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남은 운명적이다. 이를 계기로 생각이 바뀌고, 삶도 송두리째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스승과의 인연은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된다. 좋은 원석일수록 훌륭한 스승을 만나 갈고 다듬어져야 보석이 될 수 있다. 국수(國手) 조훈현은 11세에 일본 바둑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세고에 겐사쿠의 제자가 된 것을 인생 최대의 행운으로 꼽았다. 전남 강진으로 유배간 정약용을 만나 글을 익히게 된 황상은 "부지런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평생 실천하며 살았다.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그가 수학계 스타로 등극한 큰 성취 뒤에도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 바로 세계적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하버드대 명예교수다. 허 교수가 수학에 눈을 뜬 것은 2008년 서울대 방문교수로 온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우연히 들으면서였다고 한다. 대수기하학에 매료돼 그와 매일 밥을 먹는 밥친구이자 수제자가 됐고,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난제들을 해결했다.
필즈상 수상자라는 것 외에도 둘은 닮은 점이 많다. 히로나카 교수는 유년학교 입시에 실패했고 대학교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을 선택한 늦깎이 수학자다. 허 교수 역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6년을 다닌 후 뒤늦게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 히로나카 교수가 한때 피아니스트를, 허 교수가 시인과 과학기자를 꿈꾸다가 돌고 돌아 길을 찾은 것도 비슷하다. 히로나카 교수는 저서 '학문의 즐거움'에서 "문제를 해결하기까지에는 남보다 더 시간이 걸리지만 끝까지 관철하는 끈기는 뒤지지 않는다"며 끈기와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깊게 생각하라'는 뜻의 소심심고(素心深考)란 표현도 자주 쓴다. 학문을 하는 겸허한 자세가 허 교수에게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들 사제가 보여준 교감이야말로 병아리가 알 속에서 껍데기를 쪼고, 닭이 밖에서 껍데기를 깨뜨려준다는 '줄탁동시(줄啄同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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