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에만 올렸다가 뒤늦게 여기서도 올려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참피를 이제 막 알게되서 그런지 쓰고 싶은 건 많은데 현생사느냐 시간이 읎네요.
글은 간간히 올리겠습니다.
-----------------
얼마 전, 호기심에 실장석을 구매했다.
물론 충동적인 구매는 아니었고 평소 어느 정도 실장석을 키우는 것에 관심이 있었기에 나름의 공부와 관찰을 통해 앞으로의 육성에 관한 계획까지 준비했다.
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차피 이 세상에 발에 치이고 남아도는 것이 실장석이다.
서울 정도 되는 대도시에는 이미 유해조수로 등록되어 몰살되었다고는 하지만 서울 변두리에는 잘만 찾아보면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숨어 사는 실장석 일가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처음은 실장숍에서 사는 녀석들로 교육을 할 예정이지만 잘 안 되더라도 어느 정도 가능성만 보인다면 들실장이라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내가 너의 주인이다."
"레에- 주인사마 레츄까?"
식탁 위에 올려진 작은 실장석, 엄지 라고 했던가. 확실히 실장숍에서 산 만큼 밖에 들실장들과는 달리 귀여운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리 고급실장은 아니고 할인의 할인을 받아(다음 주 폐기 예정이라던가) 입양한 이 녀석을 구매한 이유는 있긴 하지만 우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와타시, 사육실장인 레치?"
녀석에 목에 걸린 붉은색의 링갈은 실시간으로 엄지 특유의 높고 작은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었고 그 말뜻과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 작은 두 눈에 쥐똥만 한 물방울이 맺힌 엄지의 모습이 확실히 저 녀석에게 사육실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격한 감정을 억누르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어떠한 감정이 안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끼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다.
이제부터 녀석에게 실험을 겸한 사육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무감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육실장이라... 네가 생각하는 사육실장은 아닐 수 있지."
"렛?!"
예상보다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엄지.
사육실장이 아니라는 말에 생각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건가. 잘못하면 위석이 부서질 수도 있으니 얼른 다음 말을 내뱉었다.
"네가 앞으로 내 마음에 들면 널 올바른 '사육실장'으로서 키워 줄 수 있어."
"레에에.."
"그래 앞으로 배울 건 많지만 우선 이것부터 시작할까. 이 말은 꼭 명심하렴. [돌씨는 거짓말쟁이다.] 네가 나에게 길러질 때나 혹은 어떤 슬픈 일로 밖에서 살게 될 때도 이걸 항상 명심해야 한다. 알겠지?"
녀석은 내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그것이 내 말을 알아듣기 위해 열심히 그 작은 뇌를 굴리는 것인지 아니면 이해 자체를 못한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 교육의 가장 기본이자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주입될 기본 개념이니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도 딱히 문제 될 것은 없다.
"흠.. 일단 돌씨가 뭔지 알려줘야 하려나? 자, 엄지야 이걸 보렴"
난 손에 든 작은 투명한 플라스틱 원통을 엄지에게 가까이 보여줬고 녀석의 반응은 아까 전 멍하게 있던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정말 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레훼엥! 그건 와따시의 소중한 돌씨인 렛치!"
"그래 그래. 그 소중한 돌씨란다. 너희는 본능적으로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며? 그럼 엄지야. 내가 다시 한 번 얘기할 테지 잘 들으렴? [돌씨는 거짓말쟁이] 란다. 알겠지?"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된다.
과연 이 녀석은 내 계획대로 성장해 줄까.
"우선 이것부터 물어봐야겠네. 엄지야. '사육실장'은 뭐니?'
