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기부터 51기를 아우르는 난 11월 18일 49기 정기 산행 때 설악심화에서 만난 타는 듯한 여름을 같이 한 울산에 사는 사원아우와의 인연으로 쓰리랑으로 목적지를 잡았다 더구나 울산 울보 정혜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서울역으로 가는 새벽길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 마치 아무도 살지 않은 곳 같아. 냉기를 품은 스산한 새벽 바람에 달빛 속살거리는 가을도 힘을 잃고 잎들은 제 몸을 포도 위에 던지며 추락하고 있었다
남는 건 사람이라고 바위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이다 지난 여름에 소중한 울산 아우들을 얻었다 기술이사 사원아우... 내가 만난 암벽인 중에 내 멘토 다음으로 겸손하고 진중하고 믿음이 가는 아우다. 홍보이사 규진아우는 사람 좋고 착하기 그지 없고 울산 총무이사 만우아우는 연장자답게 연륜이 느껴진다 영숙인 요술주머니를 찬듯 좌중의 웃음을 마구마구 뿌리고.
처음엔 바위보다 사원아우와 울산에서 만난 아우들과 정혜를 만나기 위해 가는 걸로 마음을 정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눈까지 내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이라 우리들을 위해 미리 탐사까지 마친 울산아우들의 걱정이 가득했다 호창아우는 "워킹하면 되지요" 역시 쿨하다 그래! 트롤인지 통닭인지가 뭐 그리 중요한가 아리랑 쓰리랑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야하고 울산아우들과 처음 조우하는 49기들의 낯가림을 없애줄 시간이 되면 그것으로도 의미는 충분한 거지
컴세대 밖인 난 낑낑거리며 전자표를 끊어 사원아우에게 보냈다 "누님 돌아가는 표가 이상해요" "왜? 아침 6시 반에 울산행 타고 10시 반 서울역 도착으로 끊었는데" "그럼 도착이 19일 0시 55분이어야 하는데 이건18일 12시 55분이에요" "엥? 뭐시라? 에고 그러네. 가서 밥만 먹고 올 뻔했네!" 사원아우 덕에 제대로 된 표를 다시 끊을 수 있었다 춥든 덥든 머리털 나고 처음 타보는KTX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모든 게 궁금한 내가 그냥 넘어갈리 만무했다 앞 단어만 딴 KORIA TRAlN EXPRESS에서 왜 KTE가 아닌KTX가 됐는지 짝꿍에게 물으니 E를 빼고 뒤에 X로 한 거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한마디로 일축했다 하지만 알아본즉 짝꿍 말이 맞았다 '가서 뭐라고 꼬랑지 내리지'
바위를 하기 전 날은 항상 잠을 설친다 울산행 첫 차를 타려면 새벽3시에 일어나야 해 일찍 누웠지만 12시가 넘어도 눈은 말똥말똥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2시 다시 잠들긴 어렵다 일어나자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나갈 시간. 짝꿍이 일어나 나온다. "왜 일어나?" "데려다 줄게" " 왜 둘이 고생해? 도봉산 역에 차 세워두고 전철 타고 서울역에서 KTX타고 갔다 12시 넘어 오니까 그땐 택시 타고 도봉산 역까지 와서 차 찾아 가면 되는데 그러지마" "데려다 줄게 서울역까지. 그럼 여기서 좀 늦게 나가도 돼" "처음부터 그리 말하지! 그랬음 짐도 더 가져갔을 텐데" "무슨 짐?" "아냐 됐어됐어" 흐미~ 서울역까지 데려다 준다는데 아무렴 어떠리"
짝꿍은 서울역에 차를 주차하고 배낭까지 들어주고 타는 곳까지 배웅한다 "웬일이래. 사람이 변하면 세상하직이라던데. 돌아오면 반찬에 신경 쓰고 밑반찬도 좀 만들어야겠네"
춥다는 말에 6개를 껴입어 둔한 몸을 이끌고 뒤뚱뒤뚱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앉아 있는데 "저기 여기 제자리 같은데 표가 어떻게 되는지..." "그래요?" 핸폰에 저장된 표를 보더니 "8호차인데 여긴 1호 차니까 7번을 더 가셔야해요" 7번! 너 고생 좀 해봐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래 내가 하는 일이 이렇지! 낑낑대며 무거운 배낭을 다시 메고 차문들을 온 몸의 힘을 실어 열다 5번 쯤 열었을 때 '오모오모 이건 뭐니 그냥 손잡이만 간단히 제치면 열리잖아!'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았을 땐 이미 기진맥진 바위에 올라갈 힘을 다 써버렸어! 3시간을 채 못 잤는데도 깜빡깜빡 할 뿐 잠은 오지 않는다
처음 타보는 KTX는 실망이었다 뭐니? 새마을호보다 비좁고 식당칸도 없고 무엇보다 기차여행의 낭만이 없잖아? 오직 빠른 시간 내에 더 많은 사람들을 실어내리는 것만 목적일 뿐 8시 55분에 도착해 나와보니 마중나온 사원아우 얼굴이 보인다 여름에 보고 겨울 문턱에서 해후 두팔 벌려 반갑게 포옹하고 규진아우. 만우아우와도 포옹했다 49기 부터 인연을 쌓은 정혜도 서로 찾느라 엇갈리다 뒤늦게 만나 포옹 손목수술을 하고 깁스를 푼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오뎅까지 챙기고 무거운 카메라까지 갖고 와 하루 사진사를 자청 이게 끈끈한 동기의 정이지 은숙과도 반갑게 만나 포옹 내 가슴은 넓으니 모두모두 안겨!
