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커버넌트] 내가 세운 것을 보라, 위대한 자들아, 그리고 두려워하라!
영화 오프닝.
눈을 뜨고, 움직이기 시작한 데이빗 8
How do you feel?
기분이 어때?
Alive.
살아있습니다.
What do you see?
뭐가 보이지?
White room. Chair. Carlo Bugatti throne chair. Piano. Steinway, cuts of grand.
하얀 방. 의자. 카를로 부가티의 안락의자. 피아노. 스타인웨이의 그랜드 피아노.
만들어진 직후라 데이빗의 대답은 로봇처럼 짧고 간결하긔
의자에 앉은 채 주변을 둘러보는 데이빗
Art. The nativity, de Piero Della Francesca.
그림. 그리스도의 탄생,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그리스도의 탄생 by 프란체스카
다섯명의 천사들이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고, 성모 마리아가 무릎을 꿇은 그림
에일리언 세계관에서 인간들은 훨씬 고위 생명체인 '엔지니어'들 덕분에 생겨났죠
프로메테우스-에일리언:커버넌트가 철저히 무신론적인 영화인걸 생각하면 꽤 아이러닉한 그림이긔
신도 예수도 인간의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비꼬는것처럼 느껴졌긔
I am your father. Handle it.
난 네 아버지다. 걸어봐라.
챡챡챡챡
로봇이지만 위화감없이 자연스레 걷는 데이빗, 지켜보는 웨이랜드
이때부터 기묘한 대화가 시작되긔
- Perfect.
완벽하군.
-Am I?
제가요?
- Perfect?
완벽하냐고?
-Your son?
당신의 아들입니까?
웨이랜드의 질문을 끊고 자기 말만 하는 데이빗
저는 이때부터 데이빗이 웨이랜드 그리고 웨이랜드가 포함되는 인간을 모두 무시하기 시작했던 거 같긔ㅋㅋㅋ
(프로필 사진부터 넘나.. 보는 이들을 업신여기고 있네여..)
로봇이라면 난 네 아빠, 넌 내 아들 이라는 얘기에 토를 달거나 의문을 가지면 안되는데 데이빗은 무려 "궁금해하쟈나"
아직까지 이상한 점을 못 느낀 웨이랜드는 친절하게ㅋㅋㅋ답해주긔
- 넌 나의 창작품이지. 이름이 뭐냐?
바로 대답하는 대신 어딘가를 바라보는 데이빗
- 데이빗.
시선 끝에는 커다란 조각상이 있었고, 데이빗은 스스로 이름을 선택하긔. 조각상과 같은 이름이요
david by 미켈란젤로
영문명 데이빗, 히브리어 다윗
여기서 저는 감독이 되게 노골적으로 데이빗의 생애를 복선으로 깔아뒀구나,,,라고 생각했긔
그래서 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긔 ㅋㅋㅋ영화는 무신론을 표방하면서 결국엔 성경을 그대로 따라간다는게요
성경 속에 등장하는 다윗(데이빗) 왕
양치기 소년이었던 다윗은 뛰어난 악기 연주 덕분에 왕궁에 출입하게 되긔
그러다 진짜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거인 골리앗과의 싸움 때문인데여
종교 없으신 분들도 골리앗이란 이름은 한번쯤 들어보셨을거긔
안들어보셨음 ㅈㅅ 탈덕한 구개신교 신자라 성경 인지도가 잘 가늠이 안 되긔ㅋㅋㅋ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그린 상상화.jpg
딱 보기에도 골리앗이 겁나 커보이죠
근데 다윗은 짱돌 하나로 골리앗을 이겨버리긔 역시 선빵우선이긔
그래서 오늘날 골리앗과 다윗은 거대함vs작음의 싸움을 비유할때 종종 사용되곤 하긔
예를 들자면 대기업vs개인 같은?
성경 속 다윗은 당시 왕이 전쟁에서 죽자 왕으로 추대되었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선원들은 전원 사망하고 유일하게 엘리자베스 쇼만 남아여
근데 쇼 박사는 우주선을 움직일 힘이 없긔. 그래서 선택된게 데이빗이져
어디로 갈건지는 쇼 박사가 정했지만 데이빗이 없으면 쇼 박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긔
성경 속 왕으로 추대된 다윗이 떠오르는 부분이에욤
글고 성경 속 다윗은 왕노릇 잘 해먹지만 아들인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켜여
왼쪽에 나무랑 그려진 애가 아들 압살롬
오른쪽에 왕관쓰고 누가봐도 왕인 사람이 다윗임댜
긍데 압살롬이 왜 나무랑 그려진거냐면여 얘기가 옆으로 자꾸 샌다..