사육실장. 우리야 그저 저 실장석들을 애완동물 키우듯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끔 재롱떠는 것을 보는 것이 전부지만 실장석에게는 살짝 아니, 많이 다르게 인지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밖에 있는 아무 들실장들에게 '사육실장' 이라는 단어에 대해 물어보면 데프픗~ 하고 웃으며 분충 특유의 초승달 눈웃음과 함께 내뱉는 온갖 미사여구로 점칠 된 말들과 함께 마치 자신이 세상의 왕인 것 마냥 '어서 와타시를 모시는 데스' 거리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면 바보여도 알 수 있지 않은가?
A급은 아니더라도 브리더에게 훈육을 받은 이 엄지도 그것이 말하면 곤란해지는 것을 알긴 하는 것인지 쉽게 입 밖에 내지 않는다만 이것을 직접 듣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브리더 상에게 들었지? 인간의 말에는 절대복종하라는 거? 괜찮아. 내가 듣고 싶어서 말한 거니까 솔직하게 말해준다면 벌을 주지는 않을게."
"레에.. 레에에.. 사육실장이 되면 온갖 아마아마한 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고 크고 세레브한 성에서 주인사마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들은 레치."
"그리고?"
"더.. 더는 없는 레치 주인사마."
"흠... 엄지야. 내가 말했지? 혼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거짓말하면 그건 별개로 벌을 줄 거란다? 브리더 상에게 다른 동족들이 어떤 '벌' 을 받았는지 기억하지?"
내가 '벌' 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엄지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안 팔린 개체라고는 하나 어느 정도 지성은 있다는 건가.
실장석을 처음 키워보는 입장에서 이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훈육의 무서움과 고통조차 잊어버리는 어리석은 실장석에게 남은 것은 다시 그 기억을 재현해주는 수밖에 없고, 될 수 있으면 계획된 부분 외에 직접 손을 쓰는 것은 피하고 싶으니까.
몇 번 더 '벌'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며 차분히 기다려주자 녀석의 입에서 드디어 그 깊은 곳에 숨어있던,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사육실장이 되면.. 니, 닝겐사마 들이 떠받들어주고 매일 세레브한 옷을 입으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들은.. 레치."
"흠~ 그래?"
"하, 하지만 와따치는 그런 건 필요 없는 레치! 주인사마의 말도 잘 듣는 레치! 욕심내지 않은 레치!"
내가 속과는 다르게 고민하는 표정을 조금이라도 보이자마자 녀석은 바로 변명하듯 그런 일은 없을 거라면 열심히 항변한다.
그것은 브리더 상의 교육이 낳은 결과이자 공포로 각인된 행동.
보통 실장석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큰 문제는 되지 않고 나 또한 어차피 키우기는 키우는 입장이니 나쁠 것은 없다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래. 착한 엄지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는단다. 하지만 그런 착한 엄지가 잘못되지 않게 도와주려고 하는 거니까. 내 말 잘 들어야 한다 알았지?"
"하이 레치!"
"그러면 아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니?"
"레에- 돌씨는 거짓말쟁인 레치? 주인사마 와따치 이해가 안 되는 레치."
"음 음. 그럴 수 있지. 그러면 잘 들어보렴. 엄지에게 아까 내가 물었던 사육실장에 대해 알려준 건 누구니?"
내 물음에 엄지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아까와 같은 공포 때문에 입이 굳은 것이 아닌 얼굴에 띄는 감정은 당혹감.
역시 이 질문의 답은 아마 엄지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리라.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도 된단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니까. 하지만 앞으로 가르쳐준 건 기억해야 한다?"
"하이테치."
"자, 그럼 천천히 배워볼까. 우선.. 그렇지 먹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여기 가만히 있으렴"
나는 곧장 냉장고로 가 실장숍을 들리기 전 사온 스테이크용 고기에 적당히 간을 한 뒤 후라이팬 위에 올려 굽기 시작한다.
처음엔 센 불로 고기의 마이야르를 입혀 적당히 원하는 색이 나온 뒤에는 불을 줄여 안을 천천히 익힌다. 그리고 버터를 꺼내 불에 녹여 그 물을 스테이크 위에 뿌려 골고루 맛이 배도록 반복해주고 어느 정도 완성된다 싶으면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이때, 엄지가 먹기 좋게 가능한 작게 자른 고기 한 접을 숟가락을 들어 올려 그대로 테이블 앞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는 엄지에게 다가간다.
