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끝)

[붉은해]

마음에 봄이 아직 있다면 '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텐데

제 마음에서는 이미 봄을 보낸 듯합니다.ㅎㅎ

반팔, 반바지라면 여름이라고 해도...ㅎ

낼 모레면 5월이니 예전 같으면 봄이었겠지만 요즘엔 봄처럼 느껴지지 않네요.

서둘러 봄 꽃 포스팅을 마치고 5월 부터는 여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1주일 동안 강릉 살이를 해보겠다고 다녀왔더니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주변의 봄 풍경이 많이 변했네요.ㅎㅎ

한달 살이를 해보자고도 하다가 아예 강릉에 아파트 하나를 사서 간간히 오가며

지내는 것은 어떠냐고 까지 합니다.

겨우 겨우 달래서 두 달에 한 번씩 1주나 2주 정도 머물다 가는 선에서 잠정(?) 합의했습니다.ㅎㅎㅎ

1주 살이하고 돌아와 대충 정리하고 설렁 설렁 동네 한바퀴 돌아봤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꽃들이 몇 가지 보이네요.

일본목련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높은데에 있어서 몇 개 담지 못했네요.ㅎ

은방울꽃

잎사귀에 덮여서 꽃이 없나? 했는데 뒤져보니 이리 저리 잘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예쁜데 뭐가 부끄러워 숨어 있는 것인지 참...ㅎㅎ

낮은 데서 담으면 좋아보인다고 해서 엎드려 쏴를 몇 번 해댔더니 머리가 빙글 빙글하고 숨이 차오릅니다.

이 짓(?)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런지....ㅎ

분홍괴불나무

'괴불'이란 이 녀석의 열매가 고양이 그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열매가 열렸을 때 떼가지고 가서 고양이 그것(?)과 비교해봐야겠습니다.ㅎㅎㅎ

옛날 사람들의 상상력은 항상 저를 놀라게 합니다.ㅎ

꽃은 이렇게 예쁜데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지...ㅎㅎ

큰애기나리

'큰애기'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지 제가 가까이 가니 부끄러워 저렇게 잎사귀로 가리며 고개를 숙입니다.

예쁜 얼굴을 한 번 보기가 어렵네요.ㅎㅎㅎ

윤판나물

예네들은 수줍어서 머리를 숙이는 게 아니라 원래가 예의가 바른 녀석들이라서

제가 가면 저리 고개를 깊숙히 숙이며 절을 하는 것입니다.ㅎㅎㅎ

옛날에 윤판서 대감댁에 이 꽃이 있었는데 어느날 임금이 윤판서 집을 찾아 갔더니

이처럼 고개를 숙이며 임금을 맞이하기에 '윤판나물'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ㅎ

인사만 잘해도 이처럼 관직을 하사받을 수 있다면....ㅎㅎㅎ

애기풀

꽃이 얼마나 작은지 세세히 살피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려운 녀석들이네요.

삽이 있다면 땅을 파고 엎드려 쏴를 해야 겨우 담을 수 있는 고약한 넘들입니다.ㅎㅎ

혹시 엎드리다 나에게 깔린 녀석은 없는 지 걱정되어 뒤돌아 살펴봅니다.

담아 놓고 보면 예쁘긴 한데 과정이 너무 힘드네요.ㅎㅎ

졸방제비꽃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제비꽃의 종류는 50여종을 훌쩍 넘습니다.

워낙 분화가 잘 이루어지고 걸핏하면 인접한 녀석끼리 관계를 맺어 새로운 형태로 변종되는 게 많다네요.

'졸방'이라는 말은 제비꽃의 어린 잎이 '졸뱅이'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졸뱅이'는 경상도 방언으로 쌀의 돌을 걸러내는데 사용하는 '조리'를 말한답니다.

어떤이는 '올망졸망'의 경상도 방언이 '올방졸방'이라고 해서 유래했다고도 하는데 근거없는 뜻인 듯도(개인적으로)

허나 피어 있는 모습이 올망 졸망 보이기도 하네요.ㅎㅎ

꽃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차분하게도 해줍니다.

삭막한 거실에 꽃이나 화분을 하나 가져다 놓으면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여기 야생화 회원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이 봄의 끝에 화원에서 작은 꽃 화분하나 사보시는 것도....ㅎ

Ps. 글을 쓰다가 보면 개인적인 생각이 조금 들어가는 부분도 있어서 사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ㅎㅎ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어리버리(橫說竪說-牛步)]

덕분에 오늘도 들에서 만나는 야생화들을 잘 보고 갑니다.
일본 목련하고 후박나무는 다른가요.
자세히 보니 애기풀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습니다.

[붉은해]

감사합니다.

[하 루]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붉은해]

감사합니다.

[착희]

엎드려 쏴 ㅎㅎ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윤판나물의인사로 하사받은 이름도 재미있고 사진만이 아닌 글이 있어 더 이해도 잘 되고 기억에 남습니다

[붉은해]

땀 좀 뺐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은방울꽃(남자)]

사진이 예술입니다

[붉은해]

멋진 닉네임(Lily of the valley 은방울꽃)에 적절한 사진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