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창녕군 창녕스포츠파크 양파구장에서 열린 '2018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32강 보인고와 매탄고의 경기 모습 ⓒ K스포츠티비
'터줏대감' 보인고(서울)의 이번 왕중왕전 화두는 바로 프로 산하 유스팀 '도장깨기' 다. '디펜딩 챔피언' 매탄고(수원 U-18)의 '타이틀 방어' 꿈을 가로막으며 일반 학원팀의 대표 강자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대건고(인천 U-18)와 영등포공고, 언남고(이상 서울), 부경고(부산) 등도 나란히 16강 무대에 합류하며 쾌재를 불렀다.
보인고는 23일 창녕스포츠파크 양파구장에서 열린 '2018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32강에서 신재혁, 정성준, 장준서의 릴레이포로 매탄고에 3-1로 승리했다. 올 시즌 대구 문체부장관기 준우승팀인 보인고는 64강 현풍고(대구FC U-18) 전 2-1 승리에 이어 이날도 K리그 대표 유스팀인 매탄고에 승리를 낚아채며 경쾌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사실상 '예비 챔프전'으로 관심을 끈 두 팀의 이날 매치업은 전반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보인고의 페이스로 흘러가는 모습이었다. 보인고는 라인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적극적인 공간 압박과 빠른 원-투 패스 등으로 매탄고의 수비 벽 타개에 골몰했고, 해결사 정성준과 신재혁, 김우철 등이 중앙과 측면을 부지런히 좁혀들면서 공격 템포를 끌어올렸다. 보인고의 강한 압박에 매탄고는 평소와 달리 횡패스와 백패스 등을 남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흐름이 뚝 끊겼다.
마침 보인고의 세트피스는 매탄고 수비 타이밍을 절묘하게 뺏어냈다. 전반 8분 왼쪽 측면에서 고준희가 오른발로 차 올린 프리킥을 니어 포스트로 파고들던 신재혁이 절묘한 헤딩슛으로 상대 골망을 가르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매탄고 수비라인이 최전방 원톱 정성준에 견제가 쏠린 사이 니어 포스트로 재빨리 쇄도한 신재혁의 움직임을 놓친 것이 큰 빌미가 됐다. 신태용 감독의 차남인 신재혁은 대구 문체부장관기 준결승 오산고(FC서울 U-18) 전 결승골에 이어 또 한 번 프로 산하 유스팀에 골맛을 보는 등 프로 유스 킬러의 진면목을 잃지 않았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매탄고는 빠른 빌드업으로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이찬웅과 정상빈, 신상휘 등의 포지션체인지로 분위기 반전에 골몰했다. 이찬웅의 스크린플레이를 통해 정상빈과 신상휘, 강현묵 등 2선 자원들의 공간 침투 활용을 끌어올리며 돌파구 마련을 꾀했다. 이에 보인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모든 필드플레이어 선수들이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상대 패스 루트를 완전히 틀어막았고, 중원에서 김현수와 황병권, 김정현 등의 볼 운반이 호조를 보이면서 정성준과 신재혁, 김우철 등의 공격 콤비네이션을 끌어올렸다.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에도 1골차 승부가 이어진 가운데 보인고가 또 한 번 공격 콤비네이션을 통해 매탄고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전반 29분 왼쪽 측면에서 신원호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 맞고 흐르자 이를 받은 정성준이 매끄러운 볼 터치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감각적인 왼발 터닝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가르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매탄고 골키퍼 김민재가 손 조차 제대로 쓸 수 없었을 만큼 슈팅 타이밍과 궤적 등 모든 면에서 군더더기가 없었다, 지난 시즌 전반기 왕중왕전 득점왕인 정성준은 첫 경기 현풍고 전 침묵을 깨고 대회 첫 골을 쏘아올리며 고교 최정상급 스트라이커의 존재 가치를 확인했다.
다급해진 매탄고는 오현규와 이정, 김석현, 김태환 등을 폭넓게 기용하는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돌파구 마련에 모색했지만, 번번이 보인고 수비라인을 뚫지 못하며 헛물을 켰다. 2골의 리드로 기가 한껏 오른 보인고는 빠른 원-투 패스와 반대 오픈 등으로 공격의 날을 세차게 조였지만, 확실한 마무리가 2% 부족함을 나타내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두 팀 모두 후반 막판까지 골 소식을 신고하지 못하면서 2골차 보인고의 리드가 계속 이어졌다. 경기 내내 보인고의 압박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매탄고는 뒤늦게 추격의 방아쇠를 당겼다. 후반 45분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김상준이 침착한 마무리로 보인고의 골문을 열어젖히며 만회골을 엮어냈다. 김상준의 집념과 집중력 등이 보인고의 견고한 방어벽을 기어코 무너뜨리는 잣대가 됐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보인고는 벼락같은 한 방으로 매탄고에 확실한 카운터펀치를 꽂았다. 후반 추가시간 후방에서 길게 날아온 패스 한 방으로 매탄고 수비 뒷공간을 완전히 무너뜨렸고, 에이스 장준서가 단독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치고들어간 뒤 골키퍼와 단독 찬스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매탄고의 골문을 가르며 팀 벤치의 뜨거운 환호성을 자아냈다. 장준서의 추가골에 매탄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철썩 주저앉았을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를 심어줬다. 보인고는 고도의 집중력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 등으로 매탄고의 벽을 파괴하며 함박웃음을 지었고, 매탄고는 64강 중경고(서울) 전 2-0 승리에도 이날 보인고에 덜미를 잡히면서 씁쓸하게 귀향길에 올랐다.
