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일러 머큐리
무기: 머큐리 하프(Mercury Harp) ※ 애니 상에서는 직접 구현이 아닌 애너지 형태로 등장하며, 뒤의 심볼로 주로 등장.
모티브: 헤르메스의 리라(Lyra)
전령의 신이자 도둑의 수호신이고 로마에서는 '메르쿠리우스(Mercurius)' 라고 불린 헤르메스의 상징 중 하나이다. 사실 신화 속에서 꼬꼬마였던 헤르메스가 태양신 '아폴론'의 소떼를 훔친 뒤 한 마리를 죽여 제우스에게 제물로 바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좋은 거북의 등껍질과 소의 장을 꼬아 만든 게 바로 이 악기. 뒤늦게 달려온 아폴론이 헤르메스를 벌주려 했으나 이 악기의 소리에 반해 그가 지니고 있던 지팡이와 리라를 교환하고는 헤르메스의 죄를 용서해 주었다고 한다.
(아폴론이 음악의 신이 되고, 헤르메스가 죽은 자를 안내하는 신이 된 계기)
※ 참고로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준 지팡이는 '카두케우스(Kadukeus)'라고 불리는데 날개달린 지팡이에 뱀이 두 마리 감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폴론의 아들인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이기도 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의학의 심볼이기도 하다.
코믹과 애니메이션에서는 모든 모티브를 놓치지 않았다. 우선 자칫 마법사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는 카두케우스 지팡이의 사용을 제거했다. 그리고 우아한 헤르메스의 리라를 세일러 머큐리의 무기로서 대입했고 그것은 동시에 미즈노 아미의 음악적인 감각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용하지 못한 카두케우스 지팡이는 아미가 '의사'를 지망하는 것으로 설정함으로서 동시에 들어가게 되었다. 즉 의학과 음악을 동시에 '세일러 머큐리(미즈노 아미)'라는 캐릭터에 삽입한 것.
2. 세일러 마스
무기: 마스의 화살(Mars Arrow) ※ 머큐리 하프와 마찬가지로 실물이 아닌 애너지 형태로 구현.
모티브: 아레스의 창(Spear of Ares)
아레스는 전쟁의 신으로서 늘 아들인 '데이모스(패배)'와 '포보스(공포)'를 대동하고 다닌다.
(세일러 마스의 까마귀들이 바로 이 모티브이다.)
그는 항상 자신의 창과 방패를 휴대하고 다녔는데 아마도 세일러 마스의 화살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화성의 상징이자 남성(Male)의 상징으로 유명한 저 상징은 아레스의 방패와 창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일러 마스는 설정 상 신사의 딸이며 여성스러운 매력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세일러 마스가 창을 들고 요마들과 싸우면 그야말로 삼국무쌍(...)이다. 그래서 나오코 씨는 강함과 여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얻기 위해 화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공교롭게도 드라마판에서는 세일러 주피터가 레알 최후의 무기로 창처럼 생긴 스태프(긴지팡이)를 들고 나타난 적이 있다. 보면 알겠지만 위압감 또한 상당하다. (-_-;;) 필자 본인의 느낌으로는 녹색의 세일러 복을 입고 청룡도 같은 창을 휘두르는 모습이 마치 관우 같더라(....).
실제로 애니메이션이나 코믹판에서 '마스 플레임 스나이퍼'를 시전하는 모습을 보면 당기는 동작을 유지하는 장면에서 불타는 형상의 활 없이 오로지 '화살'만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세일러 주피터
무기: 떡갈나무 잎(Leaves of Oak) ※ 일본 정식 용어로는 '오-쿠노하(オークの葉)'라고 부른다. 떡갈나무 잎이라는 뜻.
모티브: 제우스의 신목(神木) 인 떡갈나무 + 각종 대회에서 헌납되던 관(冠).
