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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문집
내 속의 나
난 정말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공부도 잘 못하고 소심한 울보였던 나는 할 말 다 하는 우등생이 되고 싶었다.
소심하다보니 분한 일이 생겨도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쌓일대로 쌓인 스트레스가 나를 오락거리에 빠지게 했다.
그런 나를 걱정한 엄마는 오락거리인 갤럭시 탭을 이곳저곳에 숨겨뒀다.
하지만 초능력이라도 생긴 것 마냥 나는 매번 갤러시 탭을 찾아내 사용 후 원 위치에 갖다 놓았다.
엄마는 날이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어 점점 찾기 힘든 곳에 그것을 숨겨놓기 시작했지만 내 초능력도 업그레이드 되어 귀신 같이 갤럭시 탬을 찾아내거나 새로운 오락거리를 찾아냈다.
나는 그 행등을 할 때마다 자책감을 느꼈다.
확실히 내가 삐뚤어지고 있을 때, 우리 아빠가 하반하를 소개받았다.
하반하에선 10개월 동안 내일 일을 하고, 길거리에서 북을 치고, 단어시험에 아침마다 운동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곳은 내가 못하는 것들의 집합체였다.
학교 숙제 밢표도 못하는 내가 길거리에서 북 공연을 한다는 것과 기말고사 영어가 30점이 나왔었는데 매일 단어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니 행복한 1년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난 하반하 10기에 신청을 했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 잘하고, 공부도 잘 하는데다가 매일 운동을 해 체력도 좋아지고,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건 “하반하”의 뜻이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하면서 살자” 라는 것이었다.
공부 실력이나 내 몸보다 중요한 건 하고 싶음 말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지내며 입고 싶은 옷을 입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주체적인 삶을 꿈꾸며 간 하반하 10기 동안 내 어떤 점이 바뀌었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CHAPTER 1. 어떤 것이 옳은 답입니까? 하반하 < 해반하
하교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퇴였다.
학교에서 몸이 너무 안 좋아 조퇴를 했는데 교문을 나온 후부터 아주 팔팔하다.
그렇다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다시 수업을 들으며 팔팔해졌습니다! 하기엔 좀 그렇지 않은가.
(사실 가기 싫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 퇴근할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전엔 사람들이 들끓던 거리엔 사람이 몇 없다.
평소라면 사람이 적은 다른 길을 택했겠지만 조퇴를 한 오늘은 이 길로 걷기로 했다.
거리에 있는 여러 상점들을 보며 걷다가 어느 상점 앞에서 멈추게 되었다.
완전 처음 본 상점이었다.
공사를 하는 것도 가게가 이사를 하는 것도 본 적 없는 곳에 새로운 가게가 있었다.
작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가게 안은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잡다한 물건을 파는 가게인 것 같았다.
안쪽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밀려오는 궁금증에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 잘 왔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떤 가게 주인이나 직원이 손님한테 안녕, 잘 왔네- 라고 하나.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걸어보았다.
“저어... 여기 주인이신가요?”
“응, 맞아. 한 번 둘러보고 싶어서 온 것 같은데 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써도 되고 구경하고 싶은 책 있으면 그냥 봐도 돼.”
저 주인은 보기 싫지만 이 가게 안의 잡다한 물건은 보고 싶다.
각시탈, 여우가면, 드림캐처, 마트로시카 등등..
온통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었다.
한참 신나 구경하던 중 아주 번쩍거리는 뽑기 기계를 보게 되었다.
엄청 열심히 관리한 것 같은데 왜일까? 아주 특이하게 생긴 뽑기 기계였다.
물건들이 보이는 창 같은 부분은 둥글게 튀어 나와 있고 돌리는 손잡이는 옛날 자동차 창문 손잡이처럼 생겼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기계를 관찰했다.
* 설명서 *
○ 100원을 투입 후 손잡이를 돌리면 작은 물건이 나옵니다.
○ 나온 물건이 무엇이느냐에 따라 당신이 겪을 일이 결정됩니다.
○ 뽑기에서 나온 물품 사용 중 물품 훼손 시 물품의 훼손도 만큼 당신의 일부도 훼손됩니다. (심한 경우 다신 돌아오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정말 이상한 뽑기 기계에 기계 설명서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 돌리는 데에 사용되는 돈이 고작 100원이라니.
이건 엄청나게 귀한 기회다.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100원을 꺼내 뽑기 기계에 넣고 손잡이를 돌렸다.
기계에서 나온 물건은 ‘Diary' 라고 써져 있는 손가락만한 책이었다.
안엔 세세하게 글씨까지 써져 있는 것 같았다.
"줘봐.“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보기 싫은 주인이었다.
내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책을 건네주자 주인은 대충 훑어보더니 책을 덮으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 가~”
잘 가? 어디로 잘 가? 도대체 뭐라는 거지?
정신 차려보니 난 어떤 건물 안에 앉아 누군가의 일기를 보고 있었다.
누구 일기지?
겉표지를 봤지만 ‘Diary' 라고 써진 큰 글씨만 보일 뿐 일기 주인의 이름 같아 보이는 것은 흐릿해서 보이지 않았다.
어제 일기엔 ‘Comment : 정희원쌤’ 이라고 되어 있다.
아! 여기 하반하 영월 학교구나!
그나저나 담당쌤이 나로 적혀있는데 내가 코멘트를 달게 되려나?
난 하반하 스텝쌤도 아닌데?
아니, 잘 생각해보자.
애초에 지금 내가 하반하에 있는 것부터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지금 모든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 꿈인가보네!
일단 이 상황을 내가 스텝쌤이 된 꿈이라고 판단하고 일기를 봤다.
2020 10기 DAY 1
날씨 : 갑자기 태풍을 만났다.
제목 : 고단한 하루
벌써부터 힘들어지고 있다.
여긴 정말 하루 종일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방 청소 후 옷을 갈아입고 잠시 눈 깜빡 하면 운동을 하러 나가야 한다.
근데 여기 하반하에서는 아침마다 선생님들께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인사를 하러 가야 한다.
이걸 아침인사라고 하는데 난 오늘 아침인사를 깜빡했다.