"자, 이게 너희가 말하는 스테이크란다. 먹어보렴."
"스테이크인 레츄까?! 감사한 레치. 주인사마!"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숟가락에 손을 올려 작은 스테이크 조각을 집은 엄지.
처음엔 뜨겁다며 깜짝 놀란 녀석을 진정시키고 적당히 입으로 불어 온도를 낮춰준 뒤, 다시 녀석에게 갖다 주자 이번에는 조심히 그것을 집어 입에 넣었다.
"레에에에.. 이것이 스테..키...레?"
기뻐보이는 표정뒤로 우겨넣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스테이크를 입 안에 쑤셔넣는 엄지. 그리고 한 번, 또 한 번 입을 움직일 때마다 변하는 얼굴표정. 그 결과를 보고 난 생각한다.
그 반응은 역시, 조사한 대로다 라고.
"레붸에에엣! 이게 뭐인 레챠! 레에웩"
엄지는 그 작은 조각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먹은 것을 뱉어내고 심지어 속을 게워내려는 듯 헛구역질을 반복했다.
"이런 스테이크가 입에 맞지 않나 보구나. 그럼 이건 어떠니. 이건 스시라고 한단다."
마찬가지로 근처 편의점에서 산 값싼 스시 를 숟가락에 얹혀 엄지의 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러나 아까 전, 적어도 입에 넣어봤던 스테이크랑은 달리 이번에는 스시를 가져다 놓자마자 고개를 돌려 그것을 피했다.
"레챠앗! 주인 사마 이상한 냄새가 나는 레치. 이건 썪은 음식인 레치!!"
이상한 냄새라.. 그건 와사비를 말하는 것일까. 식초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생선의 비린내를 말하는 것일까.
엄지가 무엇에 반응해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난 모른다.
다만 난 녀석의 앞에서 보란 듯이 숟가락 위에 올려진 스시를 먹었고, 스테이크도 집어 먹었다.
역시 스시는 썩기는 커녕 상대적으로 싼 값인 만큼 갓 만든 것만은 못하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한 맛을 보여주고
말 그대로 고기가 제대로 구워졌다면 맛이 없을리가 없다.
'음, 대충 조리하고 대충 값싼 것이라고는 하나 역시 맛있네.'
반면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엄지는 충격을 받은 듯한 엄지는 자신이 게워낸 토사물에 심한 냄새가 날 텐데도 개의치 않고 가만히 있는다.
"자, 봤지? 이게 첫 번째 거짓말. 스테이크랑 스시는 너희 입장에선 전혀 우마우마하지 않단다."
실제로는 실장석용 스테이크와 스시는 따로 있다.
특수 가공된 스테이크와 스시는 모양만 인간의 음식을 따라 한 완전 별도의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며 스시의 경우에는 정말 물고기가 상용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제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실장석용 스테이크와 스시는 고급 실장석이나 애호파가 기르는 실장석 등 매우 소수를 위한 것이며 이것이 거의 대부분의 실장석들에게 알려졌을 리는 만무하니-
"너희는 단지 인간이 먹는 것을 보고 맛있을 거 같다는 착각을 믿고 있는 거지."
"레? 레에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콘페이토를 볼까. 자 먹어보렴."
내가 내민 콘페이토 한 알을 엄지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받아든다.
앞에 스테이크와 스시의 사례 때문인지 이제는 입에 대는 모든것에 의심부터 생긴 이 미약한 생물은 코끝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냄새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몇 번이나 이것을 돌려보고 냄새를 맡아보며 이쪽의 눈치를 살피는 듯 시간을 끌었지만, 어차피 실장석.
입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었다.
