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교회에서 에배를 드리고 돌아 오는 길에 "네이버 앱"을 깔았다. 산길을 따라 한시간 반이면 가는 운산을 세시간 걸려서 간 건... 내가 알지 못하는 들풀과 꽃들의 이름을 알고 싶어서 였다. 아마도.. 사진을 100번은 찍지 않았을까?? 네이버 앱은 아주 유용한 기능이 있는데 식물 사진을 찍으면 그 식물 이미지를 검색해서 이름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별의 별 풀이름. 꽃이름. 나무이름.. 이 있더라.
돼지감자. 생강나무. 산삼.호두나무.헛개나무.. .. 특별히 산삼이라는 이름이 뜨는데 마음이 심쿵 하더라. 아버님께 그 마을 산에 삼이 있다는 말씀을 듣기는 했었다.
시골은 시골이다. 내가 사는 집에 들어 가려고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걸어 가는 그 이삼십 미터의 길에 주인 없는 앵두나무. 사과나무. 매실. 헛개가 주르르 서 있더라. 그동안은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오늘은 앵두를 따서 먹었다.
마을로 들어 가는 길에는 정말.. 산딸기가 들풀처럼 주르르 있고.. 오늘 지나온 길에는 왠 꽃들이 그렇게 많은지 아무런 감동이 없는 내가 미안하게 생각이 들만큼 세시간을 꽃만 보고 지나온 것 같다.
근심이 있다. 지금 내가 마을로 터를 옮기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남은 평생 이곳에 머물러 살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를 그렇게 보고 싶어 하시는데.. 지나면 지날수록 이곳은 외로움이 가득한..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마을 맞다.
일년 내내 요양보호사나 자녀들 외에는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마을. 어머니께 파마를 해드리기로 결정을 한 후에도.. 마음 안에 또 근심이 생기는 거다. 그나마 부부로 살아가시는 분들은 대화를 할 사람이라도 있지.. 홀로 지내시는 분들은 하루종일 대화할 사람이 없이 벙어리처럼 .. 매일매일을 그렇게 살아가시는 거다. 난 어르신들 한분 한분의 눈빛. 몸짓.. 한마디 말에서 그분들의 외로움을 본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성전에 들어가기 전에 모퉁이 돌을 보았다. 도대체 몇년에 지어진 건물인가.. 하는 생각에.
또 충격을 받았다. 1953년 완공이더라.
그러니까 625 전쟁 기간이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3일 에 휴전이 되기까지 전쟁이 있었는데... 전쟁의 말미에 일년 가까이.. 사회적으로 배척 받고 버림 받고 굶주리던 그 시기에.. 성전을 완공한 거다.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배고프고. .. 얼마나 절망적이었던 때였을까. 일주일에 밥을 몇끼나 먹었을까... 전쟁통에 사람들이 돌이나 던졌지 밥을 줬겠나. 남들은 다 피난 가고.. 목숨을 연명하기 어려웠던 그때에 이 산속에 버려진 이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1년여 기간 동안.. 교회들이 문을 닫고.. 무너져 내릴 그 때에 교회를 지어갔을까..
하나님께서 매일매일 그곳을 바라 보시며 어떤 마음이셨을까..
예수님께서도 그 공사 현장에서 함께 배 고프시고.. 함께 목 마르시고.. 함께 성전을 지으셨겠지...
생각할수록 마음 안에 감동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어떤 것이 꾸역꾸역 올라 온다.
오늘은 어머니께서 작은 통에 있는 표고가루를 주시더라. 고마운데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으셨나 보다.
마당에서 상추와 쑥갓을 따서 가져 가라고 하셔서 조금 가져 왔다.
그곳에 어르신들이 한분 한분 소천하시는 중에 있는데 나중에 남게 되는 극소수의 어르신은 어떻게 되려나... 걱정이다.
오늘은 어머니 한 분이 제일 뒤에 앉아 예배를 드리시는데 보니 얼마나 곱게 옷을 입고 예배를 드리시는지... 계량한복 같더라.
평생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단 한번도 간 적이 없다고 하시던 어머니시다... 하나님 앞에 나오는 마음의 태도를 보니.. 정말 그분은
하나님께서 엄청 기뻐하시고.. 하늘 나라에 예비하신 처소가 아주 아름다운 분이 확실하다.
그곳에 들어가서.. 그분들이 모두 소천할 때까지 함께 살아가고 싶다. 아마도 시골 목회를 하시는 목회자들의 심정이 나와 같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받은 말씀이 있고.. 이 말씀 앞에서 고민이 많다.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이 길에.. 지금 내가 버려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유 불문하고.. 상황과 환경. 조건 상관 없이.. 나의 감정과 정서. 판단과 관계 없이..
종은 주인이 말씀하시는 것에 따르면 되는 거다.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그리고 상황은 완전한 불가능이다.
십자가 복음 앞에 순종을 결정한 그 날 이후로.. 항상 사면초가. 백척간두 이외의 상황은 기억이 안난다.
불가능.. 불가능.. 불가능...
그러나 여기까지 나를 지키시고 도우신 하나님이시다.
이 또한 지나가게 하실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께서 지금 이 순간 무엇을 기뻐하실지..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은혜를 구하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죄인이다.
나아만 장군과 같이.. 엘리사의 말에 스스로 분내며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죄인이다..
이때에 그의 종들이 나아와 나아만 장군에게 말하여 그를 돌이키게 한 것처럼...
성령님께서 매순간 나에게 말씀하셔서 나를 돌이키게 하시고...
어쩌면 내게도 그의 종들과 같은 공동체를 허락하신다면.. 그것도 은혜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성령님의 동행하심과 내주 교통하심을. .. 더욱 구하며 살아가야지.
하나님은 공동체를 통해 일하시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삼위의 하나님도 공동체이시고..
아담에게도 하와와 자녀들까지 허락하시지 않았나..
그러나 그보다 먼저 나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완전한 공동체.
십자가로 완성하신 그 창조의 완전한 공동체 안에서
먼저 나를 되돌아 보고.. 삼위의 하나님 안에서의 연합과 섬김의 삶을 .. 사랑과 교제의 삶을..
그래.
먼저.. 깊이 .. 배우며 살아가야 하는 거다.
삼위의 하나님 안에서의 연합을 믿음과 순종으로 누리지 못하면서
이 땅의 교회 공동체의 생명을 내가 누릴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사랑하는 주님...
저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를 도우시고
저를 주장하소서.
세상도 나도 간 곳 없고
오직 구속의 주만 보이는...
남은 삶을 살기를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