그러자 운동 시간에 엄청 무서워 보이는 선생님이 너희들 꼭 아침 인사하러 와라... 라고 하셨다.
인사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되면 그 짧은 시간에 방 청소-옷 갈아입기-아침 인사를 해야 한다.
이렇게 바쁘게 시간이 지난 후엔 단어, 리딩시험 준비를 한다.
시험 시각은 12시고 이 시험은 매일 본다.
이런 시험을 매일 본다니..
오늘 단어 시험은 시작하자마자 NO PASS를 받고 리딩 시험은 겨우 통과했다.
단어 시험을 NO PASS 받아오자 같은 정산조 팀원들과 형님들의 엄청난 눈초리를 받았다.
이 눈빛을 받을 때가 엄마한테 나 숙제 안 했어 라고 할 때보다 압박감이 심하다.
단어와 리딩 시험을 본다고 하루 일정이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에겐 노작이라는 거대한 일정이 있다.
노작은 학교를 깨끗이 하는 일인데 난 오늘 밭 근처의 잡초 뽑기를 맡았다.
잡초와의 씨름 시간이었다.
오늘 저녁, 잡초와 씨름을 한 내 모습이 거울에 비춰보였다.
하나로 묶어두었던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옷엔 흙이 잔뜩 묻어 있어 무슨 거지 같았다.
온 몸에 힘이 죽 빠지는 하루였다.
내가 앞으로 여기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벌써 이런 상태인데 괜찮을까?
<감사한 일> 잠을 잘 수 있고 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인상 깊은 사람>하반하 형님들 - 조깅을 하는데 지치질 않는다 (난 죽을 지경인데 말이다)
<환경을 위해 한 일> 분리수거를 할 때 페트병의 비닐까지 떼어내고 버렸다
<담당샘 : 희원쌤>
Comment : 힘든 하루였구나~ 아침부토 운동하고, 시험보고, 힘든 노작도 하고. 그래도 곧 있으면 여기에 적응해서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벌써부터 그렇게 걱정하지 말고.
Recomment : 네, 감사합니다.
고작 두 줄이었지만 난 엄청 고민해서 쓴 글이었다.
사실 이렇게 재목부터 힘들다 한 일기가 보기 좋진 않지만 내가 하반하를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일기 코멘트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던 때가 생각 나 내 맘대로 써버리면 상처받을까봐 최대한 조심히 썼다.
비록 열심히 쓰지 않아 보이는 리코멘트이지만 이 아이도 엄청 고민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해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다.
2020 10기 DAY2
날씨 : 쓰나미가 몰아쳤다.
제목 : 혼나다.
오늘 형님께 혼났다.
내가 워커할 때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하면 형님들만큼 빠르게 하며 깨끗이 하는 지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언제까지 물어보기만 할 거냐며 혼내고 혼자 찾으려고 하면 찾는 사이에 걸려 할 일이 없으면 물어보라며 혼낸다.
그리고 항상 청소는 깨끗이 해야 하는데 계속 빨리 하라고 한다.
형님들이 시범으로 할 때는 빠르게 잘 되는데 내가 하면 꼭 이상하게 안 된다.
그리고 설거지 워커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게 있는데 하반하의 식사가 끝난 식탁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봐온 상 중 가장 더럽다.
온데 군데 반찬 찌꺼기와 국물이 눌러 붙어있고 다 먹은 고기 뼈도 그냥 식탁에 두고 가버린다.
먹을 때 조금만 조심하고 흘리면 금방 닦을 수 있는 걸 그대로 놔서 상이 엄청 더럽다.
이런 상을 닦으려니 너무 오래 걸리는데 하반하 사람들은 그런 게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다.
계속 왜 이렇게 못하냐는 투로 나에게 이건 이렇게 해야지 라고 하니 속상해진다.
더 이상 혼나기 싫어서 열심히 하는데 그래도 일이 잘 안 되니 더 속상하다.
<감사한 점> Reading PASS
<반성할 점> 할 일을 잘 못해 같은 워커팀에게 피해만 끼쳤다
<마음 정리> (3점) 내가 피해가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팀원들이 미워지기도 한다
<인상 깊은 사람> 워커장. 나는 엄청 힘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환경을 위해 한 일> 워할 때 물을 세 바가지만 썼다
<담당샘 : 희원쌤>
Comment : 일이 잘 안 되어서 힘든가 보네.... 그래도 아직 초반이니까 노력한다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거야. / 어젠 없었던 칸이 생겼네. 새로 만든 <반성할 점> 칸 유용하게 쓰면 좋겠다.
Recomment : 네, 감사합니다.
다음 날 일기를 봤을 때 정말 마음이 상했다.
오늘도 리코멘트가 “네, 감사합니다.” 였다.
Day 2 일기도 Day 1처럼 뭐라고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오래 고민한 일기였다. 비록 부정적인 내용이라 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더 힘들어질까봐 엄청 고민해서 섰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한동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고민하다가 일던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Day 3 일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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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기. DAY3
날씨 : 쌀쌀한 날씨
제목 : 해반하(하반하 X. 해야하는 것은 반드시 하면서 살자 = 해반하. 이유-모든지 필수!)
오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학교에선 왜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한다면서 난 왜 하고 싶은 걸 하나도 못하는 걸까?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하면서 살자라서 신나서 왔는데 하반하의 여러 특성 때문에 하나도 못하고 있다.
일단 빡센 일정이다.
아침부터 새벽에 일어나 일기를 쓴 후 아침운동 그 후엔 워커 또는 단어 시험 준비, 그 후 수업, 수업 후엔 노작.
그리고 공부의 경우 안 하는 방법도 있다는데 그 방법은 신데렐라를 하는 것인데 그 신데렐라는 일만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은 공부하는 사이에 두뇌가 아닌 육체적으로 해야 하는 노동을 하는 일이라는데 그 제도가 결국 학생들은 공부를 하게 한다고 한다.
(심지어 공부를 하게 해달라고 빌기까지도 한다고 한다)
결국 공부는 안 하는 방법이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셈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늘 희원아- 단어 베껴놨니? 독해 베껴놨니? 같은 질문이 들려와 다시 공부로 돌아가야 한다.
