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2 부산 무대인사 후기(긴글주의)

[라니86]

부제: 축제, 그 이상의 즐거움 1

고대하고 고대하던 그 날이 밝았습니다.

무대인사가 있던 토요일 그 주는 아무 일 없어도 설레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즐거운 소풍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무대인사 일정이 처음 떴을 때 울 배우님 이름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이럴리가 없어 이럴리가 없어~~너무나 절망스런 소식이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수 있어서 예매는 다 해두었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그 때 배우님이 참석하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남북 정상이 만나던 날 만큼의 감격이 밀려 왔습니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지방까지 오신다니 너~~무 감사했어요.

무대인사를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하면서도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조차 너무 행복했습니다.

일단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오시는 배우님들께 편지를 다 쓰기로 했습니다. 편지지를 직접 제작하여 제 딴에는 정성들여 편지를 썼습니다. 울 배우님 뿐 아니라 감독님, 박해준 배우님, 조진웅 배우님이 보시고 조금이나마 힘받으시기를 바라면서요.

혹시 다른 배우님도 오실까봐 준비했는데 안 오셨네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괜찮아요.

편지만 드리기엔 뭔가 약한 데 하다가 무대인사 바로 이틀 전 플래카드를 급조해서 만들었어요. 너무 퀄리티가 떨어져서 드릴 건 절대 못되고 그냥 들고 있기만 하려구요. 정성들여 플래카드 만들어오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세요. 다들 셀프 쓰담하시길...

감독님, 배우님들 문구를 네 자로 통일한다고 제 친구들과 오랜만에 씽크빅을 해보았습니다. 이럴 때를 위해서 우리 조상님은 속담을 남기셨더군요. 백지장도 만들면 낫다. 한 가지 우스개 소리를 하자면 요즘 초딩들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를 사람이 많아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라고 해석한다 하더라구요. 아주 창의적이죠.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저퀄리티 플카 함 보실래요?

이 플래카드가 저에겐 큰 행운과 시련(?)을 가져다 줄 줄 만들 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뒤에 사연을 말씀드릴게요.

이 플카도 나중에 한 건 합니다. 기대해주세용^^

나름 감독님, 배우님들 성함하고 문구를 맞춘다고 머리 좀 썼어요. 해놓고도 센스돋는다며 자화자찬했었죠.

솔직히 무대인사 가면 날고 기는 기발한 문구의 플카가 너무 많아 이 플카는 구색맞추기 정도만 하기로 하고, 뭔가 좀 색다른 게 없을까 의논했는데 의미도 있으면서 특이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요겁니다.

부산 무대인사때 꼭 300만을 넘을 것 같아 준비한 숫자 벌룬. 천만을 기원하며 300~1000까지 다 준비했습니다. 그러려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저걸 다 들어야하는데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요????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고 설레서 이 주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드디어 그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좀 울게요.

10시쯤 집을 나서서 광복 롯데시네마로 향했습니다. 그냥 편지만 드리기 뭐해서 간단한 선물이라도 사려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요즘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걸 아쉬워하며 아껴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배우님과 같이 읽고 싶어 그 책을 사서 종이봉투에 편지와 함께 넣었습니다.

왠지 이런 재밌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방을 좋아하실 것 같아 별뜻(?)을 듬뿍 담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처음 볼 무대인사는 영화가 끝나고 있는 무대인사였어요. 현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라 독전을 두번밖에 못 봤습니다. 이 날이 3차 관람이었는데, 준비해온 플카와 선물을 들고 영화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름 준비를 땡실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구폰케이스랑 슬로건을 놔두고 왔네요ㅠㅠ 약간 아니 많이 속이 쓰렸지만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제 눈을 보면 아시겠죠 제가 팬인 것을. 눈에 하트 뿅뿅일테니...

세번째 본 독전은 더 좋았어요. 마약 소재 영화답게 누가 영화에다 마약을 탔나봐요. 보면 볼수록 좋은 건 뭐죠???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내용도 더 잘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번에는 락의 시선으로 영화를 쭉 따라가보니 락의 심리가 더 이해가 잘됐어요. 배우님이 얼마나 락을 잘 이해하고 연기를 하셨는지를 느낄 수 있었구요. 울 배우님 미모에 넋이 나간 건 당연한 소리구요. 마지막 노르웨이 집에서 나오는 장면은 무슨 어린왕잔줄 알았네요. 락이가 참 신비하고 오묘하다 했더니 역시나 락이는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어요. 병원 CCTV에 찍힌 날짜를 보니 2018년 9월2일이더군요. 혹시 못 본 분들은 다음에 꼭 확인해보세요.

