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 - 뙤약볕 아래 붉게 빛나리
신록이 우거진 산천에 유독 주황빛으로 빛나는 산약초가 있다. 나리 중에서도 최고로 여긴다는 ‘참나리’가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 참나리는 다른 나리들에 비해 길쭉길쭉하니 키가 크다. 다 자란 키가 1m를 훌쩍 넘는다고 하니, 단연 나리들 중 최고다.
▣ 복스럽게 생겼네
영어로는 릴리(Lily), 생약명으로는 ‘백합’이라고 부른다. 백자의 ‘백’은 흰 ‘白’이 아니라 일백 ‘百’이다. 나리 알뿌리에 ‘비늘줄기(인경)’가 많아 붙은 이름이다.
참나리는 여름을 대표하는 산약초다. 여름이 한창인 7~8월경,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어 가며 자란다. 줄기 끝에 주황색 꽃이 3~10송이가 열리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독특하다. 어른 주먹만 한 꽃송이는 활짝 펼쳐져 있다. 꽃잎에는 주근깨처럼 작은 반점들이 다닥다닥 나 있다. 거기에 꽃잎 밖으로 길게 뻗은 암술과 수술이 참나리의 매력을 더한다.
다른 나리 종류는 키가 사람 무릎 높이 정도다. 하지만 나리 중에 진짜 나리인 참나리는 다 자란 키가 1m를 넘는다. 키 덕분인지 몰라도 호랑나비가 유독 많이 참나리에 날아든다.
참나리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참나리의 잎겨드랑이에는 콩알처럼 생긴 ‘주아(珠芽)’가 있다. 바로 이 주아가 땅에 떨어지면서 종자처럼 번식한다. 주아를 참나리의 씨앗이라 여기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주아(珠芽): 겨드랑이눈이 변태된 곁눈의 하나로서 양분을 저장하며, 식물의 모체에서 쉽게 땅에 떨어져 무성적(無性的)으로 새 개체가 된다.
▣ 효능과 효과
참나리의 ‘비늘줄기(인경)’를 약용으로 사용한다. 녹말, 아스코르브산이 들어 있다. 약재로 활용하려면 늦가을, 이른 봄에 비늘줄기를 캔다.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진 후, 살짝 찐 뒤에 말린다. 해소, 천식, 허한, 마른기침에 효과적이다. 신경쇠약으로 잠을 못 이루거나 열병을 앓을 때, 가슴이 뛰고 진정되지 않을 때 좋다.
옛날에는 비늘줄기를 구황식물로 이용했다. 비늘줄기를 쪄서 찧은 뒤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참나리 알뿌리는 콜히친, 알칼로이드, 단백질, 지방 등을 함유한다. 달여 마시면 기침이 멈추고 열이 내린다.
고름 제거에도 좋다. 알뿌리를 씻어 흙을 제거하고 믹서기나 강판을 이용해 간다. 여기에 식초를 조금 섞어준다. 환부에 붙이고 붕대를 감아 고정시킨다. 붕대가 마르면 교환한다. 하루 2~3번 정도 교환하면 된다.
경미한 화상에도 좋다. 꽃잎을 병속에 넣어 밀봉한다. 걸쭉할 정도로 삭으면, 이걸 환부에 바른다.
죽을 만들어 먹으면 더위 나는데도 좋다. 참나리에 꿀을 넣고 끓인다. 그 다음 쌀을 넣어 푹 끓이면 된다. 녹두를 넣어도 좋다.
7~8월에 꽃을 채취하여 손질해 말려서, 방습제를 넣은 밀폐용기에 보관하면서, 찻잔에 꽃잎을 한 잎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차로 마셔도 좋다.
꽃, 열매, 뿌리 등 전체를 물로 깨끗하게 행구고, 물을 뺀 후 유리병이나 항아리에 담고, 2~3배 분량의 술을 봇고 난 후 밀봉하여 보관하면서 먹어도 좋다.
『전권석. 뙤약볕 아래 붉게 빛나리 - 참나리. 숲. Vol.13』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