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숲, 6가지 임산물 이야기
먹을거리 임산물은 크게 수실류, 버섯류, 나물류, 차/약용류로 분류된다. 수실류에는 밤, 은행, 잣, 호두, 대추, 곶감, 복분자, 도토리 등이 있고, 버섯류에는 표고, 송이, 영지, 상황버섯 등이 있다. 나물류에는 더덕, 곤드레, 곰취, 산마늘, 취나물, 다래순, 도라지, 토란대, 두릅 등이 있으며 차/약용류에는 산수유, 황기, 구기자, 당귀, 칡, 오가피, 인진쑥 등이 있다. 기타 임산물로는 고로쇠를 들 수 있다.
철마다 거듭 돌아와 우거지고 열매 맺는 제철 임산물들은 순수 재료만으로도 탁월한 맛과 향기, 영양을 자랑한다. 봄에는 각종 산나물이 지천에 널려있다. 특히 봄나물의 여왕으로 불리는 곰취는 쌉싸름한 맛과 은은한 향이 입맛을 돋우고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밖에도 산마늘, 취나물 등이 있으며, 산수유와 두릅, 인진쑥, 고로쇠도 봄에 더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는 복분자 수확에 들어간다. 복분자는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해 몸에 세포의 파괴와 노화를 방지해준다. 도라지는 수확시기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잎과 줄기가 다 진 가을의 도라지가 향과 쓴 맛이 강하다면, 봄과 여름의 것은 껍질이 얇고 조직 감이 연하여 고운 질감을 즐길 수 있다.
가을로 접어들면 산에서는 잣 수확이 한창이다.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식품, 신선의 식품으로 불린 잣은 피부탄력을 높여주고, 혈압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다. 송이버섯 또한 각광받는 식재료다. 동의보감에서도 송이는 소나무의 기운을 품고 자라 독이 없으며, 맛은 달고 향은 짙어 버섯 중의 으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겨울은 잘 말린 곶감을 맛볼 수 있는 계절이다. 덩굴식물인 더덕도 1월 제철 식품이다. 감기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 더덕을 먹으면 기침이나 가래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 보약이 따로 없는 ‘밤’ 세톨
밤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특히 필수아미노산 외에 칼슘, 철, 나트륨 등, 이른바 뼈가 되고 피가 되는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 있어 발육기에 있는 어린이나 이유식을 시작하는 유아에게 먹이면 좋다. 또한 밤은 다른 견과류에 비해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포도당, 과당 등 당질이 뇌와 신경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밤 기능성 연구’에 따르면 밤의 당지질 성분이 체내 대식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력을 높여줌으로써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효과가 높은 건강식품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밤이 혈관 안의 중성지방과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 건강 및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밤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이 훌륭한 천연화장품 재료로 부각되고 있다. 속껍질(보늬)을 벗겨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 꿀이나 달걀과 섞어 얼굴에 바르면 모공이 축소되고 잔주름을 없애는 등 피부를 곱게 해준다.
TIP. 딱딱한 밤 껍질 쉽게 벗기는 방법
그릇에 밤을 넣고 팔팔 끓는 물을 부어서 20분 정도 담가두세요. 뜨거운 물이라고 해서 밤이 익지는 않는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껍질을 벗기기 24시간 전, 찬물에 미리 담가두면 편리하게 껍질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 감기 뚝 떨어지게 하는 천연의 단맛 ‘곶감’
곶감은 높은 당도와 과육이 연해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간식이다. 알맞게 건조한 곶감은 주홍색으로 투명하기까지 하고, 혀끝에는 녹는 듯 한 감칠맛이 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클수록 당도가 높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지역의 곶감이 달고 맛있다. 곶감은 백시(白柹) 또는 건시(乾柿)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완전히 말린 건시보다 말랑말랑한 반건시가 인기가 높다. 반건시는 감 껍질을 벗긴 후 35일 정도 말린 것으로 60~70%의 수분함량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10~20일 정도를 더 말리면 저장성이 좋은 건시가 된다.
곶감은 몸을 따뜻하게 보강하고 장과 위를 두텁게 하고 비위를 튼튼하게 해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며 목소리를 곱게 해준다. 또한 카로틴과 비타민C(귤의 2배)가 많아 만성기관지 등에 사용하며 고혈압환자에게는 훌륭한 간식으로 알려져 있다. 숙취예방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저항력이 증가해서 감기를 예방해 주기도 한다.
TIP. 곶감의 하얀 가루, 먹어도 돼요!
곶감의 하얀 가루는 곶감 속의 포도당, 과당의 당분이 밖으로 빠져 나와 형성된 것이에요. 하얀 가루가 많이 묻어있는 곶감일수로 맛이 없는데, 곶감 안에 있는 당분이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얀 가루는 곶감의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부드럽게 하며 썩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에 하얀 가루가 전혀 없는 곶감은 좋은 곶감이라고 볼 수 없답니다.
▣ 쫄깃쫄깃 오동통한 ‘표고’
표고버섯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허준의 〈동의보감〉에 표고의 약용법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표고의 인공재배는 1905년경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진다. 1960년경 산주 소득증대 정책의 일환으로 산림조합에 의한 표고버섯의 대량생산 연구와 기술개발이 이뤄지면서 오늘날처럼 대중화가 이워졌다.
