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가 과일귀신이 된 이유?

[해돌이]

사람 사는 냄새와 정이 넘치는 그곳.
신랑과 함께 모처럼 육거리 전통시장을 찾았다. 신선한 야채며, 생선, 과일까지 먹을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볼거리가 다양하고, 무엇보다 전통시장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활기와 따뜻한 정이 있어 난 가끔 그곳을 찾는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순대국밥과 소주 한 잔 마시고 나와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발걸음이 머문 곳이 있다. 우리가족 삶의 터전이었던 그곳에서 난 잠시 그 시절을 추억해본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일 밖에 모르고 사시던 부모님은 우리 교육을 위해,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청주로 이사를 나왔다. 처음엔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당장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워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부모님은 리어카 하나 끌고 육거리 시장에서 노점으로 과일 장사를 시작하셨다. 하지만 노점에서 장사한다는 게 날씨가 따뜻할 때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난로하나 갖춰놓기 쉽지 않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게 태반이었다. 더구나 부모님은 마땅한 자리도 없어 리어카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러다 잠시라도 옆에 세워 놓을라치면, 어김없이 가게 주인들이 나와 앞이 막힌다고 쫓아내기 일쑤였다. 매일 그런 시간을 반복하다보니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다리가 퉁퉁 부어 끙끙 앓다 주무시곤 했다. 하루 종일 팔아야 돈 천원 벌기 힘들 정도로, 종일을 나가 돌아다녀도 허탕치고 들어오는 날이 많았고, 과일이 무르고 상해 못 팔면 그건 하는 수 없이 우리 몫이 되곤 했다. 하지만 난 철이 없어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그저 좋았다.

그땐 다섯 남매 모두가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라, 그 벌이로 교육비를 충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큰오빠는 학교 다니며 없는 자전거를 앞집에서 빌려 타고, 새벽으로 신문 돌리기를 시작했고, 조금씩 장사도 단골이 늘어갔다. 그렇게 부모님께서 노점에 적응하게 될 때쯤 시장 안에 인심 좋은 가방가게 사장님을 만나 얼마를 주고 가게 앞 길체에서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제대로 된 자리하나 없이 돌아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그 작은 공간이 어찌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하셨다.

다음해에는 상고를 다니던 큰오빠가 열심히 공부해서 그 들어가기 힘들다던 은행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부모님은 한시름 덜게 되었다. 그때 오빠의 첫 월급이 20만원 이었나 그랬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날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오빠가 다니던 은행이 시내에 있었고, 지점장님을 모시고 육거리를 나갈 일이 생겼는데 하필이면 부모님이 자리 펴고 노점 장사하는 그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부모님이 너무 초라해 보여 멀리서 엄마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도저히 지점장님께 우리 부모님이라고 소개할 용기가 나지 않아, 오빠는 엄마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고 그 앞을 그냥 지나쳤다고 했다. 난 그 얘기를 듣자마자 “그걸 아들이라고 지금껏 힘들게 키웠어?”하며 지금껏 우리 키우느라 고생만 하신 부모님인데 어떻게 모른척할 수가 있을까 살짝 큰오빠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제대로 꾸미고 산다는 건 생각조차 못할 때였으니 어린 맘에 부모님의 허름한 옷차림이 부끄러웠을 수도 있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긴치마에 비녀 찌르고 학부모 상담하러 온 엄마를 애들이 할머니라고 해서 속상했던 것처럼 오빠 맘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큰아들이 눈앞에서 부모를 모른척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던 그 맘은 어땠을지, 다른 날 같으면 “태진아!” 라고 오빠 이름을 불렀을 텐데, 그런 오빠의 맘을 아셨는지 부모님은 눈앞에서도 아들 이름을 부르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를 무겁게 보내고,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오빠는 부모님과 서로 부둥켜안고 아무 말 없이 밤새 울었다. 자식으로써는 부모님께 가장 큰 불효를 했지만 궁색한 변명도 어떤 말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주말이면 우리 다섯 남매가 부모님 장사하시는 곳에 나가 도와드리곤 했다. 과일 진열대 옆에서 찹쌀떡이며, 엿, 문어다리도 구워 팔고, 과일도 사가라고 소리도 질러봤다. 그러면 어린 학생들이 고생 많다며 많이들 와서 사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추운 겨울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리어카 끌고 시장으로 향하시던 부모님. 낡고 헤진 내복이라도 껴입으니 따뜻하다고 하시던 부모님. 그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우리 다섯 남매 이렇게 잘 키워주셨는데, 우리가 그 고마움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나 싶다. 그렇게 난 우리가족 삶의 터전이었던 전통시장에서 잠시 추억에 젖어보았다.