영화가 끝나고 배우님을 만나기 바로 직전. 심장이 고장났는지 두근반 세근반 뛰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드디어 들어오셨어요. 클래식한 자켓을 입고, 반바지라니...Thanks God!!!!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지지 않은 곳이 한군데도 없었어요. 부산이 고향이시라는 두 배우님의 홈그라운드 어드벤티지 속에서도 꿋꿋하게(?) 축구수도 수원, 수원 삼성을 외치셨지만 먹히지 않아 살짝 렉걸린 배우님 모습 너무 귀여웠어요. 저는 이 날 촬영 담당으로 열심히 찍느라 일일히 배우님과 아이컨택을 잘 못했지만 구석 구석 따스하게 팬 분들을 바라보시는 눈길은 예나 지금이나 참 변함이 없었어요.

준비한 선물은 마침 딱 마주친 매니저님께 잘 전달했어요. 매니저님이 짐을 좀 많이 들고 계셨는데 거기에 우리 짐까지 앵겨서 죄송해요. 혹 담에 못 만날까봐 요때다 하고 드렸네요.

저희가 야심차게 준비한 숫자 벌룬 들기는 정말 대성공이었어요. 300만부터 눈길을 끌기 시작하더니 관마다 숫자가 바뀌니 배우님들과 감독님이 풋하고 웃어주시더라구요. 그러는 동안 진짜로 300만이 넘었어요. 와~~~~~기차로 내려오시는 길에 손익을 넘고 300만을 드디어 드디어 넘었어요. 토요일 관객수를 확인했더니 40만이 넘었더라구요. 대박!!!!! 독전 흥행길만 걸으세요.

이 날은 운이 좋은지 지나가시는 출퇴근 길도 많이 봤어요.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어요. 넘어져도 돈을 줍는 그런 날이었어요.

배급사에서 영화의 전당에서 독전 팀과 인증샷을 찍었어요. 숫자 풍선 400이 보이시나요. 4자를 거꾸로 들었네요^^ 바로 고쳐 들었는데 거꾸로 든 걸로 사진에 박제되고 말았어요ㅠㅠ 근데 근데...이 사진 한 장으로 저는 지금까지 힘든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플카든 사람이 저인줄 우찌 알고 바리 바리 연락이 오더라구요. 너 맞냐구? 잘봤다부터 시작해서...지금 직장에서는 제가 지나가면 다들 한 마디씩 꼭 합니다. "류준열 시사회 잘 다녀왔어요? 류준열 까리해(까리해가 아니라 까리해락이라구!!!!) ㅋㅋㅋㅋㅋ." 이러며 지나갑니다. 저 사람 제가 아니라고 아무리 부인해도 다들 "앞머리가 딱 너야, 광대가 딱 넌데, 류준열 류준열~~." 이러며 지나갑니다. 무대인사 다녀왔을 뿐인데 이렇게 유명인사(?)가 되어 사회생활이 쪼끔 힘들어졌지만 아무렴 어때요. 그 날 전 너무 행복했는데요. 다음부터는 얼굴을 확실히 가리겠습니다. 설마 손만 보고 너야 너 하진 않겠죠^^

다음 관을 가는 데 독전버스가 신호에 걸려 딱 제 눈 앞에 서 있습니다.

옴마나~~~저 안에 배우님이 있을텐데 꺄아~~~~

저 원래 사회적 포지션이 있는 사람으로서 소젠(?)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람입니다. 근데 이 날은 락뽕인지 류뽕인지에 취했는지, 건널목에 서서 감독님 응원 플카를 막 흔들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뒷창문이 스르륵 열렸습니다. 누군가가 쳐다봤는데 누군지 알지 못한채 갔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은 바로 바로~~~울 배우님이었어요. 모든 걸 내려놓고 미친 짓 잘한 것 같아요. ㅎㅎㅎ

아니 아니 독전버스가 자꾸 절 따라와요. 옴마나~~

다른 영화관으로 가는 길목에서 배우님을 딱 만났습니다. 손은 막 떨리지만 찍어야한다는 불타는 사명감에 찍었습니다. 키가 조금만 더 컸다면 지나가는 분들을 싹싹 피해서 배우님만 딱 찍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지만 찍긴 찍었습니다. 스엉공~~!!! 머리 넘기며 지나가시는 멋진 모습을 혼자만 간직하기엔 넘 아까워 공개합니다.

