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가 아닌 다른 OS 사용자도 자유롭게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까? 아직 ‘변혁’이라고 부를만한 큰 결과는 없지만, 금융권은 조금씩 윈도우라는 ‘족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0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전자금융가입자수는 6월말 현재 7,100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3.4%인 240만명 증가했다. 그리고 이들 중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윈도우, 정확히 말하자면 IE에 탑재된 액티브X에 종속돼 있다.
MS 정책 따라 금융권 우왕좌왕
액티브X란 인터넷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자 PC에 자동으로 설치해 실행시키는 기술이다. 문제는 이것이 다른 OS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금융기관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으면 인터넷 뱅킹이 힘든 상황이 만들어 진 것.
따라서 한국 금융권은 MS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비스타의 액티브X 문제이다.
MS는 액티브X가 바이러스 유포 근원지로 이용되자 비스타에서는 보안강화 차원에서 그 권한을 크게 줄였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맞춰 액티브X 권한이 바뀐 비스타와 호완하지 못하는 사이트는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막았다.
이는 액티브X에 의존해 온 금융권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결국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정책조정회의까지 여는 등 유례없는 상황이 연출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를 보다 못한 윈도우 비 사용자들의 저항이 시작됐다. 고려대 법학과 김기창 교수가 이끄는 웹 표준화단체 ‘오픈웹’은 올해 1월 이용자 선택을 제한한다며 금융결제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들의 결단이다. 이들이 계속해서 액티브X 위주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소수의 윈도우 비 사용자들의 불만은 덮어지지 않는다.
물론, 1% 미만인 윈도우 비 사용자들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나, 소수에 대한 차별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업계에서는 “금융권이 먼저 윈도우 비 사용자들을 끌어안는다면 이들의 수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신한은행/농협 소수 OS 지원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과 농협은 윈도우 독점 탈피 노력을 보여 주목받았다. 큰 파도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선도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
신한은행은 2005년부터 애플과 제휴를 맺고 ‘EzPlus2.0 for Mac’이라는 맥 OS 사용자를 위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비록 20만명 정도의 소수 맥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지만 온라인 금융 OS 확대의 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협은 지난해부터 리눅스 사용자를 위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야심차게 시작했다. 이는 리눅스 PC 상에 별도의 미들웨어를 설치, 농협 인터넷 뱅킹 사이트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곧 리눅스 OS에 액티브X 에뮬레이터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농협 e-금융팀 최승욱 팀장은 “이는 신규고객 확보 취지도 있지만 공익성과 선택권의 차원을 더 고려했다”고 설명했다.<관련기사>
리눅스 사용자 모임 회원 서영준씨는 “농협이 리눅스 인터넷 뱅킹을 도입하면서 곧바로 계좌를 개설했다”며 “현재까지 특별한 불편 없이 리눅스로 농협과 거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눅스서도 「공인인증서」 가능해
금융보안 측면에서도 윈도우외 다른 OS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소프트포럼과 이니텍은 2005년부터 리눅스 사용자를 위한 인터넷 뱅킹 ‘공인인증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 소프트포럼은 브라우저 측면에서 파이어폭스와 넷스케이프로도 서비스를 확대시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포럼 이순형 상무는 “리눅스나 맥OS 사용자들로부터 서비스 개발에 대한 요청이 직접 들어왔다”며 “사용자가 아무리 소수라 해도 서비스 다각화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