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타계한 패션 거장 이브 생 로랑을 그리워해서일까?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그의 시그너처 룩이었던 르 스모킹 수트를 오마주하는 방법으로 그를 추모했다. 완벽하게 재단된 테일러드 재킷과 화이트 셔츠, 슬릭한 팬츠 등을 통해 21세기형 워킹 걸로 재현한 것. 게다가 패션 월드에 강력하게 불어닥친 80년대 인스피레이션은 르 모스킹 수트에도 여지없이 투영되었다. 어깨 부분에 패드를 넣은 듯 재킷의 숄더 부분은 각지고 풍성해졌으며, 팬츠의 허리는 하이 웨이스트 라인으로 올라갔고, 심지어 올봄 ‘잇’ 아이템인 점프 수트로까지 변형되었다. 80년대와 팬츠 수트의 경계선에서 가장 영리한 해답을 찾은 디자이너는 스텔라 매카트니이다. 불황에도 매출이 6배나 오르는 기염을 토한 그녀는 남자친구의 재킷을 입은 듯 딱딱한 숄더 재킷에 크롭트 팬츠를 매치했으며, 셔츠 대신 헐렁한 화이트 셔츠를 입어 쿨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랑방이 선사한 워킹 걸은 좀더 정중하다. 우아한 새틴 블라우스에 H 라인 스커트나 크롭트 팬츠를 입고, 한손엔 큼직한 클러치 백을 들어 격식있는 오피스 룩을 선보인 것. 물론 당장 사무실로 직행해야 할 것처럼 완벽하게 성장한 오피스 룩은 고루하다. 테일러드 재킷에 발맹의 터프한 아이스 데님 진을 매치하거나 엄격한 화이트 셔츠 대신 알렉산더 왕의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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