무대인사를 보고 나갔는데 독전 버스를 또 만났습니다. 버스가 떠나려 하기에 배우님 실물을 처음 본다는 어린 팬 분에게 제 플카를 주면서 흔들라 했는데, 갑자기 뒷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배우님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손을 흔들어 주셨어요.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깜놀했어요.

풍선 들기는 600까지 미션을 완료하며 대구가는 친구들에게 1000까지 들라고 부탁을 하며 마지막 영화관 무대인사에서 배우님을 뵙고 버스타시는 것까지 보았습니다.

점심때 귀하디 귀한(?) 김밥 한 줄 먹고 저녁까지 뛰어다니며 하루를 불태웠더니 배가 고파 맛난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정말 하얗게 불태운 하루였습니다.

영상을 찍느라 쌩눈으로 배우님을 많이 못 본 게 아쉽지만 한 순간 한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배우님과 한 공간에 있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받으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손익도 넘고 300만을 넘어 다들 행복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감사하고 행복하기만 한 하루였어요. 축제에 온 냥 온전히 즐기니 더 행복한 무대인사였어요.

배우님, 다시 한번 감사해요. 부산에 와주셔서요. 다음에 또 부산에서 봐요~~~

To be continued...

출처 직찍

부족하지만 제가 찍은 영상을 올릴게요. 제가 지르는 소리는 간단히 무시해주세요^^

롯데시네마 광복점

영화의 전당

센텀 CGV

센텀 CGV

장산 메가박스

[[게지]감정생활]

진짜 하얗게 불태우셨어요~👏👏👏👏👏👏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

[라니86]

마음은 하얗게 불태웠는데, 돌아다닌다고 살은 까맣게 태웠네요^^

[햇살향]

응원하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후기 감사합니다 ~^^

[라니86]

제가 즐기는 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읽어주셔 감사^^

[준열님은느낌표다]

글 읽어내리면서 그저 감탄밖에 안나오네요 멋진 사랑을 하시는 라니86님 정말 존경스럽네요 배우님도 넘 자랑스러워하실듯해요

[라니86]

멋진 사랑이라니요? 감사합니다. 배우님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기를...

[여리777]

우왕~ 긴글이 술술 읽힐만큼 재미집니다..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다 이루셨네요.. 축하드려요~~^^ 정성스런 후기 감사하구요..

[라니86]

독해력 짱이신데요. 추억 하나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길게 적었어요. 정말 다 이뤘어요. 읽어주셔 감사해요.

[량이]

와!!! 진짜 넘 즐거운 후기예요.
후기 읽는 내내 광대가 내려오질 않았어요😄😄😄
정말 축제같은 하루였을것 같아요~
준비하는 과정부터 현장영상까지...설레면서 정독했어요.
덕분에 배우님들 모두 큰 힘 얻으셨을것 같아요!!!
특히 울배우님 기 팍팍 받으셨을것 같아서 넘 기분 좋네요~
현장감 있는 생생한 후기 정말 감사드려요~🤗🤗🤗

[라니86]

정말 축제같은 하루였어요. 뭘해도 행복한 하루~~현장영상을 다시 봤는데 제 목소리가 장난 아니네요. 많이 부끄럽네요. 담엔 입 다물고 영상을 찍어야할 듯요^^

[오직준열님]

정말 한편의 드라마같아요ㅠㅠㅠ 너무 설레고 벅찻을거같은 느낌이 고스란히 ㅠㅠ

[라니86]

네 한 편의 드라마같은 스펙타클한 하루였어요. 배우님 덕분에 이런 벅찬 행복을 맛보네요.

[귀염야옹]

후기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는거 같은 착각을~ ㅋㅋㅋ

[라니86]

그런가요? 조금이나마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면 성공이네요.

[햇님달님열님]

순간 눈도 깜박거리는걸 멈추고 집중해서 읽었네요^^
옆자리에 제가 있는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감사해요~~

[라니86]

우와~~집중력 짱이신데요. 행복한 추억 함께 즐겨주셔서 감사해요.

[류준열이좋아요]

이번 무인은 정말 축제같은 날들이었어요~ 지금까지도 그 행복이 느껴집니다😁

[라니86]

축제에 온 것 같이 즐겼어요 지금까지 그 행복이 계속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