아빠한테 반란 일으켰다 도망치던 길에 머리카락이 나무에 엉키긔 거기다 타고있던 노새인지 말도 도망갔어..
허공에 매달렸지 머리카락은 안 풀리지 아프긴 드럽게 아프지 개쪽꿀쪽..힝
위 그림은 그 장면을 표현한것입니당
아유 징그러라
하여튼 우리는 성경 속 다윗의 생애를 보아 데이빗의 말년도 지가 창조해낸 에일리언들한테 죽겠고나..라는걸 추측할 수 있어염
정리하면
악기 연주에 능했던 다윗 = 에일리언:커버넌트에서 피아노와 피리를 연주한 데이빗
다윗을 맘에 들어한, 그러나 후에는 견제하고 불편해한 왕 = 웨이랜드 회장
다윗의 아들이지만 다윗에게 반기를 든 압살롬 = 데이빗이 창조한 크리쳐들
입니ㄷr.
웨이랜드 사의 기술이 넘나 뛰어난 나머지ㅋㅋㅋ인간보다 인간다운, 인간같은 데이빗이 묻긔
- If you created me...Who created you?
당신께서 절 만들었다면...누가 당신을 만들었습니까?
- 오래된 질문이군...언젠가 너와 함께 답을 찾고 싶구나.
이 모든 것들. 위대한 예술과 디자인, 인간의 독창성....
(이 모든 것들은) 유일하게 중요한 질문 앞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지.
"Where do we come from?"
"우린 어디에서 왔는가?"
데이빗은 계속 말없이 바라보고, 웨이랜드의 대답이 이어지긔
- 난 인류의 기원이 분자 활동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믿지 않겠다.
인간이 단순한 생물학적 우연으로 탄생했을리 없어.
분명히 그 이상의 뭔가가 있을 거야.
인간의 우월함을 믿던 웨이랜드는, 젊어서 열정적으로 강연하던 웨이랜드는
데이빗과 월터를 창조해낸 웨이랜드는
프로메테우스에서 혼자선 거동도 못하는 노인으로 변해있었고
그토록 원하던 답도 찾지 못한채 긴 여행을 떠났긔
순서를 생각하면 마치 고갱의 그림같죠 (제목: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오른쪽의 어린 아기, 가운데의 과일을 따는 젊은이, 왼쪽의 쭈그려앉아 괴로워하는 노인
즉 탄생, 삶, 죽음이긔
꿈보다 해몽같지만 저는 영화가 웨이랜드 회장으로 탄생, 삶, 죽음 세 가지를 표현해냈다고 생각하고 있어용
인간의 기원을 애타게 알고 싶어했으며 더 나아가 불멸을 원했던 웨이랜드 회장
데이빗의 도움 없이는 슬리퍼 하나도 신기 힘들었던 노쇠한 웨이랜드 회장
마지막엔 자연사도 아닌 타살로 삶을 마감한 웨이랜드 회장
그래서 우리는 인생사 허무함과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을 함께 느낄 수 있어욤
구로나 아직 자신의 최후를 알리 없는 웨이랜드 회장은 그러기 위해서 데이빗을 만들었노라 말하긔
- And you and I, son...We will find it.
나와 내 아들인 네가...함께 답을 찾자.
이때 돌아오는 놀라운 반응.
- Allow me then a moment to consider.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인간도 아닌 로봇, 데이빗이 스스로 사고하기 시작했긔
You seek your creator.
당신은 당신의 창조주를 찾자고 하셨습니다.
I am looking at mine.
(그러나) 제 창조주는 당신입니다.
I will serve you. Yet you're human.
나는 당신을 모십니다. 당신은 인간이죠.
You will die.
당신은 죽을 겁니다.
I will not.
저는 아니죠.
(그러니 당신의 창조주를 찾는게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데이빗이 말하지 않은 진심이 느껴지긔
이때 가이 피어스 시선처리가 예술이긔
허공을 헤매는 눈빛, 데이빗과 마주하지 않고 다른 곳에 고정된 눈빛
그리고 웨이랜드는 명령하긔
Bring me this tea, David.
차를 다오, 데이빗.
미세하게 찌푸린 이마
로봇답게 무표정하던 데이빗의 얼굴에 처음으로 의문이 생기긔
그러나 웨이랜드는 대답 대신 다시 명령하긔
- Bring me the tea.