"챱챱챱.. 아, 아마아마한 레츄우~ 오랜만에 느끼는 극상의 아마아마~"
"그래 잘됐네."
그래. 내가 준 콘페이토는 그냥 일반 콘페이토다. 녀석은 그것의 달콤함을 한껏 느끼고서 최대한 오래 이 시간을 간직하고 싶은 듯 느리게 입을 오물거렸지만, 어차피 설탕 덩어리인 이것이 엄지의 분대에 들어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 어떠니."
"아마아마한레치. 주인사마."
"그래 그러면 이번엔 이쪽에게 한 번 줘 볼까."
그렇게 말하며 난 다시 몸을 돌려 싱크대를 바라본다.
아까 스테이크를 해동시킬 때 같이 꺼내 놓은 식실장 한 마리가 마침 가사상태에서 깨어나 눈을 뜬 참이다.
"데에.. 여긴 어디인 데스까?"
"안녕. 일어나자마자 미안하지만 일로 와보렴?"
물론 미안하지도 않고 옮기는 건 내가 할 일이다.
식실장의 몸을 아무렇게나 잡고 엄지가 있는 식탁 위에 조금 거리를 두고 올려놓는다.
그러나 녀석의 반응은 참으로 실장석 답다고 해야 할까...
"데갸악. 오마에 노예닝겐. 와타시사마를 모실 때는 두 손으로 공손히 공주님 안기 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데샤!"
식실장은 짓소산 분비를 위해 미리 올려놓기가 끝나둔 상태라고 하던가. 과연 엄청난 분충이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녀석의 입은 아까 막 해동이 끝났다고 여겨지기에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끝없이 쓰레기 같은 말을 계속 내뱉는다.
"어서 세레브한 옷과 우마우마한 스테이크를 내놓은 데샤아! 그리고 우주의 보배이자 만물이 떠받들어야 할 콘페이토 별의 공주인 와타시와 앞으로 태어날 소중한 자들을 위해 더 멋진 노예닝겐들을 데려오고 콘페이토가 가득 깔린 길과 초 세레브하고 분홍분홍한 성을 가져오라는 데샤아!"
그리고 다음 내용은 뭐 예상했던 것과 같다. 스시를 내놓으라는 등 스테이크를 내놓으라는 등 저 못생긴 분충 엄지는 운치굴 노예로 쓴다는 등. 옆에서 독라 식실장의 말을 듣고 있는 엄지는 아까부터 충격의 연속으로 입만 뻐끔뻐끔 거리고 있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미쳐 준비가 끝나지 못하고 공주님을 모시게 된 이 어리석은 노예를 부디 용서해 주십쇼. 대신이지만 여기 식전 콘페이토를 준비했습니다. 식사가 거의 준비되오니 잠시 동안 기다려 주시죠."
"데프픗 고작 콘페이토 한 알로 용서를 구하다니, 역시 똥노예인 데스. 하지만 우주처럼 아량 넓은 와타시가 한 번은 봐주는 데스. 오마에는 식사가 끝나면 독라가 되서 와타시의 왕자님이 오시기 전까지의 밤 상대로 써주는 데스요."
놀랍게도 노예닝겐이라 불린지 1분이 안 된 사이 그새 똥노예로 격하 당한 나지만 어차피 이 식실장은 무대 위에 광대나 다름없다.
이 다음 광경이 눈에 선히 보이는 나이기에 웃으며 녀석이 내게서 받아든 콘페이토를 입에 넣는 것을 바라봤다.
그리고-
"데붸에엑! 이... 이게 대체 뭐인...똥 닝겐!!!!! 속인 데샤아아아아아!!!!!!"
식실장은 격하게 피를 쏟으며 발버둥친다.
처음엔 입에서 쏟아지던 핏물은 곧 두 눈과 귀에서 쏟아지고, 분홍빛 피부는 곧 파랗게 질려 이 생명이 얼마 안 가 끝을 맞이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 말했듯 과대한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빨리 보내주는 것이 좋다 생각하지만, 이것이 교육을 위해서라는 것을 잘 알기에 일부러 저 녀석이 고통 속에서 느리게 죽는 것을 바라만 봤다.
