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께기의 전설
썰렁한 김씨는 휴가 가고 날씨가 후덥찌근 내 입맛을 베릴 정도로 머리를 찐다. 이 시멘트 숲속에서 에어콘을 끌어안고 부라보콘을 먹으며 손가락으로 부이자를 표한 들 가슴속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그러다가, 갑자기 막국수 겨자에 울컥... 나의 고질병은 여차하면 타임머신을 탄다. 냉장고도 없던 그 시절로 가서 막혔던 숨을 몰아 쉰다.
민둥산 위로 파란 하늘 사이로 쭉 뻗어 올라간 미루나무들이 시원하게 하늘위 뭉게구름 똥꼬를 찔러 솜사탕을 만들고 매미들이 더위야 물러가라 합창으로 데모할 때 우리는 뽕나무 가지에 매달려서 방구를 뀌며 오디가 오디 있나 입이 퍼렇게 따먹던 시절에 밀집모자를 쓴 아이스께끼를 파는 아저씨가 마을 입구 신작로로 먼지를 폴폴 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오는 모습은 우리들에게는 마치 메시아와 같은 포스로 다가왔다..... 자전거 뒤에 양철로 만든 아이스께끼 박스통을 애지중지 만지며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 소리를 지르면 우리도 괜히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 따라 불렀다. 그러다 잠시 각자 집으로 뛰어 들어가 빈병이며, 탄피며, 계란이며, 곡식이며 닥치는 대로 물물교환이 되는 것을 들고 나와 그 길죽하고 시원한 아이스께끼로 바꿔 먹었는데 그 맛이란 지금도 감히 형용사를 찾을 수가 없고 비행기에서 실수로 떨군 콜라병을 미개인이 줏어 신주 모시듯 했던 것처럼 그져 신의 축복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난 초등학교때 좀 개굿했다. 그 바쁘고 뜨거운 여름철 다른 친구들은 농사일 돕느라고 콧배기도 안보이면 나혼자 심심해서 개똥이집 울타리 호박넝쿨에서 노오란 호박꽃속에 꿀벌이 들어 있으면 꽃잎을 오무려 벌을 잡느라 다 따버리고, 호박에다간 괜히 '개똥이바보'라고 써놓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한 것만 보이면 들쑤시며 안달을 했다. 해가 어둑해질 무렵에서야 동네에서 제일 넓은마당이 있는 방앗간앞에서 여자애들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으면 칼로 고무줄 끊고 도망가고, 치마입은 여자아이 몰래 가서 아이스케키 하는 그런 재미로 살았다...ㅎ
그런데 여자아이의 치마 올리는 것을 보고 어느날 문득 고민에 휩싸였다. 그 짓을 그렇게 골백번 하면서도 치마 올리는 짓을 왜 '아이스께끼'라고 했을까? 하는 물음은 한동안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기회만 있으면 아무나 물어도 봤지만 그 뜻에 대해서 명확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커서 나중에도 그저 '아이스 케이크'의 일본식 발음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째지게 가난해서 없는 것이 많던 시절에 돈도 없어서 물물교환이 성행하던 시절 부모님 몰래 놋쇠 밥그릇까지 들고 나와 엿바꿔먹던 시절 그런 때, 아저씨가 아이스께끼통을 여는 순간 그 통속에서 나오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연기같은 드라이아이스 냉기가 우리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아이스께끼통을 열 때마다 서로 밀치며 다가섰고 곧 내 손에 쥐여질 아이스께끼의 환상 때문에 눈은 하트모양과 별모양이 교대로 깜빡였을 것이다. 아까워서 빨리 먹을 수도 없는 그것이 너무 시간을 끌어 녹아 내릴라치면 손으로 쩔쩔매며 국물 한방울이라도 땅에 떨어뜨릴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런 신비로움까지 한 아이스께끼맛이 어린 마음에 자나깨나 묘한 감정으로 머리에 각인되어 있던 상태라 여자친구의 치마를 들어올림이 아이스께끼통을 여는 것처럼 션하고 짜릿해서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나는 조심스럽게 유추해본다. 아이스께끼통을 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무의식속에서 꿈틀거리다 순간 어려운 것을 감수해서라도 해야하는 참을 수 없는 욕구분출이 의식처럼 표출됐던 돌출행동이 아니였겠는가 짐작한다. 푹푹 찌는 그 여름철과 정 반대로 아이스께끼의 그 신비로운 맛을 일목요연하게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빈 병을 몇 개 꼬불쳐 놓고 아이스케키 아저씨를 기다리는데 아저씨는 안오고 지나가는 여자 아이 치마를 제끼는 것은 마치 녹아내릴 것같은 마음을 참을 수 없어 아이스께기통을 여는 것처럼 그 이상 성적표현은 딱히 뭐라 표현을 안해도 각자 실력만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었을 것인데 각자 개인차가 있으니 경상도 말로 뭐 "거시기"하면 다 통하는 말처럼 그래서 "아이스께끼!" 어찌보면 이것도 살픈 우리의 빈약했던 놀이문화였다. 역사가 승리자의 기록이면 전설은 약자의 이야기가 구전되면서 '아이스께기'도 그렇게 전해오지 않았나 하는 나의 억지별유천 생각이다...ㅎ
각설하고... 지금은 시대가 쿨 해져서 괜히 아이스께끼를 했다가는 클난다. 보통 하드라고 하는 것을 입에 하나 물었는데 삶이 너무 하드하고 내 하드보드가 내 마음인가 자판을 두드리는데 양 손이 자판을 열심히 두들기고 있으니 입에 쳐박아 놓은 하드가 얼얼해서 침을 흘리지 않을려고 하드를 콱 물고 발음을 한다는 것이 "아이씁새끼"라고 튀어나와 겨우 기분이 업됐다. 여름에 열 받아 죽는 것이 제일 억울한 죽음이다. 열이 곧 에너지인데 너무 많이 먹어 죽는 꼴이기 때문이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열 받지 않고 살았다는 얘기이다...ㅎ 냉각수로 착각하고 드리 부었던 생맥주도 자제하고 이제, 내 머리는 새로운 버전으로 윈도우를 산듯하게 깔고 열 받은 하드는 60% 세일하는 하드를 주구장창 입에 물고 열을 식히면서 가을까지는 백뮤직 틀어놓고 팥빙수 얼음을 썰겠다. '노래'라는 어원도 우리 같이 "놀래?"에서 온 것 같다. 갑자기 노래방에 가서 내 18번 '오빠는 잘있단다'를 부르고 싶다. Niko가 석자이니 내가 쏘겠다. 외로움도, 노래도 중독이야... You Are Not Alone...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ㅎ
별유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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