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표된 코스피 블랙리스트는 총 26차례에 달한다. 2주 간격으로 발표되는 블랙리스트에는 어떤 종목들이 있었을까? 블랙리스트의 유구무구한 역사를 살펴보면 최근의 주가흐름이 어땠는지, 또 부진한 업종이 어디인지 대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주의사항: 블랙리스트 분석 대상은 코스피 시총상위 25개 종목들에 국한된다. 이 중 삼성전자 우선주와 현대차 우선주는 제외된다.)
1차 블랙리스트 선정 종목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KB금융, SK이노베이션, LG전자, LG디스플레이
2차 블랙리스트 선정 종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LG전자, LG디스플레이
3차 블랙리스트 선정 종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롯데쇼핑
4차 블랙리스트 선정 종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5차 블랙리스트 선정 종목
신한지주, KB금융, SK텔레콤, 롯데쇼핑
26차 명단에 있는 종목들 중 오늘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종목 몇개를 꼽아봤다.
-삼성전자
한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 대한민국의 자존심(물론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글로벌 IT업계의 최고 기업, 코스피를 좌지우지하는 슈퍼 파워. 바로 삼성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어찌 이 지경이 됐을까.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추이
주가는 매일 그 얼굴을 바꾸는 고약한 존재다. 어떤 때는 갈대처럼 흔들리는 여성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고집불통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남성의 모습을 보인다. 물론 삼성전자 주가도 예외가 될수 없다. 오르고 떨어지는 것 자체에 대해서 뭐라 할 사람은 없다.(물론 여기에 인간의 주관을 개입시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삼성전자가 코스피를 좌지우지하는 대장주의 위용을 잃어버렸다는데 있다. 코스피가 상승할 때도 하락하고, 하락할 때도 '당연히' 하락하는 무기력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 필자도 이런 현상을 누차 지적했다. 24탄 이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교하는 내용을 자주 실었던 것. 어떤 때는 2등주로 취급받는 SK하이닉스를 메인으로 삼고 삼성전자는 말 그대로 '양념'격으로 간단히 다루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하락은 더 이상 눈뜨고 봐줄 만한 상황이 아니다. 박스권 돌파에 매진하고 있는 코스피에(그것도 3번이나 시도했다.)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만 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의 작태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원성을 불러 일으키기 이미 충분한 레벨에 도달했다. 주가를 지탱하는 펀더멘털, 수급, 안에서는 샤오미와 밖에서는 애플과 벌이는 경쟁 등등 이 모든 것은 일단 잊어버리자. 코스피와 삼성전자의 관계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1)코스피를 박스권에 가두고 있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으며, 2)그나마 차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동일업종 내 2, 3등주를 끌어내리는 '물귀신'역할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근간, 즉 수급과 변동성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현재 꼬여도 너무 꼬였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누차 강조했듯 삼성전자 주가를 움직이고 있는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기관의 주력업종 교체와 더불어 외국인들이 이를 철저히 활용하는 매매행태를 유지하는 한 이 종목의 반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단 당신이 철두철미한 가치 투자자라면 이 얘긴 다소 안 맞을 수 있겠다. 여하튼 오늘 명단에 포함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중공업 브라더스의 블랙리스트 포함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게 아니다. 문제는 두 종목의 차별화 여부다. 이유는 간단하다. 9월 1일 삼성중공업과 관련된 쇼킹한 뉴스가 발표됐기 때문. 바로 삼성엔지니어링과의 전격 합병 발표였다.
솔직히 필자는 이 소식을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엄밀히 말해 소식이라기보다는 소문이었다.) 부진에 빠진 조선업종이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하고 계신 분이라면 잘 알 것이다. 합병 소식을 전후해 삼성중공업 주가가 어떤 추이를 그렸는지 말이다. 아래와 같다.
합병 발표 전후 삼성중공업 주가 움직임(화살표가 9월 1일)
현재 움직임은 상승이라고 보기 애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종목에서만큼은 상승이 하나도 안 중요하다. 일단 하락을 멈추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이런 보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중공업 주가의 하락세는 일단 멈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위 그래프의 저점과 고점을 서로 비교해보라.)