▲23일 경남 창녕군 창녕스포츠파크 유채구장에서 열린 '2018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32강 대건고와 영문고의 경기 모습 ⓒ K스포츠티비
대건고는 후반 14분 최준호의 결승골로 영문고(경북)에 1-0으로 승리했다. 선수비-후역습 카드를 밀고나온 영문고의 패턴에 경기 내내 팽팽한 힘 겨루기를 거듭한 대건고는 후반 14분 최준호의 선제골에도 영문고의 끈질긴 저항에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혈전을 거듭했지만, 집중력 싸움에서 영문고를 앞지르며 가쁜 한숨을 몰아쉬었다. 올 시즌 협회장배 준우승팀인 대건고는 64강 부평고(인천) 전 승부차기 승리(1-1 6PK5)에 이어 2경기 연속 1골차 이내 승리를 따내며 본전을 건졌고, 영문고는 64강 인창고(서울) 전 3-1 역전승의 여운을 바탕으로 반란을 외쳤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올 시즌 금강대기 준우승팀인 영등포공고는 김정수, 이주원, 오성주의 릴레이포로 강릉문성고(강원)에 3-1로 승리하며 생명줄을 늘렸다. 64강 동북고(서울) 전 당시 1-0 진땀승을 거둔 영등포공고는 전반 30분 김정수, 전반 35분 이주원의 릴레이포에도 후반 16분 상대 박제상에게 골을 내주는 과정에서 골키퍼 윤동건이 머리부상으로 실려나가는 악재를 맞았지만, 후반 33분 에이스 오성주가 추가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막판 상대 김도원, 김재완의 연이은 경고 2회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점한 영등포공고는 남은 시간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종결시켰다. 강릉문성고는 선수비-후역습이라는 변칙적인 카드로 영등포공고에 나름 효과적으로 맞대응했으나 수비 조직력의 균열에 발목이 잡히면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나란히 64강(언남고 2-1 유성생명과학고(대전) 부경고 1-0 구리고(경기)에서 진땀을 제대로 흘렸던 '터줏대감' 언남고와 '구덕골 붉은 사자' 부경고도 나란히 승리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언남고는 이상진의 멀티골과 황해광의 1골로 포천FC U-18(경기)에 3-0으로 승리하며 경쾌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올 시즌 협회장배-무학기 3위팀인 부경고는 금강대기 챔피언 팀인 강릉중앙고(강원)를 맞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며 녹록치 않은 위용을 입증했다. 언남고는 특유의 기동력과 불굴의 투지 등으로 상대 밀집수비를 적절하게 요리했고, 부경고 역시 U-17 대표 센터백 홍성욱의 부상 공백에도 집중력을 잘 유지하며 가쁜 한숨을 몰아쉬었다.
계명고(경기)와 영광FC U-18(전남)의 반란도 눈부셨다. 올 시즌 전반기 경기 RESPECT 23리그 챔피언 팀인 계명고는 에이스 전성수의 해트트릭 원맨쇼 속에 홈팀 창녕고(경남)에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고, 올 시즌 전반기 전남-광주 리그에서 '퍼펙트 챔피언'을 써내린 영광FC U-18은 전반기 대구 리그 챔피언 팀인 현풍FC U-18(대구)과 영-호남 신흥 주자 자존심 대결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다. 이밖에 광문고는 과천고(이상 경기)를 맞아 2-1로 승리하며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권역 리그에서의 0-3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토대로 풍성한 스토리를 낳고 있는 이번 왕중왕전은 26일 보인고-대건고, 계명고-광문고, 영등포공고-부경고, 언남고-영광FC U-18이 8강 길목에서 마주한다.
◇다음은 '2018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32강 경기결과(23일).
▲보인고 3-1 매탄고 득점=신재혁(전반 8분), 정성준(전반 29분), 장준서(후반 47분. 이상 보인고), 김상준(후반 45분. 매탄고)
▲대건고 1-0 영문고 득점=최준호(후반 14분. 대건고)
▲계명고 3-2 창녕고 득점=전성수(전반 20분. 후반 24분. 후반 29분. 계명고), 유수진(후반 13분), 윤형주(후반 22분. 이상 창녕고)
▲광문고 2-1 과천고 득점=김경환(전반 20분), 김두루(후반 45분. 이상 광문고), 김강현(전반 36분. 과천고)
▲영등포공고 3-1 강릉문성고 득점=김정수(전반 30분), 이주원(전반 35분), 오성주(후반 33분. 이상 영등포공고), 박제상(후반 16분. 강릉문성고)
▲부경고 1-1(5PK4) 강릉중앙고 득점=이준호(후반 20분. 부경고), 김윤민(후반 30분. 강릉중앙고)
▲포천FC U-18 0-3 언남고 득점=이상진(전반 5분. 전반 42분), 황해광(후반 47분. 이상 언남고)
▲현풍FC U-18 1-1(2PK4) 영광FC U-18 득점=김민성(후반 30분. 현풍FC U-18), 김민규(전반 24분. 영광FC U-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