[해돌이]

됐어 달달구리오빠가 최고야ㅋㅋ

[별달지기]

춘부장님도 영원한 부장님~~~~♥
나미송 창작문예과 부장님으로 임명해드릴께요 ^^

[개똥이춘부장]

사라지뿐네~ ㅋ
마자예, 그 분도 맞고 부산에 있는 핵교도 맞고~ ㅋ

[별달지기]

춘부장이 싫다면서 춘장 들어간 짜장면은 조아라하면서~ ㅋ

[해돌이]

문예부장좋다

[해돌이]

짜장면은 진리ㅋ

[개똥이춘부장]

그건 안 할랍니더~
이 집 대주이신 행님의 글빨 아성엔 언감생심~ ^^;;;

[해돌이]

솔직히미송삼촌 글빨은 아무도 못이김ㅋ

[개똥이춘부장]

문예부장? 택도 엄따~ -.,-

[해돌이]

그래도 카페지기말고 회원중엔 문예부장인정ㅋ

[개똥이춘부장]

대꺼덩... 흥~

[별달지기]

그쟈~
춘부장님은 문예부장
도리님은 댓글부장
내는 그냥 눈팅대장~

[해돌이]

ㅋㅋㅋ 부장님 따랑합니당

[별달지기]

이집 대장님은 아마도 댓글대학 수석졸업생이 아닐까 싶어요
현존하는 글짱~~~~ 미송성님 ㅋ

[개똥이춘부장]

그만햐, 낸 잘껴~

[해돌이]

저는 포장마차 우동먹으러

[개똥이춘부장]

지가 늘 하는 말이 그거 자나예..
댓글 학원 원장님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꼬~ ㅋ

[개똥이춘부장]

마이 자시고 배 뽈록 나와뿌이소~ ㅋ
(생일 덕담임~ ^^)

[해돌이]

미송삼촌 갑돌이ㅋ

[해돌이]

고맙습니다 배터지면 연락하겠습니다

[개똥이춘부장]

터지는 건 안도ㅑ~
그 집 아자씨 욕 봐~

[풍경소리]

며칠전 이 글 올라오고 나서.
나중에 읽어야지 했는데 그때는 긴 내용이라 생각해서 미뤘는데 오늘 읽다보니 어 벌써 끝났네 ~~아쉽게도 금방 끝나버렸어요^^
더 길게 좀 쓰시지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나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고 저도 비슷한 기억이 있는데요^^..
그래도 돌이님 남매들은 후회하며 나가 같이 장사도 하고 철이 들었네요
우리 형제들은 그때도 철이 안 들었었거든요.ㅎㅎ
돌이님이 과일 귀신이 된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요^^👌👌
울엄마는 과일은 안 팔았는데두 전 과일귀신이에요.~~ㅎ

[해돌이]

ㅋㅋㅋ 과일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그래도 제가 더 귀신일걸요?ㅎ

[스타리]

추억은 이렇게 고운 이야깃거리가 되었네요. 해돌이님 평생 가진 재산 중 가장 큰 재산이지 싶어요.
부모님들이 남겨준 이런 이야기들말예요. ^^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해돌이]

맞아요. 어릴적 추억이 지금 제게 피가되고 살이되고 있지요

[나무쟁이]

훌륭한 부모님이 계셨고 그때 과일 귀신이 되셨군요 돌이님 따듯한 추억 잘 듣고 가요

[해돌이]

고맙습니다 쟁이님
고생하며 키워주신 댓가에
다 보답하려면 제가 죽을때까지 갚아도 부족할듯요

[씽현아]

진즉 글 읽고 이제야 댓글쓰는 이유?ㅋㅋㅋ
스토리는 완전 찐 드라마였음!!
해돌이가 과일귀신 될만 했던 이유가 너~~~~므 충분했음.
고기도 씹던눔이 잘 먹는다고ㅎㅎ
그래서 해돌이님이 늘씬하고 늙지를 않는듯도 하고.
참! 아직 늙을 나이? 아닌거 같기도 하고.^^
10년치 글 한번에 쓰고도 무궁무진 넘쳐나는 해돌이 댓글은 소금나오는 멧돌이다~~~~~~!!!

[해돌이]

ㅋㅋㅋ크으 드라마
근데 저도 같이 익어갑니다
나이는 못 속여요^^♡

[소리샘듀엣(아침이슬)]

차례지내고 손님치른후
잠시 나의 시간
해돌이님의 긴글을 읽으며 눈물찔끔
사람이 살아갈수 있는 이유가 추억이래요
좋은추억은 더 행복하게 해준대요
어려웠던시절이지만 함께했던 즐거움이 오늘을 회상할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부모님이 그리운 오늘입니다.
행복한 오늘되세요^^

[해돌이]

^^♡ 수고많으셨어요
저도 점심 먹고 치우고 앉아쉬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