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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피는 너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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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詩 ◈ 읽기 스크랩 시에 관한 시 모음
曉暻 /들꽃 추천 0 조회 292 13.06.28 22: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시에 관한 시 모음> 

+ 나에게 묻는다  

詩가, 나에게 묻는다.
네가, 네가 詩人이냐?
네가 쓴 것들이 詩냐?
아, 詩들아, 미안하다!
아, 詩에게, 부끄럽다!
나는, 나는, ......
(홍해리·시인, 1942-)


+ 소망

내 눈 밖에 보이는
저 세상이
전부 시인데
내 생각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어느 날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옮겨 시를 쓰고
내가 말하는 것이
모두 시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꿈을 꾸며
하루하루
나는 늙어간다.


(김상현·시인, 1947-)


+ 시집 한 권
  
견딜 수 없었네
시 한 편의 값,
슈퍼에서
시집 한 권을
이천 원에 사온 날
지금은 시집도
바겐세일하는 시대,
시 한 편에 대략
33.89830508474원
나는 그 안에 든
바람이며
꽃이며
노을이며
말하지 않은
시인의 슬픔이며를
각각
33.89830508474원 헐값에
읽어 버렸네
부끄러웠네


(홍수희·시인)


+ 내가 시를 쓰는 건

내가 시를 쓰는 건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나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하나를 쓰고 그만큼
둘을 쓰고 그만큼
셋을 쓰고 그만큼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에게 편질 쓰는 건
언젠가 돌아올 너와 나의 이별
그것을 위해서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너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아무렇게나 버리기엔 너무나 공허한 세상
소리 없이 떠나기엔 너무나 쓸쓸한 우리
그냥 작별하기엔 너무나 깊은 인연

내가 시를 쓰는 건
하나 하나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잊기 위해서다

그와 같이
내가 네게 편질 쓰는 건
머지않아 다가올 너와 나의 마지막
그 이별
그걸 위하여

하나 하나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잊기 위해서다.


(조병화·시인, 1921-2003)


+ 쉬운 詩

새벽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아내가 말했다
시가 너무 어려우면 누가 읽어요?
가볍게 쓰세요 정직하게
세 시간 차 타고 국도를 달리면서
줄곧 그 생각뿐이었다
쉬운 것이 얼마나 어렵다고
가벼운 것이 얼마나 무겁다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답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아내는 나를 너무 깊이
알아 버렸다
감출 수 없었다
언제나 詩는 저 홀로 무겁고
먹어 치운 삶은 가벼웠다
온몸이 붉어졌다.


(고영조·시인, 1946-)




+ 나는 시를 너무 함부로 쓴다

그전에 몸이 많이 아픈 사람이
꼭 새벽으로 전화했다
너무 아파서
시인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한두 해 지나자 전화가 끊겼다
늘 죽고 싶다던
그 사람 죽었을까
털고 일어났을까

몇 년째 감옥에 있는 사람이
꽤 오래 동안 시를 써 보내왔다
시가 늘 부끄럽다고 했는데
마음의 알몸 같은 거
눈물 같은 거였다

사람이 살다가
누구에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몇 사람이라도 꼭 들어줬으면 하는 말이
시라면

나는 시를 너무 함부로 쓴다


(이상국·시인, 1946-)


+ 한 줄의 시

시가 되지 않은 것은 구겨서
휴지통에 버린다.
그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너를 버리는
배신의 아름다움,

인생이란 한 줄의 시,
버리는 것이 많아야 오히려 충만해지고
완전한 슬픔에 이르기 위해선 그 슬픔
괄호 안에 묶어야 한다.

행간을 건너뛰는
두 개의 콤마,
사랑과 이별의 줄넘기, 그러나 아직은
마침표를 찍을 때가 아니다.

오늘도 이별의 길목에서 돌아온 나는
원고지를 구겨
휴지통에 버린다.

이루어지지 않은 한 줄의 시.


(오세영·시인, 1942-)



+ 시쓰기

도시가 영토를 넓히는 동안
나는 꿈을 체포하기 위해
골목 입구
쓰레기통 뒤에 숨어 있었다.
골목 안 어느 집 담 안에
숨어 있을 꿈을 찾아서
비수를 갈고 또 갈았다.
문자들을 하나씩 죽이다 보면
숨은 빛들이 왕창 달려 나와서
나를 감싸안을 것이다
믿으며 잠복 근무하는 동안
나는 어느새
문자들의 창살에 갇혀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최휘웅·시인, 충남 예산 출생)


+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운율은 출렁이는 파도에서 배우고
음조의 변화는 저 썰물과 밀물을 닮아야 한다.