물론 아까 전 분충성 발언에 대한 대가를 받는 셈도 치고 있지만.. 아주 조금만이다. 아주 조금만.
엄지는 혹여 저 고토리가 녹아든 피를 뒤집어쓰지 않도록 식실장이 콘페이토를 받아든 순간 투명한 유리컵을 덮어놨으니 안전할 것이다.
다시 식실장을 바라보니 그 자리에는 괴로움에 가득 찬 얼굴 몸, 두 눈에 흘기는 피와 검은 물이 뒤섞여 푸른 얼굴과 사방에 흩뿌려진 분비물로 보기만해도 표정이 구겨지는 역겨운 것이 있었다.
"똥.. 닝...저주 하는...데에..." 파킨!
유리가 부서지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괴상한 예술 작품이 탄생했다.
누군가는 여기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당장 이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인 나는 이미 이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 보렴 이게 내가 너에게 준 콘페이토고 이게 저 실장석에게 준 콘페이토 란다."
유리컵을 치우고 녀석에게 양손에 쥔 콘페이토 두 개를 보여준다.
색깔과 크기 모두 똑같은 두 개의 콘페이토. 냄새를 맡아도 쉽사리 구분되지 않은 이것의 한쪽은 진짜 콘페이토와 남은 하나는 구제용 콘페이토, 즉 코토리다.
"먹으면 안 된다. 눈으로 보렴. 자, 이제 스테이크, 스시, 콘페이토. 네가 알고 있던 모든 우마우마한 것들이 거짓이라는 걸 알겠지?"
한동안 답이 없던 엄지는 대답 대신 고개만을 계속해서 끄덕인다.
일련의 과정에 심한 충격이라도 받은 건가.
위석쪽을 살펴보니- 과연, 활성액이 눈에 띄게 줄어 있다.
"너희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건 대게 전부 허상이거나 극소수가 누리는 것이란다. 특히 스테이크나 스시같은 건 인간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콘페이토는 이렇게 너희 목숨을 가져가는 것도 있거든. 그렇지만 너희 실장석은 항상 이것들을 주인이나 길가는 아무런 인간에게 요구하고 슬픈 일을 당하지. 이해하겠니?"
"...하, 하이 레치."
엄지의 시선은 아직 저 끔찍하게 죽은 식실장에게 고정되어 있다.
역시 백번 말하는 것보다는 한 번 보여주고 직접 경험시키는 것이 최고인가.
"네가 친실장에게서 들은 건지 아니면 돌씨에게서 들은 건지 모를 것들은 대게 이런 것들뿐이지. 과도한 욕심과 거짓된 정보. 혹은 그저 환상에 불과한 것들을 당연시하게 만들어 일가실각하게 만드는 거야.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
"아직도 남은 레츄까.."
"뭔 소리니. 이제 시작인데. 뭐, 오늘은 이다음만 하고 끝낼 거니까 조금만 참으렴. 금방 끝난단다."
그렇게 말하고서 다음 교육을 위한 물품을 챙겨온다.
내 손에 들린 것은 손거울과 말린 종이 한 장.
그것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기 전에 이제 저 흉물스러운 작품을 치울 때가 됐다. 일반 식실장이라면 음식물 쓰레기 행이지만 저건 고토리를 먹었으니 실장석 처리용 대형 폐기물 쓰레기봉투에 던져놓고... 아 이런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
주방이 온통 그 분충의 피와 토사물로 더렵혀 졌다.
냄새 배기 전에 닦아야 할 텐데 다음 교육이 빨리 끝나는 거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서 대충 식탁 위의 피만 행주로 닦아낸 뒤 다시 엄지의 앞에 섰다.