한 마디로 눈치봐야 한다.
한 번은 내가 이런 걸 하고 싶어 그렇다 라고 말할까 생각해 봤는데 말해봤자 일 것 같다.
모든 팀장이 일단 정산이 먼저이기 때문에 그래도 필수 과목은 미리 하라는 대답이 올 게 뻔하다.
진짜 너무 답답하고 힘든 생활이다.
<감사한 점> 없다
<반성할 점> 너무 모르겠다<인상 깊은 사람> 써니썜 - 해야 하는 건 어떻게는 하게 하는 써니쌤
<마음 정리> 10점 만점 중 3점. 해반하에서 지내는 게 너무 힘들다.
일기를 다 읽었을 때 뭔가 이상함이 느꼈다.
처음에 일기ㅏ에서 형님들이 자신을 부를 때 희원아~라고 썼을 땐 나랑 이름이 똑같은가 보다 싶고 그냥 이름이 희원이였구나 정도였는데 갈수록 희원아 라고 썼던 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끝났을 땐 얼굴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일기는 하반하 10기 일기가 아닌가.
일기를 쓰는 것도, 일기를 보는 것도 나였던 것이다.
지금 내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구나 싶어 코멘트는 이렇게 썼다.
Comment : 지금까지 쓴 일기를 다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아마 일기들 내요이 어떤 느낌인지 생각도 안 해봤을 것 같다. 그래서 기억나는 내용도 없고. 이 일기 다 기록으로 남는데 이 기록을 다른 사람도 볼 거고 이런 기록이 남는 건 너한테 제일 안 좋을 것 같다. / 해반하는 너무 심했다.
다음 날 전과는 달리 별 생각 없이 일기를 폈다.
Recomment : 죄송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정말 읽기 힘드네요.
웃음이 피식 나왔다.
아주 짧아 보이지만 4배는 늘어난 리코멘트였다.
2020. 10기 Day 4
날씨 : 괜찮은 날씨
제목 ; 일기
어제 일기를 보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갑자기 담당쌤이 화나 보이셨고 전 일기를 한 번 보라고 하셨다.
전 일기를 대충 보자 정말 이불킥 감이었다.
내가 그런 내용을 썼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이 일기를 누군가 볼 생각을 하니 정말 끔찍했다.
지금까지 쓴 일기는 정말 솔직하긴 했지만 너무 불만 투성이었다.
진짜 심각할 정도로 사람들 눈치를 보던 내가 이런 일기를 써내다니....
담당쌤의 코멘트를 보고 지금이라도 그런 일기를 써내는 걸 멈춰 참 다행이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다짐한 건 아닌 것 같다.
아직 주변 사람들이 밉다.
어떡해야 할까?
일단 다른 건 몰라도 희원아~ 숙제 했어? 만은 듣고 싶지 ㅇ낳다.
그러면 숙제를 다 해놓을까?
그래놓고 만화를 잔뜩 보거나 난서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조금 당황하지 않을까?
내일 결과가 어땠는지 일기에 꼭 써야한다.
최대한 좋은 내용으로 말이다.
앗.
내일 결과라면 지금부터 일기에 쓸 계획에 대한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일단.... 코멘트가 일기를 이런 식으로 쓰는 건 너에게 제일 안 좋은 것이다. 라는 식이었기 때문에 좋은 기록은 알지만 안 좋은 기록은 알기 때문에 그건 피해가는 게 내 최대 목표다.
그리고 하반하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 것도 최대 목표이다.
나머진 팀원에게 눈치 받지 않고 살기, 단어 PASS, 운동 때 끝가지 뒤처지지 않기 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담당쌤이 폭발하신 건 아닌가 싶다.
Day 1과 Day 2는 아주 친절하셨는데 Day 3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심각하시진 않겠지?
<감사한 점> 오늘은 전에 비해 좋은 기록을 남긴 것 같다.
<반성할 점> 지난 3일 동안 너무 안 좋은 내용의 일기를 써 나 스스로에게 짱돌을 던졌다.
<인상깊은 사람> : 코멘트 쌤. 오늘 내가 일기를 쓰는 데에 큰 도움을 주셨다.
<마음 정리> : 10점 만점 중 6점. 오늘 일기 덕분에 여러모로 성장했다.
<환경을 위해 한 일 : 양치컵을 썼다. 세수한 물로 손 씻고 발 씻고 다 했다.
<담당쌤 : 희원쌤>
Comment : 주변사람이 미운 ㄱ너 좋다고 할 순 없는 일이지만 네가 이런 일기를 써서 기쁘다. 다음에도 저번에 섰던 일기를 잘 기억하고 그런 일기를 쓰지 않길 바라. / 내 걱정은 하지 마. 전하고 다르긴 해도 폭발은 아니야.
Recomment : 감사합니다. 다시는 전 같은 일기는 내지 않을 겁니다. 제 주변사람들에게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일기를 쓰고 나니 글너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엔 딱 쓴 그대로였다.
그리도 다음 일기.
2020. 10기. Day 5
날씨 : 화창
제목 : 다짐문
다짐문 이라는 게 잇나 싶지만 일단 오늘 일기는 다짐문이자 반성문이다.
반성할 점은 하반하를 해반하라고 멋대로 부른 것이다.
하반하라는 이름은 엄청 고민한 끝에 만든 이름일 텐데 난 그러던 말던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니 어린아이처럼 찡찡대느라 이름을 멋대로 바꾸었다.
맨날 해야 하는 건 반드시 하자 라며 말이다.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해야 하는 걸, 해야 되는 걸 꼭 꼭 꼭! 해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너무 유치원생처럼 군 것 같아 창피하다.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 내가 몇 가지 해야 하는 게 있다.
1. 불평을 하지 않는다.
정말 불평하는 사람이 최악인 것 같다.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며 자기 힘들다는 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은 정~말 골보기 싫다.
2. 10초 법칙 사용.
전에 써니쌤이 필통을 가지러 갈 때, 쓰레기를 버릴 때 10초 만에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난 10초 만에 준비를 모두 마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일어나기 싫을 때 10초 안에 준비를 모두 마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일어나기 싫을 때 10초 안엔 일어나는 것이다.
