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雪菊)을 따며, 춤사위는 없었다
-국향-미안하다 눈발 날려 쌓인 날, 고통을 헤쳐 꿋꿋하고 올차게 피어난 인내의 힘,
그걸 모아 모아 마음 펼치는 자리에 서면 고독의 앓음에서 일어나는 향을 맡아 꽃을 피울 거다.
그런 기대로 그런 희망으로 눈을 맞으며 눈을 비춰 손을 모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네 아픔을 내 기쁨으로 환치하고
그 기쁨을 너에게 전해줄 흥으로 스치고 지나가면, 향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잊지 않을 거란 우두머니,
너는 누구일까?
그 깊이로 들어가 한 송이 또 한 송이 따면서 눈에게 고마워 눈물에 젖었다.
그리고 그 향을 하얀 종이 위에 피운다. 눈 내린 들판이라며 그 위에 피웠다.
동글동글 모아서 서로가 어깨 기대도록 겹치고 겹치면서 따뜻한 입바람을 넣었다.
사랑하는 시정 앞에서 들판을 널찍하게 펼쳤다.
설국이 피어나고 산수 열매가 붉은 가슴을 토했다.
그러나 그 꽃향은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열매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렇게 그날은 가고 그 꽃향과 그 열매를 모아 꼭꼭 품는다.
애당초 마음 울릴 사랑이란 없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한 시심 쯤은 있으려니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히려 슬픔을 주었다.
그저 눈과 입을 홀릴 뿐이었다. 아니 홀리지도 못했다. 눈길 하나 멈추게 하질 못했으니 ~, 덧없고 빛 없는 허무다.
인제 그만 거둔다. 그만 가슴에 품고 국향에 시향을 안고 떠난다.
가을은 지고 겨울은 얼고 그래서
가을은 쓸쓸하고 겨울은 삭막하다고
아니다 그냥 그건 입이 하는 말
쓸쓸은 산등성이에서 휘도는 바람을 타고
삭막은 산모퉁이에서 바위를 끌어안는다
이제야 사랑을 품고 이별을 본다
그걸 본다
슬쓸과 삭막
모두가 산이다
돌아서면 바람결
돌아보면 바위 손
술렁일까 묵묵일까
쓸쓸과 삭막 그뿐이다
산등성이 벼랑이나
산모퉁이 바위나
재미있는 시의 춤사위는 없었다 -- 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