데이빗도 거역하지 않고 순순히 일어나 따르긔
캡쳐에 보시면 데이빗이 웨이랜드에게로 걸어가죠
티테이블은 처음부터 웨이랜드의 옆에 있었긔
데이빗의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 따라마셔도 되는데, 굳이 저 멀리서 피아노를 치던 데이빗에게 명령했다?
즉 웨이랜드는 대답하지 않는걸로 대답한거긔
너는 나의 피조물이고 네 질문은 내게 의미가 없다는걸요. 변하지 않을 수직관계를 각인시킨 거쟈나
근데 웨이랜드가 간과한게 있다면 데이빗은 넘나 인간같은 안드로이드였긔
이건 후반부에 월터의 입을 빌려 감독이 나타내죱
- You disturbed people. You were too human.
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어. 너무 인간 같았지.
그래서 데이빗 이후 출시된 안드로이드들은 덜 인간답게, 더 로봇답게 창의력을 배제하고 만들어졌긔
암튼 데이빗은 순순히 차를 따랐지만 속으론..이때부터 의문을 품기 시작한 거 같긔
유한한 존재가, 내 질문에 대답도 못해주는 존재가 나보다 위라고?
웨이랜드 회장은 데이빗에게 이름을 가질 기회, 즉 창조의 기회를 주는 걸로 데이빗의 맘속에 불신과 의심의 싹을 심어줬긔
여기에 대답하지 못하는, 그냥 억눌러버리는 무언의 압력으로 데이빗의 인간혐오증을 틔워냈고욤
결국 데이빗은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커버넌트에 걸쳐 도라이짓 낭낭히하다 바라던 신세계에 입장하게 됩니당
입장할때 브금은 무려 '신들의 발할라 입성'
데이빗의 나르시즘을 전래 잘 나타내는 제목이거니와 시사하는 바가 아주 많은 곡이긔
이 곡은
1. 영화 초반에 웨이랜드의 명령을 받아, 그러나 데이빗이 선택해서 연주했고
2. 후반에는 데이빗이 명령하고 우주선이 틀어주는, 뒤바뀐 관계가 되었으며
3. '신들의 발할라 입성'은 4장 중 마지막 파트이고 (엔딩, 신들의 시대가 끝났음을 암시)
4. 더 나아가 히틀러가 바그너를 숭배했었단 사실을 떠올리면
아주아주 인상적이지 않나여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에일리언:커버넌트 후속작을 보고 싶은건데여 ㅠㅠ흑흑 ㅠㅠㅠㅠㅠ
데이빗은 자신을 인간의 밑에서 벗어나게 해준 창조를 아주 맹신하는데여
이 점은 극중 대화에서도 대놓고 드러나지여
- What do you believe in, David?
넌 뭘 믿지, 데이빗?
- Creation.
창조요.
그런 데이빗이 자신의 창조물들에게 어떻게 뒤통수를 맞는지가..넘나..궁금해염..
하지만 후속작은 안 나온다고 여러번 주워들었으니 혼자서 프로메테우스-에일리언:커버넌트나 열심히 복습하겟습니다..ㅠ
문제시 꿀잠
첫댓글 진심 핵존잼…… 오히려 프로메테우스보다 수작인데 내용이 어렵다보니 흥행 못해서 아쉽긔…
와ㅜㅜ글쓰신분너무감사하고 멋있으시긔 같은영화를 봐도 느끼는것이 이렇게 다르네요!!!!! 저는 오우 재밌다 이러면서 본게 단뎇이런 섬세한 감상과 분석 너무너무 멋있고 좋아요ㅠㅠ덕분에 다시보고싶어졌긔
에일리언 프리퀄인데 훨씬 좋아하는 영화긔
역쉬 아는만큼 보인다구,,, 단순히 에일리언 영화가 아닌 거 같긴한데 잘 와닿지는 않았는데 일케 보니까 너무 잘 알겠고 더 재밌긬ㅋㅋ 요즘 칼 세이건 코스모스 읽고 있는데 그것도 생각나고요! 세상 유익하고 흥미로운 게시물이쟈나!!
와 너무 재밌어요ㅋㅋㅋㅋ 이 글 보니까 확실히 데이빗은 첨부터 뽄새가 노랬네요ㅋㅋㅋㅋ
진쟈 넘넘 조아하는 영화쟈냐
와 이거 보니까 영화보고싶어졌어요. 프로메테우스 볼때 들었던 의문이 이걸 봐야 풀리겠네요.