물론 이것은 단순히 주가 일봉상으로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또 다른 형제종목, 현대중공업 주가가 빌빌대고 있는 것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현상이다.(굳이 현대중공업 주가 그래프를 등장시키진 않겠다.) 블랙리스트 시리즈를 꾸준히 봐온 사람이라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항상 동반출연(?)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둘은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매번 같이 움직였던 것이다.(필자가 두 종목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처음 등장시킨 건 주가 하락이 시작된 작년 겨울 무렵부터였다. 그 이후 두 종목 중 하나만 등장했던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이제 둘 사이의 관전 포인트는 1)삼성중공업발 나비효과가 과연 현대중공업에도 미칠 것인가?, 2)중공업 브라더스는 과연 해체할 것인가?로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시기로 예정된 12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다. 또 두 회사의 시총비율은 3:1이 채 못된다. 하지만 합병소식이 전해진 이상 이제 삼성중공업을 단지 배 만드는 회사로 치부하는 투자자는 단 명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둘은 슬슬 제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단 삼성엔지니어링도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기에 정말 '뜻하지 않게' 현대중공업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 이 점을 감안하여 오늘 리스트 포함여부를 지켜보자.
곧바로 2주 전 올린 26탄 블랙리스트의 수익률을 검증해보겠다.
*수익률 검증
지난 26탄에서 필자가 찍은 블랙리스트 종목은 6개였다. 이들의 수익률은 어땠을까? 지난 26탄 블랙리스트 종목들의 비교 시작점은 8월 22일 종가다. 먼저 공개할 그래프는 그로부터 2주가 지난 뒤인 지난주 금요일, 즉 9월 5일까지의 수익률 흐름이다. 비교대상은 언제나 그렇듯 코스피다.
코스피 vs 블랙리스트 수익률 비교
(2014년 8월 22일~9월 5일, 빨간선이 코스피)
26탄에서 고른 블랙리스트 종목들은 코스피보다 오히려 0.11% 앞서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0.11%라...정말 아슬아슬한 차이로 빗나가고 말았다. 솔직한 맘 같아선 무승부로 처리해도 될 만큼 백지장 한장 차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코스피보다 더 부진했어야 하는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소임을 다 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패배인정이 불가피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석패라 표현하고 싶다.
이번에는 반대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들의 수익률을 살펴보겠다. 항상 얘기하지만 블랙리스트의 최대 목적은 '코스피보다 저조한 수익율을 보이는 종목들을 골라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블랙리스트에 속하지 않는 종목들이 블랙리스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게 좋다. 여기에 이들 종목이 벤치마크인 코스피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석패를 거뒀기에 여기서만큼은 조금 체면치레를 하고 싶다.
25차 블랙리스트 이외 종목들의 수익률 순위
분석 대상 종목들 전체 수익률 순위
(주황색은 26탄 블랙리스트, 비교구간은 위와 동일)
위 표로 알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봤다.
1. 그나마 코스피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건 SK이노베이션과 삼성전자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비록 종목숫자에서는 완패했지만(단 2개) 둘의 수익률이 아주 부진했기에 코스피보다 많이 앞서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2. 수익률 하위 1~3위 종목들을 골라내는데 실패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던 SK하이닉스의 부진이 놀라울 따름이다. 반대로 중공업 브라더스의 호조는 정말 예상 밖이다. SK의 수익률은 그냥 눈감아 줄 정도였다.
3. 검증의 기준이 되는 코스피 수익률 순위가 거의 정중앙에 있다. 이번 검증결과가 코스피와 거의 막상막하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4.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에 드디어 공동운명체가 됐다. '중공업 브라더스'에 이어 '전자 브라더스'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도 코스피보다 낮아졌다. 전기전자 업종의 몰락이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5. 운수장비 중 자동차 업종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같은 처지였던 중공업 종목들의 선전에 더욱 초라해 보인다. 사실 필자가 이들 종목(현기차, 현대 모비스)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이유는 '중립' 그룹에 속했기 때문이다.