표고 재배는 원목 재배와 톱밥 재배 두 종류가 있다. 살아 있는 나무에서는 나지 않는다. 원목 재배에서는 참나무 종류를 많이 쓴다. 버섯은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므로 숲속에 나무를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표고 재배는 대부분 산자락에 있고, 여느 재배 버섯과 달리 농산물이 아니라 임산물 취급을 받으며, 표고 관련 행정기관도 산림청이다.
TIP. 계절 따라, 모양 따라 달라지는 표고버섯의 품질
표고는 아른 봄에 나오는 것이 향이 가장 좋고 조직도 단단해요. 기온이 낮으니 표고의 성장이 더디고, 그래서 잘아 좋은 것이죠. 여름에 나는 표고는 하루면 다 자랍니다. 그래서 여름 표고는 무르고 향이 적으며 ‘물표고’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나누는 표고의 품질은 이 계절성보다는 모양에 치중되어 있어요. 갓이 덜 피어 작으며 단단한 것을 동고(冬菇)라 하며, 갓이 활짝 핀 것을 향신(香信), 적당히 핀 것을 향고(香菇)라 한답니다.
▣ 두꺼비 등처럼 더덕더덕한 ‘더덕’
예부터 더덕은 건강식품으로 여겨져 구이, 찜 등의 조리법이 전해져 왔으며, 한방에서는 거담, 강장, 해독 작용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덕은 백삼, 사삼, 행엽, 가덕, 지취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뿌리 전체에 혹이 많아 마치 두꺼비 등처럼 더덕더덕하다고 해서 ‘더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더덕은 봄에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먹기도 하며, 가을에 뿌리를 캐서 날것으로 먹거나 구워서 먹기도 한다. 뿌리의 냄새는 특이하며 처음에는 단맛이 나지만 나중에는 쓴맛이 돈다.
최근 대기 중의 미세먼지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데, 한방에서는 인체에 유입된 이물질이나 가래 배출에 더덕과 도라지가 최고로 알려져 있다. 더덕에 함유된 다량의 사포닌 성분이 호흡기 질환에 효능이 있기 때문에 환절기 건강식품으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TIP. 좋은 더덕을 고르는 방법
모양이 곧고 향이 진한 것이 좋은 더덕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천연 자연산 산더덕은 제멋대로 생겼고 향이 진하답니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큰 더덕을 선호하지만, 용도와 쓰임새에 맞게 구입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더덕을 보관할 때는 더덕이 얼지 않도록 주의하되 10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보관하면 비교적 오래도록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 치매 예방에 탁월한 ‘호두’ 한줌
‘호두를 하루 1개씩 먹으면 40대는 10년, 50대는 5년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다. 호두에는 항산화제로 알려진 비타민 E가 함유되어 있어 노화를 예방하고, 필수아미노산인 리놀렌산이 풍부해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기억력을 높여 치매와 뇌졸중을 예방한다. 이밖에도 피부병과 탈모를 예방하고 신장 기능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강장음식으로 알려진 호두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설사를 할 수 있으므로 하루 3~4개 정도 먹는 것이 좋다.
호두는 추석을 전후한 10월경에 수확한다. 원래 딱딱한 껍질 위에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초록색 껍질이 한 겹 더 있는데, 수확 시절이 되면 이 부분이 거무스레해지면서 딱딱하게 변한다. 좋은 호두는 껍질이 얇고 연한 황색이며 깨물면 속이 곽 차 있다. 표면이 거칠고 울퉁불퉁할수록 맛있다. 호두는 칼슘이 적은 산성 식품이므로 우유 등의 알칼리성 식품과 함께 요리하는 것이 좋다.
TIP. 호두, 이렇게 보관하세요!
호두는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산패되므로 보관에 주의해야 해요. 냉장보관하면 산패를 예방하고 영양소의 손실을 막을 수 있죠. 껍질째 냉장고 두면 2~3개월 보관이 가능하나 껍질을 벗긴 채로 두면 금방 산패되므로 빨리 먹어야 합니다.
▣ 양반 대추 한 개가 아침 해장
몸에 좋은 대추는 약을 달이거나 건강식을 만들 때 빠뜨리지 않고 넣는 음식이다. 모든 약재와 조화를 이루며 약물의 독성과 자극을 덜어주고 부작용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대추의 단맛은 신경안정 효과가 있다. 밤에 잠을 잘 못자거나 꿈을 많이 꾸는 사람, 신경질이 심한 사람에게 좋다. 신경이 예민한 수험생이 대추차를 꾸준히 마시면 긴장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져 기억력이 좋아진다.
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으며, 내장을 튼튼하게 보호한다. 또한 ‘양반 대추 한 개가 아침 해장’이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해독 성분이 있어 순과 담배로 나빠진 간을 치료한다.
TIP. 대추, 적당히 먹는 것이 좋아요
대추는 따뜻한 성질로 독성이 없어 꾸준히 복용해도 무방하지만, 모든 음식이 그렇듯 과하면 좋지 않아요. 특히 대추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상할 수 있으며, 가래가 많은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고 해요. 또한 비만이나 과식으로 잘 체하는 사람은 안 먹는 것이 좋아요.
『편집부. 아낌없이 주는 숲, 임산물 이야기. 숲. Vol.02』을 읽고…