사실 사진에서 보면 알다시피 제우스는 왕관을 쓰는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그의 칭호인 '제우스 크세니오스(여행자를 수호하는 제우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그냥 긴 지팡이를 짚은 여행자 같은 차림으로 돌아다니길 즐겼다. 그럼 이 세일러 주피터의 떡갈나무 관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사실 위의 사진처럼 제우스의 떡갈나무 잎관도 존재하긴 한다. 그리스의 아티카 지방에서 발견된 유물로서 제우스의 신목인 떡갈나무 잎을 본따 순금으로 세밀하게 만들었으며 '지혜로움'을 나타내는 관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걸 주긴 주는데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고 잘 간직했다가 나중에 자기 묘지에 걸거나 아니면 가문의 묘지에 걸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장식품.
(삶을 위해 움직이는 세일러 주피터에게 죽어서야 돋보이는 떡갈나무 관은 무용지물...)
한편, 그리스에서는 제우스에게 바치는 체육대회인 '올림피아드(올림픽)'의 우승자에게 올리프 나무 잎이나 샐러리(...) 잎으로 만든 관을 내려 주었다. 아마도 괄괄한 세일러 주피터가 쓴 엽관(葉冠)은 아마 모티브 신인 제우스를 나타내는 떡갈나무의 잎과 이 운동경기 후에 주는 승리의 관을 합친 것으로 생각된다.
작가인 나오코 씨가 떡갈나무 관에 대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주피터의 떡갈나무 관은 첫 등장 이후 잘 나타나지 않으며 공격기술인 '주피터 오크 에볼루션' 모션 역시 일반 공격과 별로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마치 흩날리는 떡갈나무 잎사귀와 같은 애너지 공격을 퍼붓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무기 2: 장미 벨트(Rose Belt)
장미 벨트는 코믹스 한정 아이템인데 정작 본편에서도 그렇게 많이 쓰이지 않았다. 허리띠 형태로 되어 있으며 안에는 장미가 두 송이 들어 있으며 꽃잎이나 꽃잎 형태의 애너지로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아이템은 어떤 신화적 모티브가 아닌 '기술명'과 연관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들을 살펴보면,
[플라워 허리케인]
[주피터 코코넛 사이클론]
정도가 있다.
근데 허리케인은 멕시코만 일대에서 부는 열대성 저기압(우리말로 태풍)을 의미하며 그 어원을 살펴보면, 한때 멕시코를 지배했던 스페인 인들이 카리브 해의 원주민들이 '폭풍의 신', 내지는 '강풍'을 언급할 때 쓰는 말을 자기네 식으로 '우라칸(Huracan)' 으로 읽었고 그게 허리케인이 되었다. 즉, 폭풍우로 대표되는 제우스의 그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 어쩌면 '꽃 피는 부활절'이라는 스페인어 단어 '라 플로리다(La Florida)'에서 유래한 플로리다 반도 일대를 덮치는 '거대한 폭풍우' 라는 이미지 때문에 나오코 씨가 꽃과 폭풍우(제우스)를 (억지로) 붙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제우스는 사실 폭풍의 신은 아니라 '광명의 신'이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천둥번개는 그냥 그의 무기일 뿐이다.
※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장미(원예)를 좋아하는 키노 마코토의 성격이 기술 자체에도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이클론(Cyclone)은 인도양 일대의 폭풍을 의미하는 말로서 어원이 바로 '퀴클롭스(Cyclops) 3형제' 이다. 얘내들이 뭐한 놈들이냐 하면 바로 제우스의 무기인 천둥번개(Thunderbolt)를 만들어 준 장본인들이다. 태풍을 사이클론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얘내들 거인 3형제가 눈이 하나씩 밖에 없어서.... (태풍의 눈을 생각해보면 쉽다)
즉, 제우스의 모티브가 일부 들어있는 태풍 + 따스한 지역에서 잘 피는 장미(그리고 그 곳엔 태풍도 잘 온다) 의 혼합체가 아닌가 싶다.
4. 세일러 비너스
무기: 비너스의 사슬(Venus Chain), 사랑의 채찍(Love Whip)
※ 위 사진의 심볼은 사랑의 채찍을 나타낸다.
모티브: 아프로디테(비너스)의 거들끈(...)인 '케스토스 이마스(Kestos Himas)'.
