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스런 여자
송순자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혼자서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개성이 강한 편인가? 자존감이 높은 것인가? 관계안에서의 갈등을 피하기 위함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책도 둘이 보다는 혼자서 하는 것이 좋다 사색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관람도 그렇다 관람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누군가 이런저런 말을 하면 집중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꽃 구경도 천천히 충분히 보고 향기 맡아보며 꽃의 생김생김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데 일행과 함께 움직이다 보면 수박 겉 핱기식이 되어 아쉬움을 뒤로 한채 일행을 따라간다 그래서 나홀로 행동하는 것이 대부분의 일상이다.
아이쇼핑를 한답시고 지인들과 함께 따라나섰는데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사지도 않으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만져보는 것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가게주인의 기대감만 주는 것은 실망이 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다. 이러다 보니 지인들과 함께하기보다는 홀로 하는 일이 많다
나는 오늘도 홀로 사우나를 갔다.
사우나에서 나는 많은 사례를 목격한다.
물을 바닷물 쓰듯이 하는 사람, 입장료 내고 들어왔으니 그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여간 마땅치 않다 갈 때까지 샤워기를 틀어놓고 비누칠을 하고 때를 미는 사람, 샤워를 하지도 않고 풍덩 탕 속으로 들어오는 사람, 머리도 감지 않고 풀어헤치고 들어오는 사람 21세기를 살아가고 대중 목욕탕이 생활화 된지도 오래 되었건만 아직도 매너가 없는 사람을 볼 때면 난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꾹 참고 있자니 말이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한마디로 지적질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들만의 목욕방법인데 내가 망치는 꼴이 될 것이다
태평스런 여자도 아니지만 목욕을 통하여 심신의 피로를 해소하는 사람이다. 편안하게 명상하듯이 하고 싶은데 내 눈에 들어오는 마땅치 않은 것들 때문에 마음이 산란하고 목욕 기분을 망칠때가 있다
나의 유일한 휴식이라면 휴식인데 이러한 일로 기분이 언짢아진다.
때로는 운 좋으면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들을 볼 때가 있다 그야말로 조각처럼 빚어 놓은 것 같다. 목욕하는 많은 여성들이 조각 같은 여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조각 같은 여성은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수많은 시선을 느꼈을 것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예술 조각이다 망처버린 기분까지 밝아진다.
흐뭇하고 다정한 모습들도 눈에 뜨인다. 연로한 어머니를 중년의 여인이 어머니를 닦아드리면서 좋은 시간을 함께하며 목욕을 즐기는 모습은 보기 좋다.
나도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자주 왔었는데.
대중 목욕탕은 여인들의 천국이라 할만하다 많은 여성들이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목욕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몸에 조인 옷에서 자유러워지는 것이다. 답답하고 꼭 낀 속옷 브레지어를 벗어던지고 물 만난 고기처럼 물을 즐기는 것이 낙원이 아닐 수가 없다.
많은 조각 예술가들이 여성을 조각하고 싶어하는 것도 여성의 아름다움 때문이고, 그 신비함은 조물주의 위대함이다. 남성의 누드조각 앞에서는 획 지나가며 관람하지만 여성의 누드 조각 앞에서는 마냥 보고 있을 때가 있다 여자가 여자를 봐도 그 아름다움에 넋이 빠진다.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눈앞에서 알몸으로 지나간다.
나는 단 한번도 조각같은 몸을 만들어보지 못했다 부러울 뿐이다
늙어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과대 광고이고 거짓임이 분명한데도 다이어트 시장은 불황을 모른다고 한다.
독일에 다이어트로 유명한 전문업체가 있는데 이 회사는 다이어트를 하고자 방문한 사람의 나체사진을 찍어서 본인이 볼 수 있도록 집안 곳곳에 붙여두고 스스로 보게 한다는 것이다 그 효과가 성공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만한 합리적 다이어트 방법일 것 이라고 생각한다 비만해진 자신의 나체 사진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모든 여성들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을 누가 뭐라할 수있는가 화가들도 여신의 누드 그림을 많이 그린다.
목욕탕의 모습을 만약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에덴동산의 풍경이 문득 떠오른다.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볼 수 없는 여성의 신체를 목욕탕에서만은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다 솔직히 여성이 여성의 살아있는 누드를 보는 유일한 장소이다. 목욕탕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벗어야 하고 걸치고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세신하는 아주머니들만 손바닥만 한 팬티를 입고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엄마와 아이가 들어온다 생활스타일과 먹는 것이 같기 때문인지 아이까지 비만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부모의 책임이 크다 소아비만이 늘어 가고 있는추세다. 은근히 아이가 걱정된다. 독일의 다이어트 방법을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목욕을 와서 별걱정을 다하고 있다
어쩌다 목욕탕에서 우연히 지인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감출게 없는데도 마치 비밀스런 것을 들켜버린 것처럼 움칠 놀란다. 늘어난 배를 손으로 가리고 멋쩍게 웃으며 서로를 순식간에 탐색을 하고 안부를 묻기 시작한다. 다 벗어버린 몸을 바라보며 서로가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럭셔리하게 생긴 여성이 자신이 하고있는 일을 자랑삼아 얘기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이다. 참 특이한 대화법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똥을 맨손으로 만졌는데도 아무러지 않듯이 말이다.
부부의 성생활 얘기를 리얼하게 하는데도 “식사해요.”하는 자연스런 말처럼 한다. 감정이 배제된 대화 방법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면서도 그녀의 말에 스며들었다 그 대화가 어색하지 않았고 나도 응답해주었다 기혼자들의 공통점이긴 해도 말하기 쑥스런 얘기를 재미있게 그녀는 말 했다 공통점에서 시작된 수다는 서로를 친밀하게 해주었다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대화를 주고받고 하다보니 긴 시간이 지나갔다 혼자도 좋고 둘이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에 사우나 갈 때 함께 가자며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쿨하게 주고받았다 그녀도 나도 사우나를 즐기는 태평스런운 사람이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