3.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자.
쓸데없는 일의 기준은 나에게 도움이 되냐 안 되냐 이다.
4.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자.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감사한 점> 하고 싶은 걸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반성할 점> 일기 용량이 살짝 부족하다, 어제 일기에서 말한 걸 거의 안 했다.
<인상 깊은 사람> 나. 난 정말 대-단-해-!
<마음정리> 8점. 이런 일기가 뿌듯하면서도 부끄럽다.
<환경을 위해 한 일> 샤워에서 물을 세 바가지 썼다.
<담당쌤 : 희원쌤>
Comment : 다짐문을 보니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게 느껴지네. 이렇게 일기에 다짐문을 썼다는 걸 까먹고 전으로 돌아가지만 마. / 일기에 쓴 것들 잘 해내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둘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Recomment : 감사합니다! 이 일기에서의 다짐과 선생님을 평-생 기억할게요!
다음 날 일기는 없었다.
그저 리코멘트만 있을 뿐.
타임미스였다면 나한테 일기가 오지도 않았을 거다.
일기가 끝난 건가?
왠지 좀 아쉬워졌다.
하반하에서 쓴 일기가 얼마나 많은데 겨우 5일치라니.
과가의 나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할 수 없다.
일기가 끝나버렸으니까.
사진 앨범 보는 것처럼 전에 내가 썼던 코멘트를 봤다.
왠지 그냥 일기를 덮어버리긴 싫었다.
Day 1, Day 2.
이 때 코멘트는 딱 봐도 진심이 아니다.
그냥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 대충 얼버무리고 일기 코멘트 Day 3, 4, 5는 확실히 맘대로 쓴 것 같다.
하지만 이땐 따로 힘든 점이 있었다.
바로 내 일기라는 걸 알고 코멘트를 썼다는 것.
사실 난 글로 내 기록을 남기거나 편지로 친구들이랑 뭔가 주고받는 그런 건 정말 못하는 성격인데 내가 나한테 쓰는 일기라고 생각하니 쓰면서 좀 부끄러웠다고 해야 할까?
Day 5 일기 코멘트는 하고 싶은 일 하는 희원이가 되길 바라~ 라고 쓰기에도 좀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 라고 썼다.
어쩌면 이 말은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아닐까?
난 요즘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둘 다 잃어가고 있었으니까.
그 때 달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CHAPTER 2. 그게 아니라...
그 때 종소리가 울렸다.
어느새 다시 가게로 돌아와 있었다.
평범한 크기의 일기장이 놓여있었던 내 손엔 다시 손가락만한 노트가 놓여있었다.
아무도 없는 가게에선 달랑달랑 거리는 소리가 계속 나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쪽은 작은 창문이었다.
창문 밖으로 흔들리고 있는 계절이 보였다.
잠시 창밖을 보며 눈 뜨고 명상을 했다.
(사실 그냥 멍때린거다)
내가 뭔가 해야 했던 것 같은데...
뭐였지...
창 옆에 있는 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아! 나 오늘 조퇴였지!
이제 곧 있으면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빨리 가게 밖으로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오는 뽑기 기계...
한 번만 더 돌릴까?
어차피 새로 사야 할 학용품이 있으니 지금 가더라도 중간에 문방구를 들려야 한다.
그럼 한 번만....
기계 안에 100원을 넣고 손잡이를 돌렸다.
“뭐야 이게?!”
이번에 나온 건 불만스러운 표정을 한 비니모자였다.
그냥 디자인이 그렇게 된 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왜냐하면 주름이 사람 얼굴처럼 나 있었고 계속 꿈틀꿈틀거리고 있었다.
아.. 왜 돌린 걸까?
그냥 집으로 갈 걸...
그 후엔 더 끔찍한 광경을 보았다.
갑자기 모자가 빽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호러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비명소리가 멈추길 기다렸다.
“너 타임미스야.”
“??? 네?”
“타임미스라고- 빨리 자리에 앉아.”
비명소리는 어느새 멈춰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일단 여기가 영월 학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조별로 묶어 앉고 프린트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일단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아- 숙제 검사한다!”
주변 사람들이 노트를 펼치기 시작했다.
나도 내가 들고 있던 노트를 펼쳤다.
앗, 맞다.
나 숙제 진짜 안 할 때가 있었지.
“숙제 안 한 사람 손들어!”
순간 당황해서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아 이번엔 학생이구나.
상황파악을 한 후 자리에 앉아 필기도구와 노트를 꺼냈다.
선생님이 종하쌤인데 책상이 있는 수업은 수학밖에 없으므로 꺼낸 노트는 수학 노트였다.
“자아, 숙제 검사한다!”
보니 다행이도 나만 숙제를 안 해온 건 아니엇다.
나 외에도 3명이 손을 들었다.
“너희들은 왜 안 해온 거야?”
“이번 주에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못했어요!”
모두가 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알고 있엇따.
소리가 난 쪽에서 손을 든 건 나밖에 없다.
하지만 난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시간을 내야 됐던 거고.”
선생님이 날 보며 말하셨다.
사실 내가 입을 뻥긋대며 소리를 낸 건 확실하다.
하지만 난 그런 말을 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무언가 조종당하는 느낌이었다.
수업시간이 끝난 후 강당을 나왔을 때 워커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만났다.
너 빨리 상 차리러 와! 그러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가려는데 이번엔 정산조 팀장으로 부이는 사람을 만났다.
너 타임미스하고 숙제 안 했다면서.
“그.. 그게 제가 이번 주에 시간이 없어서...”
아. 알겠다.
내 머리에 비니모자가 씌여 있었다.
보일 듯 말 듯 꾸물거리는 모자가 말이다.
재빨리 모자를 벗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없긴 했지만 제가 재대로 못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래. 빨리 숙제 해 놔.”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방으로 가버렸다.
“야! 너 왜 안 와!”
워커장이었다.
내가 빨리 안 와서 화난 모양이었다.
“너 말로 다 일하고 있어! 늦을 것 같으면 말하고 늦던가!”
