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두입니다!
벌써 5월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요즘입니다.
며칠 뒤면 6월이고, 6월은 들살이를 가고, 들살이 다녀오면 방학이 코앞이고~~~
참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갑니다.
그렇게 흘러만 가는 시간 속에서도 잊지 않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들이 있죠.
지난주 목요일은 5월 18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었습니다.
꿈터에서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번 419혁명처럼 직접 현장을 가보면 좋았을텐데 광주까지 가기에는 쉽지 않아서, 아쉽지만 꿈터 전체가 함께 하는 특별수업으로 진행했답니다.
수업을 진행하기 전 주말에 미리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한 권을 다 읽지는 못했고 ‘1장 : 어린 새‘를 모두 숙제로 읽어왔습니다.
쉽고 유쾌한 내용은 아니지만 아이들 모두 각자의 속도와 마음으로 읽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5월 17일 수요일, 오전 수업을 비우고 꿈터가 다같이 너른자리로 모였습니다.
518을 상징하는 사진인 ‘영정사진을 든 아이’ 사진과 그 사진을 보며 쓰여진 <복화술사-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든 아이>라는 시를 함께 읽으며 시작했습니다.
시를 다 읽고 사진 배경을 설명하는데 아이들 눈이 조금씩 진지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다음 선생님들 모두 나와서 돌아가면서 본인이 보고 겪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초승달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 선생님들도 그걸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라고.
꿈터 교사들 모두 그 다음 세대인 셈이죠. 그래서 이후 기록이나 증언, 뉴스 등을 통해서 518을 기억하는데요.
그 내용도 지역에 따라, 나이에 따라 저마다 조금씩 닮은 듯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 이처럼 518을 기억하고 다같이 배운 경험은 없고 커서 이 내용을 알고 더 자세히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광주 출신이라서 기억이 조금 다른데요. 매년 단 한번도 5월 18일을 그냥 넘어간 적이 없습니다.
그 날이 다가오면 늘상 학교에서 시간표를 비우고 518 백일장을 하고 다큐를 보고 묵념을 하고 선생님들로부터 당시 이야기를 전해들었죠.
광주 모든 학교는 늘 그러했던지라 대학생 때 다른 지역 친구들로부터 518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꿈터에서 518 수업을 한다는 게 더욱 새롭고 설레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짧은 영상을 보고 활동지를 읽으며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두가 학창시절 그 해 광주를 경험한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는데요.
“어느날 등교했더니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다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다른 곳 가지말고 곧장 집으로 가야 한다고,
불안해하면서 집에 갔더니 그 날 밤부터 총소리가 들렸다고, (선생님의) 할머니가 전쟁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면서,
겁먹은 손주들을 달래며 5월에 두꺼운 솜이불을 꺼내셨다고, 솜이불을 창문에 두르며 총알도 솜은 못 뚫는다고 안심시키셨다고,,,”
제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 들은 실제 이야기인데 아직도 잊히질 않고 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이 날 나눈 이야기들이 오랜 시간 마음에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활동지를 함께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들려줬는데요.
광주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광주는 유입도, 유출도 없는 도시. 연두 친구들도 다 여전히 광주나 근처 전남에 살고 이렇게 멀리 떠나온 사람이 연두 하나뿐이라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기에 광주는 대형마트도 없고 관광지도 아니고 심심한 곳이지만 광주 사람들은 늘 그렇게 살아서 익숙한 곳이라고,
아직도 광주하면 빨갱이 도시, 폭도의 도시, 험악한 도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연두도 직접 그런 말을 듣기도 했다고,
그래서 여전히 광주는 5월이 되면 도시 전체가 죄책감과 안타까움과 외로움을 공유한다고,,,”
1교시를 내내 광주와 5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들은 열심히 들어주었습니다.
물론 조금 피곤한지 눈치를 보며 조는 친구들도 있고 활동지를 뒤적이며 손장난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런 친구들도 ‘이런 수업을 했더라~’ 하는 기억은 남지 않을까요?