6. 패자가 있으면 승자도 있는 법. 최대 승리자는 은행업종 주식들이었다. 사실 이들의 대박조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감지됐다.(비공개 글에서 밝힌 바 있다.) 다음으로는 경기방어주를 들 수 있겠다.
7. 지난 2주간의 성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오리무중'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었던 전기전자 업종의 몰락, 그리고 금융업종의 호조 지속까지. 시장흐름이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주동안 발생했던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일장춘몽에 그칠 것인가? 오늘 발표되는 리스트가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27차 블랙리스트 명단공개다. 종목명 밑에 간단한 설명을 달아놨다.
*27차 블랙리스트(9월 5일 종가기준)
1. 현대중공업
-지난 2주간 코스피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기록함으로써 필자를 당황케 만들었다. 이런 경우는 진짜 오랜만의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에도 이 종목을 제외시킬 생각이 절대 없다. 주가가 단기 하락추세에서 벗어나려면 수급과 변동성이 크게 나아져야 한다. 이 종목처럼 둘 다 완전히 망가진 상황에서는 변동성보다는 수급 개선이 먼저다. 하지만 현재 수급은 절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기관이 요 며칠 사들였지만 이는 '새발의 피' 수준에 불과했다. 아래 그래프 연두색선을 움직이는데 실패했다는 뜻.
-온갖 주식사이트 게시판에서 이 종목을 사야한다고 주장했던 사이비 전문가들도 이제는 지쳐 포기한 거 같다. 최근 이런 글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제 단기 바닥이 도래하지 않았나...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가치투자 기준으로 본다면 2분기 PER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최근 몇년간 이 정도로 높아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본적 분석일 뿐이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오늘 블랙리스트에서 뺄 이유가 전혀 없다. 지난 2주간의 수익률은 감안하지 않고 분석한 결과다.
파란선: 주가/ 연두색선: 수급+변동성
2.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더불어 필자의 뒤통수를 쳤던 종목. 이 종목에 대해 필자가 계속 강조하던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현대중공업보다 낫다는 거였다. 연두색선만 봐도 현대중공업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최소한 바닥을 기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오늘 명단에 포함시켜야 하나 무척 고민이 됐다.
-지난 글(8월 25일 작성)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변동성이 가라앉으면 마땅한 방책이 없다. 조선업종 내 큰 쇼크가 발생한다던지 혹은 삼성그룹 내 특별한 이슈가 발생한다면 모를까 웬만해선 방향을 바꾸기 쉽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9월 1일에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현재 주가는 그 이후로 지지부진이다. 합병이 삼성중공업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부정적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뉴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삼성중공업의 수익률 호조(vs 코스피) 및 연두색선의 하락멈춤 현상에는 합병 소식에 따른 변동성 증가(물론 뉴스를 전후해 사고 파는 단타 차익거래였다.)가 큰 역할을 했다. 물론 현대중공업과는 수급구조가 완전히 달랐다는 점도 삼성중공업 주가에 한층 유리하게 작용했다.(둘의 주체가 어떻게 다른지는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즉 잠자고 있던 수급구조의 코털을 건드린 게 변동성이었다는 뜻. 그 결과 연두색선은 장기간 이어온 하락을 멈추고 나름의 반등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를 탈출하기에는 2%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필자의 고집으로 포함시키고자 결정했다.
-그렇다면 삼성중공업의 블랙리스트 탈출 움직임이 현대중공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필자는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삼성중공업이 점점 좋아진다고 해서 좋은 종목으로 탈바꿈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향후 2주내 단기바닥을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현대중공업에도 간접적 영향은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게 블랙리스트 탈출이라면 엄청난 경사겠지만 이는 두 종목이 굿리스트로 편입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 미리부터 김칫국 마실 필요는 없겠다.
3. SK이노베이션
-누군가에겐 박카스가, 또 누군가에게는 동부화재 프로미가 힘이 되어 주겠지만 필자의 블랙리스트에겐 이 종목만큼 힘이 되어 주는 종목이 없다. 한때 애증을 주고 받았지만 이제는 어엿하게 효자종목(?)으로 성장했다. 이제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이 종목이 안보이면 약간 불안해질 정도다. 지난 2주간 수익률 -4.19%를 기록함으로써 필자의 체면을 단단히 세워주었다.
