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32. 숲은 재미있는 천연 헬스클럽 – 나의 신체 건강 활동 점수는?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현대 사회는 사람들이 움직일 기회를 빼앗는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운동할 기회가 없다. 모든 성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운동부족이다. 운동 중에서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이다. 언제든지 특별한 장비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걷는 것은 헬스클럽의 멤버십도, 골프할 때의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다.
더구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체력과 능력에 맞게 운동할 수 있으며, 모든 사람에게 좋은 운동효과를 준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대화하며 걸어도 좋고, 때론 혼자 생각에 잠겨서 걸어도 좋다. 아마토는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에서 사람은 걸으면서 비로소 철학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걷기의 건강 효과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걷기는 만병통치약이자, 건강한 삶의 비결이다. 먼저 걷기는 심장과 폐를 튼튼히 해준다. 모든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이 그렇듯이 걸을 때는 온몸에서 요구하는 혈류량이 평상시의 5배 정도 된다. 또한 이때 온몸으로 산소를 빨리 공급해 주어야 하므로 폐도 활발히 움직인다. 이런 연유로 걷기는 심장과 폐 기능을 튼튼하게 한다.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꾸준한 걷기는 관절을 자극하여 연골을 강하게 하고 새로운 연골 조직을 만들어 냄으로써, 점점 약해지는 관절을 보강하고 튼튼하게 한다. 뼈에도 마찬가지 효과를 주어 골밀도를 높이므로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섭취한 칼로리를 소비시켜 비만을 방지하는 것 또한 걷기의 큰 장점이다. 이렇게 걷기는 웬만한 현대 성인병 또는 생활습관병을 예방할뿐더러 성인병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가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8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30~60분씩 주 4~5회 걷는 사람은 걷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60퍼센트나 낮았다고 한다. 규칙적으로 걷기만 해도 사망률을 60퍼센트나 낮춘다니 걷는 것이 생명 연장의 보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걷는 것이 암을 퇴치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공중건강센터에서는 442명의 난소암 환자와 2,135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동이 암 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비교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60분간, 일주일에 5회 걷거나 골프 같은 적절한 운동을 한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30퍼센트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한 여성들은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낮아지는 대신 이 호르몬이 난소 세포의 발달을 가져와 암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건강뿐만이 아니다. 걷기는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기분을 전환시켜 주며, 에너지를 충전시킨다. 기분이 침울할 때 걷기는 그야말로 효과적인 약이다.
숲에서 걸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숲에는 흥미롭고 오감을 자극하는 온갖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산소, 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경치, 새들의 멋진 노래, 온몸을 부드럽게 휘감아 도는 미풍, 피부를 간질이는 듯한 포근한 햇살…. 이런 것들이 숲 속에서 행복하게 걷게 한다. 또한 숲길은 지형이 다양해 몸의 각 부분을 이용하는 적절한 운동 효과를 가져다준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으며, 때론 몸의 균형을 잡아야만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몸에 적절한 운동 효과를 준다.
몸이 피로해진다 싶으면 숲의 나무 등걸에 앉아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재미있다. 언뜻 스치는 바람은 저쪽 산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곳의 나무와 돌에게 들려주고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흐르는 한줄기 바람은 가슴속을 파고들어 관능을 자극한다. 숲에서 번지는 원초적인 천연 냄새는 폐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상쾌함을 준다.
운동 효과 면에서도 숲에서 걷기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 자연스럽게 강약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에서 연구된 결과를 보면 강도 높은 운동을 장시간 계속 하는 것보다 중간 중간 강약을 조절하면서 하는 운동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스티브 부부 교수팀은 비만 여성 45명을 대상으로 8초 동안은 힘껏 페달을 밟고 12초 동안은 가볍게 밟는 운동을 반복하게 한 결과, 보통 속도로 40분 동안 쉬지 않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보다 3배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것은 운동의 강약을 조절할 때 몸속에 생기는 카테콜아민이라는 화학물질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피부와 근육에 들어 있는 지방을 더 많이 연소시키기 때문이다.
숲에서 걸으려면 항상 마실 물을 준비하는 게 좋다. 잘 알다시피 물은 우리 몸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충분한 물이 필요하다. 걸을 때 피부와 호흡으로 수분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조절되고, 몸속 노폐물이 땀과 함께 배출되어 신진대사를 비롯한 몸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숲에서 걸을 때는 특히 몸의 수분 소비가 많은데 제때에 수분이 보충되지 않으면 갈증과 더불어 탈수증까지 일으킬 수 있으니 마실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또한 몸에 물이 부족하면 뼈나 관절 사이, 세포와 세포 사이, 내장과 기관 등에서 일어나는 대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숲길을 걸으며 자주 물을 마셔 주는 것은 탈수를 막는 좋은 방법이다. 탈수 증세까지 왔을 때 물을 마시면 물을 과다하게 마셔 소화기에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
숲에서 걷기는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운동 효과까지 주기 때문에 좋다. 30대 이후가 되면 10년마다 근육량이 10퍼센트씩 감소한다. 운동을 중단하면 근력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줄어든다고 하니 지속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가장 효율적인 운동 방법은 꾸준히 하는 것이다. 숲에서 걷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규칙적으로 걸으면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정신적 안정과 일상의 행복까지도 가져다준다. 많은 사람이 시간이 없다고 변명하지만 식사는 하지 않는가. 걷기도 식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자투리 시간이라도 아껴서 걷는 습관을 들이자. 예를 들어, 점심을 일찍 먹고 20분 정도 걷는다든지 하면 좋을 것이다.
의지, 일관성과 지속, 그리고 흥미. 우리가 건강과 행복을 얻기 위해 산림욕을 하려면 필요한 것들이다. 가끔 기분이 내킬 때 숲에 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숲에 가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언제 어느 숲을 어떻게 갈 것인지 구체적인 스케줄을 짜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삼림욕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한 준비운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8~10분 정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몸이 충분히 풀린다. 이후 걷는 속도를 자연스럽게 높여 가면 되는데 자신의 몸 상태에 알맞게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걸을 때는 팔을 가볍게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걸으면서 또는 쉴 때 가끔씩 팔과 다리를 스트레칭 해주면 기대 이상의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산림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걷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천천히, 이후에는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속도를 내고, 마지막 10~15분 정도는 정리운동의 개념으로 천천히 걷는다. 마지막 천천히 걷기는 빠르게 박동했던 심장 속도를 늦추고 호흡도 고르게 해준다. 몸 상태를 평상시로 돌려놓는 것이 바로 이 단계이다.
산림욕은 빨리 걷거나 달리는 운동이 아니다. 따라서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 명심하자. 산림욕 목적은 오감을 열어 숲의 건강 물질을 흠뻑 흡수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동화하여 교류하는 것이다. 급경사진 길을 오를 때는 빨리 걷거나 뛰는 것 같은 운동 효과를 볼 수도 있으니 너무 ‘많이, 빨리’ 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