저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엌에 들어가고 나니 워커장이 왜 그렇게 화나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곧 밥 먹을 시간인데 국도 안 끓어져 있고 식기세척기는 방금 막 돌아가 아침에 먹었던 그릇들이 이제야 나오고 있었다.
미친 듯이 워커를 한 후 밥을 먹고 방으로 갔을 대까지 정말 힘들었다.
방으로 가 잠시 한숨 돌리려고 했는데 모자가 말을 걸었다.
“넌 억울하지도 않아?”
“뭐가?”
“아니- 솔직히 숙제 못한 것도 네가 못하고 싶어서 그랬더냐? 워커 늦은 것도 그렇고. 안 억울해?”
“무슨 소리야. 그게 왜 억울해?”
“진짜! 답답하네! 생각을 해봐! 숙제는 시간이 없었고 워커 늦은 건 정산 조원이 불러서 그렇고! 왜 그런 걸 말 안 하는 거야?”
“음.. 워커는 그렇다 쳐도 숙제는 너무 핑계인데?”
지금 말투는 그냥 그렇지만 난 지금 짜증나 죽을 것 같은 상황이다.
“핑계? 핑계에? 그게 왜 핑계야? 그건 정.당.한 이유라고! 정.당.한 이유!”
모자는 목청 터처려 빽빽거리기 시작했다.
아.. 진짜 저걸 없애버릴까?
아니다. 그건 안 된다.
설명서에 나도 같이 끝장난다고 되어 있었지 않았나.
ㅇ리단 지금 상황을 좀 정리해 보자면 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뽑기 기계를 돌렸고 거기에서 모자의 모양을 한 괴생명체가 나왓다.
그 후 하반하 수업시간으로 이동했고 그 때부터 모자가 아주 대활약을 해 지금 이 상태인 것이다.
현재 최대 방안은 모자가 내 머리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
하지만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일하는 사이에도 5번 정도 내 머리에 올라오는 걸 시도했다.
2번은 성공했고 3번은 거의 성공 이었다.
생각을 하고 있다가 모자의 빽빽거리는 소리가 멈췄다는 걸 깨달았다.
모자가 있던 곳을 보니 모자는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오호라... 모자가 잠을 자?
그럼 밥까지 먹여야 되나?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이 빽빽거리는 애를 데리고 혹시 모자가 상할가봐 안절부절 할 생각을 하지 금장이라도 지옥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생각 때문에 소등시간이 지난 후에도 한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밥을 먹을 필요는 없고 그냥 잠만 잔다는 게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모자 안에 설명서가 들어 있었고 설명서에선 모자는 잠만 자면 된다고 써져 있기 있었다.
그리고 모자가 파손될 시 당신도 피해가 있지만 당신에게 신체적인 문제가 생겨도 모자는 영향을 받지 않으니 큰일 날 생각은 하지 말라는 내용이 써져있었다.
내가 모자를 우쭈쭈 챙기진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했지만 너무 불공평했다.
모자의 피해는 같이 나누는데 내 피해는 나만 받는다니.
그래도 잠만 자는 모자라서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또 모자가 활약을 할 뻔했다.
내가 독해 TIME MISSED를 한 것이다.
“독해 타임 미스??”
내 얘기를 들은 팀장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 도대체 팀한테 얼마나 페널티를 구려는 거야?”
앗. 큰일났다.
그 사이에 모자가 내 머리 위로 올라온 것이다.
제발 제발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야, 내가 말하고 있잖아.”
“앗. 네. 죄송합니다.”
그 후 팀장은 몇 마디 더 한 후 갔다.
현재 내가 팀에게 가져간 페널티는 3$ 모두 숙제를 안 하거나 TIME MISSED에서 나온 페널티였다.
그것도 일주일이 시작한지 이틀 만에 그 정도를 가져왔으니 화날 만 했다.
“야.” 이번엔 모자였다.
“맞다. 아까 그냥 널 벗으면 디는 건데 내가 왜 가만히 있었지? 나 바보네?”
“그래, 이 바보야! 왜 아까 내가 말 못하게 했는데!”
“난 그런 적 없어. 내 머리에서 나오게 하지도 않았잖아.”
그러나 모자는 잠시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좀 이상했다.
아까 상황은 모자가 떠들어대기 딱 좋은 상황이었는데 왜 아무 말도 없었고 지금 나보고 왜 말을 못하게 했냐면서 뭐라고 하고 있는 걸까?
그 때 모자가 말을 시작했다.
“아니, 생각해봐. 다 이유가 있는데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억울하잖아. 글새ㅓ 난 너를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넌 왜 계속 내가 말만 하려고 하면 싫어해?”
“너 혹시 내가 싫어해서 말 못한 거야?”
“..........”
“맞네! 너 내가 싫어서 말 안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또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었다.
내가 모자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면 충분히 모자를 막을 수 있다.
그 후론 별 문제 없이 잘 지냈다.
그러다 종종 집으론 언제 돌아가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됐다.
이미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간 건 아닐까?
그래도 할 수 없다.
나가는 방법을 모르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완전 노는 프리위크가 왔다.
일을 안 하고 영화보고- 게임하고- 자고 의 반복인 프리위크였다.
이 때 뭔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였지....
옛날 일이라서 잘 기억이 안 난다.
난 그냥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영화보는 시간은 딱히 재미있지 않았다.
나 배고 거의 모든 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밖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을 돕거나 워커일을 돕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너무 양심에 찔려 밖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영화도, 일도 다 끝나간 때였다.
그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난 계속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낸 건 나뿐만이 아닌가 본지 써니쌤이 우리들에게 굉장히 실망하셨다.
서니쌤이 한참 말씀 중이실 때 난 모자가 활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모자는 조금 다른 식으로 활약을 했다.
써니쌤의 말씀이 모두 끝나고 나서 내가 방에 있었을 때이다.
“야, 솔직히 써니쌤이 하신 말 좀 아닌 거 같지 않아? 아니. 이번 주는 학생들은 완전 쉬는 날이고 김장은 다 선생님이 하기로 하신 거 아냐? 아니 써니쌤이 약속은 꼭 지켜야 좋은 관계를 할 수 있다고 하시는데 이번 주엔 학생들 일 안하게 하는 게 약속이었잖아.”
