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원도심 재생 계획 속 문화관광재생에 대해
- 제주 한짓골 문화예술거리를 중심으로
사회학과 2015101251 이소현
<목차>
1. 들어가며
2. 제주 원도심 재생 계획 속 문화관광재생
3. 제주 한짓골 문화예술거리에 대한 문제점
4. 개선방안
5. 나가며
1. 들어가며
처음에 이 제주의 원도심이 활성화되려면 당연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관덕정과 목관아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사업을 벌이는 등의 노력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행정, 경제, 교육은 이미 환원 불가능한 특성들이지만 오래도록 누적된 역사적 장소성에 따르는 역사도시의 성격과 위상은 다른 곳에서는 구현하기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의 정체성은 여러 시대를 거쳐 형성된 역사문화경관에서 찾아야 한다는 논문의 내용을 보게 되었다. 관덕정과 목관아라는 역사성은 여러 도시와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고 제주 원도심만의 독특한 장소이기에 이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역사, 문화적 공간을 통한 제주 원도심의 정체성 회복’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접근했다.
하지만 이 주제를 가지고 바라본 현장의 모습은 달랐다. 관덕정과 목관아가 있는 곳은 옛날처럼 하나의 광장의 모습이 아니고 도로로 인해 공간이 절단되어 역사와 문화예술이 따로 나누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관덕정과 목관아가 있는 그 거리가 전주의 한옥마을처럼 잘 조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초점을 둔 상가들만이 즐비해 있었다.
맞은편에는 ‘제주 한짓골 중앙로상점가’라 해서 문화예술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거리 역시 ‘문화예술거리’라 말하기 애매했다. 분명 ‘역사와 문화의 가치의 공존’을 중점으로 원도심 재생을 계획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보여준 건 없었다. 또, 과연 이러한 계획이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하는 사업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다녀온 제주 한짓골 문화예술거리를 중심으로 제주 원도심 재생 계획 속 문화관광재생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2. 제주 원도심 재생 계획 속 문화관광재생
우선 제주 원도심 재생 계획 속 제시하고 있는 문화관광재생에 대해 살펴보았다. 도시재생의 비전 및 철학은 ‘오래된 미래, 모관: 옛 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이다. 역사와 문화의 가치가 공존하고 정주환경 기반의 활기찬 경제생활공간을 추구하고 있었다. 도시재생 4대 전략 중 하나로 문화관광재생을 제시하고 있는데 문화예술로 역동적인 문화관광도시를 만들자는 전략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 문화예술로 행복한 도시창출을 꾀고 있다. 핵심 사업으로는 문화의 거리 업그레이드, 원도심 문화축제 및 예술행사 활성화, 경관조명 연계 명물테마거리 등이 있다.
현재 제주 한짓골 거리가 문화예술거리로써 업그레이드 되었고, ‘삼도풍류축제’ 등의 문화축제와 예술공간 ‘이아’에서 하는 ‘제주 비엔날레’, 제주국제아트페어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하고 있다. 또, 거리는 예술가들이 점차 들어서면서 그들이 직접 벽화, 경관조명 등으로 거리를 꾸며나가기 시작했다.
이처럼 관덕정과 목관아를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지구 외에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한짓골 문화예술지구에 공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현실의 문제점들은 여실히 드러났다.
3. 제주 한짓골 문화예술거리에 대한 문제점
앞서 말했듯 생각한 것보다 현실은 달랐다. 직접 가기 전에 제주 한짓골 문화예술거리에 대한 홍보영상을 보았는데 전보다 문화예술거리로써 많이 바뀐 모습을 보니 문제점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점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첫째, 갓길 주차에 따른 문제점이다.
골목길마다마다 일렬로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무료 주차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안 그래도 좁은 길이 주차한 차들 때문에 더 좁게 느껴졌다. 그 길을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아마 작정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았다. 더 중요한 건 행인들마저 안전에 위협 받고 있었다. 이를 절실히 느낀 건 관덕정 맞은편에 ‘늘봄재활전문병원’이 있는데 여기서 나오던 한 휠체어를 탄 환자가 차들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을 위한 길인지 차를 위한 길인지 모르겠다.
둘째, 접근성과 홍보성에 대한 문제점이다.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위에 제시한 문제로 인해 이 거리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다. 또, 거리에 여러 예술가들이 와 공방을 차리고 사람들과 문화예술을 나누기위해 클래스를 열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래서 그런지 낮에는 이런 공방들도 불만 켜두고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이러한 접근성과 홍보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 ‘그릇 이야기’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계시는 한 예술가에게 물어보았다.
<인터뷰>
이소현: 언제부터 이곳에서 운영하셨나요?
예술가: 저는 온지 3년 되었어요. 이 거리 사람들은 다 지원 받고 있어요.
이소현: 홍보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술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거죠. 홍보를 하긴 많이 했어요. TV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잘 안보는 낮 시간대 했던 거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카페나 음식점들만 관심 있지 이런 체험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서 느낀 건 제주시나 예술가들의 입장에선 열심히 홍보를 했는데 이를 알아주지 못한 사람들을 탓하는 것 같았다. 물론 한 예술가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해선 안 되지만 우선 홍보방식을 바꾸는 것이 시급해보였다.
홍보방식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한짓골 거리에는 전봇대며 가게, 집 벽들마다 그 곳에서 하는 문화예술 전시회, 행사 관련한 포스터들이 한 눈에 보였지만 이 거리를 벗어나면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포스터만 봐도 가고 싶게 만들었지만 날짜는 이미 다 지났고 이런 소식들은 그 거리에서 밖에 알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아래 사진을 보면 확연한 비교를 느낄 수 있다. 한짓골 거리에 붙여진 포스터에는 원도심에 관한 문화예술행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의 용담삼동 시민열린마당 게시판에는 주로 음악연주회에 관한 포스터들만이 게시되어 있다.