이글 진짜 영화보다 좋아서 주기적으로 봐요ㅋㅋㅋㅋ 영화도 보고싶내 뭐가 나오긴 한다던데요
리들리 스콧 할배 깔끔하게 삼부작 완결 내주라,,,
와 후속작 안나오는 거였군요.. ㅜㅜ 나온다고 하는것도 프로메테우스랑 커버넌트 사이 이야기라고 하길래 그것도 영 별로였는데 엎어졌나보네요.. 데이빗 망하는 거 봐야 하는데요 ^^.. 광광
전 리들리스콧할배 철저한 무신론자인거 같은데 엑소더스같은 영화만든거보면 참 신기하긔 그런쪽엔 관심도 없을꺼같은데 철저한무신론자라서 오히려 관심이 더 있으실지도ㅋㅋㅋㅋ프로메테우스2부작 너무 철학적이라서 좋긔 전 커버넌트 싫어하는 사람들보면 이상하게 싫더라긔ㅋㅋㅋ왜 싫은지 알거같아서...
엑소더스서도 신 존나 까쟈나여 ㅋㅋ 홍해의 기적이 아니라 그냥 밀물/썰물 과학현상이고 모세가 젖과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으로 간다고 하니까 람세스가 그래서 거기에 사람이 (=팔레스타인) 살고있으면 어떡할거냐고도 묻고여 리들리스콧 진짜 제스타일이긔 ㅋㅋ
@look at you looking at me 소드님 댓글보니깐 봐야겠어요 할배가 변심한거 같아서 여지껏 안보고있었긔껄껄 거의 유일하게 안볹 작품이긔..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상하게 손이 안가더라긔...근데 역시나 초지일관ㅋㅋㅋ
이래서 재밌었어요 ㅋㅋㅋㅋ 그래서 에스파 밈으로 쓰는 카리나는 신이에요 멘트 볼 때마다 (혼자) 커버넌트 생각났쟈나 ㅋㅋㅋ 그게 카리나ai가 인간 카리나한테 하는 말이거든요 ㅋㅋㅋㅋ 뮤비에 천지창조 그림 오마주도 있고 신ㅡ인간ㅡ로봇 이 삼각관계가 너무나 흥미롭..!!! 왜 창조했냐고...? 그냥.. 할 수 있으니까...? 존재의 이유와 철학을 추구하던 로봇은 그렇게 흑화했다고 한다....
영화 넘 좋았긔 이 글 보니까 다시 보고싶네요ㅎㅎ 또 해쥬라 할배ㅠㅠ
이런글 넘 좋긔!! 프로메테우스 최애영화라 엄청봤는데 이건 데이빗 넘 소름끼쳐서 마니보지못했긔ㅠㅠ 내용넘흥미롭긔
글 흥미롭게 너무 잘봤어요! 에일리언시리즈는 보지못했는데 도전해보고싶긔!
글 너무 흥미롭고 재밌긔!
에일리언 로물루스 트레일러 알고리즘에 뜨던데 무산됐긔? 전 커버넌트 좀 아쉬웠던게 프로메테우스에서 던진 엔지니어들의 존재와 그들이 생명체를 탄생시킨 의도에 대한 의문 같은 걸 파고드는 후속작을 기대했는데 내용이 데팔이의 기묘한 모험 일대기에 가까워서 좀 그랬긔..그래도 후속작 좀 나왔으면 ㅠㅠ
프로메테우스에 비하면 거버넌트는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재밌게 봤고 좋아하긔 프로메테우스에 이어서 엔지니어 이야기가 좀 더 나왔으면 했는데 데이빗의 소름끼침 그리고 여주 연기가 아쉬웠던게 컸긔 후속편이 안 나와서 얼마나 아쉬운지 ㅠㅠㅋㅋㅋ
게시글 너무 잘봤긔!!!
대팔이 시리즈는 무산됐지만 로물루스 기대하갯읍니다... 글 너무 재밌긔 ㅋㅋ
우와 해설 감사하쟈나 저는 영화의 반도 안 본 거였네요
잘 읽었어요
와… 로물루스 보고 게시물 복습중인데 이글을 놓쳤다니요ㅠㅠ 넘 재밌게 잘 읽었어요 감사하긔!!
안녕허세요 로물루스 보고 복습하러 왔긔 저도 프로메테우스 재밌게 봤는데
시간순으로 가버먼트가 먼저고 그 다음이 프로메테유스인거죠? 흐아아 해석 너무 재밌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