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두레박 셋
내 속에 숨어 있는 나
삼우 / 사교과(3학년)
운문사 수목원은 꽃피는 4월이면 이곳이 극락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답습니다.
길게 늘어진 수양버들 벚꽃처럼 이목소를 따라 길게 줄지은 노란 개나리꽃, 그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과 징검다리의 풍경들, 저마다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수놓아집니다.
자연을 볼 때 우리는 생긴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며 각자의 아름다움을 감상합니다.
사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 참 좋을 텐데요. 저는 말에 잘 끄달리는 편입니다. 그로 인해 제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그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맞 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 를 맞아 정초기도로 삼천배 3일 기도를 하게 됐습니다. 행자 때 백일기도 경험도 있고, 지난 철 '생사의 장' 에 이어 '자비참 기도' 를 회향하면서 안정된 마음 상태가 너무 만족스러웠던 저는 정초기도를 하라는 어른 스님의 말씀이 무척 반갑웠습니다. '백일도 했는데 3일 쯤이야' 하며 가볍게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저희 집 행자님이 백일기도를 끝내고 제게 막 습의를 받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대중 생활에서 지켜야 할 사항, 행자로서 익혀야 할 기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행자님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고, 또박또박 말대답하는 행자님의 말에 휘둘려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행자님의 묵언이 기본이며 할 수 있는 말은 딱 세 마디입니다. "예, 잘못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몇 번이고 자세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습의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시자스님께서 하라고 했습니다. 도감 스님께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라는 말을 앞세워 내 말은 듣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행자님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새중 때는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저는 말대답하는 행자님의 태도가 이해 되지 않았고 목소리만 들어도 화가 났습니다. 소임자 스님께서는 '한두 번 애기해서 안 들으면 그냥 두세요.' 라고 하시며 너무 애쓰지 말라 하셨지만 그 한두 번이 건건이 다른 것도 있엇고, 유난히 책임감이 강한 나는 저는 행자님의 습의는 학인의 몫, 즉 나의 몫이라는 사명감에 대충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보다 '기 센' 행자님 말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창피했지만 '절대 안 속아야지' 하면서도 계속 반응하는 제 자신에게도 화가 나 있었습니다. 얼마나 열을 냈는지 습의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기가 다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기도를 시작했으니 순조로울 리가 없었습니다. 기도 첫날 법당에서 천배를 마지치마자 습의에 대한 애기를 하는데 이번에는 대놓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행자님 태도에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큰 소리에 행자님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듯 했으나 제 마음은 더 심란했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들뜬 마음을 집중하려고 애썼지만 불쑥불쑥 올라오는 분별심과 분한 마음 때문에 첫날은 찜찜하게 기도를 마쳤습니다.
둘째 날은 행자님에 대한 번뇌를 철벽 방어해야 했기에 최대한 큰 소리로 부처님을 불렀고 한 분 한 분 부처님을 부를 때마다 온 마음을 다했습니다. 번뇌가 꺼어들지 못하게 오로지 부처님께 악착보살깥이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편안해지고 고요해졌습니다. 법당에는 제가 부르는 부처님 명호만 울릴 뿐 절을 하고 있다는 것도, 공간도, 나라는 생각도, 그 어떤 생각도 없었습니다. 어떤 번뇌도, 생각도 없었지만 분명히 나를 지켜 주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법을 지니는 것이 이런 거구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환희심이 올라왔습니다. 이 기도를 하기까지 노 스님 은사 스님을 비롯해 일체 만물의 공덕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메어오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내가 하는 기도라고 내 기도가 아니고, 내가 쓰는 시간이라고 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1분의 1초도 허비할 수 없었습니다. 한 끼 공양을 위해 전 대중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런 귀한 공야을 받고 대중의 공덕으로 기도하면서 분심을 일으키려는 어리석음에 절로 참회의 누물이 났습니다. 간절함이 올라오자 기도에 활기가 생겼고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하나하나 짚어봤습니다. 내가 출가한 이유부터 지금 지금 내가 괴로운 이유까지...
이유는 너무 간단했습니다. 그냥 내 말대로 안 하는 행자님에게 화가 났을 뿐입니다. '내가 위' 라는 무기를 휘둘렀습니다.