"아까 전 실장석이 말한 세레브. 인간의 말로 하면 아름답고 고귀한 이라는 의미다만, 이거 역시 너희가 공통으로 가진 잘못된 인식 중 하나란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지금까지 봤던 야생의 실장석을 떠올린다.
온통 운치와 피, 진흙 등에 범벅이 된 채, 사리 뒤룩뒤룩 쪄 얼굴은 찐빵처럼 변하고, 짜리몽땅한 팔다리에 비율조차 대충 구운 인간 모양 쿠키 같은 녀석들. 심지어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머리카락조차 인간이라면 안쓰러워서 한 번씩은 무조건 쳐다볼 원형탈모의 완성형 그 자체인 실장석들 조차 자신을 세레브하다고 여긴다.
"너희가 세레브에 책임을 지는지 아닌지는 둘째 치고, 일단 외견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고. 엄지야. 넌 네가 세레브하다고 생각하니?"
"와따치 브리더 상한테서 들은 레치. 와따치따치는 선택받아 힘든 훈련이 끝나고 세레브한 사육실장이 될 수 있다고 들은 레치. 주인사마 와따치는 세레브하지 않는 레츄까?"
"어."
"레엥!"
이 대답과 녀석의 반응을 통해 이제 이 엄지는 심리적인 한계에 부딫힌 것이 보인다.
브리더가 금기시하는 훈육에 관한 내용을 간접적으로나마 흘려보내고, 내 짧은 대답 한 마디에 이제는 빵콘까지 해 팬티를 부풀렸다.
처음부터 이 상태였다면 재교육은커녕 바로 폐기 행이었을 텐데, 뭐 나에게는 엄지 정도는 이게 한계라고 알 수 있는 좋은 데이터니까 상관없는 이야기다.
"여기저기 토하고 울먹이면서 퉁퉁 불은 얼굴에 비율조차 맞지 않는 몸뚱아리. 심지어 넌 방금 빵콘까지 해서 냄새나고 실장숍에서 준 사육실장복조차 네가 토한 토사물들로 더러워. 자 봐."
준비해 둔 손거울로 엄지를 비춘다.
처음엔 이게 무슨 물건인지 모르던 녀석도 곧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따라 움직이는 저것이 보여주는 현실에 더 서럽게 울며 팔을 앞뒤로 흔든다.
저 작은 몸에서 대체 어떻게 이런 성량이 나오는 건지 집 안 전체가 저 시끄러운 소리로 뒤덮는다.
'이거 밑이나 위에 층에서 올라오겠네. 나중에 방음부스라도 따로 마련.. 은 못하겠고 다음엔 미리 입이라도 막아둬야겠네.'
머릿 속에 다음 교육을 위한 보완점 하나씩 적어나가며 슬슬 진짜로 어딘가에서 항의가 올지 몰라 엄지를 손으로 감싸 쥐었다.
조금만 힘을 줘도 이 엄지는 작은 얼룩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나 미약한 생물인데, 엄지를 포함해서 결코 생존에 유리하지 않은 이 생물들은 어째서 자신들을 그렇게 고평가하는 걸까 라는 호기심과 함께 손의 감싸 쥔 압박감 때문인지 아니면 손의 온기가 전신을 감싸 만든 안정감 덕분인지 진정된 녀석을 향해 난 바로 다음 준비된 것을 펼쳐 보여줬다.
"일단 첫째로 너희 기준 '세레브'란 건 인간이나 너희에게나 하등 도움되는 게 없어."
한 손에는 엄지를 쥐고 한 손에는 말려 있던 A4용지를 펼쳐 녀석의 시야에 들이민다.
아직 계속 쥐고 있는 덕분인지 녀석은 아까보다 큰 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이 간질간질한 느낌은 녀석이 뭔가 말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직 이쪽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왜냐고 묻고 싶은 거 같은데 너희가 자칭 세레브하다고 인간한테 들이밀어 봤자 아까 너 같은 모습을 인간이 좋아할지 어떨지는 교육받은 너라면 알 거아냐. 운치나 토가 잔뜩 묻은 녀석이 다가와도 결과는 학대나 최악에는 일가실각이지."