셋째, 거리 예술조성에 대한 문제점이다.
2014년 ‘빈집 프로젝트’라는 빈 점포 임대사업을 통해 예술가들이 들어오면서 한짓골거리의 탈바꿈의 시도가 이루어졌다. ‘제주 한짓골 중앙상점가’라는 간판을 단 큰 기둥이 세워지고 곳곳에 ‘한짓돌’이라는 한짓골을 상징하는 모양의 돌들이 설치되었다. 낙후된 간판들은 가게의 특성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되어지고 벽, 의자 등에도 예술을 담았다.
하지만 이러한 거리 예술조성의 문제는 제대로 잘 보지 않으면 눈치 챌 수 없는 것이었다. ‘한짓돌’은 숨은 ‘한짓돌’ 찾기 마냥 아무 가게의 벽에 걸려있고 어떤 건 주차된 차에 가려져 잘 안 보였다. 그리고 동그라미 세 개가 겹쳐있는 모양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가 안 되고 설명하는 글에서도 잘 나타나지 않아 왜 만들었는지 의문만이 남을 뿐이다. 게다가 한짓골 거리와 이를 설명하는 글은 너무 작아서 그런지 읽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벽화는 잘 안 보이는 곳에 그려져 있어 찾기 힘들었고 7080년대 거리라는 팻말이 가리키는 곳은 7080년대 느낌의 벽화 두 점 밖에 없어 이렇게 말하기 무안할 정도였다. 또, 낙후된 간판들은 재능기부로 예술가들에 의해 새롭게 디자인되었지만 간판이라 하면 먼저 잘 보여야 하는데 전 간판보다 더 안 보이는 문제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제적으로 거리 예술작품들이 작고, 숨겨져 있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예술 거점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문제이다.
2014년에 시행한 빈 점포 임대사업을 통해 들어온 예술가들은 5년의(3년+1회 2년 연장) 임대료 지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예술 공간 ‘오이’를 예로 들면, 지난 2011년 예술단체로 등록한 ‘오이’는 7년째 원도심에 손수 꾸린 공간에서 분투해왔다. 하지만 계약기간만료로 나가게 되었고 이들을 보면서 부동산이 상승하고 있는 이 제주도 땅에서 과연 예술가들이 지원받는 것이 만료되면 스스로 자생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4. 개선방안
먼저 빈집들을 활용해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사용하지 않는 빈집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그 중 구 현대극장 같은 경우 건물이 낡고 오래되어 2015년에 사용제한 및 위험구역으로 설정된 건물이다. 계단만 보더라도 철조물이 보여 금방 무너질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조치는 없다. 차지하는 공간은 큰데 무너지면 위험하니깐 이도저도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버려둘 순 없는 상황이고 주차난이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주차공간을 하루빨리 내주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 본다. 갓길에 주차하는 차들의 수가 줄어들면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의 접근성이 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원도심을 방문할 것이고, 문화예술거리가 더 돋보일 것이다.
아니면 제대로 된 문화예술거리로 만들려면 아예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 주차 자체를 못하게 막는 것이다. 바로 시행되기는 어려우므로 갓길주차하는 차들에게는 벌금을 물게 한다든지 제주대에서 전에 했던 것처럼 큰 딱지를 차에 붙여 떼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점차 갓길주차하는 차들이 줄어들 것이고 사람들도 ‘이곳엔 주차를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인식할 것이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오래된 외관을 복구하는 것이다. 인천문화당 2층의 창문은 귀신의 집 마냥 으스스한 분위기를 낸다. 낮엔 그냥 지나치거나 오래된 건물이어서 그러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밤엔 저런 외관이 무섭게 느껴진다.
문화예술거리라 해도 어쨌든 주민들이 살아가는 곳인데 주거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5. 나가며
제주 한짓골 문화예술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문화관광재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분명한 것은 현재 추진되는 이 원도심 재생사업이 역사, 문화에만 초점을 맞춰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거리조성이든, 관덕정 광장 복원을 통한 사람들 모으기든, 그것들이 과연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서일까? 아니다, 한 수단일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행정이 중심이 된 기존 재개발, 재건축 사업과 다르다. 그곳에 이미 살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간이 될 수 있을지 협력의 관계에서 같이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산한 문화예술거리를 보면서 이 거리 조성이 관 주도의 일방적 하향식 사업이었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소통이 없었던 만큼 주민들도 외면한 이 거리에서 예술가들만 중간에 낀 입장 같았다. 지원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이 거리를 문화예술거리로써 조성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들어선 예술가들도 알고 보니 힘 빠지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시행되었는데 문화예술거리에 들어선 예술가들을 이방인으로만 여기지 말고 주민들도 그들과 함께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원도심 재생사업의 취지보다도 더 나은 제주 한짓골 ‘문화예술거리’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박경훈, 2014, 살아나라! 제주시의 심장, 원도심이여(1) 예술 그리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원도심의 재생을 위해, 제주문화예술재단 삶과 문화
이진석, 2010, 부산 원도심 현장학습을 통한 도시 정체성의 의미와 중요성에 관한 연구, 한국사진지리학회
“민심 못 잡는 문화예술 거점 조성사업”, 제주도민일보, 2017.08.28
“원도심 문화예술 씨 뿌린 청년들 떠난 이유?”, 제주의 소리, 2017.10.18
“제주 원도심을 떠나야 하는 어느 셋방살이 극단의 사연”, 제주의 소리, 20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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