대한민국이 이리 큰 대륙이던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눈이 내린 설경이 펼쳐지더니 울산도 차가운 날씨에 눈까지. 더구나 목적지인 쓰리랑은 산불이 나 입산금지 "바닷가에 횟집에 가서 회나 먹자!!" 호창아우 "누님 뒤풀이 그레이드가 13이에요. 지금부터 뒤풀이 하면 우린 낼 올라가야해요" 젖먹이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괜찮지 않나?? 결국 문수산 암장으로.
와아 울산 암벽인은 천혜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네! 산 전면이 전부 톱로핑 암벽 병아리 코스부터 독수리 코스인 그레이드 11까지. 울산 한 달 살이를 할까? 병아리 코스도 직벽이라 위압적 회전근 통증 때문에 진통제부터 복용했다 인숙씨, "선희 씨가 먼저 올라가. 그럼 나도 올라갈 거야" "삼수생 바보가 올라가는데 누군들 못 올라가? 내가 먼저 갈게" 졸업을 못 한 것도 아닌데 3수라는 말이 맞나??? 선등 한 영달이가 빌레이 "오오 안 되야!" 설악심화 때 소토왕인지 큰토왕인지 톱로핑에서 첫 볼트에서 추락해 50기 우택이가 달려와 머리로 받은 후부터 톱로핑에서 영달이 빌레이 트라우마가 생겼다. 강사님 "바닥칠 뻔 했어!" 결국은 내 실력이 바닥이란 거
펼쳐진 암벽을 3번을 했던가? 옆에서 나와 함께 오르던 70이 넘은 분이(넘 젊어 깜놀람) 옆에서 애를 낳아 자긴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올라갔다고 ㅋㅋ 지난 여름 기존길에서 모두 자존심이 있어 조용한데 자존심이고 뭐고 쪽팔림은 순간이니 우선 살고봐야지!
3피치만 가는데도 "줄당겨!!!" "사람살려!!!" "텐텐!!" 기존길 완등한 규진아우 "누님 텐션의 힘 받아 올라갔어요"
3번 톱로핑을 하고 점심은 행동식으로 대쳐하려는데 찬 날씨 때문인지 먹기만 하면 체하는 뜨끈한 라면이 땡겼다. 유혹을 포기하지 못 하고 은숙이가 가져온 누룽지를 라면국물에 넣고 허겁지겁 역시 속이 더부룩 소화제와 진통제를 다시 복용 길용아우가 올라간 가장 긴 25m톱로핑에 도전. 힘이 빠지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춘클 4피치보다 짜다 볼트따기에 반칙까지 써서 겨우겨우 올라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하강! 뒤늦게 도라지 차를 준비해 달려온 영숙이 도전 내가 헤매던 곳을 사뿐사뿐 올리간다 으...너 왜 왔냐
정혜와 은숙은 추운 날씨에 사진들을 찍어가며 밑에서 응원하고 차라리 바위를 타는 게 낫지 더 힘들 텐데 함께 하지 못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 호창아우는 시시해서 계속 빌레이만 새벽차를 타고 와 빌레이만? 남는 장사는 아니지!