작은 물방울의 진동이 파도가 되고
파도의 융기가 바다 전체의 해류가 되는
신비하고 무한한 연속성이여.
시의 언어들을 여름바다처럼 늘 움직이게 하라.
시인의 언어는 늪처럼 썩는 물이 아니다.
소금기가 많은 바닷물은 부패하지 않지만
늘 목마른 갈증의 물
때로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갈증을 견디며
무거운 짐을 쉽게 나르는 짐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이어령·언론인이며 평론가, 1934-)


+ 겨울 바다의 화두

겨울 바다의 화두
책 좀 읽으라신다
파도책을 펼치면서
수천 권의 시집을 던지면서
제대로 된 시 한 편 쓰라신다
부끄럽다
받은 시집을 펼치면 바다보다 더 넓은데
해변에서 어휘만 줍고 있다
시 한 줄 연결 못해 전전긍긍이다
독기 품은 시 한 편 쓰려면
파도처럼 부서져야 하리
허연 채찍에 갈기갈기 찢어져야 하리
더도 덜도 말고
파도 같은 시 한 편 쓰라신다


(박창기·시인, 1946-)


+ 시의 기도

그저 글씨가
되지 않게 하소서

돌을 쪼아 새겨 넣은
느낌이 되어
가슴 깊이
패이게 하소서

슬프거나
아름답거나
그래서 감상적인
시로 남을 바에는

차라리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
아픔을 주게 하소서

싸가지 없다고
욕을 처먹어 배부를 시

훗날 문득 기억되어
당신이 같은 삶을
달리 볼 수 있다면 행복할


그런 시가 되게 하소서  


(정유찬·시인, 1967-)


+ 나는 이럴 때 시가 쓰고 싶어진다

매 순간
쓰고 싶다

자세하게 말하면
코끝이 알싸한 새벽 잠옷차림으로 화장실을 향하는 순간부터
옅은 비누 향이 나는 아내 옆에 누울 때까지

세부적으로 말하면
누군가와 함께
바다와 섬과 구름과 바람이 좋아질 때
창밖의 비와 지루하도록 긴 오후와 숲 속에 늘어진 낮잠과 무지개가 좋아질 때
별과 밤하늘과 달맞이꽃과 잉크냄새가 좋아질 때
어두운 조명과 진한 커피와 따뜻한 벽난로와 음악이 좋아질 때

더 세분하여 말하면
영혼이 궁핍할 때 나는 시가 쓰고 싶어진다.


(이영균·시인, 1954-)


+ 가두의 시

길거리 구둣방 손님 없는 틈에
무뎌진 손톱을 가죽 자르는 쪽가위로 자르고 있는
사내의 뭉툭한 손을 훔쳐본다
그의 손톱 밑에 검은 시(詩)가 있다

종로5가 봉제골목 헤매다
방 한칸이 부업방이고 집이고 놀이터인
미싱사 가족의 저녁식사를 넘겨본다
다락에서 내려온 아이가 베어먹은 노란 단무지 조각에
짜디짠 눈물의 시가 있다

해질녘 영등포역 앞
무슨 판촉행사 줄인가 싶어 기웃거린 텐트 안
시루 속 콩나물처럼 선 채로
국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는 노숙인들의 긴 행렬 속에
끝내 내가 서보지 못한 직립의 시가 있다

고등어 있어요 싼 고등어 있어요
저물녘 "떨이 떨이"를 외치는
재래시장 골목 간절한 외침 속에
내가 아직 질러보지 못한 절규의 시가 있다
그 길바닥의 시들이 사랑이다


(송경동·시인, 1967-)



+ 다시 시에 대하여

생활의 얼굴이 없다
이제 그만 쓰자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자
가자 씨를 뿌리기 위해 대지를 갈아엎는

농부의 들녘으로시의 내용은 생활의 내용 내 시에는
흙과 노동이 빚어낸 

가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물과 싸우는 가뭄의 논바닥으로
가자 추위를 막기 위해 북풍한설과 싸우는 농가의 집으로
내 시의 기반은 대지다
그 위를 찍어내리는 곡괭이와 삽의 노동이고
노동의 열매를 지키기 위한 피투성이의 싸움이다
대지 노동 투쟁----
생활의 이 기반에서 내가 발을 떼면
내 시는 깃털 하나 들어올리지 못한다.
보라 노동과 인간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의 적과 싸우는 이 사람을
피와 땀과 눈물로 빚어진 이 사람의 얼굴을


(김남주·시인, 1946-199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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