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 직딩의 한 주를 보내고 기분전환도 할 겸, 어제 넣은 냉각수보강제도 순환시킬 겸
모처럼 불금 기습 드라이브를 다녀온 후 잠이 안와 맥주 한 잔하며 일기처럼 끄적여 봅니다.^^
형식 상 경어는 생략하고 적습니다!
[19:00 - 퇴근]
그 어느 요일보다 칼퇴가 간절한 금요일,
광화문 한복판에서 시작되는 교통체증이 또 눈에 선해져 종종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귀가를 한다.
'그래, 오늘은 간만에 짜장이다'
저녁을 먹고 정부청사 옆 작은 공원에서 전자담배를 물었다.
기분 좋은 미풍이 불어오는 저녁 공기와 벚꽃을 보고 있자니 맘이 싱숭생숭하다.
'젠장, 이번 주말에도 비온다고 했지? 게다가 집구석에서 프로야구 개막전도 못보려나...'
살짝 암울하던 터에 문득 스팅어 광고 카피가 떠올랐다.
"여행의 목적지조차 계획하지 않는 당신,
바람처럼 자유로운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
'그래, 간만에 동해바다 찍고 집에 가자.
어제 넣은 냉각수보강제도 잘 섞어 줄 겸...'
[20:00 - 바다로..]
광화문 출발로 네비를 찍어보니 낙산해변까지 2시간 30분.
'남양주로 돌아오는 시간은 더 짧을테니 30분 밤바다에 커피 때리고 오면 1시 쯤엔 오겠네'
느릿한 내부순환로를 지나 북부간선도로에 접어드니 속도가 제법 붙기 시작했고,
춘천고속도로에 올라타 하남과 화도를 지나면서 100Km 크루즈를 걸었다.
'피곤하니까 음악이나 들으며 느긋하게 가지 머'
나보다 느릿하게 달리는 캠핑카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좀 더 빡센 한 주 였지만, 그래도 이번 주엔 곧 10만km가 되면 넣어 줄 첨가제들을 받았고,
걱정거리였던 서비스센터 점검 결과도 잘나온 턱에 소소한 위로가 되어 준 한 주였다.
'고객님, 냉각수 누수는 전혀 없고요. 이 쯤에 교체하는 부품들도 보니까 아직 쌩쌩하니 좀 더 타셔도 돼요.
베터리 상태도 괜찮으니까 겨울 오기 전 그 때 바꾸세요. 그런데 겉벨트랑 베어링, 텐셔너는 교체하실 때가 되었네요'
애프터마켓과 큰 차이가 없어 돈 벌었다는 기분에 흔쾌히 교체를 했고,
냉각수보강제도 넣어달라고 할까 하다가 '아니 아니지, 이건 내가 넣어야 제맛이지' 하는 생각에
어제 지하주차장에서 주사기를 들고 병원놀이를 했던 터였다.
바뀐 건 겉벨트 셋과 냉각수보강제.
벨트 바뀐 건 당일 금방 알아차렸고, 바다를 보러 가는 기분 탓일까?
아무튼, 귀에 익은 노랫말만 선명하게 귀에 들어왔다.
"봄 바람 휘날리며~~"
[22:30 - 낙산해변]
내비 시간대로 도착했다.
100Km 크루즈 주행의 연비는 20.4를 찍었다.
문을 열자마자 아직은 차가운 밤 공기가 느껴졌다.
'앗차, 여기 강원도지...'
뭐라도 걸쳐야겠다 싶어 여벌로 걸어두고 다니는 양복 자켓을 얼른 입었다.
회사를 떠나 멀리 왔는데 복장은 훨씬 더 회사원에 가까워진 아이러니.
뭐 어떠랴... 여긴 바다라구!!!
작 년 초여름 타프를 쳤던 자리에 오니
파도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경 좌우 끝에 아무 것도 성가시게 걸리지 않는 광활한 파노라마.
비록 밤이라 보이는 건 없지만 '이 또한 사치야' 하는 생각에
'담배 한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아니 아이스커피를 들고 낙산해변의 밤 바다를 구경했다.
[23:15 - 귀가길]
일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람이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 피부에서 미끌거리는 부드러운 무언가가 분비된다고...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운전대를 잡은 손에서 기분 좋은 미끌거림이 여민다.
마치 로션을 발랐을 때와 같은 그런 기분 좋은 느낌?
몸은 피곤할 법 한데 정신은 오히려 더 또렸해진다.