그런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면 나중에 커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관심을 가질 때 오월 광주를 떠올려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1교시 너른자리 수업을 마무리하며 큰 엽서 퍼즐을 함께 맞췄습니다.
주먹밥을 나눠주던 광주의 풍경과 오월을 기억하는 문구가 적힌 카드였는데요.
인원이 많아서 오히려 쉽지 않겠다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알아서 분류하고 척척 잘 해내더라고요.
완성된 엽서그림을 주변으로 둘러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꽃다지의 <민들레처럼>을 함께 불렀습니다.
비록 소리는 조금 작았지만 그래도 함께 불렀음에 의미를 둡니다...!
묵념하면서 1교시를 마쳤습니다.
2교시는 모둠별로 교실에 모여 활동했습니다.
518 광장 사진을 담은 퍼즐을 맞추고
518 광주 사진과 인물 카드들을 한명씩 나눠갖고 서로 이야기 나누기를 했죠.
퍼즐이 무채색에다가 비슷비슷한 그림이라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엄청난 집중력으로 무사히 완성해냈습니다^^
이후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는 <소년이 온다> 감상 나눔과 더불어 인물카드와 사진카드를 소개하고 생각 나눔을 했습니다.
모둠별로 나눈 내용을 토대로 게시판에 붙일 자료도 만들었습니다.
짜잔~ 완성작이 꿈터 복도 게시판에 걸려 있으니 학교 오시는 분들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책 <소년이 온다> 읽기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게시판 만들기까지,
일주일 걸쳐서 이어져 온 518특별수업이 끝이 났습니다.
비록 수업은 끝났지만 아이들이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마음은 앞으로 점점 커져나갔으면 합니다.
학생 때 늘 이런 수업을 듣는 입장에서 이제는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이끄는 역할이 된 저도 많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광주도 아닌 경기도에서, 나의 고향을 이야기 한다는 것. 나의 광주에 머물던 슬픔을 함께 이야기한다는 건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오월 광주를 지킨 모든 분들과 그 날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와 죄송함을 바칩니다.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오월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라며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번 수업 때 활용한 카드, 퍼즐, 엽서, 활동지, 포스터 등 모든 자료는 518기념재단에서 무료로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귀한 자료들입니다.
혹시 가정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나누고자 하시는 분들은 사이트에서 누구나 신청 가능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성으로 만든 자료를 무료로 나눠주신 518 재단에도 감사합니다^^)
첫댓글 오월이면 도시 전체가 아픔을 함께 느껴야 했던.. 그 역사의 상흔을 함께 했을 연두께서 전하는 광주의 이야기여서 아이들에게 더 잘 전달되었을 거 같아요.
당시 광주 시민들의 희생에 빚진 마음, 그럼에도 권력에 맞섰던 연대의 유산에 존경의 마음을 함께 갖습니다. (광주가 아니었으면 부산과 마산이었을 것이다.-기억하겠습니다.) 시민을 힘으로 누르고 그 폭력을 발판으로 권력을 취했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겠습니다.
요즘 모든 것이 퇴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힘들지만. 그 가운데 아이들과 5.18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불의에 대해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꿈터 쌤들 각자의 이야기도 마음에 닿았고. 특별히 귀중한 수업 준비해주신 연두께도 감사해요. 어쩌면 2학기에도 이어질 이야기. 계속 아이들과 함께 힘내어 나눕시다!!
학교보단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대학 때 선배들에게 배웠던 기억도 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난 아픔과 희생을 잘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가길 바래봅니다..!
배움은 스며드는 것~
이번에 이만큼, 다음에 또 한걸음.
차근차근 쌓아가며 스며드는 배움길~
아이들과 꾸준히 해나가요! 함께!
저도 연두 이야기 들으며 또 한번 심장이... 철렁. 울컥. 다시 분노.
감사합니다!
'5.18사태'가 '5.18민주화운동'으로 명명되기까지 5.18을 기억하고 이어가려했던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들이 있었고, 그에앞서 80년 5월 광주에서 스러져간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렇게 함께 나눌수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아픔의 역사와 함께 그역사를 딛고 다시 살아나는 경험에 대한 기억이 계속 이어질수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