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에서 이런 표현이 있다. “언제부턴가 벌교 가서 돈 자랑,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순천에 가서 인물 자랑하지 말고, 여수에 가서 멋 자랑하지 말라는 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조정래 선생은 2005년 1월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이 말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조금은 길지만, 남도의 환경과 그곳의 정서를 아는 이들은 쉽게 이해할 만한 설명이었다. 먼저, ‘벌교’와 ‘주먹’을 연결해 풀이했다.
1. 벌교
“벌교는 오래전부터 보성과 순천, 승주와 고흥을 잇는 도로가 있었지. 여기에다가 철도역이 있는 교통 요충지였어요. 지금은 약간 상황이 달라졌지만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역전에는 인근에서 ‘주먹’ 좀 쓴다는 이들이 모이잖아. 왈패들 말이야. 여기에다가 조선인들이 일본인과 주먹 싸움에서 거세게 저항하면서 벌교 사람들의 매서움이 알려졌지. 나중에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일본과 일본인을 때려눕히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할거에요.”
- 벌교는 제가 안가봐서 모름.. 참고로 보성군 벌교읍 이지만,,, 벌교는 보성 생활권이 아닌 순천 생활권입니다.
2. 다음은 ‘순천’과 ‘인물’.
“이에 비해 순천에서는 인물 자랑하지 말라고 했어. 얼굴 잘생기고 못생긴 것을 기준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을 거에요. 순천에는 오래전부터 고흥, 구례, 보성 등 전남 동부 6군의 인재들이 모였던 곳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인물은 바로 실력을 겸비한 ‘인물’을 말하는 거에요.”
005년 전남 지역 고교가 평준화되기 전까지 교육도시였다. 순천고와 순천여고를 입학하기 위해 전남 지역 우수학생들이 몰렸다. ‘여수에서 돈 자랑 말라’,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것과 함께 ‘순천에서 인물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검사가 31명으로 전국 2위, 법조인 수는 전국 9위에 올랐다.
- 참고로 순천고가 평준화되기 전까지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고등학교로 전남 인재는 순천이 다 빨아갔습니다, 순천고-순천여고...
지금은 순천은 평준화되고 그 뒤를 비평준화된 장성고, 창평고, 광양제철고 등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당(제가 구례출신이어서 잘 압니다...)
3. 마지막으로 ‘여수’와 ‘돈’에 관한 설명이었다.
“여수는 좀 더 명확하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어촌이 농촌이나 산촌보다는 잘 살 거에요. 배 한 척 있으면 예나 지금이나 부자이잖아.”
더 많은 지역의 특색을 설명하는 글도 있다. 소설가 김주영의 작품 ‘아라리 난장’에는 더욱 더 자세히 나온다. “순천 가서 인물자랑 말고, 여수 가서 돈자랑 말고, 벌교 가서 주먹자랑 말고, 진도 가서 글씨자랑 말고, 강진 가서 양반자랑 말고, 고흥 가서 노래자랑 말라”는 구절이 있다.
여하튼 “여수 가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이 말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생선이 지천으로 깔리고 부두로 나가면 밥은 굶지 않은 도시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는 70대 여수 시민의 설명이 있었지만, 연원을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다.
여수시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여수’와 ‘돈 자랑’을 연결하는 고리에는 개항이 있다. 조선이 부산항을 시작으로 원산, 인천을 개항한 것은 1876년 강화도 불평등조약에 따라서다. 여수항은 지정항으로 된 때는 1918년. 이어 1930년 전라선이 개통돼 여수와 일본의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정기 여객선이 드나들게 됐다. 일본의 영세 어민들도 본격 이주했다.
일본에서도 여수는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일본인의 거주지가 생겼다. 이어 일본인만 다니는 학교(동초등학교)도 개교했다. 오동도 주변에 방파제가 생기는 등 여수의 해상 환경은 크게 좋아진다. 많은 경우가 일본 제국주의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지만, 여수의 남해안 해상교통의 주축 고장으로 성장한다. 고깃배가 수시로 드나들고, 15번에 걸친 매립으로 공사장 인부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목돈을 쥔 선원들이 여수 곳곳에서 ‘돈’을 풀어놓았다. ‘자본’과 ‘사람’이 여수로 몰리게 된 것이다.
- 참고로 제가 광주 근교에서 학교를 다닐떄,, 전남 각지에서 공부좀 한다는 애들이 모였는데 그 중에 가장 상위그룹을 형성하는건 여수(여천)산단 근로자 직원 자녀였습니다. 여수에서 돈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현대에도 어느정도 명맥을 있는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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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같이 벌교-순천-여수 각개격파 하러 가실분??? 모집합니다... 참고로 정원2명 남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순천에서 얼굴 담당입니다..
첫댓글 풉
순고 저 입학할때 대입 현수막 보니까 서울대 법대3명을 현역에서 가던 ㄷㄷ
저 입학할때 현수막에는 서울대 법대 4명에 서울대 총 26명 합격, 전교 100등이 고대나 연대였죠. 이게 엄청 많이 준거고 그전에는 매년 서울대만 50명 가까이 합격했다고...
순고 지금도 서연고대 가면 장학금주나...
ㄷㄷ
태백산맥 ㅋㅋ 힘들게 다읽었지
순천은 얼굴자랑하지 말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