이번 주가 완전히 노는 주였던 건 맞다.
하지만 하반하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셈이다
한 명은 펑펑 놀고 한 명은 죽어라 일만 하는 것은 그 어느 관계에서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네.”
그 후로 모자는 말을 걸지 않았다.
한동안 방 안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한참 생각하다가 써니쌤께 가야 한다고 판단을 내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너 어디가? 설마 써니쌤께 가?”
“응.”“이이익..! 안 돼, 절대로!”
갑자기 모자가 이상한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자의 실이 풀리며 그 실이 다시 모양을 만들었다.
더 크고 크고 크게 만들어져 거인이 됐다.
아주 큰 거인이.
CHAPTER 3. 나한테만 보이는 친구
다시 가게에 와 있었다.
전엔 있는지도 몰랐던 난쟁이 같은 키의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은 아직 멀쩡한 물건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원래 좀 물건이 많이 쌓여있는 가게였지만 온갖 물건이 다 쏟아져 깨진 조각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건물이 마구 흔들리고 이상한 끈적한 액체들이 흐르고 있었다.
내 발 밑엔 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뭐야! 워야이게에에에!!!!!”
당황한 나는 ‘뭐야 이게’라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겁에 질린 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자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액체는 더 많이 흐르고 건물은 더 심하게 흔들렸다.
아... 나 죽는 건가?
뽑기 한 번 더 하려 하다가 죽는 건가?
한창 내 인생 끝이구나 하는 나를 세상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주인과 눈이 마주쳐 불쾌함에 정신이 들었다.
댕! 댕! 댕!
소리가 나는 창문을 보자 밖은 멀쩡했다.
고양이가 날 부르듯이 야옹 야옹 거렸다.
밖은 비가 오지만 그래도 여기보단 낫겠다 싶은 생각에 밖으로 나갔다.
전속력으로 문을 향해 뛰어갔다.
문손잡이가 뽑기 기계 손잡이 같았지만 그거에 대해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손잡이를 돌리고 나가자...
철푸덕!
바로 진흙에 발을 담갔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얼굴이 흠뻑 젖었다.
여기가 더 나을까 가게가 더 나을까?
일단 여기가 더 낫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우산 들고 나와서 다 같이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돌아섰는데 문이 달라져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영월 학교 전시실로 이어졌다.
복도엔 비가 와서 밖엔 널지 못한 빨래들이 널려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 일단 흠뻑 젖은 옷을 해결하고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걸까?
문고리가 뽑기 기계 같았다.
난 문을 열고 나갔으므로 내가 기계를 돌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럼 내가 동전이 된 걸까?
나 집으로 돌아가야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일단 여기서 한동안 사는 수밖에...
다음 날은 나가수 공연 준비로 바빴다.
나는 5명이 하는 침에 들어가 5명이서 같이 공연을 하게 되었다.
연습을 하다 보니 다른 형님이 가살라 잘 못 외운 것 같아 보였다.
어. 가사 말해줘야 되나?
“너가 왜? 너도 지금 잘 못 외우고 있잖아. 그런 상태로 누굴 돕겠다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다. 거인으로 변한 모자였다.
“왜? 맞는 말이잖아, 빨리 연습이나 해.”
모자. 아니 거인에게 꺾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꺾이고 말았다.
그래.. 연습해야지.
거인에게 꺾인 내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거인은 꺾인 나를 더 꺾으려고 했다.
“노래? 너가 노래를 해? 너 음치잖아.”
거인이 하는 말은 모두 나를 쿡쿡 쑤셔대는 것 같았다.
“너 무대에 서는 거 어떻게 하게? 가사 외우긴 했어? 너 파트도 별로 없던데.”
이젠 걱정밖에 안 됐다.
그러게 난 가사도 제대로 못 외우고 노래도 못 부르는데 어떻게 하지?
나가수 공연이 세상에서 제일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됐다.
그렇다 해도 빠질 순 없었다.
현재 우리 팀이 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 안 되고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그 팀은 무조건 지게 되어 있다.
저 나가수 안 하면 안돼요? 라고 하면 썰렁한 분위기와 엄청난 눈빛, 24시간 감시를 당할 수 있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
나도 마찬가지고.
그 망할 거인 때문에 너무 힘들다.
거인이 나에게 말을 건 후부터 계속 이런 상태이다.
결국 난 연습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나가수 당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가수 공연을 보는 건 재밌었다.
초반에는 말이다.
우리 팀 차례가 다가올수록 불안해졌고 어느새 거인이 슬금슬금 다가와 실로 난 못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우리 팀 차례가 왔을 땐 내가 완전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을 때였다.
자리에서 일어서야 되는데 팔다리는 하나도 움직이질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 조는 날 빼고 공연을 시작했다.
우리 조가 공연을 하는 동안 난 완전 석상 신세가 되어 있었다.
일어나서 나가야 하는데 눈물 빼고는 나오는 게 없었다.
그냥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싫었다.
공연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손발 다 묶여 아무것도 못하게 된 상황이.
거인의 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날 묶고 있는 실 몇 개가 풀리나 하면 새로운 실이 생겼다.
그 사이 노래는 이미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지금이라도 나가야 되는데...
안 나가면 우리 팀이 지는 건데.......
“나 나갈래.”
그러자 실이 저절로 풀렸다.
그 후 거인은 노래하고 있는 나를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거인은 날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24시간 날 따라다니며 종종 시비를 걸어댔다.
‘너 일 잘 못하잖아.’, ‘너 고기 못 먹잖아.’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그게 신경 쓰여 좀 쭈그러들곤 했다.
거인은 딱 한 마디를 할 뿐이지만 내 생활에는 큰 영향이 갔다.
계속 일을 제대로 안한다고 지적을 받고 그런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생각해보면 너무 짜증난다.
저 거인도 고작 내 머리크기만한 모자였는데 그런 것 때문에 계속 일도 다 망치고 사람들하고 잘 지내지도 못하고 계속 눈치만 봐야 된다.