케스토스 이마스의 유래를 보자면, 아프로디테가 바다에서 태어난 뒤 봄의 여신 '호라'가 입혀주는 옷을 입었는데 그 때 입은 것 중 하나가 '거들(Girdle)'이었다. 여성 회원 분들이 많아서 굳이 설명을 안해도 되겠으나, 거들은 보통 여성 속옷을 의미하며 오늘날에 몸매유지에 도움된다는 착 달라붙는 그 거들과는 차이가 있다.
암튼간에 아프로디테가 옷을 입고 있는데, 운명을 담당하는 여신인 '모이라'들이 그녀에게 준 것이 바로 거들을 고정함과 동시에 꾸며주는 끈(겉으로 보면 허리끈처럼 보인다) 이었던 것. 근데 그 끈에는 그 어떤 남성이라도 매혹시킬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운명의 여신들이 아프로디테의 운명을 대략 점지해 준 셈.
아프로디테는 이 끈으로 많은 남자들을 유혹했고 제우스도 이 거들끈인 케스토스 이마스만 보면 욕정에 괴로워 했다고... (그러고보니 남성이 여성의 속옷 끈을 보고 욕정을 느끼는 건 당연한건가;;) 이후에 이 거들끈은 주로 '허리띠' 로 유순하게 해석되었고 그것이 세일러 비너스의 모티브까지 이어졌다.
'비너스의 사슬'이 바로 케스토스 이마스에서 따온 대표적인 아이템. 세일러 비너스는 이 아이템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 적을 공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공격명 역시 '비너스 러브 미 체인', 즉 '나를 사랑하게 하는 사슬' 이다. 남성을 유혹하는 마력을 지닌 케스토스 이마스의 이미지에 정말 잘 맞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의 채찍'은 비너스의 사슬의 강화판. 해당 아이템으로 발동하는 '비너스 러브 앤드 뷰티 쇼크', 즉 '사랑과 미의 충격'은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대표되는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 그 자신을 나타내는 공격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두루뭉술한 다른 전사들의 아이템들보다도 그 기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5. 세일러 새턴
※ 보통 새턴은 코믹스에서 '외행성' 으로 포함되나, 실질적으로 토성 그 자체는 내행성으로 여겨지고, 그 무기의 유래도 일본의 삼종신기(검, 거울, 구슬)에서 따온 외부태양계 3전사와는 차이가 있기에 포함시켰음.
무기: 사일런스 글레이브(Silence Glaive)
※ 글레이브가 무슨 무기인지 아리까리한 분들이 계실텐데,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가 쓰는 '청룡언월도' 를 떠올리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모티브: 크로노스의 금강석으로 만든 큰 낫(Scythe).
크로노스(Kronos)는 그리스의 '시간의 신' 이자 로마의 '농업의 신'이다. 그의 신화를 보면, 천공의 신 '우라노스'가 자식들을 외모로서 차별했는데, 그가 자신의 아들이자 손이 백 개씩 달린 거인들을 무한의 지옥 속에 가두자 분노한 여신 '가이아' 가 자신의 막내 아들인 크로노스에게 금강석 낫을 들려주며 아버지를 거세(...)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크로노스는 우라노스가 거세되자마자 우라노스를 몰아내고 자신이 신들의 왕이 되었다. (하루카 지못미)
그리고 로마 신화에서 크로노스는 '사투르누스(Saturnus)' 라고 불렸는데 말 그대로 농업의 신이었다. 즉, 그가 들고 있는 거대한 낫의 용도가 피를 보는 용도가 아닌 곡식을 추수하는 용도로 변한 셈.
아무튼 크로노스가 들고 다니던 무기가 그대로 세일러 새턴의 무기가 된 것이다.
※ 사실 세일러 새턴과 세일러 플루토의 원본인 크로노스(시간)와 하데스(죽음)의 역할이 나오코 씨 세계관에서는 뒤섞여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다.
첫댓글 오오.. 이런 분석글까지..ㄷㄷㄷ 잘봤습니다.
굉장한 분석력을 갖고 계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분석력이시네요 좋은 것을 읽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흥미있고 진지하게 보다가 하루카 지못미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