막상 바다를 볼 때는 아무 생각도 없다가 뒤 늦게 이런 저런 회상과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떠오르지 않았던 이름들도 생각이 나고 왜 그런지 갑자기 똑똑해 지는 것 같다. (ㅋㅋ)
차는 더 조용하게 느껴지고 디젤 차량임에도 노면 소음외에는 적막감 마저 느껴진다.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인셉션처럼
머리 속은 나도 모르게 시공간으로 빠져 들고, 자정의 고속도로 위 보이는 건 점선과 실선과 어둠 뿐.
그리고 고맙게도 이리 저리 눈깔을 돌려주는 인텔리전트 라이트 뿐이다.
'이런 고요한 맛에 심야운전 하는건데... 그러고 보니 참 오랜 만이네, 늙긴 늙었다 보다. 쳇'
동일한 조건의 100Km 크루즈 주행.
운행 중 느끼는 차량 소리가 미세하게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유를 들자면 피아노건반에서 반 음 정도로 살짝 낮춰진 음이랄까?
기분 좋은 묵직함. 그런 느낌이 들었다.
[01:10 - 집 앞 주유소]
연비는 최종 21.3를 찍었다.
기름냄새만 맡아도 가는 디젤이라고... 말도 많이 들었고 경험도 했지만 오늘은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출발 당시 바늘은 0에서 6칸 위, 앱에서 확인했을 때 약 23리터 정도 남은 상황.
'도심 정체도 뚫어야하고 왕복은 무리 같은데... 주유소 바뀌는 건 찝찝하지만 불들어오면 알뜰주유소 가지 뭐'
보통 7리터에서 주유등이 들어오는데 집 앞 주유소 도착 5분 전에 주유등이 들어왔다. 최종 잔유 6리터 확인.
조금이라도 과속했다면 얄짤 없었겠지...(ㅋㅋ)
아무튼 오늘 나를 이끌어 준 이 친구에게 주유 전 감사의 보약 한 사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오늘 1박을 생각했다면 떠날 수 있었을까? 라고...
아마 이런 저런 생각에 못떠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떠나기 위해서는
바람에 날릴 수 있도록 가벼워야 할 것 같다고.
애마야, 잘 부탁해!!
첫댓글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아닙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문에 우와~~ 대단하십니다 정독하게도었네요 ㅎㅎ 안전운전 하세요
막상 쓰다보니 말이 많아졌네요.ㅎㅎ
네 안전운전 하세요!
멋진 애마에 업된 성능과 감성글 잘 봤어요~~
고장없이 오래 오래 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력이 엄청납니다. 그리고...연비도 엄청납니다..^^
과찬이십니다. 차가 없는 시간이라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불금을 멋지게 보내셨네요.
저도 가끔 경포대 앞 바다가 보고싶을 때면 마님을 모시고 밤늦게 다녀오지만
이렇게 글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그 과정이 눈에 선하게 보이네요.
댁이 남양주이신 것 같은데 저는 집이 가평이고, 직장은 구리라 늘 지나는 곳이네요.
아 가평에 사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이 쪽이 아무래도 동쪽여행은 편리한 것 같습니다.
가족 분과 함께 밤 드라이브. 멋지십니다.^^
글 솜씨가 좋으시네요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너무 예술인데요!!정독하게 만드네요 ㅎㅎ
아하 참 저도 냉각수 새것으로 교환하려하는데 카센타에서 새것 교환후 집으로 와서 주사기로 300미리 만큼 빼어내고 보강제 넣으면 되겠죠??그게 안전하겠죠??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카센터에서 작업에 방해가 안된다면 그 때 직접 넣으시는게 좋으실 것 같아요. 빼낸 것 처리도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직접 하신다면 냉각수탱크의 수위 확인하신 후 적정량이라면 주사기로 빼낸 후 넣으시면 됩니다.^^
캬~ 저녁에 출발해서 새벽에 돌아오는걸 맘대로 실행하실수 았다니 부럽네요^^
ㅎㅎㅎㅎ
저도 늘 생각만 하고, 실행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아침에 눈뜨고 나서 이 글 읽으면서 무슨 수필을 읽는 거처럼 빠져 생각에 잠기게 되더군요.
이런 모습보면 행복은 멀리 있지않고 항상 가까이 있으며 돈과 사람들이 행복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이 행복을 만든다는 깨닳음이 듭니다.
귀한 글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한 기분입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운영자님 댓글에 제가 더 위로를 받고 힘이 납니다.
늘 감사드리며,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