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발표했던 '신혼부부 주택공급' 대선 공약이 도입된 지 3개월만에 전면 수정을 하게 됐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문제점들이 현실로 나타나자, 국토해양부가 관련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신혼부부용 주택공급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의 일반공급 물량 가운데 30%를 우선 분양하는 제도다. 결혼한 지 5년 이내의 자녀 1명 이상을 가진 사람이며, 연간 소득이 3075만원(맞벌이일 경우 441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서울이나 수도권처럼 평당 분양가가 높은 곳에서는 애초 '그림의 떡'이었다.
최근 신혼부부 특별공급 90가구를 내놓은 강남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는 2가구만 신청했다. 저조한 신청률보다도 그 2명이 누구일까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양가 7억원을 웃도는데다 내년 7월까지 그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연소득 3075만원 이하의 신혼부부에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벌어들인 돈을 한푼도 안 쓰고 모은다고 해도 꼬박 20년 넘게 걸린다. 부모가 돈을 내주거나, 소득을 속여서 신고한 고소득 자영업자나 전문직인 신혼부부가 아닌 이상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반포 래미안에 앞서 19가구를 공급한 서초스위트는 단 한 가구도 신청하지 않았다. 아니, 신청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이는 비단 서울 강남뿐만이 아니다. 102가구를 공급한 청라지구 서해그랑블도 12가구만이 신청했다. 80가구를 공급한 안성경동메르빌도 경쟁률 0대1이다. 민간부문 청약률만 저조한 게 아니다. 주공이 최근 3개월 동안 공급한 임대물량도 1326가구 가운데 519가구만 신청했다. (※ KBS <개그콘서트> 황 회장 버전으로 "이거 누가 그랬을까?"라고 묻고 싶다.)
MB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공약은 시행 전부터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당시에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기울이지 많고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시행해보니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깨닫고 부랴부랴 개선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야말로 '졸속 공약'에 '땜질 처방'을 한 것이다. 그 사회적인 손실 비용은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아닌 처방도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보여 더욱 안타깝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명박 후보의 '신혼부부 주택공급' 공약 문제점을 홍준표 후보(현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강력하게 문제제기했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해 6월 28일 정책토론회에서 "이명박 전 시장의 신혼부부 주택공급 공약은 정밀하게 계획된 공약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처럼 무대뽀(막무가내) 공약"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저격수' 홍준표, 이번 타깃도 이명박
8일 부산에서 한나라당 예비 대선후보들 간 교육·복지 분야에 대한 정책 비전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의원은 '저격수'라는 자신의 별명에 걸맞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당혹스럽게 하는 질문들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중간 생략) 홍 의원은 이어 "이 후보가 '주거복지' 분야 공약에서 신혼부부에게 아파트 한 채씩을 줄 수 있다 말했는데 신혼부부가 1년에 얼마나 탄생하는지 파악하냐"는 돌발 질문을 했다. 이 전 시장은 곧바로 "2만세대다"라고 말했으나 이 수치가 틀렸던 것.
홍준표 의원은 "1년에 신혼부부가 25만6천쌍 탄생한다. 이들에게 집을 주려면 동탄신도시의 주택 모두를 지원해도 안된다. 해명해 달라"고 질문했다. 이 전 시장은 "앞서 2만 세대라고 한 것은 연단위가 아닌 월단위였다"고 일단 해명
한 뒤 "25만 세대가 결혼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3~5만 세대에 지원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신혼부부에게 전부 주면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집을 사냐"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처럼 전부 따져서 정밀한 계획을 짠 것이 아닌 '무대뽀' 공약 같다"고 맹공격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다시 "지금까지 정부가 주택 물량을 너무 억제했고, 대형평수 위주로 공급이 됐다"며 "앞으로 새 정권은 큰 평수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시장경제에 맡기고, 서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아파트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뉴스24> 2007년 6월 8일자 보도)
당시 홍준표 후보가 제시했던 '반값 아파트'도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찍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명박 후보의 '신혼부부 주택공급' 공약도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지난해 홍준표 후보가 MB의 공약을 보고 "정밀한 계획을 짠 것이 아닌 '무대뽀' 공약 같다"고 지적했을 때 좀더 귀를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누가 그랬던가.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지킬까봐 두려웠던 적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러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공약 불이행에 대한 대사면 조처를 해줘야 할 날이 오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첫댓글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지킬까봐 두려웠던 적도 이번이 처음/// 저의 요즘 심정입니다!! 걍 공약 따위는 무시했으면 좋겠구먼...ㅋㅋㅋ
ㅋㅋ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