영달이와 시원인 약속이 있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서둘러 먼저 올라갔다
내려오다 그레이드 5.11 암장을 구경했다. 보기만해도 어마무시 정혜는 올라갔단다
뒤풀이는 오리고기와 오리탕. 삼겹살이 아닌 게 다행이지만 오리도 나와는 그다지 안 친해 된장찌개에 시원한 사이다로 타는 목젖을 삭이고 영숙이의 웃음 바이러스가 마구마구 뿌려지고 말이 없다던 규진아우가 술이 들어가니 업 돼 홍보부장답게 열심히 홍보 규진아우는 앞으로 술을 마시고 홍보를 하면 울산지부가 더 커질 듯
영숙이는 마주 앉은 호창아우에게 계속 지적질 '지지배 잘 생긴 건 알아서!' 식당에 네 모서리들을 몽땅 차지하고 있는 여사장의 셀 수 없는 마라톤 매달 '저리 뛰면 도가니 안 나가나?' 단골인 듯한 만우아우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고
3수에 이어 9수까지 함 9수 만에 검사된 윤대통령처럼 용산으로 들어갈 수 있다니 내가 용산에 가면 제일 먼저 모든 부부들의 결혼생활은 딱 10년으로 아이는 첫 혼인에서만 낳기로 하고 첫 혼인에 아이를 못 얻으면 다음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법을 고치겠다고. 영숙, 사랑의 유효기간은 3개월인데 후하게 쳐서 "언니야 3년이면 안 되겠나" 그럼 출산율이 떨어져 나라가 없어지니 10년은 줘야한다고 그때 천공도사와 찍은 여사장 사진이 눈에 띤다 '조용히 먹고 나가자'
쓰리랑을 못 가 일찍 뒤풀이가 시작되고 시간이 널널하게 남아 올라갈 시간을 바꿔야 될 상황 KTX시간을 바꾼다
사원아우 도움을 받아 겨우 환불하고 시간을 바꿨다 역에 가서 바꿔도 되는데 벌써 파장 분위기를 조장하냐는 호창아우 역으로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올라가는 자리가 없어졌다고 하다 겨우 한 자석을 발견하는데 성공 '거봐 모든 건 바로 그때가 가장 적기야'
호장아우가 마라톤 메달 사진을 찍으며 대단하다고 치켜세운 말에 업 된 여사장이 직접 주운 거라며 찐밤을 내왔다 반은 벌레가 먹고 반은 멀쩡했다 벌레 먹은 밤을 먹은 만우아우 "이거 썩었네! 가자!" 카리스마 짱 뒤풀이 비용까지 모두 내겠다는 걸 극구 뜯어말려 반 씩 부담하기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면 부담스러워 다신 올 수 없다는 말에 굴복
촌된장은 안 먹는다는 영숙이 "오라버니" 노래가 술이 덜 돼서 잘 안 나온다고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까
역에 도착해 이제 잠시 이별할 시간 사원아우와 만우 규진아우는 쓰리랑을 못 데려가 계속 아쉬워하고 아냐 아냐 오히려 좋았어 낮가리가 끝났으니 다음에 만날 땐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고 자연스러워 질 거야 바위가 몸을 녹였을 때 다시 만나자 잠시동안 안녕 안녕 문수산 암벽도 잘 있어 쓰리랑 넌 봄까지 잘 있다 만나자 정혜 은숙 모두모두 고마웠어 건강하고 행복하고 내년에 보자
서울역으로 마중을 나올 짝꿍을 위해 경주빵을 샀다 그래도 기차를 타고 오갔는데 빈손은 좀 그렇지 더구나 꼬랑지 내릴 일도 있는데
기차가 연착이 돼 30분이나 기다렸다는 짝꿍에게 얼른 경주빵을 내밀었다 "이거 자기 위해 사 온 거야"
집에 와 씻고 누우니 새벽 2시 울산산행은 내 체력에 당일치기는 무리였다 다음엔 1박으로 갔다와야지
정혜가 등산학교 6주간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니 졸업식 날 그리 눈물을 흘린 거였구나 울산에서 CAC를 졸업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울산 하늘에 뜬 D형태의 달이 상현달이라고 호창아우에게 잘난척 했는데 맞을 거야...
만약 안 맞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되지 뭐
그나저나 올해 바위는 이걸로 쫑이네 장비들과도 잠시 이별 민기... 내년에 함께 할 수 있길....
첫댓글 좋은 기회에 울산 지부 분들과 교류하게 되어 매우 즐겁고 유익했습니다.
좋은 날 서울에 한번 오시죠, 감사합니다,
호창아우
그땐 빌레이만 보지 말고 같이 오르자
문수암장은 3년전에 한번 다녀오고 그뒤로 못가봤네요. 햇볕이 잘들어 늦가을 초겨울에도 암벽 탈 수 있는 몇안되는 곳이죠.....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이젠 쫑이겠죠 ㅠㅠ
등반실력이 무럭무럭 자라나는게 느껴집니다.
짝짝짝 누님 올해 고생 많으셨어요 :)
응 맞아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싹이야 ㅋㅋ
우리 관식이
잘 키워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