어떨 땐 일 하다가도 엄청 지적 받느라 힘을 다 뺀 적도 있다.
공연 후 이젠 참견 안한느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다.
“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인이 공포의 대상이 되버렸나보다.
바로 도망치듯이 어딘가로 갔다.
“거기가 좋아? 그럼 거기에 있어.”
내가 온 곳은 화장실.
우스워 보일진 몰라도 하반하 최고의 안식처였다.
거인은 계속 화장실 앞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방금 워커를 하다가 선생님께 된통 혼났다.
그 때도 거인은 나한테 한 마디 하고 낄낄대고 있었고.
이렇게 숨어봤자 좋아지는 건 없는데 난 뭘 하고 있는 걸까?
잠시 같은 생각을 하다가 화장실 밖으로 나가기부터 하기로 했다.
“덜컹! 덜컹!”
거인이 문을 막고 있었다.
“비켜.”
그러자 거인은 싫다는 듯이 꾸물꾸물 움직였다.
거인이 문에서 떨어지자마자 나는 문을 세게 열고 나가 문에 부딪힌 거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방으로 갔다.
“생각보다 일찍 나왔네, 잘 됐다.”
더 오래 있길 바랐겠지.
넌 오히려 문까지 막고 서있었으니까.
이 말은 속으로만 말했다.
그 후론 그냥 내 할 일만 했고 거인이 말을 걸려고 하면 조용히 하라고 하거나 그냥 뭐라고 하든 할 일만 했다.
그날 밤 내가 자려고 할 때 거인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좀 슬퍼 보이기도 하고 화나 보이기도 하고 키도 좀 작아진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그냥 자야지.
다음 날 거인은 거의 내 키 비슷하게 되어 있었다.
내가 일어났을 땐 사람들이 비를 맞아가면서 돌을 옮기고 있었다.
“나가게?”
거인이 작게 중얼거리듯이 나에게 말했다.
난 나갈 거란다.
나갈 준비를 마친 뒤 전시실 문을 열고 나갔다.
CHAPTER 4. 진저브레드
“아 진짜 너무하네... 요.”
“돌아올 거란 걸 모르고 온 것 같진 않은데?”
맞는 말이다. 문고리가 뽑기 기계 손잡이처럼 변해 있는 걸 보고도 그냥 열고 들어왔으니.
“근데 빨리 돌아오고 싶은 거 아니었어?”
주인이 뭔가 만들며 말했다.
돌아오고 싶긴 했다.
그래도 방금 막 뭔가 하려고 했는데 그러자마자 다시 돌아오게 하다니.
좀 뿌듯한 일 한 번 하고 돌아오게 해주면 안 되나?
“일로 와봐.”
주인이 있는 쪽으로 가자 반죽과 토핑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설마 이거 하라고요?”
“응.”“나 집으로 빨리 돌아가야 되는데.”
“여기선 시간이 몇 배로 빠르게 가. 그러니까 밖에선 네가 가게로 들어온 지 10분도 채 안 됐을 걸?”
순간 뭔 소린가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 겪은 일을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뭐...
“그래서 집으로 돌아갈래, 아님 이거 하고 갈래?”
“하고 가도 안 늦겠죠?”
말해놓고 아차 했다.
이 사람이 내가 언제까지 가야 되는지 어떻게 아나.
“너 들어온 지 10분도 안 됐다니까. 절대 안 늦어.”
“아.”
우리가 만드는 건 진저브레드. (우리라고 하니 어색하다)
우린 지금 구워진 진저브레드 위에 초콜릿 펜으로 뭔가 그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가게 완전 깨끗해졌네요.”
“너 간 사이에 다 치웠지.”
“......”
주인이 꾸미고 있는 진저브레드를 슬쩍 봤다.
와... 무너가 엄청 열심히 그리고 있다.
진저브레드마다 다 다르게 생겼고 엄청 디테일하게 생겼다.
난...
내가 지금 만들고 있던 건 삐뚤삐뚤한 뭉크의 절규 진저브레드.
지금까지 만든 것은 ‘재수 없음 맨’이 되어버린 스마일 맨, 슬픔 맨, 울적 맨, 놀람 맨, 재수 없는 가게 주인 같은 것들인데.
뭔가 내가 만든 진저브레드가 초라해졌다.
어느새 모든 진저브레드가 완성되었다.
주인이 손뼉을 짝짝 치자 아까 봤던 직원들이 작은 문을 열고 조르르 나와 둘은 쿠키를 포장하고 둘은 먹을거리를 가져왔다.
“먹으라고 가져온 거야.”
“얼마에요?”
“그냥 주는 거니까 먹어.”
아싸, 공짜빵이다.
빵을 잡으려던 순간 직원들이 어디론가 가져간 진저브레드가 생각났다.
“근데 아까 만든 건 어디로 간 거예요?”
“..... 진저브레드 대신 이거 준거야.”
“다른 거 물어봐도 돼요?”
“뭔데?”“이 가게 있잖아요....”“가게 관련된 건 안돼.”
“1급 기밀이에요?”
“응.”“1급 앞에 마이너스 붙여주면 안 돼요?”
주인의 매서운 눈빛에 말하는 걸 그만뒀다.
진짜 이 가게는 뭘까?
뭐길래 이렇게 초자연스러운 일이 막 일어나는 걸까?내 진저브레드는 어디로 간 걸까?
그래도 빵이 맛있으니 용서하겠다.
맛있게 빵을 먹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졸고 있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무게의 잠이....
CHAPTER 5. 선물
“딩~동 댕동~ 딩동댕동~”
하교 시간을 알리는 종이었다.
“집 가서 같이 톡해~”
쟨 얼마 전 까지 나랑 놀던 애였다.
그래서 맨날 하교시간마다 저 대사를 쳐댔다.
하지만 이젠 대상이 달라졌다.
아마 며칠 전에 내가 쟤한테 엄청 설교를 해대서 그런 걸 것이다.
내가 설교를 시작한 건 저 아이의 수업태도 불량이었고 그 결과 나와 그 아이는 다신 대화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뭐, 잘 된 일이다.
