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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808122
택시기사 손복환씨. 경력 54년 베테랑인 그의 택시를 타면, 다른 택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을 바로 발견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핸들) 경적 버튼에 붙은 백색 메모지와 볼펜이 그것이다. 그는 평소 도로를 누비다, △운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지판 △사전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횡단보도 △도로 주변에 방치된 위험한 적재물 등을 보면, 즉시 정확한 위치와 개선사항을 메모한다. 1976년부터 48년이나 이어온 습관이다.
물론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차했을 때 짬을 내 간략히 적는다. 택시 영업을 마치고서 그렇게 적은 짧은 메모를 A4 용지에 자세히 옮겨 적는다. 주말엔 따로 시간을 내 현장 사진을 찍어 붙이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약도를 그려 넣는다. 이렇게 여러 단계에 걸쳐 완성한 '안전보고서'들을, 손씨는 적게는 수십 장에서 수백 장씩 묶어 '건의서'라는 이름으로 엮는다. 지금까지 완성된 건의서만 무려 25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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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이번 건의서에 '구조물 도색'의 빗금 방향 문제를 주로 지적했다고 한다. 구조물 도색 빗금이라 하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도로 위 '노란색과 검은색 줄이 교차된 무늬'를 말한다. 이날 손씨가 기자들을 이끌고 찾은 용산구 삼각지고가차도도 빗금 방향이 잘못된 장소 중 하나다. "봐요. 양 갈래로 차량이 진입하는 곳 구조물의 도색 빗금 모양은 '∨' 형태가 되면 안 돼요."
국토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을 보면, 구조물을 왼편에 두고 차량이 진행할 경우 빗금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를 향해야 하고, 오른편에 구조물이 있으면 빗금이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향해야 한다. 즉, 빗금의 아랫부분이 차량이 가야 할 쪽을 가리켜야 한다는 것. 따라서 해당 양 갈래 고가차도의 빗금은 손씨 말대로 '∨'형태가 아니라 '∧'형태가 돼야 맞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손씨가 이 빗금 방향에 집착하는 이유는 있다. "운전자들은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빗금 방향을 보고 진입로를 판단해요. 심리학적으로 그렇죠. 지침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빗금이 잘못되면 초행 운전자들이 가끔 당황해 사고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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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사소해 보이지만 안전과 직결된 문제점들을 세세하게 지적했다. '전방 280m 앞 유턴'과 같이 표현이 불필요하게 중복된 표지판, 동일한 내용의 표지판이 7개나 걸려 있어 운전자 시선을 과하게 뺏는 장소, 두 개의 표지판이 서로 모순된 내용을 전달해 혼동을 일으키는 곳, 조경수가 횡단보도를 가리고 있어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지점 등이다.
원활한 교통 순환을 위한 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성동구 영동대교 북단 IC에 '잠실대교 방향' 안내판이 애매하게 걸쳐져 있어 운전자들이 헷갈려 하니 위치를 시정해 달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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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안 바뀐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48년의 꾸준함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손씨는 2년 전 서울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구의역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대형 구조물 도색이 고쳐진 날을 기억한다. 38년간 그대로였던 빗금 방향이 손씨의 지속적인 건의로 바뀐 것이다. 손씨는 당시 도색 현장을 찾아 사진을 찍으며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일에 매달리냐"며 핀잔을 주던 아내부터 친구들까지 이젠 "여기 도색 방향이 잘못됐다" "여기 표지판이 잘못됐다"며 제보를 한다. 손씨는 "조금씩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첫댓글 이런 분들 덕분에 세상이 안전해지는 거죠. 감사합니다. 관심있게 봐주시고 건의도 해주시는거요.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대대로 복 많이 받으세요.
이타적인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긔. 번거로움과 수고로움 마다않고 건의해주셔서 감사하긔. 기사님덕분에 안전하게 도로를 누비는 수 많은 사람이 있긔.
건강하시긔!
글쓴 쏘드님도 좋은기사 공유해주셔서 감사하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