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1단지가 재건축을 완료하고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로 재탄생하여 입주를 시작하기까지 이제 보름도 남지 않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가는 여전히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요, 이는 올해 전세가 하락에 따른 역전세 심화로 매매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연초에 전망한 제 주장이 틀렸음을 의미합니다.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를 복기를 해야 될텐데요.
우선 서울 아파트 전세가에 영향을 주는 수도권 입주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반기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동으로 분석하여 발표하는 아파트 입주 물량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은 23.1만여호에 달해 2018년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데다,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도 2018년 17.9만호 → 2019년 21.9만호 → 2020년 21.9만호 → 2021년 23.6만호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2023년 입주 물량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은 9월까지 10.3만호에 불과했습니다. 12월까지 비슷한 비율로 입주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은 13.8만호에 그칠 전망입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전망치의 60% 수준에 그치는 셈입니다. 착공 물량이 2021년까지 증가하고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이는 곧 기관의 예상보다 상당 부분 입주가 지연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최근 연도별 수도권 입주 물량이 2019년 19.5만호, 2020년 19.4만호, 2021년 19.0만호, 2022년 17.6만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 입주 물량이 13.8만호에 그칠 경우 당연히 전세가는 상향 곡선을 그리는게 맞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또 한 가지는 강남3구 입주 물량이 많을 경우도 상승장에 부담이 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8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2,990호), 11월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호) 입주에 따른 물량 부담이 만만치 않아 전세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실상은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 직전까지도 전세가 상향 곡선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에도 전세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강남권에 원래 수요가 많아서 그렇다는 기사나 주장도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로 생각됩니다. 강남권은 수요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가 잘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나, 시기에 따라 대규모 입주장에 대한 반응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서울내 3,000세대 이상 대단지 입주때를 돌아보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2009년)ㆍ반포 자이(2009년)ㆍ도곡 렉슬(2006년)ㆍ트리지움(2007년) 입주장때 전세가는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엘스ㆍ리센츠ㆍ파크리오(2008년)와 헬리오시티(2019년) 입주장때 전세가는 하락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2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첫번째로는 반포 래미안퍼스티지ㆍ반포 자이ㆍ도곡 렉슬ㆍ트리지움의 세대수는 약 3천호 내외입니다만 엘스ㆍ리센츠ㆍ파크리오와 헬리오시티는 5천호를 넘어섭니다. 즉, 강남권은 수요가 많아서 3천호 내외의 입주 물량은 견뎌낼 힘이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엘스ㆍ리센츠ㆍ파크리오는 안그래도 덩치가 컸는데 심지어 한달 단위로 입주를 이어가면서 물량 폭탄의 강도가 더했죠)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6천호를 넘어서는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장이 눈앞에 있지만 이번에는 전세가가 흔들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두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그간의 추이입니다. 우선 2003~04년 전세가가 하락했고, 그 이후인 2005~06년에 전세가가 급등한 후 2007년 트리지움이 입주하면서 상승폭이 축소되더니 2008년 엘스ㆍ리센츠ㆍ파크리오 입주장때 전세가가 급락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연간 기준으로는 2009~18년의 무려 10년간 전세가가 오른 후 헬리오시티 입주로 2019년에 하락을 맞이한 부분입니다.
즉, 그동안 전세가 상승 기간이 길었거나 상승폭이 컸다면 대규모 입주장때 타격을 받았고, 전세가 상승 기간이 짧았거나 상승폭이 작았다면 대규모 입주장때 타격을 안 받았거나 덜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세가 역시 급등 내지는 장기간 상승은 필연적으로 피로도가 누적되기 마련이며 이것이 대규모 입주장때 취약성을 노출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상황을 돌아보면 2022년 전세가 급락으로 2020~21년 전세가 급등에 따른 버블이 해소되었기에 이러한 대규모 입주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보면 제 예상과 달리 올해 전세가가 버틸 수 있는 것은 ① 수도권 입주 물량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고 ② 2022년 전세가 급락에 따른 버블 해소 ③ 그리고 덧붙이자면 취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 규제 유지로 전세 공급이 더딘 점 ④ 빌라 전세 사기 사태로 아파트에 임차 수요 집중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2024년, 그리고 2025년 이후는 어떻게 진행될지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예측한 2024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임대를 제외하고 15.2만호입니다. 올해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고 예상해본다면 저 물량 중의 일부는 2025년으로 입주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2024년에는 2023년 입주 예정 물량 중의 일부가 넘어오는 물량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씀드린대로 2018년 17.9만호 → 2019년 21.9만호 → 2020년 21.9만호 → 2021년 23.6만호로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은 계속 늘고 있었기 때문에 2023년에 입주 물량이 줄어들었다면 결국 계획대로 입주하지 못해 2024년으로 넘어오는 물량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2024년 수도권 입주 물량은 15만호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그리고 이 물량은 2005~23년 평균 입주 물량 15.1만호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물량이라는 의미죠. 2024년에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호 내외로 역대 최저치 수준인데다 강남3구는 입주 물량이 없다시피한 수준으로 서울 전세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서울이 아닌 수도권 입주 물량과 깊은 음(陰)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2024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15만호 내외로 예상되기 때문에 서울 입주 물량이 매우 적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세가가 폭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전세가율은 2023년보다 2024년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울 부동산의 천장에 해당되는 강남3구 입주 물량이 2024년에 없다는 것은 천장이 열려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전세가의 양극화 심화를 예상해볼 수 있으나 2025년초에 입주가 예정된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1.2만호 물량은 2024년에 심해질 양극화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은 강남3구 입주 단지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으나 "강남3구"라는 개념을 지역적 의미보다는 서울 부동산의 천장 역할, 즉 고가 아파트를 상징하는 뜻으로 썼기에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준강남3구급은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나마 2025년 4월 입주 예정이었던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3,307호)와 6월 입주 예정이었던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잠실 진주 재건축, 2,678호)의 입주 연기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파급 효과는 줄어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수도권 착공 물량이 2021년 23.6만호에서 2022년 14.0만호로 급감하기 때문에 2025년 수도권 입주 물량도 급감할 것이 예상되었으나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많이 착공된 물량 중 일부가 계획보다 공기가 지연되면서 이월되고 있기 때문에 2025년 입주 물량도 2024년 대비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2026년이겠죠. 2023년 9월까지 수도권 착공 물량이 불과 4.7만호에 불과해 남은 기간 동안 비슷한 비율대로 진행시 2023년 착공 물량은 6.3만호로 급감하여 2021년 착공 물량의 4분의 1 토막, 2022년 착공 물량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하기 때문입니다. 이정도면 전년에서 넘어오는 물량이 있다 하더라도 공급 부족을 메울 수 없는 수준이기에 전세가 급등 가능성이 높고 전세가율 상승에 따른 매매가 밀어올리기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틀린 부분에 대한 복기, 그리고 전망이 변경될 경우 이유 설명에 주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