맨날 카톡으로 하는 애기도 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상한 얘기 뿐이었으니까.
하교 길은 항상 그랬듯이 혼자이다.
전엔 늘 혼자인 게 신경쓰였는데 아젠 딱히 그렇지 않다
하교 길에 혼자인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오히려 난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까 지금 난 외톨이다 가 아니라 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방금 난 가게가 있던 자리를 지나갔다.
역시 오늘도 가게는 보이질 않는다.
그날 일어나보니 집에서 자고 있었다.
엄마 말로는 난 그날 아파서 조퇴 후 하루 종일 잤다고 한다.
부모님께 가게에 있었던 일을 말하자 부모님은 “신기한 꿈이네.” 라고만 하고 믿진 않았다.
역시 꿈이었던 걸까?
그래도 그날 이후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변했다는 얘길 들었다.
얼마 전에 헤어진 친구는 비꼬는 말투였지만 난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녀왔습니다~”
“학교 잘 갔다 왔어?”
“숙제 다 했으니까 놀아도 돼? (진짜로 다 했다!)”
“응~ 너 택배 왔더라? 영월 학교에서 온 것 같아.”
엄마의 말에 난 신발장에 있는 긴 박스를 봤다.
영월학교에서 온 택배였다.
택배를 열자 긴 선물 박스가 나왔다.
박스를 열자 가게에서 주인과 같이 만들었던 진저브레드가 들어 있었다.
그 땐 누굴 만드는 건가 했는데 10기 학생들과 똑 닮은 진저브레드쿠키들 사이에 작은 상자가 하나 더 있었다. 상자 안엔 내 사진들이 있었다.
정읍 첫 합숙 때 빼빼 말랐던 나, 제주도 난민 프로젝트 때 배낭을 메고 걷는 나, 국토 종주 때 자전거 타고 높은 오르막을 오르는 나, 비상 파티 때의 나.
그리고 편지가 있었다.
에필로그
올해 하반하에 있으며 실제로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올해 10개월 동안 하반하를 다니며 느꼈던 것들로 만들어낸 이야기 입니다.
가게의 주인은 내 안의 또 다른 나로 4명의 직원은 나의 여러 모습을 뜻합니다.
챕터 2~3에서 모자와 거인은 내 안의 여러 모습들 중 하나입니다.
모자는 계속 핑계를 대려는 나 이고 거인은 자신감을 잃은 나 입니다.
제 인생 첫 책인데 이런 것들이 제대로 나타났을지 잘 모르겠네요.
문집 원고가 거의 끝나갈 때 느꼈다.
하반하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 정도 양의 글을 쓸 일도 없었을 거고 이런 10개월도 보낼 일이 없었을 거라고.
전 학교에서도 글을 많이 쓰긴 했지만 모두 독서록 같이 내가 어떤 글을 본 후에 쓰는 글이라 무언가 조사해 보는 글로 완전히 창작을 해본 적도 없었고 아무리 학생 수가 적다 해도 모두가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고 계속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해결해야 하는 곳은 처음이다.
계속 붙어있는 곳이라면 집도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은 택도 없다.
나와 언니 둘 다 40분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갈 수 있는 학교에 다니고 아빠는 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한다.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이 모두 있다고 해도 방이 다르기 때문에 내 방에 들어가면 그만이다.
하반하에선 집이나 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생활을 한다.
학생과 선생님이 24시간 붙어 지내는 방도 모두 똑같다.
그런 곳에서 각자 너무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지낸다.
소심한 성격의 나는 당연히 눈치보고 참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힘들어졌다.
내 안의 나들이 각자 우기느라 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계속 나 자신과의 싸움이 벌어졌다.
그냥 내가 참고 지내고 착하게 지내자, 그러면 나한테 불만 가지는 사람은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론 이런 내가 너무 추해보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선 아무렇지 않고 평범하고 착한 애로 보이고 싶어하면서 속으론 계속 답답해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가.
항상 생각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
내가 이번 10개월 동안 해낸 것은 나의 어떤 생각을 따라야 하는지 판단하고 나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그건 생각보다 훨씬 간단한 일이었다.
계속 나를 하찮은 존재로 만들고 있는 내 생각은 다 무시하면 됐다.
난 이걸 못해, 내가 뭘 하겠어, 내가 참아야지, 나 하나 때문에 저 사람이 피해보면 어쩌려고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했지만 아직 내가 일을 잘 하거나 정말 대단해보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건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내가 일을 열심히하고 하고 싶은 걸 해내면 되고 이젠 하고싶은 걸 해볼 정도의 용기는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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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희원아 잘 읽었어.
<내 속의 나>라는 문집 제목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으로 너의 환타지 소설에 빠져들었단다.
희원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니 몸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보다 매 순간 너와의 싸움이 치열했더구나.
읽다보니 나도 해야하는 일 보다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한 나의 생각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들이 진짜 많았던 걸 새삼스레 떠올리게 되더구나.
결국... 하반하 생활을 통해 생각을 이해하고 그 생각과 딜을 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정말 큰 것을 알게되었구나.
정말 기쁘고 축하해. ^^
같은 경험을 한 친구처럼 내 이야기를 하나 해도 될까?
나는 생각이 올라올 때 굳이 무시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봐주곤 해. 왜냐면 그 생각이 내게 나타난 이유가 분명히 있을테니까.
생각은 좀 끈질겨서 무시하면 약올라서 그런지 시도때도 없이 자꾸 나타나 나를 괴롭히더라구.
자기합리화가 아니라 내 안에 그런 마음도 있었구나하고... 인정해주고 알아주면 싸우지 않아도 작별할 수 있게 되더라구.
어느 날 영월에서 홀로 일어나 아침 조깅을 했던 희원이의 모습 인상적이었어.
요즘 잘 웃는 모습도 넘 예뻐.
너를 기쁘게 하는 너의 모습 잘 간직하길 바래.^^
희원아
수고 많았고 졸업을 축하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무시하고
하고 싶을 것을 할 용기가 생겼다는
반가운 글
즐겁고 긍정적인 삶이 펼쳐지길
응원한다ㆍ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