴맛 뒤의 단맛이 가장 단 법이다.
그러나 단순한 일방적 노력만으로는 우리가 바라는만큼의 결실을 수확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 역시 분명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어부와 같은 전문 지식인들, 우리와 같은 시민 사이의 소통 중심 교류를 점차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시작해, 특정 직업군에게만 포화 되어 있는 전문 지식을 시민과 공유해가며, 바다의 중요성과 바다를 위한 실생활 과제들을 긍정적으로 알아보고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막지 못한, 제 2의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처리수 방류’가 벌어지지 않아야 할 우리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