"그리고 둘 째로 이 사진처럼 인간이 너희에게 바라는 세레브는 이런 거야."
A4용지에 출력된 한 장의 사진에는 한 마리의 실장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실장석은 일반적인 실장석이 아니다.
"방송에도 나오는 유명한 예능석이지. 자 봐바."
긴 손발과 갸름한 턱. 오목한 코와 살짝 날카로운 두 눈.
거의 작은 소인이라고 해도 좋은 정도인 이 실장석은 당연히 태생부터가 일반적인 녀석이 아니다.
오랜 기간 교육과 과학기술을 통해 길러진 녀석들만을 교배해서 선별하고 또 선별해 나온 로젠사의 아이콘인 실장석.
그 지능도 뛰어나서 링갈 없이도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참 기술이 대단하긴 하다.
"네가 자란다고 저렇게는 절대 될 수 없어. 널 산 실장숍에 있던 녀석들 전부랑 이 실장석을 다시 브리더 상에게 가져다 놓으면 네가 크는 걸 기다릴 것도 없이 너희 전부 폐기당할 걸?"
그렇게 말하면서 종이를 쥔 손에 힘을 살짝 내려놓자 앞에 있던 종이가 밑으로 내려가 다음 장이 엄지의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바로 조금 전 예능석의 어릴 적 모습. 즉 엄지시절의 모습이다.
"자, 너랑 비슷할 때의 모습이다. 이 얘가 진짜 '세레브'라고. 너랑은 달리 얜 태어나자마자 인간들에게 소중히 다뤄졌어. 아까 전 분충의 말대로 인간노예라고 불러도 좋은 녀석들이 얘 하나 세레브하게 만들자고 갈려나가는 수준일 테니까."
즉, 이미 이 자리에서 이렇게 추하게 있는 넌 절대 세레브 상이 될 수 없다.
그런 참혹한 진실을 마주 보여줬다.
"당연히 모셔지지 못하고 사는 너희는 화가 났을 테지? 왜 자신은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왜 내 말을 듣지 않냐고. 당연하지. 그렇게 생기지 못했으니까. 태생이 지저분하고 못생겼는데 너희만 모르고 너희만 화를 내지. 너희 미적 기준은 중요하지 않아. 그걸 알아주고 모셔주는 건 어디까지나 인간이야. 넌 그걸 알아야 해."
"위석에게 속아 자신을 세레브하다고 여기지 마. 너희는 그냥 어딜 가나 있는 풀 때기랑 똑같아. 여기 있는 아름다운 꽃이 절대 아니니 사람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아. 그냥 저 꽃을 가리려고 하면 뽑히거나 잘려나가는 풀 때기라고."
뭐 이건 비단 실장석에게만 통하는 얘기는 아니다.
'네 주제를 알아라' 이건 같은 인간에게도 뼈 아픈 얘기다.
내 손에서 부들부들 떠는 엄지의 기척이 전해진다. 위석의 색도 점점 검게 물들어가 이대로면 파킨하겠지.
오늘 교육은 여기까지 마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첫날이었지만 결과는 나름 만족스럽다고 해야 할까.
물론 시간이 지나고 이때 일을 까먹을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알려주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실장석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은 발에 챌 만큼 있으니까.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이만 아와아와할까 엄지야? 언제나 어떤 때라도 내가 처음 했던 말을 잊지마렴. 자,"
내가 뭐라고 했지?
|
첫댓글 카페에 신입상이 온데스
환영하는데스!!
우지챠 이제 막 태어난 레후. 근데 글씨를 쓰려고 등업을 하니까 벌써 장녀차가 되어버린 레치..
새로운 분은 항상 환영인 데스!
환영데스! 환영데스!
오래간만에 설득물이네요. 추천 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