-2주 전에는 수급이 조금 나아지기라도 했지 이번에는 도로 악화되고 말았다. 정말 답이 없는 종목이다.
-변동성이 나아지면 주가도 반드하겠지만 아직 그럴만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4. SK하이닉스
-연두색선을 보시길. 중간에 툭 튀어 나온 부분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연결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제대로 붙고 있다. 외국인이 기관의 매도를 적절히 커버해주고 있지만 변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사실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주가는 고점을 낮춰갈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수급쪽 상황이 괜찮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삼성전자와 전기전자 업종을 이끄는 쌍두마차란 점, 얼마 전까지 삼성전자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나름의 희망을 가지게 만든다.(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니 SK하이닉스는 반대로 움직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툭 튀어 나온 부분이 일시적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이 종목에도 일단 1차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와 더불어 전기전자 업종의 몰락을 부채질할 확률이 매우 높다 하겠다. 물론 시총 비중에선 삼성전자와는 상대가 안되지만. 지금은 좁쌀 하나라도 더 보태져야 하는 시기다.
-좀 더 길게 보자면 이 종목이 혹시 SK이노베이션화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단기적으로는 몇번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고점을 점점 낮춰가는 하락 패턴 출현이 염려스럽다는 뜻.
5. LG화학
-갑자기 퍼붓는 폭우보다 조금씩 옷을 적시는 가랑비가 무서운 법이다. 이유? 폭우가 내리면 누구나 피를 피하던지 우산을 준비하지만 가랑비의 경우 우습게 여기고 돌아다니다 나중에 흠뻑 젖은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왜 '가랑비에 옷젖는다'란 속담도 있지 않던가. 현재 이 종목에 딱 들어 맞는다. 중공업브라더스만큼 화려하지도, SK이노베이션처럼 필자를 웃고 울린 종목이 아니지만(물론 올해 봄까지 이 종목은 질리도록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었다. 오죽했으면 필자가 LG화학에 다니는 지인들에게 위로 문자를 보내주자고 제안했겠는가?) 8월 초를 기점으로 주가가 슬금슬금 빠지고 있다.
-변동성은 8월 초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수급. 주가를 지탱하는 매수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으니(그게 기관에게 있던지 외국인에게 있던지 간에) 주가는 슬슬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 이게 눈에 띌 정도로, 또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향후 2주 동안에는 오히려 더 좋아질 수도 있겠다. 바꿔 말하면 이 종목을 포함시키는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것.
-그럼에도 굳이 포함시키는 이유는 수급구도 악화가 고착화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 종목의 경우 한번 추세가 정해지면 별 다른 어려움(?)없이 계속 밀고 나갔었다. 자연스레 SK이노베이션이 떠오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6. 삼성전자
-여전히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 가치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분명 메리트 있는 구간에 돌입했다. 하지만 주가는 가치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기관의 매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 수면 아래 위치한 빙산의 몸통은 바로 외국인들이다. 이들의 선물과 프로그램 수급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주가회복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시장이 위로 튀든, 아래로 튀든 전체 시장의 수급구도가 크게 요동쳐야 비로소 살 길이 보일 것이다. 시중 전문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지지가격, 저항가격이 무의미한 상황이다.
7. NAVER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 종목. 등락이 어지럽게 연출되고 있기에 확실한 판단기준이 없다면 손실입기 안성맞춤인 종목이다.
-수급과 변동성이 동시에 나빠지고 있다. 오늘 등장한 다른 종목들의 경우 두개가 동시에 악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종목만큼은 예외다.
-지지선이 강력하게 형성된 바, 조만간 반등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필자에게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지만 일단 주의를 기울여보자는 측면에서 포함시키려 한다.
*최종정리
-오리무중. 이것만큼 오늘 결과를 말해주는 단어는 또 없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동시만기일이 아니라 환율과 채권시장이다. 특히 스왑금리 쪽을 보면 답이 나오겠지만 일반인들이 파악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 글은 9월 5일 종가 기준으로 쓰여졌습니다. 향후 주가, 변동성, 수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양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