평소 저는 윗사람에게는 '예' 하는 편입니다. '이거 하세요.' 하면 '네' , '저거 하세요.' 해도 '네' , 반대로 아랫사람에게도 내 방식을 강요하는 독재 기질이 있다는 것을 강원에서 와서 알았습니다. 모두에게 자상하길 바랐지만 저에게 그런 자비심은 없었고 기분 나빴던 그 지점을 잘 살펴보면 항상 '나' 라는 '아상我相' 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윗사람을 구분하는 기준도 나로부터 위아래로 갈라 진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랐고, 곳곳에 숨어 똬리를 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기가 막혔습니다. 나라는 아상이 이렇게 강한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다만 행자님과의 관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행자님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지만, 지대방에서는 도반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모습이었고, 출가 전에는 속가 어머니과의 관계였고, 나를 괴롭혔던 직장상사와의 관계였으며, 내가 상처 주고, 상처 받았던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였고 내 모습이었습니다.
사교반에 올라와 첫 시간에 금강경 대지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파이집破二執 현삼공顯三空]
이집二執 : '아집我執' 과 '법진法執' 을 타파하면
삼공三空 : '아공我空, 법공法空, 구공俱空' 이 드러난다.
" '나라는 생각' '나의 것이라는 생각' 을 내려놓으면 그 자리가 '공' 이요,
나도 공하고, 법도 공하고, 공했다는 생각 자체도 공한 자리가 드러나니
그 자리가 바로 무분별지無分別智가 일어나는 부처님의 자리"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경을 볼 때는 그 마음도 경에 비춰 보아야 이익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금강경 대지를 듣는 순간 제 속이 뻥 뚫렸습니다. 나에 대한 '아집' 과 내 말이 옳다는 '법집' 을 철석같이 붙들고 있었으니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만약 우리 행자님을 좀 더 늦게 만났더라면 제가 공한 이치로 행자님을 대할 수 있었을까요?
기도를 마쳐을 때 행자님에게 무뚝뚝했던 저의 말투는 부드럽게 변해 었었습니다. 물론 오래 가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경험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행자님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놓쳤을 뿐입니다. 걸림 없는 자유로움과 객관 세계를 볼 수 있는 힘이 정진에서 나옴을 알았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매일 절로 하고 화두참선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번 만배를 통해 '아상我相' 이 뼛속 깊이 박혀 있다가 때가 되면 언제든 튀어나온것을 똑똑이 보았고, 경계에 속지 않기 위해 정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많습니다. 도량석이 울리는 순간부터 예불, 발우공양, 상강례, 수업, 울력... 매 순간 '번뇌' 에서 벗어나 부처의 그 자리로 돌아오라고 나를 깨워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자리로 잘 돌아오고 계십니까? 그리고 내 속에 어떤 내가 숨어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나를 안다는 것! 일미一味 중의 일미랍니다.
아주 잠시나마 맑고 청정한 그 자리를 볼 수 있도록 해준 모든 인연들께 감사드리며 저 때문에 마음고생 했을 행자님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모든 인연공덕으로 살아감에 감사드리며 이 마음 또한 일체 중생들께 회향합니다.
마지막으로 출가 전부터 자주 되뇌었던 법륜스님의 「행복」 이라는 책의 한 구절으 나눠볼까 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지어낸 것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이 글은 불기2568년 雲門지 봄호에 있는 글을 퍼왔습니다.
그리고 운문사 홈폐이지 계관운문에서 더 자세히 볼수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는 벌써 지나갔네요. 2024년 하반기는 잘준비하여 알차게 보내시기를...
https://youtu.be/vl-JTxoKPNg?si=3dv0nWBitsNDMzM6
https://youtu.be/5-PbJ7pyrD0?si=Nsmw3RC4Oxt-xx7a
요즘 꾸준히 운문티비에서 영상이 올라오네요.
많은 관심부탁드리며 구독, 좋아요, 알람설정 부탁드립니다.
운문사 사리암 도반 법우 여러분 나반존자님의 가호 가피 많이 많이 받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첫댓글 잘봤어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_()_
예전 사리암 산신각 방향쪽 지나서 길 가보면
옛날 동화에 나올 듯한 엄청 큰 두까비 득실 했고왼쪽 케이블카 쪽 계곡에는 옴개구리가 득실했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자연의 벗들이 잘 지내고 있음에 반가움 큽니다. 나반존자 나반존자 나반존자님()()()
감사합니다^^
나반존자 나반존자 나반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